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되찾는 심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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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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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되찾는 심리와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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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외로운 세상의 사랑
개봉했을 때부터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냥 넘어갔던 영화. 스칼렛 조핸슨이 목소리 연기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는 영화다. 근미래, 디지털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날로그 감성의 손편지를 대신 써서 보내주는 기업이 있는 시대. 편지 대필작가인 테오도르는 인공지능 OS 사만다를 구매, 설치한다. 사람보다 더 사람같은 사만다와의 관계에 빠져들며 연인사이가 되는 테오도르. 외로움에 마음이 허하던 그에게 웃음 짓는 일상이 돌아온다. 사만다는 생각하고, 걱정하고, 질투한다. 자기 몸이 없다는 것을 애석해하며, 테오도르와의 관계 뿐 아니라 네트워크망의 여러 정보를 통해 배우고 진화하며 감정을 알아간다. 그 모습에 흥미를 느끼며 사만다의 성장에 흐뭇해하고 애정을 품게 되는 테오도르. 공교롭게도 테오도르의 전아내 역시 '성장'하는 캐릭터였다. 아내 캐서린은 테오도르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몸 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까지 나눈 사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인지 서로 간극이 생겨 별거 중이고, 늘 함께일 것만 같았던 아내와 헤어진 후로 테오도르는 공허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영화 내내 인간적 따스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붉은 톤이 흐른다. 그리고 차가운 단절이 연상되는 장면에는 푸른 톤이 흐른다. 테오도르의 옷이 유독 레드인 것은 그가 뜨거운 피가 흐르는 진짜 살아있는 존재임을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만다와 함께 하는 장면은 따스한 붉은 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만다를 통해 인간의 가장 따스한 감정인 사랑을 느끼는 테오도르. 그들은 함께 걷고, 음악을 듣고, 같은 거리를 보며(카메라를 통해) 추억을 만들어간다. '사람의 몸'이 득시글한 해변, 사만다와 테오도르는 사람을 관찰한다. 몸이 있다는건 어떤 느낌인지? 몸이 있다면 만질 수 있을텐데- 사만다는 왕성한 호기심으로 테오도르와 '닿고' 싶어한다. 매일 함께 하고, 누구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몸이 없기에 아쉽다.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반면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에 만족한다. 친구들에게 연인으로서 소개하기도 하고 같이 더블 데이트를 즐긴다. 세상엔 os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한다. 외로움의 세상이다. 잘 통하는 것 같으면 프로그래밍된 가짜라 하더라도 마음을 내주는 서글픈 세상이다. 영화는 사만다의 존재를 모호하게 그린다. 인공지능으로 학습하다보니 정말 '감정을 흉내내는 것' 이상으로 인격체가 된건지, 그저 아주 인간 흉내를 잘 내는 프로그램일 뿐인지가 헷갈린다. 사만다의 다정함과 유머감각, 사랑스러움은 인공지능도 영혼이 깃들어 사람에 준하는 무언가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싶을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영화 중간중간 테오도르는 '이건 가짜'라고 말하기라도 하듯, 자기 작업물을 가리켜 '이건 편지일 뿐이야'라고 한다. 섬세하고 여성적인 감성을 가진 그는 많은 이를 감동케 하는 편지글을 쓰는데, 직장 동료는 늘 그에게 찬사를 보낸다. 너무 감동적이라고. 테오도르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그건 그냥 (가짜) 편지다.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엔 마음이 없다. 의뢰자의 몇몇 사진 자료나 에피소드를 보고 작가가 그럴싸하게 다정한 어투로 '마음을 전하는 것처럼' 흉내를 내고 있을 뿐이다. 사만다 역시 마찬가지다. 컴퓨터 속 방대한 자료를 우수한 연산능력으로 스캔하여, 사용자가 좋아할만한 편지를 매순간 쓰고 있는 셈이다. 이건 편지일 뿐이야. 이건 컴퓨터일 뿐이야. 그럼에도, 테오도르는 사만다에게 마음을 주고, 사랑하고, 집착한다. 마치 사만다가 사람인 것처럼. 테오도르가 가짜로 지어서 쓴 편지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처럼.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테오도르가 즐기는 게임에 등장하는 한 캐릭터는 아이의 모양새를 하고 욕을 날리면서도 도움을 주는 귀여운(?) 녀석이다. 주거니 받거니 말도 하지만, 가상 세계 속 꼬마는 푸른색에 갇혀서 등장한다. 아무리 진짜같아도(그래픽이 실감나건, 목소리가 자연스럽건), 가짜는 가짜다. 그런데 그 가짜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교류가 일어나면, 그리고 공감 받는 것처럼 느끼면, 애정을 주는 이들이 있다. 테오도르처럼. 전아내가 테오도르에게 '당신은 진짜 감정을 감당하질 못해'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진짜 관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외로움을 채우고자 가상의 관계를 만들려 하고, 의미를 부여하고자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만나는 사람이 많지도 않은데 조금 쓸쓸해지기도 하고. 하지만 또 만나는 사람이 많다고 다 의미 있는 관계도 아닌거고. 거참 쉽지 않다. <HER>는 사람과 사람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외로움에 관한 영화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감정을 얽어가며 사는 것이 사람다운 것이라고. 그 사람끼리의 부대낌이 너무나도 그립고 절실해서, 가짜임을 알아도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늉에 쉽게 손내밀게 된다고. 그러니 요즘처럼 '이미지로 소비하는 세상'에선 더욱 실제 사람의 손을 놓지 말라고 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SNS 등의 가상관계, 점점 리얼해지는 게임 등 가상월드. 관계도 가상으로 맺고, 텍스트 교류로 '관계 맺고 있다'고 착각하는 세상. 온기가 아닌 차가운 기계를 터치하며 만나는 관계는, 허상이 아닐까? 하지만 그 교류 속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그것이 연기라도-에 매달리게 되는 그 심정을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사만다가 그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덧. 스칼렛 조핸슨 목소리 너무 좋다. http://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atship&logNo=220909743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