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심사역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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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ko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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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심사역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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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퇴사 이유
박본부장이 그만뒀다.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다. 사장님 대학, 직장 후배였다. 사장님한테 물었다. 나간 이유가 뭘까요? '약해 빠져서 그래' 하셨다. 박본부장님, 차 한잔 해요. 짐작할 거다. 굳이 묻지 않았다. 그냥 당구 치고, 맥주 마셨다. 동갑이다. 딸 하나에, 큰 애와 비슷하다. 이제 뭐 할 거냐 묻고, 잘 될 거라 말했다. 고맙다 했고, 나도 고맙고 또 보자 했다. 그는 새로운 회사에서 중국 법인으로 갔다. 심천, 우한으로 출장 갈 때, 말동무가 되고, 친구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났다. 큰 힘이 됐다 한다. 먼저 보자고 해 고맙고, 껄끄러운 걸 묻지 않아 고맙고, 뭘 할지 막막한데 투자자가 잘될 거라 해서 힘이 났다 했다. 왜 그만둔 건지 그때 말했다. 박본부장은 직장 후배 김상무를 영입했다. 아끼던 후배였다. 스타일은 완전 달랐다. 김상무는 스스로도 장돌뱅이라 했다. 얼마 안 있어 사장님은 김상무를 2 본부장으로 했다. 나란히 둔 거다. 전 직장 사수, 부사수가 이제 나란한 형태다. 묘한 구조가 됐다.  박본부장 사업에 힘이 실리면, 김상무 쪽은 순위가 밀렸다. 선의의 경쟁이라지만, 김상무와 그런 관계는 싫었다 했다. 사장님은 결국은 붙잡지 않았다. 퇴사한 직원, 그들은 시원하고 섭섭하고 아쉽고 불안하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다. 모르는 외부인에 하자니 이야기가 길다. 의미 있게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데 마땅치않다..그런 얘기 애써 들어봐야 한다. 의도는 걸려야겠지만, 심사역이 가까이 가야 한다. 그만둘 땐 나름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들이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 그럴까 다른 이유를 댄다. 작은 문제가 누적되는 경우다. 본인은 참지 못 할 큰 문제가 되 버렸는 데도, 두번 말하기 창피하다. 알아만 주면 고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외면하더라도 사장이, 심사역이 알아야 한다. 견고한 외양간도 시간이 지나면 허름해진다. 늘 손봐야 한다. * 박본부장이 한국 올 때면 김상무와 늘 같이 만난다. 강산이 변해,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늘 성원하고, 잘 되기를 기원한다.  
61. 김치국은 나중에 마시자.
신출래기 심사역 시절, 걱정했다. 바쁜 사장님들, 만나주기라도 할까. 친절한 사장님, 시간만 뺏는 걸 아닐까. 업체 새로 맡으면, 걱정이 더 컸다. 투자한 사람이 고맙지, 관리 담당은 귀찮게 여길 것 같고. 전화가 왔다. 김 사장님. 벤처 연합하고 주식스왑도 하고, 조금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찾아오겠다고 한다. 반갑고 고마웠다. 그 회사는 입사 전에 인연이 있었다. 특례도 끝나가고 새로운 일 해야겠다 생각할 때, 누군가 소개했다. 공동창업자였다. 한두 시간 이야기했다. CTO 구한다 했지만, 실상 퍼포먼스 좋은 개발자를 찾고 있었다. B2B 솔루션, 프로젝트 뛸 사람이 부족했다.  스톡옵션도 주고, 곧 상장한다 했다. 무슨 말인지도 몰랐지만, 비슷한 일에는 관심 없었다. 입사하고 보니 투자회사였다. 조직도 바뀌고, 담당하게 되었다. 묘했다. 