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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이야기 #4. 나리와 친해지기

지난 이야기의 마지막... 나와 눈이 마주친 나리는 깜짝 놀래며 뒹굴었다. 그러다 침대 틈 사이로 뒷다리가 쏙 들어가더니 몸이 침대에 끼여버렸다. 바둥바둥 움직이며 침대 위로 올라가려는 나리의 모습이 참 귀여웠지만 '아직도 내가 무서운 것일까'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이제 나리와 친해져야겠다고. #4. 나리와 친해지기 처음 나리를 기르기로 결심한 것은 '안락사'라는 선택지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연하게도 고양이를 기르던 누나가 외국을 떠나기 전 각종 용품들을 "나 대신 버려줘"하고 떠넘겼던 시기였다. 나는 큰 돈 안 들이고 고양이를 기를 수 있겠다 싶어 결정한 충동이었다. 처음 집에 데리고 왔을 때는 나리가 울던 "쀅"하는 소리는 짜증이 나는 소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소리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나를 조금 바꿨던 것 같다. 굳이 표현하자면 '아... 말은 안 통하지만, 내 정성은 통하는구나' 정도다.

베토벤을 향한 '열정'을 '발트슈타인'으로 바뀌던 날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나 또한 베토벤 소나타하면 떠오르는 것은 '월광'이다. 하나 더 붙이면 '비창' 정도일까. 비창 3악장을 들으면 누구나 "아! 이거 나 알아!" 라고 말한다. 아마 영화, 드라마 등 수많은 매체에 노출된 곡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베토벤 소나타 중 어떤 곡이 좋냐고 물어보면, 나는 '열정'이라고 말했었다. 3악장에서 터지는 강함과 약함은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워낙 많이 연주되는 곡이기에 다른 피아니스트들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때론 내가 기대했던 부분에서 음이라도 한번 뭉개져 들리면 (페달을 잘못 사용했기 때문이다) 즐거운 긴장이 뚝 끊겨 다음 악장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집중력 회복이 힘들어진다. 그런데 열정은 1악장에서 긴장이 한 번 끊어지면 2악장은 너무 듣기 힘들다. 2악장은 좀 쉬어가는 느낌이기 때문이니깐. 3악장에 1주제에 끊기면 이건 최악이다. 다시 돌아오는 1주제를 반갑게 맞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열정을 듣고 싶다는 열정이 식어버린다. 열정에 대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클래식 공연을 갔을 때 연주자가 완성된 곡을 틀리지 않고 연주하는가, 곡을 제대로 전달하는가를 중요하기 생각하며 공연을 즐긴다. 여기에 연주자만의 스타일(강약 조절, 때로는 팝피아니스트처럼 박자가 달라지기도)이 녹아있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좋은 일일 뿐이다. 말 그대로 곡을 자체를 스피커가 아닌 라이브로 잘 감상하기 위해 가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이런 생각이 확 달라지게 만든 공연이 있었다. 2년 동안 8번에 걸쳐 베노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연주한 피아니트스 김선욱의 공연이었다. 내가 간 것은 5번째 공연이었는데, 이날은 17번 템페스트부터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했다. 그 중 발트슈타인을 들으며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되는데, 예를 들면 '노다메 칸타빌레'의 등장 인물들이 곡을 들으며 머릿속에 곡과 관련된 풍경을 상상하는 행위와 같은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