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가기
by
cori8006
홍대가기
0 Followers
"영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무엇이? 영원이. (Quoi? – L’Eternité.) 그것은 태양과 섞인 바다이다. 내 영원한 영혼이여, 너의 서원을 준수하라 고독한 밤과 불타는 낮에 개의치 말고"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의 천재작가 사단 아티프의 이번 개인전 '무엇이? 영원이.'는 역시 프랑스에서 태어나 천재시인의 반열에 올랐던 아르튀르 랭보가 쓴 동명의 시에서 출발합니다. "태양과 섞인 바다" 랭보가 영원(L’Eternité)과 불명성을 그리기 위해 제시했던 이 구절은 140여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사단 아피프의 작품 위에서 글이 아닌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선다우너즈(Sundowners, 저무는 태양 즉 석양을 의미하는 마크)가 프린트된 현수막과 바다를 전사한 플렉시글라스가 겹쳐지며 랭보의 시구를 시각화합니다. 하지만 사단 아피프가 단순히 랭보가 표현한 영원을 문자 그대로 따오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프레임 속의 태양 이미지는 그가 디자인했던 콘서트 무대 디자인을 '재현'한 위 모형에서 다시 한번 나타납니다. 무대디자인에 활용했던 태양 현수막은 찢기고 잘려 설치미술로 '재탄생'했습니다. 사단 아피프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눈 앞의 완성품보다 '어떻게?'에 주목해야합니다. '재활용'이라는 그의 독특한 방법론은 곧 그가 생각하는 영원을 가장 잘 나타내는 예술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아티프는 단순히 기존 작품에 활용했던 모티프와 재료를 재사용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의 예술적 협업을 통해 그 의미를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13명의 동료작가들에게 '영원'에 대한 노랫말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서로 다른 국적과 배경을 가진 작가들은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없이, 영원이라는 개념만 듣고 저마다의 생각을 풀어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13편의 노랫말들은 L’Eternité(영원)이라는 같은 제목을 가진 연작이자, 저마다의 부제와 의미를 지닌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날 전시에는 유독 프랑스인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한국과 프랑스 수교 130년이 되는 해에 열린 기념비적 행사였기 때문인데요. 불어와 한국어가 혼재하는 전시장 자체에서도 또 하나의 운명적인 '포개짐'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단 아피프가 말하는 불멸(不滅)은 불변(不變)이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 유리와 섬유, 작가와 다른 작가, 한국과 프랑스 태양과 바다가 뒤섞이며 무한히 재창조되는 어떤 것. 그것이 바로 140여년전 랭보가 부르짖은 '무엇을?'에 대한 아피프의 대답입니다. 아피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전시 역시 완결된 대답이 아닌 영속되는 질문일테죠. 그의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마음 속에서도 끝나지 않는 질문과 대답이 떠오를테니까요. "영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트 B1F 서울 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7 무료 관람 2016.5.10 -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