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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어떻게 사람을 망가뜨리는가.
경험 위주이지만, 읽어볼 만한 글인 것 같습니다. ----- 안전빵이 댓빵이라고 공갈빵치더나 그게 다 헛빵……… 1. 얼마전, 내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통칭 ‘인서울 대학’에 재직하시는 한 교수님과 맥주를 마시는 자리였다. 내가 학교에서 가장 똑똑한 친구 한 명만 우리 회사로 좀 보내주십사 부탁을 했다. ‘연봉은 대기업보다 높습니다. 출퇴근시간은 자유에다, 휴가 무제한입니다. 삼성전자요? 저희회사 평균 엔지니어 수준 못따라와요, 레벨차이 나니 비교하지마세요. 삼성전자에 들어갈만한 친구 말고, 삼성전자에서 입사시키려고 혈안이 될만한 친구 한명만 보내주시죠. 이년 정도만 일해줘도 땡큐죠.’ ‘어, 좋은데? 근데 이년 후엔 뭐하지?’ ‘하하, 저희가 망할 수도 있고 잘될 수도 있는거죠’. ‘그럼 안정성이 없는거 아닌가? 좋은 직장인지 잘 모르겠는데…’ 나로써는 태어나서 처음듣는 말이었다. ‘직업 안정성’. 난 태어나서 내 직장을 고르고, 내 직업을 고를때 ‘직업 안정성’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겐 언제나 내가 가진 잠재력이 나를 뒷받침해주는 발판이었다. 2. 바로 몇 일 전, 투자사와 밥을 먹는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저희 땐요, 삼성전자 안들어가면 큰일나는지 알았어요, 학교 분위기가 그랬어요. 그 삼성 들어가서 연봉 오천 안받으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줄 알았다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우스워요. 하핫. 근데요즘 애들도 그럴걸요?’ 충격이었다. 솔직히 고백한다. 난 학부 때 삼성에 들어가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줄 알았다. 공부 못해서 연구소나 대학원에 떨어지거나, 자기 적성을 모르면 그냥 적당히 임시방편으로 삼성가는줄 알았다 (나와 같이 알고 있던 친구들도 꽤 있었으리라). 왜냐면 대기업이 사람을 가장 많이 뽑으니까, 대기업에 있는 친구들은 업계 평균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똑똑한 친구가 삼성가면 ‘걔는 왜 거길갔대?’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엘지에 떨어져서 삼성가거나, 삼성에 떨어져서 엘지에 가는 친구들은 마치 운전면허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놀림감이 되곤 했다. ‘야이 XX아, 떨어질 데가 없어서 삼성을 떨어지냐 ㅋㅋㅋㅋㅋ’와 같은 느낌이랄까. 내가 잘못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데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 공부를 못하나 잘하나 삼성가는건 똑같구나. 대학원 시절에 박사 졸업해서 삼성전자다니는 선배가 와서 직장생활에 대해 말해준적이 있었다. 초봉이 칠천이에요. 그게 그 당시의 나에겐 와닿지 않았다. 아니 칠천억도 아니고 칠천만원받자고 박사하셨나. 그것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돈때문에 박사를 했다는 어투였다. Ph.D 가 아무리 Piled Higher and Deeper 라도 그렇지, 학계는 진리를 탐구하는 것인데 고작 돈때문에 박사를 한 것 같은 느낌에 찜찜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맥킨지가 와서 강연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뭐했고요, 뭐했고요. 다들 그래서 맥킨지 취직하려고 눈이 벌개서 질문을 했다. 리더쉽이 뭔가요, 맥킨지에서 원하는 상이 뭔가요.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게 생겼다. ‘컨설팅을 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낍니까’ ‘고객이 제 제안을 채택하여 받아들였을때…’ ‘그럼 그 제안이 올바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그건 저희도 잘…’ 돌아나오면서 역시 뭔가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만약에 ‘올바른 정답을 찾기위하여 미친듯 고민한다’ 라던가 ‘사업이 잘 되도록 최선을 다한다’ 라는 대답이면 난 좀 더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으리라. 그 컨설던트 말의 행간에서 나는 ‘고객이 사업에 실패할 수 있는, 위험한 제안이더라도 고객이 채택한다면 그게 더 좋은 제안이다’ 라는 인식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컨설던트가 그와 같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3. 대기업은 사람을 어떻게 망가뜨리는가. 예전 대기업에 다닐때 일이다. 위에서 부서 하나를 없애라고 명령이 내려왔다. 단순한 한 문장이지만 그 말의 무게는 묵직했다. 누군가가 옷을 벗어야한다는 의미였다. 최소한, 부서장은 옷을 벗어야한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맡았던 일이 타 부서와 겹친다는 이유로 한 부서가 없어지게되었다. 한 번 그 분의 책상에서 잠깐 이야기를 하러갔는데, 모니터에 방통대 홈페이지가 떠있는 것이었다. - 아니 책임님, 방통대 다니시게요? 저도 여기 다녔는데. 여기 은근 빡세요. 재밌기도하고. - 아.. 사실 분위기 잘 알겠지만요… 내가 짤릴까봐. 그럼 공고 교사라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해서요. - 에에? 책임님이요? 공고교사가 나쁘다는 말은 아닌데, 하던 일 하는게 낫지 않아요? 솔직히 책임님 능력이 부족해서 나가셔야되는것도 아니고, 정치적 이유인데. 그리고 책임님 학력 실력 뭐 빠지는거 없잖아요? 다른 회사 가시면 어서옵쇼라고 할텐데요. 게다가 우리 회사 연봉도 짠데 이 기회에 옮기면 좋은 기회잖아요? - 하하. J씨가 제 나이가 되면 알겠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그 때 당시는 이해못했다. 그러나 이젠 이해한다. 