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커피가 오픈하던 2002년엔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미국 내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블루보틀커피의 창업자이자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가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프리맨은 커피 전문점 운영에 관한 사전 지식도 없이 오클랜드의 파머스 마켓에 나가 손님이 커피를 주문하면 자신이 직접 볶은 커피를 저울에 달아 갈고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한잔씩 드립(Drip)을 해서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볶는 장소도 월 600불을 내고 남의 식당 부엌 한 켠에서 볶았다고 하니, 오늘날의 성공 스토리를 복기해보면 꽤나 재미있는 역사를 지니고 있음은 틀림 없는듯 보입니다. 이쯤되니 스텀프타운이나인텔리젠시아의 브랜드 이야기도 궁금해지는군요.
한 편, 블루보틀의 전체적인 컨셉트는 일본의 전통찻집, Kissaten 에서 착안하였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재빨리 기계로 내리는 것보단 천천히 시간을 들여 좋은 품질의 커피를 오랫동안 음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실제로 48시간 이내로 로스팅한 커피를 제공하는 것을 그들의 철학학을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지요. 또한 매장 내 인테리어도 단순히 유행을 따르기보단 나무를 활용하고 여백의 미를 제공하는 것응 종합해보면 내외적으로 일본의 전통 찻집을 따르고 있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대구 김광석길에 들어선 스위트포레스트 라는 커피전문점은 일본 키요스미시라카와에 있는 블루보틀 커피의 Coffee Bar 를 따라 만든 것 같이 보입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릴 정도로 모방만 있고, 창조는 거의 없는. 유일하게 다르다면 아무 맛도 없는 시트지를 OSB 합판에 붙여놓은 정도. 커피머신이 같은 거야 차치하더라도 그들은 과연 어떤 컨셉트로 이런 Bar 를 구성했는지, 무슨 생각으로 공간을 꾸밀려고 했는지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은 저 Bar 를 보는 순간 사라져버렸습니다. 어쩐지 우리 시대의 다양성이 소멸되는 것도 바로 이런 모습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은 아닐련지, 과잉정보의 폐해가 이런식으로도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스타일이라는 것은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산물, 즉 자신의 미적기량을 발휘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미적기량은 경험에 의해 축적되는, 한 마디로 학습에 의해서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스타일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다들 스타일이 좋으냐, 나쁘냐만 중요시 여기는 우리의 시대에서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카피캣들이 나타날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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