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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3화
오늘 하늘 참 예쁘더라. 다들 하늘 한번씩 올려다 보라고 급히 왔어 해지기 전에 얼른 하늘 보고 하늘 봤으면 썰도 같이 보도록 하쟈! 조금은 지지부진할 수도 있는 긴 이야기 같이 봐줘서 항상 고마워! 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17 안녕, NoSleep.  약속한대로 바로 업데이트하러 Clayton이 돌아왔어. 저번 포스트에서 댓글로 올라왔던 몇가지 주제에 대해서 답해주는 걸로 시작할게. 1.) 많은 사람들이 저번에 말했던 기록에 관한 내 추측을 물어보는데, 먼저 말해둘 건, 이것들이 진짜 경찰 기록이 아니라는 거야. 그 일이 일어나는 동안 과학자들이 써놓은 거고 거의 대부분은 감염에 관한 이야기로 보여. 너희들이 모르는 얘기는 딱히 없었어. 16편 댓글에 누군가가 내가 보내준 비공식 기록을 올렸을테지만 개인적으로 요청하면 계속 보내주긴 할 거야. 혹시라도 내가 놓쳐서 답장이 없다면 미안하지만, 다시 연락해주면 고맙겠어. 2.) 내 가족에 대한 얘기. 우리 부모님은 Montana주에 있는 대학에서 만났고, 나 역시 거기서 태어나서 10년을 살았어. 우리 엄마는 감염된 마을에서 자라셨었지만 우리 아빠는 거기에 가본적이 없었어. 그리고 내가 10살 때 부모님들이 이혼하셨지. 지금 아빠는 뉴욕에 사셔. 딱히 사이가 좋은 건 아닌데, 특별한 일이 있거나 명절에는 전화를 드리곤 해. 내 출생신고서에 적힌 성이 아빠꺼이기도 하니까. 근데 지금은 아빠한테 연락하면 받지도 않고, 전화도 오지 않아. 그에 비해 더 신뢰감 있는 엄마는 그 컬트 집단에 대한 정보는 잘 모른다고 하셨어. 2011년부터 플로리다에 사셨는데 아마 지금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믿고 싶지 않은 것 같아. 3.) 지하보관실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아마 몇 세대 동안 컬트집단에선 자기들 멤버를 개체에게 제물로 바쳐왔던 것 같아. 거기에 있던 철창들은 승천한 자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자신들의 비밀이 밝혀지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였던 거 같고. 물론 지하에서 그것들이 돌아다니던 걸 보면, 그 중에 몇몇은 탈출하거나 풀려난 것 같지만 말야. 확실히 하고 싶은 건, 내가 '기록보관실'이라고 하는 방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는 거야. 벌써 5년이나 지난 일이고 그날 밤이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 방엔 대강 이삼십개의 철창이 있던 것 같아. 더 적었을 수도 있고. 4.) 난 감염되지 않았어. 나도 내 스스로 확신하려고 매일매일 강박적으로 내 얼굴 사진을 찍어 놓는단 말이야. 흐릿한 블러나 이상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어. 오타나 문법이 이상한건 단순히 내 실수이거나 내가 멍청해서 틀린거야. 좋아.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고. 헤이븐의 지하에 들어갔던 날부터 내 인생은 정상적인 길에서 X된 길로 탈선하기 시작했어. 헤이븐에서 빠져나와서 시카고로 이사가기 전까지 그 마을은 내가 알던 마을이 아니게 됐지. 사실, 갑자기 마을 사람들이 나를 적대시하기 시작했어. 내가 매일 봐왔던, 지인들이며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이 전부 나를 공격적으로 대했어. 가게나 식당은 아예 내가 출입도 못하게 했고. 어디서든 거의 항상 날 힐긋거리고 째려보기도 했지. 내 친구 몇 명은 - 물론 그 전부터 Liz와 Jess의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던 애들은 - 다 같이 짜기라도 한 듯이 나한테 말도 안 걸더라. 학교나 직장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항상 적어도 한 명이 날 미행했어.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소용이 없었고, 컬트 집단 사람들은 매일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선을 지켰어. 10년동안 고향이라고 생각했던 마을이 갑자기 날 쫒아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건, 굉장히 언짢고 불편한 일이었지. 