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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야기 1

더위에 약한 편인 저는 여름만 되면 심각한 건강 악화(?)를 겪는데, 이게 제일 심했던 시절이 대학교 3학년 때였어요. 지금 살고 있는 본가에서는 가위를 눌리거나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데, 그때는 잠만 잤다 하면 꿈을 동반한 가위에 눌렸었어서... 지금은 내용들이 좀 희미하지만 앞으로 두어개정도 제일 소름끼쳤던 꿈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 꿈속에서 나는 태양이 작열하는 어느 농촌길을 걷고 있었다. 길을 가운데 두고 양쪽 저 끝에 산이 병풍처럼 논과 밭을 감싸고 있는, 그런 고즈넉한 곳이었다. 아직 동구밖인지 민가는 보이지 않았고, 잘 다듬어진 논에 모만 파릇파릇하게 자라고 있을 뿐. 잘 개발되지 않은 농촌이 으레 그렇듯 길은 논 사이에 난 시멘트길이고, 차가 한두대 정도 지나갈 만한 너비이다. 날이 정말, 너무 더워서 땀이 이마와 콧등을 차례로 따라 코끝에 맺혀 떨어졌고, 흙먼지가 발걸음을 따라 폴폴 나는 와중에 길에서 아지랑이가 보일 지경이었다. 이 꿈을 떠올리면 뒷내용은 갈수록 희미해지지만, 그 길 풍경과 내가 느꼈던 더위는 아직도 생생하다. 쨌든 동행은 이 시기에 나와 꽤 친했던 친구. 더위에 지치고, 뜨끈한 물에 두번 지친 우리는 저멀리 시야에 들어온 거대한 팽나무를 보고는 힘을 냈다. 가까이 가니 나무는 멀리서 봤던 것보다 비교도 안 되게 컸다. 더운 날씨에 반비례하듯 나무의 그늘은 나무보다 훨씬 크고 시원했다. 얼굴을 흐르던 땀이 순식간에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팽나무는 당산 나무의 역할도 겸하는지 알록달록한 천이 둘러매져 있다. 그리고 그 팽나무 그늘 옆에, 아니, 안에, 웬 기와가 반쯤 있다 만 현대식 집이 하나 있었다. 슈퍼를 겸하는 것 같았기에 나와 친구는 그 곳에 가보기로 했고, 들어서니 웬 곱게 한복을 차려진 언니가 나타났다. 돌잔치에서나 입는 듯한 원색계열의 한복을 입은 여자분은 정말 80년대 연예인만큼이나 얼굴이 이뻤다. 그런데 입술은 빨갛다 못해 쥐잡아먹은 듯 했고, 피부는 희다 못해서 백지장같았다. 하긴 사시사철 이런 그늘 안에서 살면 하얗긴 하겠다, 하며 엉뚱한 생각을 순간 했던 것 같다. 나는 내 눈에 이쁘다, 라고 생각되면 정말 실례가 되지않을 만큼 이리저리 계속 쳐다보는 게 습관인데, 묘하게 눈이 쳐다보길 거부하는 느낌이랄까, 쳐다보면 정말 큰일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눈을 내리깔고는 '더워 죽더라도 목적지를 향해서 빨리 출발해야겠다, 지금이 몇시니까 최소한 ~시까지는 ~마을에 도착해야해',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여자분 얼굴을 실례가 될 정도로 넋빼고 보고 있길래, 내가 먼저 '저... 시원한 물 있나요? 화장실도 좀 빌려쓸 수 있으면 좋구요.'라고 운을 뗐다. 한켠에 서있는 음료냉장고에서 생수를 두 통 정도 사고, 슈퍼 언니가 안내해준 방향으로 화장실을 갔다. 약간 입구-작은 앞마당-슈퍼건물 이렇게 통과하면 실외화장실이 있는 뒤뜰 쪽인 구조였는데, 뒤뜰 한쪽은 바로 산쪽에서 튀어나온 암석이 크게 있고 바로 옆에 화장실칸들이 직각으로 있는.... 그런 구조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매우 꺼림칙하게도, 팽나무 그늘이 뒤뜰까지 덮고 있었다. 필연적으로 화장실도 매우 어두컴컴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