요즘 가끔 대기업에 다니는 내 지인을 보면, 해가 갈 수록 사람이 닳아가고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젠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어떻게 닳아가는지를 알 것 같다. 그리고, 대기업도 그것을 막아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대기업이 사람의 단물만 빼먹고 버린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기업은 회사원이 자신을 소모한 만큼 더 채워넣어서 이 사람을 더 훌륭하게 만들고 싶어한다. 문제는 소모시키는건 쉬운데 채워넣는게 힘들 뿐이라는 거다. 4. 요즘 뜬금없이 한 지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있다.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금융권 S사의 핵심파트 7년차. 입사 후에 요직만 맡았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을때, 직장 4년차정도에는 정말 누가 봐도 똑똑한 친구였다. 얼마전에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꽤 충격을 받았다. 세상이 어찌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일단 이 친구의 일과를 보자. - 아침 6시 기상, 7시까지 출근 - 오후 8시까지 근무. 근무 중 인터넷 안됨. 뉴스 못봄. 화장실 갈 시간 없음. - 퇴근하면 9시 & 잠들면 11시. - 휴일엔 하루종일 자면서 겨우 수면 보충. 상상을 초월하는 노동강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뉴스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보니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세미나같은데 참가하기도 쉽지 않고, 시간을 따로 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제 내가 ‘~~~같은데로 옮기는건 어때?’ 라고 물으면, ‘회사에서 한 가지만 팠던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란 대답이 돌아온다. 천천히 데워지는 물에 삶아 죽는 개구리처럼, 대기업이 사람의 능력을 이렇게 죽이는구나, 란 생각이 든다. 심지어 대기업 연구소에도 오래 다니는 친구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는다. ‘야, 요번에 ABC 기술 적용된 영상 봤냐? 그거 완전 죽이던데?’ ‘응? 그게 뭐야? 난 처음 듣는데?’ ‘첨들어? 이거 2년전부터 많이 말 나온건데. 너희 XXX1에도 접목시킬수 있지않나?’ ‘우린 XXX2 만 해서 딴건 잘 몰러~ 그거 따라가기도 너무 벅차서 ㅠㅠ. 알기도 쉽지 않고’ 대기업에서 한 분야만 파다보니 점진적인 흐름은 잘 따라가고, 리딩하고있지만 밖에서 오는 개혁의 물결에는 전혀 감이 없는 것이었다. 피쳐폰 1등을 위해 죽어라고 노력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스마트폰 세상이 열렸을 때 어떤 사람들은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는 왜 직업을 갖는가, 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싶다. 크게 세 부류가 있다. 어떤 사람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한다. 어떤 사람은 남들에게 멋있게 보이기 위하여 직업을 갖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직업을 갖는다. 첫 번째의 돈을 벌기 위하여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갖는 직업은 의사나 변호사일 것이다. 과연 얼마나 많은 의전원과 치전원의 사람들이 직업적 소명을 위하여 의사의 직업을 택했을까라는 질문에 나는 회의적인 대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 누구도 비난하지 못하리라. 특히 복지가 제대로 갖추어진 못한 나라라면 더더욱 그렇다. 두 번째,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멋있게 보이기위하여 직업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이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하며, 또 피해야한다. 안타깝게도 ‘스타트업’이라던가 ‘벤쳐’를 하겠다는 사람들 중 이런 케이스를 본 적이 있다. 또한, 2000년대 초반의 그 수많은 벤쳐의 무덤이 이 ‘허세’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현재 암암리에 문제가 되는 유명 벤쳐 몇개 – 매출이 몇백억이라고 열심히 광고하고 다녔는데 사실 회사는 망하기 직전이라던가, 여기저기서 상 실컷 받았는데 제품은 아무도 본적이 없다던가, 캐피탈에서 받은 투자금을 강남의 모클럽에 쏟아붓고있다더라, 모 벤쳐캐피탈은 완전 물렸더라 등 – 이 이 ‘허세’때문에 그런것이라 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일을 하기 위해 직업을 갖게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친구들에게 직업은 실체가 없는 말이다. ‘직업’은 ‘일’을 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직업의 개념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직업 안정성의 개념도 없다. 일을 하고, 일이 없으면 일을 벌려서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류도, 연봉을 많이 받는 사람도 이런 부류다. 무엇이 되기 위하여 사는 사람도 있고, 무엇을 하기 위하여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하여 선거에 출마하였습니다.’ 와 ‘국민을 위해 일하기 위하여 선거에 출마하였습니다’ 라고 말하는 사람의 차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는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 출처 http://jdlab.org/wp/?p=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