그래서 당연하게도 난 외출을 잘 하지 않게 됐어. 히키코모리처럼 말이야. 대신 난 집에서 마을의 역사와 컬트 집단에 대한 조사를 하는 데 몰두했어. Hadwell 성경책은 열 번도 넘게 읽었지. 그릇이라는 게 날 집착하게 만들고, 두려움과 매력, 궁금증과 공포를 동시에 머릿속에 채웠어. Liz와 Jess 그 둘은 내 용의선상에 있었지만, 그 둘 중 누구도 고대 신의 신비한 화신으로 보이지는 않았어. 그래서 점점 더 집착하게 됐어. 심지어 Alan까지도 날 피하기 시작했어. Lisa는 우리 우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 - 완전 성자였지 - 근데 내가 그걸 너무 어렵게 만들었나봐. 그러다가 2011년 5월에 Alan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가게 됐어. 난 걔 생일 파티에 가기 싫다고 할 정도로 개X끼가 아니었나봐. 아마 다른 친구들 사이에 둘러싸여있으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어,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아무도 나한테 모질게 굴지 않았거든. 한두명이 날 구석으로 몰고가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Liz가 교활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고, 그러면 그 X끼들은 슬슬 뒤로 물러났어. 한편으로는 그게 걔의 섹스어필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게 그년이 '그릇'이라는 증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 스스로가 편집적 사고를 한다는 걸 자각하고 있을 때, 직감을 믿는다는 건 참 힘든 일이지. 난 술에 취했어. 모두가 취했었지. Alan은 정신 놓고 취해서 거의 걷지도 못했고, 나도 걔보다 상태가 나았었다고는 못하겠어. Lisa는 Elizabeth랑 말다툼을 하고 집에 일찍 돌아가있었어. 그리고 그 후로 Liz와 Jess는 Lisa가 얼마나 싸이코같고 집착이 쩌는지에 대해 X년들처럼 지들끼리 뒷담을 까댔어. 물론 그건 심술궂은년들의 개소리였고, 난 듣다 못해 질려버릴 지경이었어. Alan은 잔뜩 취해선 실실 쪼개면서 내가 집에 가고 싶냐고 물으면 싫다고만 했어. 생일의 주인공께서 이쁜 여자애 둘이 자길 두고 유혹하고 싸우는 걸로는 만족을 못했었나봐. Lisa를 향했던 깊은 충성심을 몰랐었다면 그를 탓하지도 않았겠지. 뭐 그렇게 난 혼자 남겨지고 기분이 안 좋아졌어. 그래서 그 바의 출구로 걸어가는데, 어떤 테이블을 지나치니까 갑자기 확 조용해지는거야. 취하기도 했고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워서, 그 테이블을 뒤돌아 봤지. 아니나다를까 거기 앉아있는 건 빌어쳐먹을 Hadwell 시장이랑 그 잘난 친구들이었어.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마 그 때 시장한테 맥주 맛있냐고 공격적으로 묻고, 또 지난 3년 동안 니 딸하고 인사 한적은 있냐고 물어봤던 것 같아. 그는 대답을 안했어 - 아무 말 안하는 게 상책이었겠지. 감정 없는 미소는 지워지질 않았어. 그게 너무 역겨워서 작별인사를 하고 출구로 비틀비틀 걸어갔어. 문을 열고 그를 한 번 뒤돌아봤어. 다른 사람들은 다들 날 째려보는데, 거기 앉아서 웃기만 하는 시장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 왜냐면 그때부터 조각이 났으니까. 그가 정체를 드러낸 거야. 그도 어쩔 수 없었겠지 - 자기 딸처럼 제멋대로니까. Hadwell 시장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손을 나한테 뻗었어, 검지랑 약지로 날 가리키면서. 데블사인이지. 난 그 자리를 떠났어. 그리곤 Alan네 집에 들러서 Lisa가 잘 있는지 보러나 가보자는 훌륭한 계획을 떠올렸지. 어쩌면 내가 거길 가지 않았던게 다행일 수도 있어. 집에 가는 길에 웬 남자들이 몰려와서 날 흠씬 두들겨 팼거든. 경고였겠지, 그리고 그게 경고라는 걸 내가 알기를 바랐던거고. 심지어 강도한테 당한 것처럼 꾸미려고도 안했어 - 내가 다음 날 아침에 그 바에서 두 블럭 떨어진 골목에서 발견됐을 때, 내 핸드폰이랑 지갑엔 손도 안 댔다는 게 밝혀졌거든. 난 병원에 실려가서 4일 동안 입원해있었어. 내 손목이랑 코를 부러뜨리고 갈비뼈에 금이 가게 해놨더라고. 경찰한테 이건 컬트집단 멤버들이 저지른 짓이라고 말하니까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무슨 음모론 같은 거냐고 묻더라. 