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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금기
“상처 입은 자만이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칼 구스타프 융의 문장은 상처의 가장 아름다운 사용법을 증언해 줍니다. 내 상처에 대한 복수심 때문에 남들을 더 괴롭히는 자가 되지 않는 것. 내 상처의 아픔을 통해 타인의 보이지 않는 아픔을 투시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자신의 상처를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는 도구로 쓸 줄 아는 자야말로 진정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정여울, 「공부할 권리」에서 마음의 상처는 기억으로 인해 더욱 단단해집니다. 상처를 둘러싼 기억들은 오히려 상처 자체보다도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기억은 상처를 되새기고 압축하며 증폭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길들이고 어루만지며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영혼의 체력을 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나’라는 존재를 둘러싸고 있는 최초의 이미지. 그것은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여울, 「공부할 권리」에서 우리를 사유와 성찰의 길로 이끄는 기억들은 주로 행복하거나 기쁜 기억보다는 아프거나 슬픈 기억들입니다. “행복한 집들은 저마다 비슷비슷한 반면, 불행한 집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처럼, 행복의 원인은 지극히 단순한 반면 불행의 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그렇다면 인간 개개인의 특별함을 만드는 것들, 그 사람만의 개성을 만드는 가장 뚜렷한 원인 또한 개개인이 마음속에 간직한 상처의 목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여울, 「공부할 권리」에서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진정으로 아프게 하는 것들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납니다. 욕망의 성취를 가로막는 것. 욕망의 실현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장애물, 금기. 바로 이 금기와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역설적으로 ‘가장 나다운 나’의 정체를 발견하기 시작합니다. 불굴의 의지만으로 뛰어넘기에는 너무 버거운 거대한 장벽 앞에서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인식함과 동시에 그 금기의 부당함에 저항하고 싶은 욕망을 느끼기도 하지요. 윌리엄 텔은 아들 앞에서 독재자에게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기 위해 끝까지 저항하다가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쏘는 커다란 위험을 감수합니다.  ―정여울, 「공부할 권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