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메모 13] Third Wave Coffee
미국 오클랜드에서 처음 선보인 블루보틀커피는 자국 내 18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네트워크 커피 전문점입니다. 커피매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인텔리젠시아 커피, 스텀프타운 커피등과 더불어 커피시장에서 Artisanal Cafe (장인의 카페) 라는 새로운 형태를 선보임으로써 Third Wave Coffee 라는 기조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기조가 탄생된 배경을 살펴보면 미국 내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 대형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이 폭발적인 성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른바 Expensive & Expansive, 즉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화려한 집기들로 구성되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나가는 상황에서 반대로 커피 재료 본질에 집중하고 다양한 추출기법을 개발하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더 나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이였던 것입니다. 또한 커피 생두 재배부터 수입, 로스팅, 추출, 그리고 한 잔의 커피음료로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소개하면서 결국 커피를 상품이 아닌 식품으로 바라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미국발 Third Wave Coffee 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여 일부 유명 바리스타나 로스터들이 남미나 아프리카 등지의 농장과 계약하여 산지에서 커피생두를 들여와 직접 가공, 로스팅까지 전 과정을 다루는 커피전문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또한 직접 수입을 하진 않지만 양질의 생두를 공급받아 로스팅하는 업체들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신호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커피맛을 개선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노력이 프랜차이즈 매장을 점차 닮아가고 있는 부조리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이엔드급의 에스프레소 머신이 셋업되고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추출도구나 관련장비들이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감각의 최첨단을 달리는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화려함까지 겸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여러 정보를 섭취하는터라, 거기에 길들여지기 시작했고 결국 그런 소비자들에게 '더 새롭고 더 화려한 테크닉과 머신'을 선보이고자 하는 노력은 스스로 차이를 만들 수 없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언제든 aritsanal Cafe 컨셉트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어느 누구도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는 제로섬 게임으로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혹은 스타벅스와 같은 유명세를 지닌 브랜드가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셈이기도 합니다. 이미 스타벅스의 경우엔 이러한 기조에 대응하고자 클로버와 같은 업체를 인수하기도 했고 세컨 브랜드인 리저브를 런칭하기도 했으며 로스팅에서도 Light 한 느낌의 원두를 공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커피시장은 양적으로 팽창되어 있습니다. 넓고 얕게 퍼져있는 셈이죠. 고가 커피시장부터 저가커피 시장까지 골고루 입맛에 맞게 생성되어 인스턴트 커피에 입맛이 특화된 소비자들층까지 흡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턴 질적인 팽창이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되겠지만, 자신의 우물을 더욱 더 깊게 파고 본질 자체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소견이지만 무엇이든 빨리 흡수하고 선진국처럼 행동하길 바라는 우리의 국민 DNA 는 다른 나라와 달리 보다 더 빨리, 많이를 외치며 커피의 질적 성장을 외칠 수도 있다고 사료됩니다.
어쨌든 제가 생각하는 가장 BEST COFFEE 에 대한 경험은 쿄토 이노다 커피입니다. 어떤 커피 음료를 마셔도 '아! 여기만한 곳이 없어' 라고 느낄 정도로 제게 특화된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이노다 커피 산조점은 이미 40년이 넘은 곳이기에 인테리어도 형편 없고 하이엔드급의 커피머신 자체도 없습니다. 오로지 물을 끓여 커피를 손으로 내리고 국자로 떠주는 것 밖엔 없습니다. 그곳에선 화려한 테크닉도 필요없고 자신들의 커피를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커피 바리스타들의 수상경력도 그곳에선 무감각할 정도로 의미가 없달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노다커피를 손에 꼽는 이유는 바로 '자기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개인 소비자가 어느 카페에서든지 그것을 느낄 수 있다면, 혹은 그렇게 느끼게 해준다면 Fourth Wave Coffee 가 도래해도 생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