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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한때 나는 소설만 쓰며 살았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글 쓰고, 밥 먹고 글 쓰고, 담배 한 대 피우고 글 쓰고, 커피 한잔 마시고 글 쓰고, 잘 쓴 남의 글 읽다가 그만 질투가 나서 집어던지고 내 머리 쥐어뜯다가 다시 앉아 글 쓰고… 그냥, 그렇게 글만 쓰고 살았다. 읽고, 쓰고 했던 일 외에는 대학 생활에서 건질 만한 기억이 딱히 많지 않다. 잘했다기보단 열심히 한 덕분에 창작 수업에서 만큼은 A+를 놓친 적이 없었고, 3학년 땐 계간지 <한국문학>에 단편 소설을 싣기도 했는데, 그렇다고 훗날 글로 밥 벌어먹고 살겠단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배고픈 예술가? 내 타입이 아니다. 그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비록 소설가를 꿈꾸진 않았지만 정작 졸업반, 마지막 기말고사 직전까지 나는 대산문학상 준비에만 온 힘을 쏟았다. 두 달을 폐인처럼 글만 쓰다가 공모전에 작품을 보낸 뒤 정신을 차리고 나니 기말고사 시즌이었다. 학생 신분으로 마지막 시험을 치르고 강의실에서 나오며 그제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