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Happy birthday to you Marie (스위스 로잔)
안개가 자욱히 껴서 아쉬운 융프라우지만, 다음에 다시 스위스를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추가되었다. 다음에는 진득히 이곳에 머물면서 자연을 만끽해봐야지. 다시 마리의 가족을 만나러 로잔으로 돌아간다. 로잔에서 정해진 시간에 만나기로 했는데 미안하게 또 플랫폼에 나와있는 마리와 클로이 "융프라우 괜찮았어?" "비가 좀 많이 와서 끝까지는 못올라갔지만 괜찮았어!" 날씨가 예전만큼 좋지 않아 대신 미안해하는 눈빛이 느껴졌지만, 날씨가 뭐 일정을 정한 내 탓이지 마리 탓은 아니니까. 그래도 마리네 가족을 포함해 스위스에서는 정말 사람을 진득히 만날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번에도 클로이가 차를 몰고 온 것 같았다. 뒷자리에는 왠 남학생이 있었는데 첫 인사부터 영어 발음도 프랑스식 발음이 섞여있지 않고 또렷이 알아들을 수 있었고, 첫 만남인데도 편하게 느껴지는 친구가 있었다. 소위 넉살이 있는 친구였다. 이름은 조나단. 마리, 클로이와 소꿉친구였고 오랜 친구라서 그런지 이제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했다. 마리의 생일 파티는 그냥 레스토랑에서 진행되는 줄 알았더니만 왠 부둣가로 데려가더니 저 멀리서 페리가 서서히 다가온다. 이 페리에서 선상 생일파티라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요건 상상 못했지?" 마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네- 스위스에서 이런것까지 해볼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머쓱했다. "우리도 오늘은 좀 힘좀쓴거야. 스페셜 기프트!" 신기하기 그지없는 선상 생일파티. 로잔에서 출발하는 이 배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이리저리 넘나들면서 운영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내게 신세계를 경험 시켜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프랑스령에 도착하면 자 밖으로 나가보라고 하면서 "자- 프랑스다!", 스위스로 돌아오면 "다시 우리집이네-" 하셨으니까. 가족 분위기를 보면 참 마리도 심성이 착하게 잘 자란 이유를 알 것 같다. 왼쪽은 마리의 아버지, 그리고 오른쪽은 조나단. 그리고 늦은 오후쯤 되자 생일파티가 시작됐다. "아저씨! 마리 생일인데 제가 사진 예쁘게 찍어드릴께요" 하니 예쁘게 포즈를 취해주는 가족. 아 사진만 봐도 좋다. 식사가 끝나고 마리가 식후주를 마시며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특히 멀리서 바쁜데도 시간맞춰 와 준 내게 고마움을 표해서 찡했다. 마리는 국제적인 일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내게 새로운 것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마리 아버지랑 함께 배안에 있는 여러 동력장치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벌써 늦은 저녁이 되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내리려는데 생기발랄한 모습 다시 한 번 꼭 담고 싶어서 기념샷 하나 더 찍었다. 내가 스위스에서 찍은 그 어떤 사진보다도 애착이 가는 사진이다. 마리의 가족들과는 이 날 식사 이후로 정말 많이 친해질 수 있었다. 나도 왜 영국에 갔는지 부터 왜 한국으로 갈 때 육로로 가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고 다들 멋지다며 행운을 빌어줬다. 집에 돌아와 힘이 들 가족들을 위해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예전에 까미노에서 쉬는 중간중간 기봉이랑 어깨주물러주는게 대 히트를 쳤던게 떠올라서 마리네 아저씨에게 해드렸더니 완전 다들 자지러졌다. 엄청난 손놀림이라고 하며 "거짓말같이 시원해졌어!" 극찬을 했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써먹는 아저씨. 곧잘 따라하신다. 늦은 밤 시간이 늦어 마리도 자러 올라가고 아저씨 아줌마만 남았다. 나는 어른들과 독대하는 걸 참 좋아라한다. 뭔가 진중해지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마리가 정말 부모님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라고 칭찬을 했다. 부모님도 키우면서 여러 걱정을 많이 한 것 같다. 당신들의 기대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영국에 보내보고, 이제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어서 내년에는 베를린으로 공부하러 간다고 하는데 이제 좀 믿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 오리올네 부모님도 그렇고, 엘리자베타의 부모님도 그렇고 참 이런거 보면 사람 사는세상 부모님들 걱정거리 이런건 다 만국공통이 아닐까 싶었다. "덕분에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마리의 남동생이 "잘 자요!" 해준다. 그저 쑥스럼 많이 타는 사춘기 꼬맹인 줄 알았는데 참 용기있게 인사를 꺼냈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잘 자요!" 하고 인사했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