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넓고 사람 많은 중국. 중화사상부터 공산주의, 그리고 가공할 성장세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국은 사회와 경제 그리고 정치까지 그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나라를 이끄는 대 재벌의 입지 역시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데 그 중 한 명인 다롄 완다(달리안 완다) 그룹 회장 ‘왕젠린(王健林, 그림1)’. 자수성가한 이 재벌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축구팬이라면 이 이름이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이 부자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강호인 ‘Atletico Madrid'(이하 ATM)의 지분 20%를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그림 2, 3). 그렇다면 멀고 먼 중국 부자가 대체 왜 스페인 축구단에 투자하는 걸까요? 먼저 이 부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왕젠린 혹은 왕 지안린이라고 불리는 이 남자는 중국에서 자수성가 형 부자의 대명사로도 통하는 사람입니다. 왕젠린은 1954년 쓰촨 성(省)의 공업지대에서 오형제의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군인이었는데 그 영향으로 왕젠린 역시 10대에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했습니다. 충실히 14년의 복무를 마치고 제대했으며 이후 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 하급관리로 새로운 이력을 쌓기 시작합니다. 1988년 왕젠린은 자신의 숨어있던 재능을 살려 모두가 기피하던 판잣집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착실히 부를 쌓기 시작하죠. 지금의 다롄 완다 그룹의 시초가 되는 사업이었는데 군 경력과 하급관리 이력으로 얻은 공산당원 직책을 이용, 지방 정부와 강력히 유착하면서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패턴인데 왕젠린 자신은 중국 전(前) 총리 원자바오의 사위이기도 합니다.
작은 판잣집 부동산으로 충실히 돈을 쌓은 왕젠린은 호텔과 백화점 영역으로 쏟아 부으면서 이후 전용기를 소유한 중국 최초의 사업가가 되었습니다. 스스로를 ‘전력 질주하는 코끼리’라 칭할 정도로 광속성장을 거듭했는데 현재 다롄 완다 그룹의 총 자산 규모는 2013년 기준 회사 총자산은 628억달러(약 69조1,239억원)에 달합니다. 연간 수입은 308억달러(약 33조9,015억원)에 이르고 순익은 20억달러(약 2조2,014억원)를 기록했죠. 5성급 호텔만 60개를 보유하고 있고 중국 곳곳에 84개의 백화점을 거느리고 있고, 영국 요트 회사 선시커를 인수한 바도 있으며 뉴욕과 런던에도 고급호텔을 지을 계획을 발표하며 그룹을 북미 지역으로까지 진출시키려는 야망을 드러냅니다. 이런 그룹 규모 덕에 왕젠린은 한 동안 중국 부자 서열 1위를 지키고 있었는데, 최근 중국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뉴욕 증시에 회사를 상장시키며 2위로 밀려나고 말았습니다.
이에 왕젠린 회장이 자존심이 상했던 걸까요. 사실 서열에서 미끄러지기 전부터 수립된 계획의 일환이었겠지만 어쨌든 왕젠린은 그룹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왕젠린은 미국 영화의 산실인 할리우드를 노리기 시작합니다. 최근 할리우드의 제작사 중 하나인 ‘라이온스 게이트 엔터테인먼트’의 회장인 마크 라체스키가 보유한 37%의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접촉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죠. 라이온스 게이트는 최근 ‘헝거 게임’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한 회사로 아직 협상 단계지만 곧 왕젠린이 최대 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합니다. 동시에 또 다른 제작사인 MGM 역시 노리고 있으며 이미 2년전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 규모의 극장 체인인 AMC를 손에 넣은 바 있습니다(그림4). AMC 인수 규모는 26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를 통해 왕젠린은 미국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극장 50개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22개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중국 역대 해외 투자 금액 중 가장 큰 규모였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왕젠린은 LA에 지어질 영화 아카데미 협회 박물관을 위해서 통 크게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기부하기까지 합니다. 왕젠린은 “세계 영화 배급 시장의 20%를 내가 가져갈 것이다”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는데 과연 그 끝이 어딜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