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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리뷰] <대호> - ‘호랑이’와 ‘천만덕’, 슬픔이 겹친다

1760만 명 최다 관객이 관람한 영화 <명량>의 일등공신, 배우 최민식. <올드보이>,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등 수 많은 영화를 통해 그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죠.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이 이번엔 일제 강점기 조선의 명포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리뷰, 영화 <대호>입니다. 조선의 최고 전리품인 ‘호랑이 가죽’에 매료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는 마을 사람들이 ‘산군’이라고 떠받는 지리산 외눈박이 호랑이를 손에 넣고 싶어 합니다. 마에조노는 일본장교 ‘류’와 조선의 포수대를 닦달해보지만 신출귀몰한 호랑이를 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급해진 류와 도포수 ‘구경’은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을 영입하고자 하지만, 만덕은 이미 오래전에 총을 내려놓은 채 늦둥이 아들 ‘석’과 약초나 캐며 살던 터였습니다. 만덕은 이들의 부름을 거절하나, 지리산 오두막에 처박힌 신세가 불만이었던 석은 자진하여 포수대에 찾아갑니다. 이번 영화에서 제일 눈에 띄는 점은 아무래도 호랑이 CG가 아닐까 싶습니다. CG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영화 속에서 ‘존재하는 것’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CG가 얼마나 사실적인가, 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프레임 안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그리고 컴퓨터로 만들어 낸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영화 <괴물>에서 극중 괴물이 ‘고아성’을 꼬리로 들어 올린 장면을 떠올려보면, 아무리 괴물을 정교하게 작업했다고 하더라도(그리 정교하지도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만), ‘음, 과연 끈으로 매단 티가 나는군’ 하는 어색함을 피할 수가 없었지요. 그런 점에서 CG의 액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CG를 ‘받는’ 배우들의 리액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짧은리뷰] 하트 오브 더 씨 – 상세한 포경의 묘사, 애매한 장르의 묘사

세계해양문학의 걸작이라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나 허먼 멜빌의 <백경> 같은 작품을 꼽을 수 있죠. 특히 <백경>은 현재 미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작으로 칭송받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했습니다. 허먼 멜빌에게 <백경>의 모티프를 제공한 실화가 있습니다. 1819년, 고래를 잡기 위해 낸터킷을 출항한 포경선 ‘에식스 호’의 이야기인데요. 오늘의 리뷰는 ‘에식스 호’의 실화를 다룬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입니다. 1819년 여름, 고래잡이를 위해 낸터킷을 떠난 ‘에식스 호’는 남태평양 한 가운데서 80톤에 달하는 향유고래에게 공격을 받습니다. 침몰한 배에서 살아남은 21명의 선원들은 세 개의 보트를 나눠 타고 육지를 찾아 떠납니다. 그러나 그들의 뱃머리가 향한 곳은 무풍지대의 드넓은 바다였죠. 그들은 희망 없는 바다 위를 무려 94일 동안 7,200km나 표류하게 됩니다. 작가 ‘허먼 멜빌’은 ‘에식스 호’ 사건의 생존자 ‘토마스 니커슨’을 찾아 그 때의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배’와 ‘포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에 있습니다. 범선이 출항 준비를 하는 장면부터 폭풍우속에서 위험천만한 항해를 하는 장면까지, 커다란 배를 띄우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선원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담았습니다(이는 분명 극장에서 더 멋지게 보여질 것입니다).

[짧은리뷰] 괴물의 아이 – 부족한 ‘괴물’들의 완전한 ‘I(아이)’되기

2013년,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죠. 그의 은퇴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긴 것은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몰고 왔는데요. 미야자키 감독이 활약했던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해체 수순을 밟은 반면, ‘포스트 미야자키’라고 불리는 차세대 연출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애니메이션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습니다. 바로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가 그 주인공인데요. ‘코믹스 웨이브 필름즈’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장편 애니메이션 <초속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을 발표하며 특유의 감성과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보였고, ‘스튜디오 치즈’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 워즈>, <늑대 아이>를 연달아 히트 시키면서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았죠. 오늘 리뷰는 지난 25일에 개봉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괴물의 아이> 입니다. 시부야의 어느 뒷골목에는, 인간이 사는 곳과 별개로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 ‘쥬텐가이’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있습니다. 쥬텐가이는 10만 명의 짐승주민이 살고 있는 괴물들의 세계죠.

[짧은리뷰] <더 폰> - 명품 스릴러가 그리워진다

2012년 SBS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의 주인공 손현주가 2013년 <숨바꼭질>, 2015년 5월 <악의 연대기>에 이어 10월 또 다시 스릴러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의 리뷰 영화는 <더 폰>입니다. 태양폭풍으로 전국적인 전파 장애가 일어났던 2014년 5월 16일, 서초동 한 주택가에서 부녀자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살해당한 사람은 변호사 ‘고동호’의 아내 ‘조연수’. 자기가 약속만 잘 지켰더라도 아내가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 ‘고동호’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아내를 죽인 범인이 잡히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또 한 번 대규모의 태양폭풍이 지구를 덮치는데요. 이때 ‘고동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옵니다. 발신자는 2014년에 살고 있는 죽기 직전의 아내였습니다. 영화 <더 폰>은 과거와 현재를 직접적으로 오고가는 타임리프의 영화가 아니라, 시간적 간섭에 의한 인과관계의 뒤틀림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프리퀀시>, <나비효과>의 계보에 닿아있는 영화입니다. 잠깐 찾아봤는데 ‘시간’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에도 여러 분류가 있더라고요(이 분류는 정확한 정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짧은리뷰] 마션 - 불행을 대하는 자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쓰는 리뷰입니다. 개봉일은 오늘로 되어있지만 사실 저는 며칠 전에 관람을 하고 왔는데요. 오늘 소개할 영화는 대중과 평단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 <마션>입니다. ‘아레스’는 NASA의 화성 장기 탐사 프로젝트입니다. ‘아레스 3 탐사대’는 화성 탐사 도중 초대형 모래폭풍을 만나게 되고, 그로인해 식물학자 ‘마크 와트니’가 불의의 사고를 당합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풍 속에서 그가 이미 사망했다고 판단한 탐사대원들은 곧 화성을 탈출하는데요. 폭풍이 지나간 뒤 ‘마크 와트니’는 탐사대가 떠난 붉은 사막의 행성에서 홀로 눈을 뜹니다. 촬영기술의 발달로 선명하고 생동감 넘치는 우주 배경의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를 이야기할 수 있겠는데요. 두 작품은 시각적인 스펙터클뿐만 아니라 작품적인 완성 또한 높아 무척이나 인상 깊은 영화였습니다. <마션>은 '우주 영화'로써 두 작품의 뒤를 이으면서도, 한편으로 색다른 면모를 보이는데요. 영화가 지향하는 ‘색’ 자체가 앞선 두 영화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난 영화’ 하면 ‘바다’ ‘폭풍우’ ‘무인도’ 같은 소재들을 흔히 떠올릴 수 있죠. 주인공이(혹은 주인공 일행이) 생존을 위해 궁핍한 무인도 생활을 견디면서도, 생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고 ‘조각배’(혹은 정말 나무 조각)를 띄워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그런 이야기들 말이죠. 하지만 '마크 와트니'에게 닥친 조난은 '아무것도 없는 행성’ 위에서 펼쳐집니다. 게다가 자신이 있는 곳과 돌아가야 할 곳 사이엔 광활한 우주가 놓여있죠. 자체적으로 탈출할 수단도 없고, 지구에선 자신이 살아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