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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 할 때까지.

빈 수레가 요란하다. 무겁게 가는 수레는 길에 꼭 붙어 소리 없이 가지만, 물건을 내려놓고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갈 때는 유난히 흔들린다. 여행 후 돌아가는 길은 허탈하고 홀가분한 기분 뒤에 다시 채우지 못할까 하는 무서움이 온다. 가벼워지는 게 마냥 좋지는 않다. 하루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하던 연락이 갑자기 끊겼을 때. 초조함에 핸드폰은 지문으로 더러워진다. 타는 목은 잘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찾고, 잠 못 드는 핑계가 생긴 늦은 새벽이 온다. 그리고 아프다. 말 한 마디보다 짧은 시간과 훨씬 길지만 보이지 않던 과정이 겹친다. 그 동안 신이 나 껴안고 다니던 물건은 다른 곳으로 갔고, 남은 사람은 다시 집으로 가야한다. 걸었던 걸음이 많아서 마음이 복잡하다.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뒤 돌아서 다시 돌아가기에는 미련이 많이 남았고, 몸도 조금 힘들다. 내 안에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사람이 한명 더 있다. 괜찮고 싶어도 그럴 수 없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표정을 숨길 수 없다. 행복에는 인색하고 불행에는 예민한 그 친구는 텅비어버린 마음을 밤 내내 두드리며 잠 못 들게 한다. 굳이 진한 커피 때문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몇 시간동안 눈을 감으며 윙윙대는 의식을 끊으려 애써도 다시 발작하게 한다. 마른 겨울에 천둥이 치는 듯 착각을 부르고 나 말고는 없는 방 안에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게 한다. 내가 들었던 말들이 고장 난 카세트처럼 감겨 들어온다. 예전에는 입 밖으로 내기 정말 쉬웠던 말들이고 마음의 크기만큼 마땅히 상대에게 채워줘야 했던 말들. 그리고 마지막은 늘 같이. 너 때문에 힘들었어. 안 보던 드라마를 보게 하고, 풀린 눈으로 볼 다음 해가 걱정되게 하고, 쓸 예정도 없던 말들을 혼자서 쏟아내게 한다. 속이 메슥거려 당장이라도 토하고 싶어 30분 째 변기를 붙잡고 있어도 꽉 막혀 당장이라도 터질 듯 거슬리는 그 기억이 뭐가 그리 좋아서 가까스로 다시 삼키고서 아픈 속을 부여잡는다. 절대로 남에게 보일 수 없는 오만가지 추한 모습을 다 보이고 나서야 해는 뜬다. 그제야 괜찮아진 메스꺼움은 절로 눈가로 향하고 드디어 쏟아내기 시작한다. 습기가 얼굴을 적시기 시작하고 참고 참았던 눈물을 마지막으로 끝났으면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제 처음이고, 나만 맞은 긴 우기는 이제 시작이다. 그 이후로 한참동안. 해가 바뀌었다고 믿어도 될 정도로 정말 긴 시간동안. 그간 목적지 없이 걸어 야 했던 발에는 진흙이 신발을 대신했고, 땅에는 네가 깊게 새겨졌다. 먹구름은 점점 색이 짙어져 다른 사람도 알아볼 정도더라. 부끄러웠다. 나름 괜찮다 하고 지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혈관을 돌아다니는 독처럼 내 몸을 저리게 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하고 싶었다. 겨우 잠들 수 있게 됐을 때부터 매일 꿈에서 나타난 미련어린 얼굴도 꼴 보기 싫어졌다. 사랑했을 땐 내 시간을 다 줘도 너는 항상 부족하다 했는데. 잡은 손을 놓은 지금도 여전히 내 것이라는 것처럼 나를 옥죄어 풀어주지 않았다. 드디어 다시 맞은 장맛비와 습한 밤. 여느 때처럼 아름답게 내 꿈에 나타난 너에게 토하듯 소리쳤다. 도대체 언제까지 내게 이럴 거냐고. 너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문득 갠 하늘에서 샌 햇빛이 너를 비췄다. 나는 그걸 또 넋 놓고 봤고. “네가 되었다 할 때까지. 날 아직도 놓지 않고 있으면서. 여기 우리 자주 오던 곳이지? 난 네 꿈에 나오는데 풍경은 행복했던 곳이잖아.”
창작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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