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Following
6
Follower
0
Boost

우리 바비(Barbie)가 달라졌어요

여자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하나쯤은 있을 소녀들의 로망, 바비인형. 큰 눈에 오똑한 코, 잘록한 허리와 긴 다리를 가진 바비인형을 보면서 '나도 바비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무의식중에 바비는 미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의사 바비, 소방관 바비, 우주비행사 바비, 가정주부 바비 등 다양한 캐릭터가 있어도 인형 위에 입혀진 제복은 비현실적인 외모를 부각하는 도구로 전락할 뿐이다. 전 세계적으로 바비인형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Photo cc via nathália carpenedo ferrari / flickr.com) 그랬던 바비인형이 확 달라졌다. 바비를 만드는 세계적인 완구회사 마텔은 다양한 피부색, 키, 몸매, 눈동자 색을 적용한 인형을 출시하더니, 지난해에는 실존 여성을 모델로 한 '여성영웅(Shero)' 캠페인을 진행했다. 외모를 바꾸는 것에 이어, 인형에 스토리를 부여한 셈이다. 모델이 된 6명의 여성은 성 고정관념에 도전하면서도,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들이다. 명단은 이렇다. (왼쪽부터 트리샤 이어우드, 시드니 메이헴 카이저, 에미 로섬, 에바 두버네이, 크리스틴 체노웨스, 에바 첸) - 에바 두버네이(Ava DuVernay) : 마틴 루터 킹을 다룬 영화 '셀마'의 감독이자, 흑인 영화인들이 영화계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돕는 단체 African American Film Festival Releasing Movement의 설립자 - 에미 로섬(Emmy Rossum) : 배우이자 가수면서, 동물을 죽이는 것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동물복지단체 Best Friends Animal Society의 대변인

자폐성 장애인은 단순 업무만 하라는 법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또는 공장 생산직 등. 단순 반복 작업만이 그들에게 보기로 주어질 뿐이다. 그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면 다행. 실제로 자폐성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국내외 다양한 소셜벤처들은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 문제에 주목해왔다. 단순 생산직을 넘어 장애인의 특질을 고려한 직업을 개발하는가 하면 사회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중대할수록 그 답을 찾기 쉽지 않은 법. 평소 다양한 소셜벤처를 만나는 일이 많았던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컨설팅 기업 MYSC는 생각했다. 소셜벤처, ‘집합적 임팩트 창출’을 말하다. ‘자폐성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체가 모여 서로 연결된다면 훨씬 효과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MYSC가 제시한 답은 집합적 임팩트 창출(Collective Impact). 일종의 어벤저스처럼 하나의 소셜미션으로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가 모여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집합적 임팩트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섹터, 기관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으로 단순한 협업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 등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회혁신채권(SIB) 역시 집합적 임팩트의 예다. 이처럼 ‘자폐성 장애인의 일자리, 자립’이라는 하나의 사회문제를 두고 MYSC는 먼저 현재 소셜섹터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텃밭 활동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동구밭, 초능력 콩 감별사란 이름으로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바리스타 일자리를 창출한 커피지아,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피치마켓, 디자인 놀이도구로 스트레스를 이완하는 플레이 31,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열린 게임 공간을 운영하는 모두다가 바로 그들이다.

