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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기 171031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오는 시월의 마지막 날. 요즘은 물 속에 침잠한 듯, 몽글거림이 사라진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며 삶이 정체된 느낌. 시간의 밀도가 옅어진 느낌. 소위 슬럼프의 시간이 이런 건가 보네요. 한 작가의 소설만 너무 읽어서 같이 매너리즘에 빠진 건가 하는 의심, 펜션 여행의 후유증일까 분석도 해 보고ᆢ 변화는 내 안에 있지만 원인은 뭔가 주변에 있을 거라는 막연한 방어기제가 작동한 탓이겠지요. 가장 최근의 심각한 무기력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한달간 정도였습니다. 그때는 국민 대다수가 집단 패닉 상태였지만ᆢ 어제 밤에 고 김주혁 씨 사고 소식도 일부 영향이 있는 듯 합니다. 저희 친오빠랑 비슷한 연배에 막연히 친근한 느낌이 있었기에 비보가 전해졌을 때 가슴 한 쪽이 쿵하고 내려앉는, 마치 지인의 사고를 접한 기분이었죠. 죽음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생의 다른 면일 뿐이란 엄존하는 진리를 다시 상기하게 합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지영 씨는 말할 수 있는가? <82년생 김지영> by 조남주

올해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습니다. 대한민국 여성 평균의 삶? 김지영이라는 주인공 이름부터 82년생 중 가장 많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2녀 1남의 둘째딸, 막내 남동생에게 우선권을 주는 집안 분위기, 남자 짝궁의 괴롬힘을 관심으로 받아들이라는 초등학교 선생님, 드문드문 일상에 균열을 내는 성추행을 경험하는 여고시절, 전남친과 공개연애 후 헤어지면 씹던 껌이 되어버린 대학 시절, 어렵게 취직하면 성실과 열정을 갉아먹어 버리는 구조적 남녀차별ᆢ 여기까지는 나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지만 결혼과 육아는 경험하지 못한 세계인지라 답답함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김지영 씨는 말할 수 있는가? 결혼 후 김지영 씨는 임신과 함께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업주부의 길을 걷습니다. 산후우울증과 육아우울증은 독특한 해리장애 증세로 나타나며, 평소에 하지 못한 이야기를 깜빡 본래의 자아를 잃을 때, 어머니, 여선배의 목소리로 진심을 토해냅니다. 빙의된 상태인지 분간가지 않는 독특한 설정은 이 소설의 거의 유일한 소설적 장치가 아닌가 합니다. 이 외엔 소설의 큰 틀 속에서 많은 신문기사와 통계치를 가져와 에피소드를 구성한 절반 쯤 르뽀같은 분위기입니다. 소설에서 느끼는 갑갑함은 김지영 씨가 불합리함을 경험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함에 있습니다. 후폭풍을 염려하며, 눈앞의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마는 장면들은 많은 여성들이 경험하는 현실에 닿아 있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억압은 신경증으로 나타나고 자아가 사라지고 타인의 목소리를 빌어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납니다.

이런 저런 일기 171029

10월의 마지막 일요일. 내일부터 추워진다는데 아직은 따뜻한 가을 햇살이 기분좋게 비치고 있습니다. 오전에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고 대청소하고 욕조까지 락스청소 완료. 마지막은 다시 로봇 물청소기가 혼자 좌충우돌 쿵쿵 거리며 청소중. 코리안 시리즈도 월드 시리즈도 투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합니다. 코리안 시리즈는 딱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서 이기는 편이 우리편인 상황이지만, 2차전에 양현종 투수는 멋지더군요. 오늘 월드시리즈 4차전은 선발과 불펜의 차이가 큰 휴스턴의 한계가 보였네요. 비슷한 공인거 같은데 투수에 따라 타격이 엄청나게 차이나는 거는 참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론 휴스턴이 이번에 이기면 좋겠네요. 올 가을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휴스턴에 좋은 선물이 될테니까요. 알튜베 선수도 귀엽고^^ 올해의 화제작 <82년생 김지영>을 읽었습니다. 답답하고 아쉬운 이야기. 절반의 공감과 절반의 대리체험. 소설과 르뽀가 섞인 듯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