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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면을 인식한다는 것...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를 읽다... 현재 출간된 14권의 김연수 소설책 중 내가 읽는 정말로 마지막권. 등단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차후 출간된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모티프란다. 원제는 '세계로 가는 기차'였다고.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외 소설들이 80년대 학번들의 사회.정치적 환경이 녹아있다. 그렇다면 이 소설 역시 그렇다는 얘기다. 그의 소설을 시대적 배경에 따라 두 축으로 나누자면 1900년대 중반과 후반으로 나뉜다. 일제 말기와 한국전쟁, 민주화 운동과 광주항쟁. 많은 소설들이 이 두축에서 전개되고 엮어진다. 먼 훗날, 그 시대를 담담히 다양한 시각으로 증언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소설이 될 듯하다. p29 ".... 인간은 분열되어 있으며, 갖가지 가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장 훌륭하다는 이성 역시 한 개가 아니며 수 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인간의 퍼스낼러티는 말 그대로 온갖 종류의 가면이 비치되어 있는 분장실일 뿐이에요. 이 사실을 인식하여야만이 가면을 직접적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것이죠.... 자신 역시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해요." - 최민식의 논변. 이 소설의 중심사상이라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제목에 대해 최민식의 말을 빌려 설명하는 듯. p30 ".... 이 소설의 키 포인트는 인식이에요. 이 인식을 하고 자신의 가면을 가리키게 되는 순간, 그는 자신의 부모를 쏘았던 그 무자비한 가면들을 이 지상에서 삭제할 수 있는 윤리적 근거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반짝이는 순간들...

<청춘의 문장들+>를 읽다... 첫 <청춘의  문장들> 이후, 10년이란다. 이 책이 다시 나온 것이. 서른다섯에서 마흔다섯에, 이제 쉰다섯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청춘의 문장들++>이 나오려나? 아님 나이듦의 문장들이 나오려나? 작가의 나이도 이제 청춘은 넘어섰다. 나처럼... 이 책은 산문과 대담(금정연)을 번갈아 실었다. 작가의 유명세를 알 만한 책이다. 한 번에 엮어진 것이 아니라 10년의 대담을 엮은 느낌인데 그건 읽어봐야 알겠고... 10년, 청춘, 우연과 재능과 간절함, 직업, 소설, 불안, 점점 나아지는, 책읽기, 치유, 다시 10년. 각 장의 제목에서 그 내용이 가늠되는데 그려면 재미없고, 김연수의 재기발랄한 글들을 기대해 본다. 첫 번째 10년, 대담에서... <스무 살>은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녹아 있단다. 읽으며 그를 나는 알았다. 작가는 이런 글을 세상에 내 놓을 때,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무릎쓴다. 그리고 후회한다. 내지 말 걸.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객관화가 되었단다. 독자도 작가 김연수의 일화가 아닌 자신의 청춘을 읽고 있겠구나... 그렇다. 나도 <스무 살>을 읽으며 젊은 날의 나, 지난 날의 나를 보았다. 소설은 그렇게 시간을 조작하고 되돌린다. 그 안의 주인공은 청수도 영희도 아닌 나 자신인 것이다. 글에 대한 작은 희망이 일어난다. 솔직해도 된다는, 나를 엿보여도 된다는... 오히려 독자에게 더욱 친근하고 그럴 듯하게 다가오게하는 장치라는 걸 알게 한다. 두 번째 청춘, p43에서 그게 어떤 경험이든, 생각해보세요, 그 경험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당신들을 만든답니다. 그러니 더 치열해지세요. 더 절실해지세요.

깨달음은 언제나 착하다...

<청춘의  문장들>을 읽다... p34  그나마 삶이 마음에 드는 것은, 첫째 모든 것은 어쨌든 지나간다는 것, 둘째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 p35  시인들이란 모자란 것, 짧은 것,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은 자들이니 계절로는 덧없이 지나가는 봄과 가을을 지켜보는 눈이 남다르다. (p68 에서...)  청나라 사람 장조는 '사람은 벽癖이 있어야 한다'고 했단다. 꽃에 나비가 있어야 하듯, 산에 샘이 있어야 하듯, 돌에 이끼가 있어야 하고, 물에 물풀이 있아야 하고, 교목에 덩굴이 있어야 하듯, 사람에게 버릇 같은 벽, 병이 될 만큼의 몰두하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한다고. 존재하는 내가 스스로 빛나 보이는 순간, 견디지 못할 그 순간에 그것이라면 견디어질 그 무엇. 공감이 되는 작가 김연수의 벽, 소설쓰기. p106  누구에게나, 무슨 일이거나 처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갓 태어난 아이의 눈과 귀처럼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시간이 있다. - 대중음악평론을 썼다던 한 때, 어떻게 하면 대중음악 평론가가 될 수 있는지 질문을 받았다는 김연수는 처음에 대해 말한다. 처음 팝송을 공부했던 그 때. 그것으로 완성되지는 않았으나 순수하게 그냥 빠져들었던 그 한 때를... 나의 그 한 때는 언제였을까? 지금의 나를 있게한 한 때, 다음의 나를 있게할 한 때... 순수하게 빠져들었던 그 한 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첫 마음의 그 순간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