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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월드> 로봇의 기억.
얼마 전 시즌 1이 종영된 화제의 미드 <웨스트 월드>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한 테마파크, '웨스트월드'에는 겉모습으로만 봐서는 사람과 구별이 되지 않는 로봇들이 살고 있습니다. 인지 능력이나 정서적인 부분도 사람과 다를바가 없죠. 똑같이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분노와 후회까지 경험합니다. 한 가지, 로봇에게 프로그래밍 되지 않은 능력이 있는데 바로 '기억력'입니다. 아무리 끔찍한 일을 당해도 다음 날이 되면 모든 일을 잊어버리고 시나리오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죠. 사람들은 거액을 주고 이 테마파크에 놀러가 로봇들을 때리고, 살인하고, 강간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않습니다. 애초에 이 테마파크는 현실세계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잔인한 본성이 마음껏 펼쳐지도록 설계된 곳이니까요.  일회용 노리개나 다름 없는 로봇은 죽거나 다치면 직원들에 의해 수거되어, 회사 내에 위치한 수술실로 들어가 아무런 흔적 없이 완벽하게 복원 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요. 수술을 마친 로봇은, 다음날 자기 침대에서 일어나 비슷한 하루를 반복합니다. 결국에는 강간 당하거나 살해 당해 죽게 될 하루를 말이죠. 그렇게 수백 번  죽다 회생한 로봇들에게 어느날, 문제가 생깁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어났는지 기억하기 시작한 겁니다. 주인공 돌로레스는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를 바라보다 문득, 얼마 전 로봇들이 떼죽음을 당한 장면을 기억해 냅니다. 창녀이자 살롱의 안주인인 밀레이는 문득 문득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이 물꼬가 되어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됩니다. 결국, 인간과 로봇을 구분 짓는 결정적인 한 가지는 '기억력'이었던 셈이죠. 기억력을 제거당한 채, 평생 메스를 든 이들의 실험 대상이 되어 살아갔던 이들은 영화 속 로봇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에서도 기억력을 삭제 당한 끔찍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환자로 불리는 '환자 H.M.'은 뇌절제술이 만연하던 시절, 한 의사의 실수로 27세에 해마가 제거되어 82세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평생 30초 이상의 기억을 갖지 못한 채 살아갑니다. 어떤 일도, 30초 이상을 기억하지 못한 채 실험실에 갇혀 평생을 보내야 했던 헨리 몰래슨의 삶은 어쩌면 <웨스트 월드>의 로봇들만큼이나 비참했는지 모릅니다. 의술과 기술이라는 힘을 쥔 이들에 의해 생의 의지를 송두리째 빼앗긴 삶. <웨스트 월드>에서 고발한 과학 기술의 남용과 인간(로봇)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성찰이 <환자 H.M.>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미드 <웨스트 월드>와 함께 보기 좋은 책, <환자 H.M.>입니다.
솔로들의 계단
인생을 계단으로 비유한다면 어느 계단인들 외롭고 힘겹지 않을까 싶지만 솔로들이 맞이하는 30세 이상 구간은 홀로인 자신을 셀프 방어하며 올라야 하는 난코스다. '자신 자신과의 싸움'은 내가 설정한 목표에 나 자신을 극복 대상으로 하는 만큼 극기를 요구하는 일이기는 해도 보람과 성장이라는 보상이 있다.   남는 것도 없이 지저분하게 신경을 건드는 건 바로 '주변과의 싸움'이다. 비혼의 상태를 약점으로 단정 짓는 일부 '주변인들'은 실은 내 삶에 대단한 관심도 없으면서 오지랖을 부리며 선을 넘어올 때가 있다. 농담의 가면을 쓰고 충고라는 형식을 빌려 걸어오는 태클에 정색하고 대응하면 '성격이 그 모양이니  결혼을 못했지'라고 단정 지을 테고 웃고 넘기면 만만하게 보고 찌른 데를 또 질러올 테니 싫은 티가 섞인 애매한 표정만 짓고 만다. 자칫, 똥 씹은 표정으로 보인대도 상관 없다. 실제로 똥 밟은 기분이니까. 나름 괜찮은 라이프였다가도 누군가 '솔로' 딱지를 붙이는 순간 나조차 모르던 외로움이 자각되어 두 배가 되어버린다. 안 그래도 슬금슬금 초조하고 외로운 순간이 있는데 타인의 인증까지 받았으니 순식간에 공인 인정된 '외로운 처지'로 떨어진 기분이다.  딱지를 붙인 이들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그들의 오지랖은 거기까지 일 뿐, 이후의 내 삶에 대해서 실은 대단한 관심도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다쳤다는 사실이 더 분하다.   마음 같아서는 한마디 톡 쏘아주고 싶었는데.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싱글들은 결혼생활의 경험치를 가지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혼자 앞에서 약자가 될 때가 있다. 기혼자 중에는 자신이 경험한 폭의 넓이를 '어른의 폭'이라 여기는 이들이 있다. '결혼 안 한 시절'만 있었던 싱글과 달리 어쨌든 그들은 '결혼 안 한 시절'과 '결혼한 시절'을 모두 겪어본 사람들이다. 그 양면을 모두 겪어봤다는 이유로  슬쩍 어른 행세를 하려 들거나 뭔가를 더 성취한 사람처럼 굴 때는 나도 한마디 해주고 싶다. "당신, 38세 솔로생활에 대해선 쥐뿔도 아는 게 없잖아. 그 분야에 관해선 내가 선배랍니다."  기혼자들이 결혼생활을 경험해 봤다면 솔로에게는 그들이 겪어보지 못한 라이프가 있다.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인생에서 뭔가를 덜 성취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삶에도 그 덕에 주어지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시간과 돈을 쓰면서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고 여행을  다니며 배우고 싶던 것들을 배워볼 수 있는 기회. 외로울 땐 고독에 내성이 되어가는 스스로의 단단함을 지켜보며 격려해주는 성장이 있고 가족의 테두리에 갇히지 않은 채 다양한 인간관계를 접할 기회도 있다.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의 저자이자 70세인 오늘날까지 비혼으로 지내고 있는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는 "결혼하지 않고도 혼자 지낸다는 것이 고립된다는 뜻은 아니다. 싱글이라도 만날 사람이 있으면 되고 인간관계에 필요한 노하우와 스킬을 배우면 된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긴 이들은 사람을 만나 사귈 때 노력을 하는 편이다. 오히려 가족이 있는 사람을 보면, 이 사람은 가족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말하며 오히려 기혼자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비혼이든 기혼이든 우리에겐 각자의 인생이 있을 뿐 '정답의 인생'은 없다. 다만,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정답이 있다면 자신이 처한 처지에서 최대한의 장점과 기회를 끌어내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