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Following
8
Follower
0
Boost

비 - 가장 먼저 청각, 그 다음엔 시각. 그리고 촉각으로도 온다. 후각으로도 비를 느낀다. 미각은? 흠..... 일부러 빗물을 마셔본 적은 아직 없다! 나는 비오는 밖으로 나갔다. 비는 구름이라는 젖은 솜에 미처 다 스며들지 못한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비가 가로수의 나뭇잎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소리, 빗물 웅덩이가 군데군데 보이는 보도에 닿으며 내는 노랫소리가 귀를 메운다. 여름의 비는 슬픔이나 하강과는 거리가 멀다.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함, 찌든 때를 씻겨주는 깨끗함이 여름 비의 성질이다. 빗방울이 더욱 굵어지고 점점 잦아들었다. 구름이 스스로 녹아내리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득 빗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상한 일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래처럼 내리던 비가 어느새 은은한 배경음악처럼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간격없는 빗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득한 전설처럼 내리는 안개비가 산마루를 자욱하게 감싸고 있었다. 수천, 수만의 물방울들이 거대한 장막을 이루며 바람따라 천천히 물결지고 있었다. 그 광경에 내 의식의 끝자락마저 촉촉히 젖어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창작문예
일기
+ 2 intere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