물론 정신나간 애들은 시장이 연루되어 있다고 생각했어. 생활 팁 : 사람들이 너희를 미쳤다고 생각하는게 싫다면 "컬트"라는 단어는 입에도 올리지 마. 당연하게도 날 공격한 사람들은 잡히지 않았어. 그 후로 마을을 떠났어. 더는 버틸수가 없었지. 대학교 근처로 이사해서 졸업했어. 그리고 시카고에 있는 IT업계에 취직했고. 우리 엄마도 그 마을을 떠났어. 집에 남자가 한 명도 없으니까 안전하다는 생각이 안 드셨대, 물론 지금은 올란도에서 혼자 잘 사시지만. 그래서 엄마가 말했던 것보다 사실은 컬트집단에 대해 더 많을 걸 알고 계셨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아니면 또 편집증이 도진 걸 수도 있고. 시카고에서는 2년 동안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어, 개체나 눈에 관해 배웠던 것들을 잊으려고 하면서 말야. 적어도 2주에 한번씩은 1세제곱미터의 철창에 갇혀서 광대뼈가 아프도록 미소짓는 악몽을 꿨어, 물론 금방 잊는 데 적응이 됐지만. 사귀었던 여자친구들이 도와줬고. 같이 잤던 사람들이 도와줬으니까. 정신과치료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었어. 그치만 시간이 지나면서 순전히 정신력만으로 내 인생을 제 궤도로 돌리는 데 성공했어. 나머지 이야기는 너희도 알 거야. 2013년 7월에 Alan이 사라져서 Jess가 NoSleep에 글을 올렸지. 또 그때쯤에 Lisa가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 자기 친구의 처녀파티에 참석했어. 우리집에 와서 하루이틀 묵을 예정이었는데. 걔한테 내가 발견한 것들을 보여주려고 했었어. 근데 걔가 나타나질 않더라. 문자도 해보고 전화도 해봤어. 답장은 없었지. 그러다가 걔가 도착했어야 할 날로부터 이틀이 지나고, Alan이 대신 나타났어. 그땐 걔가 술에 취한 줄 알았어. 말이 앞 뒤가 안 맞고 이상했거든. 또 얼굴은 창백하고 야위어있었고, 이리저리 비틀대고 있었어. 계속 Elizabeth가 그리웠다고 말했지. 난 걔한테 Lisa는 어디있냐고 물었어, 니 빌어먹을 여자친구 말야, 어디갔어? Alan은 그게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어. 그래서 걔랑 싸웠어 - 완전 병X 이잖아? 근데도 계속 걔는 Lisa라는 애는 만나 본 적이 없다고 말했고, 이제 그건 더 이상 문제도 아니라고 말했어. Elizabeth만이 문제라고. 그게 다야. 물론 이해는 안됐어. 그래서 걔한테 소리질렀어, 내가 걔 싫어했던거 알지 않았냐고. 근데도 걔는 머리를 휘저으면서 계속 히죽히죽 웃음을 멈추지를 않더라. 걔랑 싸우고 있는 게 꼭 꿈 속에 있는 것 같았어. 왜냐면 걔가 농담을 하거나 날 속이려고 하는 것 같지가 않았거든. 무슨 말을 해도 걔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 걔는 계속해서 병X같이 쪼개기나 하면서 내 앞에서 잘난체를 했어. Alan은 결국엔 Lisa를 재미없는 찐따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존재를 인정했어, Liz랑은 비교도 안 된다면서. 자기 입으로 단 한번도 Lisa를 사랑했던 적이 없다고 했어. 그냥 걔가 익숙하니까 자기 곁에 둔 것 뿐이라고 했어. 걔의 말투나 사용하는 단어들이 꼭 Elizabeth 같았어. 그래서 걔 얼굴을 주먹으로 쳐버렸어. 그랬더니 머리가 뒤로 꺾이다가 곧 바로 제 위치로 돌아왔어, 무슨 펀치기계처럼. 다른 반응은 없었고. 순간 내가 때려서 얘가 넉다운이 됐나 싶었지만, 걔 다리는 비틀대지도 않았어. 그저 바보같은 멍청한 미소를 지으면서 날 쳐다보기만 했어, 한  더 치고 싶게 말야. 그리고선 아무런 말도 없이 Alan은 떠났어. 그게 내가 Alan이 살아있는 걸 마지막으로 본 때야. Alan이나 Lisa는 그날 밤에 전화를 받지 않았어. 그 다음 날엔 Lisa에게서 오타가 잔뜩 난 문자가 왔어, 자기를 좀 내버려 두라면서. 지금은 그게 Liz와 개체가 한 짓이었다는 걸 깨달았어, Lisa의 썩어가는 몸을 조종하면서 그 문자를 썼겠지. 2013년 8월엔 Alan이 NoSleep에 글을 쓴 걸 봤어. 별다른 설명도 없이 지 페북에 그 링크를 올려놨더라고, 그래서 클릭해봤지. 걔는 물론이고 마을의 다른 사람들까지 대부분이 실종됐다는 건 모르고 있었어. Jess의 글부터 시작해서 Alan의 글까지 전부 다 읽었어. Liz가 글의 마지막에 써놓은 것도 전부 정독했어 - 마지막까지 감염되지 않고 살아있던 년. 그리고 실마리가 풀렸어. 몇 년 동안의 단서들이. 그게 Liz였던 거야. Liz가 모두를 속여왔던 거라고. 무튼, 2013년 9월에 감염된 마을로 돌아갔어. 설명을 많이 하진 않을게. 충분히 많이 봤을 테니까. 