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에 팀원 결혼식이 있었다. 장소를 보니 어린이대공원 내에 있는 려움웨딩이라는 곳이다.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주말까지 계속 이어지는 야근으로 가족 소풍을 한번도 못가고 있었다. 주말마다 같이 못 놀아줘서 미안했는데, 다만 몇시간 이라도 소풍 기분을 내보면 좋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김밥을 사고, 어린이대공원으로 출발했다. 우리집에서 대공원까지는 내비게이션 시간으로 대략 50분 정도. 일단, 차를 대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혼자 예식장에 살짝 다녀와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북으로 넘어간 직후 길을 잘못 들어섰다. 이럴 줄 알았다.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실수 할때마다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집사람은 그냥 웃고 넘어가준다. 그래도, 소풍을 나와서 기분이 좋은가 보다.
강변북로로 들어서는 바람에 꽤 시간이 길어졌다. 상황이 급변했다. 주차장에 갔다가 여유있게 혼자가기 등은 엄두도 낼 수가 없어졌다. 일단, 려움웨딩으로 최대한 달려주고, 가서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이 간당간당 했다.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도착 완료. 덕분에 온가족이 예식장에 가게 되었다. 회사 동료들에게 가족 인사 시키고, 덕담 나누고, 신랑 축하해주고.. 하다보니 어느새 오후 4시. 부랴부랴 대공원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았다. 음료수 하나 사며 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뒤에 샛길이 있어 연결이 되어진다고 한다. 다행이였다. 대공원 주차가 힘든건 익히 경험해서 알고 있었으니.. 원래 계획은 아니였으나, 그냥 차를 세워두고 이동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론 신의 한수 처럼 되어 버렸다.
샛길을 나오자 마자 어린이 놀이터가 보였다. 규모가 상당한데, 아이들이 가득했다. 처음에는 어디 단체에서 소풍을 온 줄 알았다. 주변에는 온통 잔디밭이고, 가족끼리 모여 앉아 텐트를 치고, 식사를 한다. 아.. 소풍 느낌 제대로 난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바람은 선선하다.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천만 다행히 그럴 기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들은 완전 신이 나서 놀이터를 미친듯이 질주하고 있다. 모험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 한 30분 정도 놀다가 놀이터에서 나가자고 하니 무척이나 아쉬워 했다. 이게 모험의 시작이라는 것을 넌 아직 모르겠지.
길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거대한 분수가 나온다. 그 옆 광장에서는 어떤 공연을 하는 듯 보였다. 지나 가는 다른 커플의 대화가 들린다.
"자기야. 여기 정말 좋지 않아? 우리 여기 와서 라면 먹은 돈 밖에 안 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