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레전드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
이곳 VINGLE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홍콩영화 레전드>의 연작시리즈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은 지식은 아니지만 오늘부터 시간나는대로 소개해볼까 한다. 그리고 그 첫번째 이야기로 고민할 필요도 없이 <영웅본색,1986)을 선택하게 되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길 홍콩느와르의 시작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데(혹자는 성향기병(1984)을 홍콩느와르의 시초로 보는 사람도 있다. 볼만한 영화이므로 한번쯤 찾아보자) 1986년 공개이후 홍콩의 각종 영화상을 휩쓸면서 성룡/원표 등의 출연한 코믹액션영화 중심의 주류 영화계에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이러한 변화를 정도를 장르를 달리하여 비유하면 상업적, 퇴폐적, 도제적이었던 80년대 음악계를 한번에 정리한 너바나를 비롯한 시애틀 그런지 4인방의 출현과 비슷한 충격이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사실 너무 과장인 것 같다^^)
아무튼 국내 개봉관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감독인 오우삼부터 주윤발, 적룡, 장국영 등 듣보잡에 가까웠던 출연진과 앞에서 언급했던 당시 주류 홍콩영화와의 거리감, 그리고 영화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사전 홍보에도 문제점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국내에서 곧 잊혀질 것 만 같았던 영웅본색은 재개봉 및 비디오의 본격출시로 입소문을 타며 엄청난 인기몰이를 시작하는데 형제간의 갈등와 우애, 동료간의 의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사내들의 진한 피냄새는 보는 이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었고 단숨에 모든 남자의 로망이 되어버렸다.
<영웅본색>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는데 이후 제작되는 홍콩느와르의 국내에서의 연속적인 흥행은 물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영화에서 느와르장르가 대세를 이루었고 이런 인기는 태평양 건너 할리우드에서까지 매니아를 만들기도 했다,(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대표적인데 특히 영웅본색2를 좋아했던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의 질떨어지는 자기복제 영화들이 속출하면서 점점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가기 시작했고 90년대 중반이 후 급격하게 쇠퇴했다.
돌이켜보면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이 참 많다. 특히 이 영화의 출연으로 단숨에 80년대 미남의 대명사로 불리며 아시아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주유발은 그의 상징과도 같았던 버버리코트, 쌍권총, 검은 선글라스를 앞세워 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동료의 복수를 위해 혈혈단신 술집(풍림각)에서 벌이는 화려한 총격씬을 비롯 불구의 몸이 되어 만난 자호(적룡)과의 해후장면은 보는 이의 눈을 뜨겁게 만들었고 남겨진 동료를 위해 보트를 돌리면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장면에서는 희열을, 그리고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형제애를 확인시켜주는 장면에서의 처절한 비장미까지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