그냥 엄청나게 훼손되어 있었다고만 해두자. 아무도 살지 않고. 난 Jess, Alan, Claire처럼 승천한 자들이 마을을 돌아다닌다는 걸 발견했어, 물론 그 아이들 보단 덜 놀랐지. 그래서 그곳을 탐험하면서 싸우는 법을 익히고, 내가 모을 수 있는 정보를 모았어. 난 감염에 면역이라는 사실을 알게됐어. 감염자들은 점점 느려지고 정신이 나간다는 것도 관찰했어. Liz가 자기 군대를 모으고 있는 것도 보았고. 내가 마을에 있는 동안 그년도 마을에 있었다는 건 알아, 버려진 건물 중 하나에 숨어있었겠지. 아무리 긁어도 사라지지 않는 가려움처럼, 그년이 어딘가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걔도 내가 가까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 지가 궁금해. 그래서 아무 건물에나 막 들어갈 수가 없었어. 걔가 마을에 있으면 모든 감염자들이 예민해졌어. 여태까지 내가 알아낸 바로는 개체의 조종 능력이, 감염자들과의 떨어진 거리와 상관이 있다는 거야. 개체와 그릇이 가까이 있으면, 그 주변의 승천한 자들을 그들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거지. 그 영향력이 정확히 얼마만큼의 거리까지 도달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1~2마일 정도는 되는 것 같았어. 거리가 떨어질수록 조종력은 떨어지고, 그러다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승천한 자들은 자유의 몸이 되는 거야. 경험상 충분히 먼 거리에 있는 감염자들은 그냥 멈춰서 휴면기에 들어가는 것 같아, 자기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물론 그 상태에서도 비감염자들을 공격하기는 했지. 마을 안에 들어가있는 건 위험했어, 그래서 항상 조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마을 경계 밖의 숲으로 들어가 있었어. 최대한 안전하게, 숨어서 노숙하면서 답을 찾아다녔어. 그 짓을 하면서 거의 6개월을 보냈지. 그러다 Claire가 온 거야. 결과가 어땠는지는 너희도 알지. 마지막으로 마무리 지어야 할 이야기는 Jess와 Alex인 것 같아. Z가 내가 죽인 첫번째 사람이라는 건 말했었지? Alex가 두번째였어. Alan의 낡은 아파트로 숨어들어갔을 때의 일이야. 지하실 창문으로 들어가서, 주변에 움직임이 있는지 주의하면서 그 어두운 복도를 걷고있었어. 뭔가가 머리 위의 통풍구 안에서 기어다니고 있었어. 근데 그건 그냥 무시했어, 왼쪽에 있는 방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거든. 그래서 몸을 숙이고 상자 뒤에 숨었지, 그리고 눈만 내밀고 뭐가 있는지 보려고했어. 거기에 Alex가 있던 거야. Alex는 Alan이 자기 글에서 써놨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어, 그래도 알아보긴 했지만. 감염자들이 아무리 생기를 잃고 썩어가도 원래 그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뭔가가 있었나봐. 일그러진 미소와 대머리, 눌어붙은 눈구멍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아니면 그냥 내 능력일 수도 있고 - 눈이 준 "능력"일 수도 - 마을에서 날 공격했던 감염자들 대부분을 알아볼 수 있었거든. 오랜 친구, 동료, 선생님들. 모두 아는 사람들이었어. Alex는 방의 가장 구석에 서 있었어, 어렴풋이 걔가 있다는 걸 알아보기까지 몇 초가 걸렸지. 근데 걔의 모습이 너무 이상해서 옆으로 흔들거리지 않았다면 살아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을 정도였어. 걔는... 발을 보면 아마 구석을 보고 있었는데, 자기 바로 뒤에 있는 문을 정확하게 보고 있었어. Alan이 2013년에 Alex의 등이 정확하게 90도로 뒤로 꺾여있었던걸 본 이후로 더 심각하게 꺾여있었어. 이젠 아예 머리가 땅에 닿아있었고 몸이 정확하게 반으로 종이마냥 접혀있었어 - 허벅지가 척추뼈에 닿고 발꿈치가 머리와 맞닿아있었지. 그래도 잘 서있긴하더라. 어떻게 하는진 몰라도. 걔는 내가 문 옆에 숨어있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어, 그냥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이 발 저 발로 체중을 바꿔 싣고 있었어. 난 오랜 시간 동안 걔를 관찰했어, 내 눈앞에 뭐가 있는지 알아내려고. 근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 같았어. 