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rnative Playlist
by
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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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라이스와 리사해니건, <아일랜드 더블린>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영국인은 잠시 고민하다 '아시아의 아이리쉬'라고 답을 했었다. 다른 인터뷰이들의 답은 다 지워졌어도 그 답변만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이유는 나 역시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기 때문. 물론 반대로, 나는 아이리쉬를 '유럽의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사진은 넘겨서 봐 주세요) 만약 템플바 스트릿에 집이 있다면 밤새 뒤척이다 부신 해에 짜증 섞인 탄식을 내뱉으며 눈을 떠야 할 것이다. 암만 더블린의 펍들이 새벽 한두시면 대부분 문을 닫는다 쳐도 손에 맥주잔을 들고 거리를 나선 이미 거나하게 취한 이들을 말릴 수는 없으니. 낮에는 그렇게 수줍게 웃던 사람들이 밤에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양 모두가 친구가 된다. 펍 웰란스. 데미안라이스와 리사해니건이 처음 만나 함께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곳. 그 곳에서 리사해니건의 공연을 볼 기회가 생겼다. 사실 한국에서는 데미안라이스에 가려져 그리 알려진 가수가 아닌데다 아일랜드에는 워낙 걸출한 뮤지션이 많아 괜찮겠지, 하고 공연 시작 직전에 도착한 펍에는 정말이지 발 디딜 곳 없이 가득 찬 사람들.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I don't know'를 몇백명의 사람들이(대부분 남자들이) 떼창을 했던 그 때 그 기억은 아직도 나를 살게 하는 이유 중 하나. 펍 2층에서도 잘 보이지 않아 카메라를 들고 안절부절 못하던 그 펍 내의 거의 유일한 동양인이었던 나를 조금이나마 더 잘 보라고 앞으로 보내 주었던 이름 모를 레즈비언 언니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물론 그 때도 말했지, 'Thanks a million!'이라고. I don't know - Lisa Hannigan 내가 아일랜드에 관심을 갖고 또 찾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뮤직비디오 때문이었다. 데미안라이스 곁에서 항상 울적한 표정만 짓고 있던 리사가 이렇게 행복한 표정으로 이렇게나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아일랜드의 한 펍에서 찍은 뮤직비디오이다. 이 노래가 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사의 노래, I don't know. 이 뮤직비디오를 보고 어찌 아니 리사와, 또는 아일랜드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언젠가 늦은 오전, 길을 걷다 문득 옆에 선 아이가 건넨 말. 한동안은 이 소리가 그리워 질 것 같아. 며칠 뒤면 아일랜드를 떠나게 될 아이. 아무 생각없이 걷던 나도 귀를 기울였다. 퉁. 퉁. 퉁. 케그(술통)가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펍이 즐비한 거리, 그 날 저녁을 준비하는 펍들의 소리. 요즘은 사실 닮은 펍들이 한국에도 너무 많이 생겨서 이태원이나 홍대 어디를 걸을 때면 머릿속이 한 케그 두 케그 끊임없이 퉁 퉁 굴리는 소리로 가득 차 가끔 멈춰 울컥하기도 한다. 사진은 사랑하는 아일랜드를 두고 스페인의 어딘가를 여행하던 중 만난 아이리쉬 여자아이가 추천해 줬던 펍 SHEBEEN. 자주 공연하는 이를 안다며 연락처까지 적어 주었지만 따로 연락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꿈처럼 남아있네. #추억팔이 2011년의 더블린 템플바스트릿 + 데임스트릿 + 그라프튼스트릿 의 사진들입니다. 앞으로도 여러 곳들의 추억팔이를 그 곳이 떠오르는 노래들과 함께 포스팅할 예정이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추억팔이 컬렉션 : https://www.vingle.net/collections/2757658
2015년 2월 12일은 벨앤세바스찬의 날
오늘 첫 단독 내한공연으로 벨앤세바스찬이 찾아옵니다. 티켓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뒤늦게나마 혹하는 분들은 예매하시거나 현장으로 바로 가셔도 될 듯 해요. 특히 이번 내한에서 기대되는 건 새 앨범을 어떻게 부를까에요. 신보 <Girls in Peacetime Want to Dance>는 살짝 충격. 특히 이 곡 <The Party Line> 충격. 모르고 들었으면 벨앤세바스찬 노래인줄 몰랐을 거에요. 조용히, 염세적으로, 허무를 담아, 그러나 삶에 대한 애정도 놓지 않고, 노래를 읊조리던 벨앤세바스찬 범생이들이 갑자기 뿅뿅거리는 음악을 들고 왔기 때문인데요. 충격받은게 저뿐만이 아닌지 지금 팬들 사이에서는 변절(?) 논란이 있는데 여기에 대해 벨앤세바스찬은 이런 의견을 밝혔어요. 사실 전 뿅뿅거리는 노래는 좋아하지만 이 곡은 별로. 다음곡이자(영상을 옆으로 넘겨보세요) 타이틀곡인 <Nobody's Empire>가 훨 좋아요. 오늘이 벨앤세바스찬의 날인 이유는, 내한공연 때문만은 아니에요. 벨앤세바스찬의 리더 스튜어트 머독이 연출한 영화 <갓헬프더 걸>이 개봉하는 날이기도 해요. 영화는 아직 못봤지만 음악 좋고, 빈티지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매력만점이라하고 평도 좋아요. 줄거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한 빈티지 주크박스 필름. 위태로운 방황의 시기를 겪던 소녀 이브는 우연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이 정말 원하고, 잘하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이브. 하지만 어느 날 뜻밖의 위기가 찾아오는데... 찬란했던 그 여름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비긴 어게인> 대히트의 물결을 타고 잘되기를 기대해요. 벨앤세바스찬은 사실 저에게는 특별한 밴드인데요. 얼마전에 영화 <국제시장> 칼럼에서, 세대간의 갈등을 분석한 구절이 요즘 맴도는데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15세-25세까지 무엇을 체험했는가에 따라 완성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사회는 변해도, 사람은 자신이 청춘을 보낸 그 때 그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청춘에는 벨앤세바스찬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가장 신나게 살았던 시절에 이들의 첫 공연을 보기도 했고요. 2010년 여름. 더 정확히는 7월 30일 금요일, 오후 5시 30분. 벨앤세바스찬의 무대가 시작됐을텐데, 저는 지산에 진입하는 길목은 주차장이 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어요. 그리고 공연장에 도착하자마자, 짐은 하나도 안 들고, 마구 뛰어서 한참 공연중인 무대의 관객으로 합류. 춤추기에는 어색하고 안추기에도 어색한 음악에, 신이 나서 폴짝폴짝 뛰며 좋던, 날씨 좋던 잔디밭 위에서의 공연이 잊혀지지 않네요. 그래서 2015년 2월 12일, 5년이 지난 후 오늘의 공연이 더 두근두근 합니다. 혹시 빙글에는 벨앤세바스찬을 브금으로 청춘 보낸 분 안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