2017년 경제는 사회적경제로 시작하자 - 주목할만한 서울시 사회적경제기업 3곳

올해 경제도 쉽지 않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국정 농단 사태 등 각종 악재 속에서 추진력을 상실했고, 계속되는 내수 부진과 AI와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들로 인해 경제 활성화는 멀게만 느껴진다. 5년째 이어지는 2%대의 저성장은 올해도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회복은커녕 점점 침체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리긴 이르다. 우리 경제 회복의 희망은 바로 사회적경제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하나의 공동체로서의 불안과 성장 동력의 고갈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야말로 우리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우수 사회적경제기업 선정·육성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는 2013년부터 지속가능성과 사회적가치를 잘 구현하고 있는 사회적경제조직을 선정하고, 체계적으로 지원중이다.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회계, 인사, 법률 등 각종 행정 지원은 물론, 홍보 및 마케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개별 기업마다 필요한 맞춤 컨설팅도 제공한다.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는 한단계 높이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지원받은 사회적기업의 매출 성장을 살펴 본 결과, 약 50%가 향상해 그 육성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다. 이번 2016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또한 ‘지속가능성’과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조직들로 채워졌다. 그중에서 주목할만한 3곳의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한다. 1. 우리도 할 수 있다 - (주)청밀 경제가 어려워지면 누구보다 제일 힘든 이들이 누굴까? 바로 사회 취약계층이다. (주)청밀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긴축 정책에 따른 복지 축소와 빈곤 심화로 인해 노인 등 일자리 취약계층에겐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말은 그저 한탄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회적기업 (주)청밀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그들에 대한 ‘사회적인식 개선’의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때만 하더라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제대로 된 지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고용한다는 것은 경영상 상당한 부담이었다. 하지만 (주)청밀은 취약계층과 함께 노력했고, 모두 걱정했던 리스크를 극복해 지금은 어엿한 중견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무엇으로 사는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껏해야 삼십 대 초반, 아직 '이렇게 예쁜' 케이티는 결국 마트에서 생리대를 훔치고 말았다. 그녀에게는 간신히 아이들 몫의 저녁을 마련할 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풋사과를 한입 가득 베어 물며 엄마는 이거면 된다고 말하는 여자. 피부색이 다른 두 자녀를 키우는 싱글맘 케이티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헤일리 스콰이어가 연기한 케이티는 제목부터 주인공이 누구인지 성별은 무엇인지 뚜렷하게 드러내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다니엘보다 내 시선을 더 빼앗는 인물이었다. 첫 번째 남편도 두 번째 남편도 알고 보니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 말하는 그녀에게 남은 것은 전기세를 낼 돈도 없는 낡은 주택. 얼마 전 본드로 붙여준 신발 밑창이 또 떨어져 친구들이 놀린다고 조심스레 고백하는 어린 딸, 2년간 단칸방 노숙인 쉼터에서 지내는 동안 심한 ADHD 증세를 보이게 된 그보다 더 어린 아들뿐이다. 희망이라고는 두 눈을 씻고 돌아봐도 찾기 힘든 상황.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녀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다니엘보다는 케이티에게 더 눈길이 갔듯 다니엘 역시 복지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방문한 센터에서 그녀를 처음 만날 날부터 계속해서 그녀를 돕기 시작한다. 40년 목수 경력을 살려 케이티의 딸에게 장난감을 만들어 주고 무료 식료품 배급소를 소개해주는 일. 자신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살기 힘든 처지에도 불구하고 전기세를 내지 못해 얼음 냉골인 케이티의 집에 약간의 돈을 놓고 오는 다니엘의 행동은 원칙만을 강조하는 공무원들의 태도와 대조되며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거리의 벤치에 팔걸이가 생긴 진짜 이유

일을 하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으면 근처 놀이터에 간다. 벤치에 누워 하늘이라도 한 번 보면 힘이 나서다. 그런데 요즘 벤치엔 대부분 팔걸이가 있어 제대로 누울 수가 없다. 영화관도 아니고 팔걸이가 무슨 소용인가 싶다가도, 한 명씩 나눠 앉으라는 뜻인가 싶어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벤치가 아니라도 내 한 몸 누일 수 있는 집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그냥 지나치겠지만, 마땅히 지낼 곳이 없는 노숙자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사실 팔걸이(혹은 팔걸이 비슷한 무언가)가 있는 벤치는 점점 늘어나는 노숙자들을 내쫓기 위해 디자인됐다. 누구도 '너무' 편하게 쉬지 말라는 소리다. 팔걸이가 있는 벤치는 거리에 노숙자가 왜 이렇게 많아지게 됐는지, 그로 인한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단순히 '당신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다른 데로 가세요'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다. 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2006년 프랑스에서는 한 무리의 노숙자들이 경찰이 보는 앞에서 벤치의 팔걸이를 자르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 후로 10년이 지났지만, 이런 식의 공공디자인은 점점 더 그 수위가 높아졌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노숙자들이 눕지 못하도록 가게 앞 콘크리트에 압정을 뒤집어 박은 것처럼 침을 심어놓는다. 모르고 보면 거의 고문 기구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Leah Borromeo는 그 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베개를 놓고 책장을 설치했다. 일명 'Space, Not Spikes' 프로젝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우리가 이 행위를 묵인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프로젝트는 영국 내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언론에 소개되며 이목을 끌었다. '거리에 노숙자가 많다'는 현상에 대한 해결책이 '그럼 아예 이들이 거리에 있지 못하게 만들자'라니, 얼마나 단순하고 잔인한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국가는 이 문제가 오직 개인의 잘못이기만 한 것처럼 '공공디자인'이라는 가면을 쓰고 교묘하게 책임을 전가한다. (의자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누울 수 없게 만들었다, 몬트리올)