그러다 어느 순간에 걔가 진짜 비활성 상태인지가 궁금해서 방 안에 빈 병을 굴려봤어. 병은 방 안을 가로질러서 반대쪽 벽까지 굴러갔고, Alex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관절이 꺾이는 소리를 내면서 빠르게 병이 굴러간 곳으로 휘적휘적 걸어갔어, 머리는 질질 끌면서 뒤로 꺾인 자기 몸을 주체할 수가 없는 것처럼. 그리곤 병 옆에 서서 몇 초간 숨을 가쁘게 쉬더니 다시 거기서 아까처럼 가만히 서 있었어. 그래서 다음 병을 던졌어. 아까 Alex가 서 있던 곳에 날아가서 산산조각이 났지. 그러니까 미친 Alex가 다시 움직이는 거야. 소리가 나자마자 바로 움찔하더니 척추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내면서 로봇처럼 바로섰어. 마치 포옹을 바란다는 듯이 두 팔은 벌려놓고 말이야. 그리곤 삐그덕대면서 빠르게 걸어갔어. '빠르게.' 존나 엄청나게 빠르게.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고, 썩은 팔을 앞으로 내밀고 안아달라는 듯 했어, 굉장히 이상한 광경이었지. Alex는 2초만에 방의 반대편으로 걸어갔고, 거기에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는걸 알고는 멈춰서 뒤로 돌더니 팔을 떨어뜨렸어. 그러고는 몇 초간 주위를 살피는 평범한 인간처럼 가만히 서 있다가 코를 킁킁거렸어.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실히 알아내고는, 다시 허리가 꺾여서 머리가 땅에 닿았어. 그치만 허리가 꺾여있는 그 상태가 편한 것 같지는 않았어, 마치 자세를 잘못잡아서 불편하다는 듯이 허리를 폈다가 다시 접었거든.  난 계속 숨어서 걔가 허리를 접었다 폈다 다시 접는 꼴을 몇 번이나 더 보고 있었어. 그리고 캔이나 병을 던져서 내가 무얼 마주하고 있는 건지 연구했지.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진 건 승천한 자들의 진화 과정 중 하나인 것 같았어. 고등적인 뇌활동이 보이지는 않았어 - 거의 본능적으로만 반응하는 것 같았거든, 도마뱀처럼. 그치만 개빨랐어. 마지막엔 내가 있는 곳으로 걔를 유인해서, 허리를 펴자마자 그 공허한 얼굴에 주먹을 날려봤어. 근데 더 이상 내가 알던 Alex가 아니더라. 영국에서 여기로 이사와서 남아있던 영국식 악센트 때문에 내가 놀려대던 아이가 아니었어.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우면서 약에 취하고 개소리를 지껄이던 애가 아니었어.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하던 안내자가 아니었어. 그저 썩어가고, 생각없이 먹이만 찾아다니는 지하실의 웃는 짐승일 뿐이었어. 같은 날, 난 Lisa의 시체도 찾을 수 있었어. 이미 죽은 지 오래였더라고. 지하실 보일러설비 때문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어, 두 시간 동안 노력해봤지만 안되더라. 파이프 사이로 들어가보려고도 했지만, 내 덩치가 너무 컸어. 어쩔 수가 없었어. 내 친한 친구를 죽이기까지 했는데, 준비해간 횃불로 빌어먹을 장례식도 지대로 치러주질 못했어. 재수없던 날이었지. 이 얘기는 그만 할래. Jess는 그 후에도 찾지 못했어. 걔가 올린 글을 보고 걔도 감염됐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Lisa와 Alex가 이제 없기 때문에 걔한테 매달릴 수밖에 없었어. 무언가가 필요했단 말이야. 걔의 고통을 끝내고 싶었어. 걔를 싫어했던 적은 없었으니까. 가까이 지내지는 않았지만 친절하고 재밌는 아이였어. 걔의 절친이 걔한테 한 짓을 당할 이유는 없었다고. 근데 X발 걔를 찾을 수가 없었어. 마을 전체를 승천한 자들한테 쫓기면서도 샅샅이 뒤졌는데, 찾을 수 없었어. 운이 없었나봐. 그러다가 문득 고등학교 때, 걔가 약이나 담배를 피우러 가기를 좋아했던 장소가 떠올랐어. 걔는  거길 "나만의 장소"라고 부르곤 했지. 걔가 거기로 향할 땐 아무도 따라갈 수 없었지만, 우리 모두 그곳이 숲 옆의 다리 아래라는 걸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곳으로 가보기로 했어. 그곳엔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내 생각이 맞았어. 밤에 거기서 Jess가 쓰러진 나무에 동상처럼 앉아있는 걸 발견했던 거야. 난 걔가 나한테 달려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샷건을 겨누고 걔한테 다가갔어. 그치만 달려들진 않더라. 걔도 내가 있는 걸 알아챘지만, 입을 쭉 찢어서 씨익 웃기만 했지, 계속 앉아있었어. 