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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e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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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원래 비싼 술이었다.
가격이 올라가면 가장 반발이 심한게 무엇일까요? 대중교통비용? 택시 기본요금? 담뱃값? 땡땡땡. 정답은 소주입니다. (뭐 관련 근거나 자료가 있는건 아닙니다만...) 소주는 긴 시간 서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중한 친구였지요. 날이 좋아서 마시고, 우울해서 마시고, 돈 없으면 마시고, 돈 있을땐 비싼 안주랑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또 마시고... 빈병 치우지 말아주세요~~ 하면서 병 쌓는 재미로 계속 달려본 경험, 우리 누구나 있잖아요. 그렇게 아무리 부어라 마셔라 해도, 돈 걱정 안하고 마실 수 있는 고마운 술이죠. 미국이나 유럽 친구들은, 소주 가격 얘기해주면, 한 잔에? 라고 되물어봐요. 그만큼 가성비면에서 이보다 좋은 술이 전 세계에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소주가 사실은 원래 엄청 비싸서 소위 있는집 사람들만 마실 수 있는 술이었다고 해요.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재료로는 막걸리 수십병을 만들 수 있는데 그걸 한땀 한땀 증류해서 고작 소주는 한 병이 나오니까요. 그러다가! 바로 희석소주가 등장하게 됩니다. 두둥 (기억나니...? 25도 진.로. 소주) 희석소주의 등장으로 소주는 단박에 싸게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지금과 같은 국민알콜의 위치를 점하게 되었죠. 그렇다고 전통 증류소주가 없어졌느냐, 하면 그건 아니죠. 우리가 잘 아는 안동소주부터 해서 아직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소주하우스(?)들이 있기는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운데 바로! 전통 증류소주의 퀄리티는 유지하되 사람들이 비교적 접근 가능한 가격으로 증류소주를 즐길 수 있게 해보자는 감사한 기획이 주식회사 하이트진로 회장님 머리에서 나오십니다. 그리하여 탄생된 것이 바로 일. 품. 진. 로. (광고 아님) 하아... 이거 진짜 명물입니다. 정말 맛있어요. 부드럽고 깊은 향과 맛이 위스키에 뒤지지 않고 부드러운 목넘김은 브랜디보다 쳐지지 않아요. 가볍게 칠링해서 먹어도 맛있고 온더락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음용법은 실온에 보관한 요녀석을 샷으로 마시는 것입니다. 심지어 잔도 예쁨...:) 안타까운 사실은 원액이 거의 바닥나고 있어서 더 이상 못만들 수도 있다는.... 상황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박스채 사재기 해두었습니다만 하하하. 맛이나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한 것들이 잘 어울립니다. 회나 별다른 양념을 하지 않은 찜 요리 등을 추천합니다. 끗.
'막걸리페어링'을 들어보셨나요
마리아쥬라는 단어가 있다. 보통 와인의 세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인데 특정 와인과 궁합이 좋은 음식을 매칭하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어로 '결혼', '결합' 등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예로 기름기가 다소 감도는 하몽과는 산뜻한 맛과 향을 자랑하는 피노누아 품종의 레드와인이 잘 어울리는 식이다. 요즘에는 페어링 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하는데, 음식을 먹으면서 그 음식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 받을때 사용한다. 에피타이저 단계에서부터 메인 요리와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적절한 페어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만큼 와인의 종류가 다양해야하며, 와인에 대한 이해에 더불어 요리에 사용된 식재료와 조리과정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와인 페어링은 조금 팬시하고 트렌디한 레스토랑에서 경험할 수 있다. 흔치는 않지만 위스키 페어링을 해주는 곳도 가끔 발견한다. 사실 위스키도 식사-스테이크나 파스타 등-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 주류이지만 어쩐지 위스키 바에 갔을 때 제대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나는 내 취향과 그 동안의 음주 경험을 녹여낸 바를 내는 것을 중요한 인생 과업 중 하나로 생각하는데, 만약 위스키 바를 연다면 꼭 꼭 꼭 전문 셰프를 두어 위스키 페어링 문화를 널리 널리 알릴 예정이다. anyways, 주류 페어링은 식사를 조금 더 풍미있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밥먹을 때마다 꼭 꼭 챙겨서 하는 편인데, 네 맞습니다. 우리 언어로 반주. 하지만 술이 없다고 죽는건 아니므로 알콜 중독자는 아니고 애주가. 그러다가 얼마 전에 재미있는 곳을 발견하여 빙글러들에게 소개합니다(갑자기 존댓말). 요즘 매우매우 핫하다는 망원동 a.k.a 망리단길에 있는 막걸리집 '복덕방' 이라는 곳인데, 일단 온갖 희귀한 막걸리들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흥미를 끌지만 더 재미있는 점은 그 막걸리들을 내가 원한다고 마실 수 있는게 아니라는 점. 먼저 음식을 고르면 유쾌하고 친절한 주인장이 등장하셔선 그 음식에 어울리는 막걸리페어링을 해 주시고, 막걸리의 탄생배경과 관련 에피소드 등을 들려주고 가심. 그리고 다른 음식을 주문하면 또 그에 맞는 막걸리 페어링이 이어지는 식. 1차로 스테이크랑 감바스랑 와인을 잔뜩 먹고 온 상태라 배가 부르므로 간단하게 메밀전병이랑, (저 시금치도 엄청 담백하고 부드럽고 맛있음) 저염명란젓을 주문했더니, (밥도 주문해서 계란노른자 쓱쓱해서 비벼먹고 싶었지만 정말 너무 배가 불렀어...) '산아래'라는 막걸리를 가져다 주셨다. 이 막걸리가 정말....... ㅈㅁ. 충북 제천에 위치한, 모든 재료를 친환경 유기농으로만 사용하는 쌈밥집이 있는데 이 쌈밥집 대표님들이 자기네 음식이랑 어울리는 건강하고 좋은 술을 찾다 찾다 도저히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여 그냥 직접 만들어버린 막걸리라고. 막걸리가 달달하게 느껴지는 원인인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이 들어가지 않아 다음 날 머리아플일도 없고 오히려 그 단맛 때문에 막걸리가 느끼하고 물리게 느껴졌던 나같은 사람들에겐 신세계일 정도로 청량감 있고 드라이하다. 어제랑 어제그저께 엄청 엄청 달려서 오늘은 하루 정도 간을 쉬게 해주려고 했는데 이 글 쓰다보니 또 술 마시고 싶.... :) 야근 중인데 빨리 퇴근하고 복덕방 가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