EDITOR'S PICK | 올해의 워커홀릭

누군가 한 사회적기업가에게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일이 많은데 대체 퇴근은 언제 하세요?” 질문을 받은 사회적기업가는 잠시 어안이 벙벙했고, 이내 사업하는 사람에게 출근과 퇴근이 따로 어딨냐는 답을 돌려주었다. 사업과 개인 삶이 도저히 분리될 틈이 없는 것. 이는 절대 비단 몇몇 대표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일 중독’ 아니냐 말하기엔 그들의 삶은 다분히 매력적이다. 올 한해도 수고한 그들의 삶을 돌아보며 작은 응원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 1. 매일 밤 10시, 아이들이 잠든 후 그녀가 움직인다 "매일 밤 10시, 아이들이 잠든 후 40대 주부가 향하는 그곳은?" ‘충격, 경악, 헉’ 같은 낚시성 감탄사가 뒤따를 것 같은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애석하게도 광고성 인터넷 기사가 좋아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우리 나이로 10살, 12살 남매를 둔 임신화 이사장은 발달 장애를 앓고 있는 두 자녀가 모두 잠든 뒤에야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그 시간은 보통 밤 10시. 몇몇 서류작업과 수업 준비를 마무리 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그렇다고 그녀의 낮 시간대가 개인적인 업무로 채워져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낮에는 종일 외부 사람들과 미팅을 하고 치료실을 운영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업무는 자연스레 모두가 잠든 저녁 시간으로 밀리기 마련. 출근이 밤 10시라면 퇴근이 따로 없는 삶인 셈이다. 임신화 이사장을 보면 한없이 안쓰럽고 미안하고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직장 동료들의 말처럼 그녀는 자신을 한없이 불태우고 있다. 그녀가 이토록 쉼 없이 달리는 이유는 단 하나. 더는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게 장애아동 부모의 꿈’이 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장애아동 양육에 대한 부담이 고스란히 부모의 몫으로 돌아오는 대한민국에서 그녀는 최초의 한국형 공동체 캠프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다. 부모가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두고 맘 편히 여행도 다니고 눈도 먼저 감을 수 있는 세상. 이를 위해 오늘도 세상의 모든 장애 아동 부모를 대신해 달려나가는 그녀를 응원한다.

