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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브로 사라지는 오프라인 서점...

어릴 때부터 서점에 가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의 필요로 가는 쇼핑은 꼬마한테는 불필요했으니까 그랬던 것도 있지만 사실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 곳이 좋았던 거 같다. 책냄새도 좋고. 디자인 예쁜 커버를 보는 것도 좋고. 그래서 백화점을 갈 때나 마트를 갈 때도 부모님은 날 항상 서점에 놔두고 가셨다가 쇼핑이 끝나면 데리러 오셨었다. 그 때만 해도 책도 사람도 정말 많았다. 주말이면 벤치는 꽉 차서 큰 책장 앞에 여러 명이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아이들과 같이 바닥에 앉아서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들도 많았다. 하긴 그 때 유행했던 예능이 또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유딩에서 초딩이 되자 서점은 나한테 작은 일탈이 되었고 중딩 때는 힐링처가 되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이 생겼다. 처음엔 다들 신기한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도서를 주문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아니었다. 쇼핑 후 서점 아이쇼핑하고 맥도날드 초코콘 먹으면서 집에 가는게 하나의 의식처럼 되어버려서 굳이 인터넷 주문을 안했던 것 같다. 몇 년이 지나자 오프라인 서점이 눈에 띄게 바뀌었다. 규모가 줄어 다른 문구 잡화 가게들이 조금씩 들어섰고 사람도 점점 줄어들었다. 더 이상 책장 앞 바닥에 앉아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동화책보다 문제집 수가 더 많아졌고 '이래라 저래라' 서적들과 '뭐 잘 하는 법 시리즈' 류의 서적들, '난 이랬다' 류의 짤막한 에세이들, 그리고 각종 자격증과 시험 문제집들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오늘 급히 살 책이 있어서 서점에 갔더니 예술 서적 섹션은 언제 있었냐는듯 화장품 코너로 바뀌어 있었다. 나혼자 충격을 받아서 잠깐 멍 때리고 있었다. 내가 열렬하게 좋아하는 분야의 비중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 서운했다. 서점에게도. 더 이상 그런 책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그러니까 안 사서 소비가 줄어든거겠지?) 난 아직까지도 온라인 주문을 안 한다. 물론 온라인 서점이 주는 혜택도 다 안다. 할인, 마일리지, 쿠폰... 근데 나한테는 그런게 별로 의미가 없다. 필요한 책을 사러 가는 김에 다른 장르 책들도 조금씩 몇 챕터씩 읽다가 집으로 돌아오는게 얼마나 큰 힐링인지 모른다. 그리고 가끔 나를 부르는 책들이 있다. 다른 책들에게 밀려서 구석에 있거나 맨 아랫단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 애들인데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유난히 내게만 눈에 띄는 그런 책들. 마치 "날 꺼내봐. 기가 막힌 얘기를 들려줄게! 읽다가 훅 갈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