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일요일 오후. 홀로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다 전원을 끈다. 그리곤 "3년..." 이라고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가만히 되뇌어본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우리는 헤어졌고 이제는 잊어야만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알고만 싶다. 우리의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언제부터 엇갈리기 시작했는지. 내년 1월에 임용고시를 치뤄야 하는 그녀가 나를 밀어내도 나는 기다리지못하고 헤어진 뒤에도 수차례 그녀를 찾아가 괴롭혔다. 그리움을 참을 수가 없었다. 헤어지는 당시의 그 표정, 그 놀라는 몸짓, 너무 잔인하다고 절규하는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죽일놈이 되었다. 처음으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무서워졌다. 나는 어떤 모습이 되어갈까. 그녀는 나를 온전히 이해해줄까. 시험이 끝나고나면 나를 조금은 돌아봐줄까. 우리가 서로를 잃은 아픔을 보듬어 줄 기회가 또다시 찾아올까. 너의 마음이 혹시라도 다시 돌아설 수 있을까. 일말의 가능성을 또다시 나의 실수로 놓치면 어찌하나. 나를 한없이 사랑해준 그녀가 불쌍해서 어쩌나. 나는 왜이렇게 바보같을까. 온갖 생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