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어니스트 헤밍웨이. 브루스 채트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유명한 예술가라는 점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모두 몰스킨을 애용했다는 사실이다.
몰스킨은 이 자체로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브랜드이다. 흔히 있어 보인기 위해 산다는 표현이 꼭 들어맞는 브랜드. 내가 이 노트를 소유하고 남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나는 적어도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브랜드. 몰스킨이 그러하다.
몰스킨은 1997년에 정식으로 브랜드가 생성되었고, 10년 뒤인 2007년에 회사의 사명으로 등록이 되었다. 본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하고 있으며 미국 뉴욕, 홍콩, 샹하이, 싱가폴, 독일 쾰른에 각각 지사를 두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한 브랜드로 거듭난 몰스킨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 주는 디자인 특징이 있다. 샤넬을 100m밖에서도 알아보게 하는 것이 '더블C' 로고라면, 몰스킨을 특징짓는 것은 표지 밖과 안을 잡아주는 야무진 '고무밴드'다. 요즘에는 이를 카피하는 다른 노트들이 많이 있지만, 오히려 몰스킨의 Originality를 부각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와같이 정통성과 전통성을 지녔다고 해서 트렌드에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아무 로고나 네이밍 없이 무지로 꾸며진 겉표지 등,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 스타일을 선도하며 에버노트, 포스트잇등과 연계하여 모바일 산업으로도 진출하는 혁신성을 보여주고 있다.
글을 쓰다보니 브랜드를 찬양하는 듯한 글이 되었으나, 그만큼 브랜딩 측면에서 탁월함을 보여주는 몇 안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판매는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하고, 브랜드는 마케팅을 불필요하게 한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브랜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