EDITOR'S PICK | 올해의 편견

깨달음은 항상 늦다. ‘그때 그러지 말았더라면’, ‘그렇게 말하지 말 걸’... 올해도 역시 후회로 가득찼다. 그중에서도 가장 후회하는 것은 나의 편견으로 누군가, 무엇에 대해 섣불리 판단했던 일들이다. 나의 쉬운 말과 행동으로 소중한 친구, 가족, 동료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가 되었을지 상상할 수 없다. 그 편견은 나를 갉아 먹었고, 타인에겐 상처를 줬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편견을 이겨낸 홍석천은 편견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실된 모습을 알려고 노력하면 상대방의 새로운 걸 볼 수 있다”고. 그렇다.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편견을 마주해야 한다. 2016년, 한 해 동안 만났던 '내 안의 편견'을 소개한다. 1. 일에 대한 편견 아파트 상가 아래 어둑한 지하, 제대로 된 출입문조차 없었다. 높게 경사진 계단으로 내려가자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대형 선풍기였다. 바로 이곳이 ‘퀸즈’의 사업장이었다. 넓은 공간에서 ‘우-웅’하고 대형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직원을 크게 불러봐도 각자의 일에만 충실했다.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포장업체라고 생각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영유아복 제품을 받아 박스로 포장한다’는 퀸즈의 비즈니스는 마땅히 직업이 없는 여성들이 할만한 일자리로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저 ‘일자리를 위한 일자리'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내 그 짧은 생각을 고쳐야 했다. 그들에게 퀸즈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족, 자신의 꿈, 자신의 소중한 어떤 것을 위해 진정으로 정성을 다해 일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끄러워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끄러운 것은 내 쪽이었다. 직업은 귀천일 수 없다. 일의 가치는 행하는 사람으로 비롯되는 것이지, 절대 하는 일을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단순한 일’이라는 말은 노동의 고단함을 아는 사람은 쓸 수 없다. 허드렛일의 수치를 겪어 본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 만약 그들의 삶 켜켜이 쌓여있는 서러움을 알고 있었다면 함부로 그런 말을 써서는 안 된다. ‘퀸즈’와 그 안의 직원분들은 나를 반성케 했다. ‘웃어요’ 외치는 사진가 앞에서 그들은 수줍게 웃고 있었고, 그 안에는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언제까지나 사회적기업 퀸즈를 응원하겠다.

EDITOR'S PICK | 올해의 핫플레이스

글을 쓴다는 것은 세상과 만나는 길이다. 나의 방식이다. 글을 쓰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공간으로 들어가고, 주제 넘게 그 안에 담긴 삶을 엿본다. 그렇게 살다 보니 뭔가에 무심해 지는 게 참 어렵다. 숨겨진 이야기가 듣고싶다. 해방촌, 명동, 광화문, 안산, 전주. 그 '핫'한 공간에서, 단 한사람의 삶이라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 이들을 관찰했다. @해방촌 추운 겨울,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달달한 핫초코를 마시는 상상을 한다. 해방촌은 그럴 때 생각나는 곳이다. 적당히 붐비고, 잔잔한 노래가 나오는 조용한 카페. 가끔 여기가 외국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벌써 몇십년 째 터를 잡고 살아온 지역 주민들이 있다. 카페가 아니라 평상에서, 핫초코가 아니라 막걸리를 마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일상이 펼쳐지는 곳. 70년대 니트를 팔며 번성했던 해방촌은 주변 도시재개발에 밀려 서서히 쇠퇴했다. 반갑게도 서울시는 '니트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아트마켓'으로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 중심에 있는 해방촌 오거리 밑 신흥시장으로 젊은 예술인과 지역 니트 산업 종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신흥시장 내 아트스페이스원에서 열린 니들앤코의 ‘니트, 스타일의 해방을 말하다' 전시는 바로 그 시작이었다. 새롭고 낡은 것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공간. (에디터의 글 ► 해방촌에서 열린 작은 전시, 니트로 '해방'을 말하다) @명동 전국에서 땅값이 제일 비싸기로 소문난 명동. 외국인 관광객과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거리를 걷다 보면 가끔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곳이, 외국인이 느끼는 한국에 대한 인상을 결정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올해 10월 명동CGV에서 열렸던 '프라이드영화제'는 더 반가웠다. 눈에 띄지 않게 쉬쉬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지역에서 누구나 그 사실을 알 수 있게 했다는 점은 의미있었다. 영화제가 끝나고 두 달이 지나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지난 12월 6일 법원은 또 한번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법적혼인인정 요구를 또 한번 좌절시켰다. 영화제는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계속 될 것이다. 동성애 논란은 언제나 뜨겁지만, 당신이 <캐롤>이나 <데니쉬걸>같은 영화를 재밌게 보았다면 2017년 개최될 프라이드영화제 역시 기대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