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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m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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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감각적으로 경험했을 때, 차이가 있을까?
사고실험의 보고라 할 수 있는 존 로크의 《인간 지성론》에는 과학자기자 정치가인 윌리엄 몰리뉴가 존 로크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몰리뉴는 존 로크에게 다양한 유형의 인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차이에 관해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선천적인 맹인이 있었네. 이제 성인이 된 그가 같은 재질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의 같은 크기의 정육면체와 구체를 촉각을 통해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서 순전히 촉각으로만 어느 것이 정육면체이고 어느 것이 구체인지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치세. 그런데 만일 그 맹인이 시력을 되찾아 눈으로 볼 수 있게 된다면, 탁자에 놓인 정육면체와 구체를 손으로 만지기 전에 시각으로만 어느 것이 구체이고 어느 것이 정육면체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몰리뉴는 자신의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간결하게 말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선천적인 그 맹인이 촉각을 통해 구체와 정육면체를 구분하는 경험을 했더라도 시각적으로는 어떤 경험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네. 다시 말해 손으로 만졌을 때 고르지 않은 정육면체의 각진 모서리가 눈으로 봤을 때도 그럴 거라는 걸 아직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이 문제는 향후 2세기 동안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지금까지 수많은 저명한 사상가들이 이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해서 다양한 결론을 끌어냈다. 로크는 시각과 촉각이 완전히 다른 감각이어서 맹인이 시각을 회복한다고 해도 처음 눈으로 봤을 때 구체와 입방체를 바로 구분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로크는 《인간 지성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내 친구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이 빈틈없는 신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맹인은 시각을 회복하더라도 여전히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각으로는 구체와 정육면체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겠지만, 구체와 정육면체를 눈으로 처음 보고나서 단번에 어느 것이 구체이고 어느 것이 정육면체라고 확실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경험이나 개념을 이용하고 그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번 기회에 독자들도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경험이나 그동안 습득한 개념에 신세를 지고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란다." 몰리뉴와 로크의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지만, 실험을 해보면 이 질문을 받은 사람의 대부분은 정반대로 생각한다. 직관에 직접적으로 호소함으로써 쟁점을 명확히 하려는 사고실험인 이 문제의 핵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위 컨텐츠는 《데카르트처럼 생각하기》에서 발췌·편집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