김 사장님은 처음 뵙는다. 궁금했다. 물산 다니다 인터넷 SI 사업한 것도, 주식스왑 한 것도,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사업하는 친구를 소개하셨다. 좋은 사업이라고, 투자 검토해 달라졌다. 두 회사는 사업으로는 관련 없었다. 김 사장님 관심은 컸다. 서로 지분 안에 각자 지분도 상당하다 했다. 그래서일까 니 내 회사 구분 없었다. 사장님, 지분 변동은 투자자 동의사항인데요, 주주명부에도 없는데, 서로 파킹한 건가요? 나중에 그렇다는 거라 고 말을 흐렸다.  어쨌든 끌리는 구석이 없었다. 찜찜했다. 그냥 소개 전화만 해줘도 충분했는데. 업무로는 뵙기 힘든 분인데,  바쁘다고 하는 시간을 이렇게 보내시는 지. 한시름 놓으신 건가, 그럴 때가 아닌데. 김 사장님 회사는 매출 10억대 후반, 계속 적자. ㅅ장의 기대와 달랐다. 몇 년 뒤, 누적 손실로 자본 -9억, 완전 자본 잠식. 인터넷 사업이 막 시작될 때, 다양한 금융 기법, 여기에 이름 알린 회사들이 꽤 있다. 시간이 지나고, 관심이 줄었다. 민 모습이 드러났다. 회사도, 김사장님도 실익이 없었다. 김 사장님은 주식 교환으로, 세금은 왕창 내야 한다 들었다. 이후 가치는 바닥치고 팔지도 못했다고. 짜~잔 하는 이벤트, 목적지가 아니다. 그걸로 완성되진 않는다. 과정일 뿐, 가야 할 길은 그대로다. 열정이 계속될 때, 새로운 시도가 의미 있다. 흔들리지 않는 창업자, 심사역이 찾아야 할 사람이다.
60. 직원은 자산 또 사고뭉치.
토요일 오후, 중국 청도에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한국 번호, 본부장님이셨다. “ A사 불났다는데, 들었나? TV 뉴스에 나오네.” IPO 심사일이 2주 뒤인데, 불이라니. A사 김 대표님 전화 안 받는다. 몇 번 해도. 이 실장님, 김 전무님, 최 상무님도, 임 감사님도. 같은 산단, B사 오이사님께 전화했다. 8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 회사라 하신다. A사 불났다는 데 맞습니까 물었다. 방향은 그 방향인데,  A사는 아닌 것 같다 하신다. 다행이다. 누나가 그 도시에 살았다. 화재 속보에 업체 이름도 나왔는지 물어봤다. 비슷하다고. 다시 오이사님한테 전화했다. 죄송한데, 가서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좀 있다, 맞다 하셨다. 김 사장님도 통화됐다. 내일 뵙죠 했다. 한국에, 집에 오자마자 KTX 예매하고, 일요일 이른 기차로 갔다.  공장, 사무실은 새까맣게 탔다. 100 미터 떨어진 제2공장, 4층 회의실 밖으로 누군가 손짓을 했다. 부사장님이었다. 현장에 있는 직원이, 누군가 계속 기웃거린다 알려왔다고. 주요 거래처도 다녀 갔다. 여기 머티리얼 없으면 반도체 공장도 중단된다. 어서 제2공장을 가동하자고 했다. 공장 승인도 가장 빠른 시간에 협조한다고. 거기도 발등에 불 떨어졌다. 불났다는 소리에 사장님은 이젠 죽었구나 했다. 예전에도 큰 사고가 있었다. 제발 인명사고만 없기를… 다행히 직원이 심하게 다치진 않았다. 주말이라 감독자가 없었다. 그럼, 규정상 작업을 못한다. 그런데도 뭘 하다 사고가 났다. 다음 주 주주들이 모였다. 다친 직원 잘 위로하라 부탁했다. 제2공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가동되고, 금방 정상화될 것 같았다. 행여 다툼이 일어나, IPO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말이다. 다친 건 안타깝지만, 지시도 없이 맘대로 하다 사고 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하마터면 회사는 망하게 됐고, 투자자들도 투자금 다 날리고, 직원들 모두 일터를 잃을 뻔했다. 보통이라면, 해고는 당연하고, 책임도 물어야 할 판이다. 때마침 든 보험이 모두를 살렸다. 그런데도, 주주들은 보상도 하고, 위로도 해라 하고 있다. 기가찼다. 사장님이 말했다. 자기가 어디까지 해야 하냐고. 교육은 귀에 못이 박히게 해도 사고는 나고. 주말엔 아예 공장 문을 걸어 잠겨야 했는데 했다. 이젠 사고친 놈 보듬기까지 해야 하냐고. 뭐 이렇냐고. 가끔 사장님이 얄미웠는데, 그땐 나도 할 말이 없었다. 일 터지면 모든 게 사장 책임이다. 직원이 일은 내도, 관리 못한 책임, 감독 안 한 책임. 사고는 사람으로 비롯된다. 벤처에서 직원은 자산이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한다. 그건 관리될 때다. 통제되지 못한 직원은 언젠간 재앙이 되기 십상이다.