걔는 마을의 다른 승천한 자들처럼 감염 정도가 심각해 보이진 않았어. 내가 말을 걸어도 반응도 없고 공허해 보이긴 했지만 공격적으로 행동하진 않았거든. 계속 웃고 있었지만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떡져 있었어. 손가락도 서로 들러붙지 않았었고, 눈 한쪽은 여전히 뜨고 있었어. 가끔 나랑 눈이 마주쳐서 예전의 지각능력을 가지고 있나 싶었지만, 그때마다 눈을 슥 피하더니 다시 멍해졌어. 어쩌다 한번씩은 내가 말하는 걸 알아듣는 것도 같았고 날 알아보는 것도 같았어. 그치만 머리를 갸웃거리거나 그냥 웃고 있는 것 이상으로 걔랑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었어. 감염되기 전에 걔가 얼마나 밝고 재밌는 아이였는지가 떠올라서 Jess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어. 걔랑 처음 마주쳤을 때는 걔를 죽일 수가 없었어. 왜인지는 몰라. 아직은 그랬어. 다른 자들과는 달리 감염되기 전의 모습이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였는지도. 근데 내가 한번 걔를 찾아내니까, 내가 어딜가든 걔가 따라다녔어. 절박했던 건지도 몰라, 걔 뇌의 어떤 한 부분이 내가 자기를 다시 되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 아니면 날 죽이고 싶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르고, 그치만 모종의 이유로 그럴 신체능력이 딸렸던 건지도 몰라. 날 공격할지도 모르는 - 아직은 안 그랬지만 언젠간 그럴 수도 있는 -  위험한 짐승한테 스토킹당하는 건, 개소름끼치는 일이었어. 근데 걔는 그냥 바라보고, 기다리고, 따라다니기만 했어.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돌아보면, 걔가 몇 야드 뒤에서 날 따라다니고 있었어. 깊은 숲 속에서 자고 일어나면 걔가 내 옆에 서 있곤 했어. 버려진 어두운 건물 안을 돌아다니다가 Jess가 창문을 비틀거리면서 기어오르려다 큰소리를 내면, 미쳐서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 걔가 내 주변에 있는 게, 언제부터 익숙해졌는지는 모르겠어. 그치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까, 걔가 내 옆에 있는게 든든했어. 그런 표정 짓지마. 난 거의 6개월 동안 승천한 자들 사이에 있었다고, 마을을 떠나면 내가 감염원을 다른 마을에 퍼트리게 될까봐 무서워서 그러지도 못했고. 그 땐 다른 사람하고 제대로 된 대화 한 번을 못 할 때였단 말이야. 난 걔가 다른 승천한 자들로부터 날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었어, 물론 진짜로 그런건 아니었지만. 내가 진짜 공격받거나 쫓기고 있을 때 걔는 그냥 뒤에서 보고만 있었거든. 그치만 그게 내 상상이라 해도 걔가 내 주변에 있을 땐, 걔가 없을 때보다 공격을 덜 받는 느낌이었어. 어느 날 밤엔, 걔가 텐트 밖에서 덜덜 떨면서 이 사이로 숨을 쉭쉭 쉬길래 후드티를 입혀줬어. 다음날 밤엔 또 돌아왔길래 내 텐트안으로 들여보내기도 했어. 무슨 상처입은 새 같았어, 마르고 창백하고 불쌍해보이는. 걔는 그냥 구석에 앉아서 내 커다란 후드티를 뒤집어 쓰고 내가 자는걸 지켜보고만 있었어. 그 후에는, 걔를 피해다니는 걸 그만뒀어. 사실 거꾸로 내가 걔를 찾아다녔지. 걔가 오랫동안 사라져있으면 불안해졌어. 걔한테 항상 말을 걸었고 그게 날 제정신으로 유지해줬거든, 걔가 내 말을 알아듣지는 않았지만. 이상한 방법으로 Jess랑 나는 걔가 정상일 때보다, 승천한 자가 된 이후에 더 가까이 지내게 된 거야. 이런 미친. 방금 내가 뭐라고 썼는지 다시 읽어봤어. 니들이 날 뭐라고 생각할지 상상도 안간다. Claire가 마을에 처음 들어오고 나서, 며칠 후에 걔를 따라 경찰서로 들어가고 마을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쳤을 때, Jess랑 나는 다리 밑의 캠프에서 지내고 있었어. 새로운 여자애가 마을로 들어온 게 대체 무슨 뜻이냐고 Jess의 귀에대고 목이 터져라 소리쳐댔지. 걔는 그저 다른 때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고 바라보기만 했어. 난 걔한테 너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말했어. 걔는 보고, 웃고, 고개를 다른쪽으로 갸웃거리기만 했어. 난 너무 스트레스 받은 상태였고, 그게 날 화나게 만들었던 것 같아. 