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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반윙클의 신부.

.. 긴 시간, 숱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와이 슌지님과 나의 감성은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걸로. 서너번 이상 우려내어 맛이 거의 사라진 녹차가 있다. 은은하게 남아있는 미향만이 이것이 녹차였음을 알려주는 마지막 증거다. 신경을 곧추세우는 짜릿한 자극감도, 심장을 들었다 놓는 얼큰한 감동도 다 희석되었다. 남아있는 것은 은은한 마음울림 뿐. 가끔 그런 밍밍함이 간절히 목마를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 일본 소설이나 일본 영화를 찾는다. 하지만 항상 그런 밍밍함이 딱 적당한 정도로 마음에 감돌지는 않는다. 흔한 말로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상태가 많다. 이와이 슌지감독의 영화이자 책인 '립반윙클의 신부'역시 그렇게 실패한 녹차였다. 니 맛도 내 맛도 없었다.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마지막 책을 덮는 순간까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이와이 슌지가 아무리 감성장인이라 하더라도 남성 작가가 여성의 시점으로 소설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판타지를 추구하려 했던건지 그냥 개연성이 없는 건지 이야기의 만듦새도 아쉬웠다. 더군다나 감정의 최고조에 다다르는 마지막 장면이 나로서는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아서, 글은 작가의 몫이고 오그라드는 것은 나의 몫이려니 하며 겨우겨우 삼켜냈다. 여러모로 어려운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