59. 약속을 지키자. 오래간다.
심사역 채용 공고에 지원서를 냈다. 입사 중에도 아는 친구는 없었다. 기존 심사역들은 바빴다. 투자 초짜 산업계 경력직을 돌봐줄 틈이 없었다. 매일 신문을 훑었다. 전화했다. 사장님 통화하고 싶은데요. 왜 그러시는 데요. 투자하고 싶어서요. 그게 뭔데요. 첫 번째 전화를 받는, 대게 어린 그 여자분을 넘어서기 힘들었다. 시작부터 그랬다. 하물며, 잘 투자한다는 건 뭘까? 어려운 문제였다. 물어볼 데도 없는데. 회사도 답답했나 보다. 하루는 선배 심사역이 강의했다. 전투력으론 사내 최고였다. 업체에 일단 들이대고, 투자조건 합의하고, 투심 날짜 잡고.. 그러곤, 투심 전날 찾아간다 했다. 투심 위원들 쭉 만나보니, 다 좋은데 좀… 비싸다. 조금만 깎아주면 좋겠다. (아님 이대로 해볼게요) 그럼, 사장님들이 한배라도 깎아준다고. 그때는 심사역들도 배수 배수하던 때 했다. 지독하구나. 저게 최선인가.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 아닌가. 참 열심히구나.  생각이 여럿 드는데... 그 선배 심사역도 상황마다 달랐을 거다. 선의였을 수도, 막판 밀당일 수도. 이런 상황에 사장님은 어땠을까?  믿어야 돼, 말아야 돼. 이런 생각부터. 그래도 고맙네, 같이 고민하자니. 이런 마음도 있고. 실컷 밀당하고 합의해놓고, 꼴 보기도 싫네. 다시 시작하면, 시간 또 걸릴 텐데, 어차피 몇 배수 그냥 불러본 건데, 좀 내려간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내 그럴 줄 알았지, 일단 받는 다고 하자,  더 좋은 조건 있으면 그쪽으로 가고. 사장님도, 여러 마음이 있었을 거다. 투자를 못하게 되면, 심사역은 시간과 다른 투자 기회를 날린다. 사장님도 시간과 성장 기회를 날린다.  누가 더 애가 탈지는, 누가 더 많이 날려버리는지에 달렸다. 없는 기회를 포장했던 사장님을 빼면, 대게 분명하다. 밀당에서 처음엔 선택지가 많은 쪽이 강자지만, 양자 구도로 좁혀지면, 실패 때 손해가 큰 쪽이 약자가 된다. 플랜 B가 있다 해도, 결국은 양자구도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기 십다. 좀 유리해지면, 뭔가 건드리고 싶은 곳이 있기 마련이다. 이때다 싶기도 하고, 상대도 안다. 진짜 신뢰성은 이때 나온다. 처음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은 자연 전해진다. 세상은 돌고 돈다. 한 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같은 듯 다른 위치로 또 만난다.  세상은 좁다. 교만은 입에서 입으로, 소문으로 돈다. 세상도 바꼈다. 작은 일 조차 클라우드에 쌓이고 쌓인다. 오랫동안 기억된다.  정보 불균형은 옛말이다. 세월을 이기는 얄팍한 수는 없다. 상황이 변해도 약속 지키려는 자,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