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necan's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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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 일 기
복사꽃 흐드러진 산기슭 양지바른 곳 양철지붕 햇살에 달구어지던 그때 쯤 강 건너 완행버스 흙먼지 뽀얗게 일으키며 신작로 따라 누이를 실어 간 시절 뻐꾸기 울음에도 울컥 눈물이 솟던 초록빛 나이 주변의 모든 가난은 넘을수 없는 산으로 보였다 가난이 누이마저 데려갔으므로 누구를 미워할 수 없어 뻐꾸기처럼 울면 되었으므로 복사꽃 피고지며 개복숭아 열리기를 몇해가 지났을까 벌레먹은 개복숭아가 오히려 약이된다며 물컹하게 반을갈라 지문같은 씨앗을 발라내며 허기를 채우던 청동의 나이 누이를 싣고 떠났던 완행버스에 누이는 없었다. 물기묻은 뒷모습이 차창에 덜컹거릴 뿐 흔들리는 심정이 척추로 전해지는 핏빗 노을 먼지맛에 들이켜던 콧물에도 노을이 물들었다. 일부러 신작로를 울퉁불퉁 걷는다 고향의 흙냄새 같았으므로 먼짓내 나는 신작로를 언제 걸어보았던가 산 제비 울음소리 앞산에 부딪히고 여전히 양철지붕 뒤로 복사꽃 무리지어 노을처럼 붉어지는 나이 구불구불한 삶의 신작로를 걸으며 걸으며 매캐한 연기 배고픈 굴뚝이 지은 보리밥에도 굵어진 나잇살 턱없이 가난해서 마음만 맑았던 세월 모난 돌을 굴려 강돌을 만들어 내는 개울물의 속성을 이해하게 된 은빛나이 밭고랑 돌멩이가 햇살에 데워 졌다가 새벽녁 흙 보다 더운 몸으로 이슬을 만들고 그 이슬 받아 실하게 자란 수숫대궁 붉음을 아는 나이 신작로의 먼짓내가 달게 삼켜지는 내 유년의 잔인한 뻐꾸기 울음소리 들리는 꽃피는 시절 양철지붕 따스히 달구어지는 오후의 햇살쯤...
산중일기
그곳으로 간다 추억의 놀이터라 해도 좋겠다 게을렀던 마음을 학대라도 하듯이 낫질을 해 댄다 산 비탈의 국유림에서 화전밭을 일구듯 잡목을 다듬어 거친 밭을 만들다가 이따금씩 만나게 되는 칼칼한 바람의 맛 그거면 됐다 개울가의 납작한 돌들을 주워 마당 한 켠의 수돗가를 장식하다가 땀내나는 얼굴로 마시는 지하수의 그 청량한 맛. 그거면 족하다 그것이면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캄캄한 하늘에 촘촘히 박힌 배부른 별들을 보면 어떻게 되겠지 싶은 것이다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을 미세한 초승달이 빙그시 웃는 밤 ~~~ ~~~ ~~~ 빈집의 주인들 나는 비어가고 빈 집은 비어 있지 않았다 휘파람 소리 주인 행세를 하던 빈 소주병이 오래도록 즐겼던 낡은 텔레비젼에게 말을 걸고있다 음침한 어둠과 흙벽돌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한 먼지가 우울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악수의 손 들은 때가되면 안녕을 흔든다. 우리는 익숙하게 가슴과 분리된 이별의 손짓에 능숙한 도시의 이방인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한적한 눈 길을 걷는다 움푹 패인 눈의 가슴을 보았다 누군가의 가슴 언저리를 지나는 일이 이토록 경건해 지는 것은 가슴으로 마음을 나눈다는 징표 같은 것 서로에게 다가서는 발자국은 빈 마음으로 비어 진 마음에 스며들기 때문 이리라 달빛은 밤마다 접동새 이따금씩 추워 우는 소리와 골짜기에 부서진 바람들을 데리고 개울물의 젖은 발자국 소리를 따라 빈집의 울타리를 넘는다 빈 집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휘파람 소리를 듣는다 나는 비어있으므로
산중일기
눈내리는 살둔마을을 서둘러 빠져 나갑니다 싸락눈으로 시작된 눈이 어느새 함박눈으로 바뀌더니 비좁은 신작로는 금새 흰눈으로 덮여 버립니다 미산계곡을 빠져나와 아홉싸리재 고갯길을 오르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벌써 차랑 서너대가 갓길에 미끄러져 있습니다 차를돌려 다시 오던길을 내려갑니다 트렁크에 돌덩이들을 줏어 싣고 조심에 조심을 더 합니다 재작년 눈길을 무리하게 나섰다가 5중충돌을 경험하고 부터는 눈길이 젤로 무서워 졌습니다 살둔마을 입구 공터에다 차를 세워 두기로 합니다 4킬로 남짓한 좁은 신작로엔 이미 한얀 눈으로 덮여있기 때문입니다 걸어서 언덕을 오르는것도 만만치 않네요 정말 오랜만에 걸어보는 한적한 길 겨울 풍경에 푹 빠져 봅니다 발자욱만이 따라오는 아득한 이런길을 언제 또 걸어 볼까 싶네요 유치한 놀이를 하면서 추위를 이겨 봅니다 올 한해는 시사모와 인연이 깊습니다 어제 시상식을 마치고 내려온 터라 신작로에 시사모를 발로 써 봅니다 시사모가 가리키는 길의 끝이 어디일지... 그냥 가보기로 합니다 그칠기세가 전혀 없는 눈속을 또 그렇게 걸어갑니다 산장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내려왔네요 하얀 눈속에 빠져버린 살둔마을 오늘은 이곳에서 깊은 잠에 빠져 볼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