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Following
0
Follower
0
Boost

시나몬 애플파이

파스텔 톤의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이곳은 내가 자주 오는 단골 카페다. 홍대에 즐비한 카페들처럼 수제 차가 잔뜩 있고 예쁜 소품들과 조용한 분위기, 손수 만든 것 같은 메뉴판이 귀여운 이 카페는 내 안식처나 다름없다. 하지만 커피만 마시면 밤을 지새워 좀비가 되는 내가 이 카페의 메뉴란 메뉴는 다 섭렵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카페 아르바이트 생 때문이다. 저 기다란 팔다리와 동양적인 눈매, 오똑한 코, 저 탐나는 앵두 같은 입술까지. 뭐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이 청년을 나는 몇 개월째 지켜보는 중이다. 그렇다고 나 혼자 사랑에 빠져 있다고 하면 오산이다. 내가 올 때마다 환히 웃으며 반기는 것은 서비스의 일종이 아니라 정말 서로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동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가끔은 강렬한 청년의 눈빛을 보다가 당장 나도 모르게 좋아한다고 고백할 것 같아 심장이 떨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완벽한 상황에 단 하나의 걸림돌이 있는데 그것은 같은 직장, 내 옆 자리 인해씨다. 내가 이 카페에 올 때마다 찰싹 붙어서 이 카페에 들려 저 청년을 꼬시려 애를 쓰는 데 그 모습이 얼마나 눈꼴사나운지 말도 못한다.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는 건 기본이요, 주문할 때면 나서서 계산대로 가 교태를 부리는 모양새가 불여시임에 틀림없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어쩜 목소리마저도 내 취향인지! 오늘도 예외 없이 테이블에는 향긋한 커피 두 잔과 시나몬 애플파이가 놓인다. 다른 사람들이 시킬 때 보면 절대 나오지 않는 이 시나몬 애플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