걔한테 도대체 날 따라다니면서 죽이려고도 하지 않고 뭘 하고 있는거냐고 물었어. Elizabeth를 위해서 내 옆에 붙어 스파이질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어. 그랬더니 Jess가 나 말고 다른 곳을 보더라고, 그래서 그걸 실제 대답으로 알아듣기로 했어, 그러지 말았어야했지만. 난 그 자리에 서서 걔보고 제발 좀 꺼지라고 소리쳤어. 걔는 물론 움직이지 않았지. 난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어. 그리고 걔가 승천한 자가 된 이후에 처음으로, 무슨 소리를 냈어. 들러붙은 이빨 사이로 낑낑거리는 소리를 냈다고. 그 소리를 듣고 난 정신을 차렸어. "뭐라고?" 내가 물었어. 대답은 없었어. 난 걔한테 몸을 기울이고, 걔의 작고 연약한 말라붙은 손을 잡았어. "Jess, 뭐라고 한거야?" Jess는 다시 낑낑거리면서 멀쩡한 한쪽 눈으로 내 뒤를 바라봤어. 난 뒤로 홱 돌아서 수풀 뒤에 승천한 자가 날 덮치려고 웅크려있는지 살펴봤어. 하지만 아무도 없었어. 모닥불, 내 텐트, 내 샷건뿐이었지. 난 Jess를 다시 돌아봤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어. Jess가 내 손에서 자기 손을 약하게 빼더니 내 뒤를 가리켰어. 난 다시 적을 찾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날뛰는 걸 느끼면서 뒤돌아봤어. 그치만 또 한번 아무도 없었지, 그래서 걔가 가리키는 방향을 조심히 따라가봤어. 걔는 내 총을 가리키고 있던 거야. 그러더니, 아주 천천히, Jess는 자기 손을 자기 가슴에 대고 자신을 가리켰어. X발. 당연하게도. 피로감이 확 몰려왔어. 이런 슬픔을 항상 견디느라 너무 피곤했는데. 그치만 난 고개를 끄덕이고 트럭으로 향했어. 난 감염자들을 쫒아내느라 총알을 다 써버렸었단말이야. 총알 조각들이 그들의 몸에 구멍을 내놨지, 몇 초간은 그들을 멈춰세웠고, 그치만 감염자들은 다시 움직이곤했어. "며칠만 시간을 줘" 내가 말했어. 걘 다시 낑낑댔어. 난 일주일 후에 돌아갔어. 인정할게, 그 날을 미뤄왔어. 이유는 나도 몰라, 걔가 내 옆에서 없어진다는 사실이 싫었어, 애정결핍이었나봐. 하지만 내가 다시 돌아갔을 때, 새 탄약을 가지고 있었고, 걔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의지가 있었어. 마을에 돌아갔을 땐 밤이었어. Jess는 숲 속에 없었고 걜 찾아다녀야했어, 나무 사이로, 혹시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승천한 자들을 피해서. 마을은 이상할 정도로 비어있었어. 보통 밤에는 감염자 한 두명은 볼 수 있었거든, 근데 그 날은 모두 숨어있는 듯 했어. 그리고 Elizabeth가 지난 몇 주 동안 보다도 훨씬 더 가까이 있다는 걸 느꼈어.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고, 절박감이 들기 시작했어. 심지어 Jess를 부르면서 돌아다니기도 했어. 난 걔를 오래된 고등학교에서 발견했어, 창문 하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걸. 내가 걔를 부르니까 걔는 나를 돌아보고 고개를 갸웃했어. 걔만의 인사 방법이었지. 난 내가 준비됐다고 했고, "나만의 장소"에서 그 일을 진행할 줄 알았다고 말했어. 걔는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갸웃했어, 난 그걸 동의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난 내 팔을 걔의 상하고 연약한 몸에 두르고 다리를 향해서 걔를 인도했어. 그곳으로 가는 길에 우리 뒤에 Claire, Blake, Elizabeth가 차를 몰고왔어. 난 불빛에 당황했고, Claire의 차를 알아보고 Jess를 끌고 얼른 그곳을 벗어났어. 이제 미스터리가 풀린거지. Claire는 그날 밤에 나랑 Jess를 봤던 거야. 난 Jess를 마른 나무 옆에 뉘여놓고 죽였어. 걔는 땅바닥에 앉아서 한쪽 눈으로 날 바라봤어. 난 Elizabeth와 개체가 그 눈을 통해서 날 볼 수 있는 지 궁금했어. 왜 그들이 Jess를 더 심하게 감염되도록 하지 않고 그 상태로 놔뒀는지 궁금했어, 만약 그게 그들이 의도했던 바라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Elizabeth가 더 감성적인 사람이었던 건지도 몰라.  하지만 아마 아닐거야. Jess는 평화롭게 떠났어. 난 빠르게 그 일을 해결했고, 몇 달 지나지 않아서 Claire에게도 같은 일을 해줬지. 걔는 내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눈을 감았어. Elizabeth는 Blake와 함께 내가 Claire를 죽이기 직전에 마을 밖으로 나갔어. 