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기도
퇴근 하고 집에 돌아와 불꺼진 아이의 방문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곤히 잠든 녀석의 머리맡에 앉아 개구리처럼 두 다리를 벌리고 만세를 부르듯 누운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음 짓습니다.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세상 아무런 걱정도 없는 듯 마냥 평온하기만 한 모습을 보며, 언제까지나 이렇게 편안한 모습으로 잠들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전쟁처럼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생활 속 찌푸린 얼굴이 아닌
나를 온전히 드러내며 자신의 삶을 사는 순간들이 일상이 되는 삶, 그래서 항상 행복한 얼굴로 잠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보며 생각합니다.
내가 하지 못햇던 경험, 꿈꾸지 못햇던 것들
그 무엇이든 해주고 싶지만
그것이 나의 욕심에 의한 강요는 아닌지,
나의 부족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 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 무한의 가능성을 가진 아이의 미래를
나의 편협한 잣대로 규정하려 드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또 반성합니다.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길에서
나의 뜻대로 이끌려 하지 않고,
단지 아이가 내딛는 걸음마다
나를 보며 확신과 자심감을 가질 수 있도록
같은 자리에서 언제나 묵묵히 서 있는
이정표가 되려 합니다.
그저 힘들때 한번씩 바라보고,
삶에 지칠 때 찾아가 쉴 수 있는
산이 되려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먼 훗날 아이가 추억이 많아 행복한 삶을 살고,
생의 고비마다 행복한 기억을 통해
살아가는 힘을 얻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그 추억속엔 나와의 기억들이 함께 하며,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 마찬가지로
아이의 기억속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도 같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