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ing 해주세요.
가능하다면 그렇고 싶었다. 지금 지나가는 이 시간들을 커다란 냉동실에 넣어두고 보관해 두고 싶었다. 잠시 아니면 수년동안.
하지만 나에게는 내 시간을 보관해둘 그런 큰 냉동실은 있지 않았고, 내 얘기를 듣고 부탁을 들어줄 사람도 주변에는 없었다.
보관할수도 없고, 순간 순간 시간을 지나가고 있는 나의 시간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울 뿐이었다.
군대에서 3주간의 야외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행군을 시작했을때, 막연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을 휩싸고 있었다. 얼마나 먼 거리를 이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 갈수 있을까. 하는 그런 두려움... 그때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 자 이제 출발이다.~ 새벽을 향해 동틀때까지 걸어볼까...'
그랬다. 거리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좋으나 싫으나 힘이 들고, 물집이 잡히고, 무거운 군장으로 어깨가 쳐질지언정 새벽을 향해 걸을수 밖에는 없었고, 동이 트고 날이 밝아야만 결국 그 행군은 끝날수 있었다. 몇날 며칠을 새벽을 향해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부대에 도착할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