그땐 그 둘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어. 하지만 마을에서는 그년의 존재를 더 이상 감지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난 화가나서 그년을 쫓았어. Claire의 죽음이 내 마음에 불을 지핀 거야. 몇 달 동안 난 사라져가는 냄새를 쫓는 개가 돼서, 해변이고 내륙이고 전부를 샅샅이 뒤졌어. 맹목적인 본능과 - 눈이 준 내 능력 - 그리고 이 계정의 글을 읽은 독자들의 이메일과 개인쪽지들을 보고 움직였지.  완전히 시간낭비는 아니었어 다행히. 물론 내가 도착할 때마다 이미 Elizabeth가 떠난 직후였지만. 그년은 항상 떠나간 자리에 감염자들을 남겼어. 난 포틀랜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피닉스로 웃고있는 사람들에 관한 루머를 쫒아다녔어. 그럴 때마다 그곳들에서는 샷건 총성이 들리고 검은 액체들이 사방으로 튀었지. 죽음은 증상들을 없애줬지만, 질병 자체를 없애지는 못했어. 만약 이 글을 읽는 너희가 미국 서부에 살고 있다면, 조심하는 게 좋아. 누군가 너희들한테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이상한 눈빛을 하고 다가온다면, 도망쳐. 그들이 감염자들이 아닐지라도, 내 충고를 들어서 나쁜 일이 생기진 않을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두어달이 지나니까 전세는 역전됐어. 난 휴스턴에서 뭘 찾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고 일주일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떤 술집 밖에 Elizabeth의 빌어먹을 차가 주차돼있는 걸 봤어. 그걸 믿을수가 없었지. 두번 확인 했어. 세번도 확인 했어.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건 그년의 차가 확실했어. 우연이라고 생각하기엔 이상했지. 그냥 우연히 여기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그게 다가 아니라, 심지어 내 호텔에서 몇 블록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말도 안 돼.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던 거야, 난 알고 있었어. 내가 맞았어. 그치만 난 미끼를 물었어, 그년이 원했던 대로. 그때 당시엔 "될대로 되라지 X발" 이런 생각이었거든. 안전하게 일을 해결하려다가 내 인생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X되게 했으니까. 이젠 질렸어. 그년이 여기서 일을 벌이길 원한다면, 그걸 거절할 이유가 있나? 난 재킷에 권총을 넣어놓고 사람들로 가득한 술집으로 들어갔어. 물론 더 큰 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경찰의 시선을 끌지 않았겠어? 난 즉시 그년이 구석 테이블에 3명의 남자와 앉아있는 걸 봤어. 두 명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나머지 한명은 Blake였어. 아직도 살아있더라고, 물론 그것도 지금으로부턴 몇 달 전이지만. 그는 Elizabeth의 옆자리에 앉아서 그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몽롱한 눈으로 웃으며 걜 바라보고 있었어. 다른 두 남자들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마치 그년이 그 사람들을 수집하는 것 같았어. 내가 다가가니까 그년은 날 보고 씨익 웃었어, 마치 이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듯이, 그리고 우린 정말 오랜만에 만난 옛친구라는 듯이. "Clayton," 그년이 말했어, 그리고 남자들 중 둘은 날 돌아봤어. 표정이 적대적으로 변하더라. 나머지 한 남자는 자기 재킷 안으로 손을 넣었어, 그 안에 있는 무기를 집었겠지. 난 이해했어. 그년은 대화하기를 원했지만, 내 바람과는 달리 보호받고 있었지. 난 내 총에 손을 얹었어, 내 나름대로 협박에 대응한 거야. Liz는 고개를 끄덕이고 날 향해 윙크했어. 그년은 나보고 앉으라고 손짓했고, 난 따를 수밖에 없었어. 조심스럽게. 걔는 이렇게 사람 많은 장소에서 일을 벌일 애가 아니었어. 술집 안의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일과는 다들 상관없는 듯 보였어, 그래서 난 여기를 중립지역 같은 거라고 생각했지. "날 찾아냈구나," 걔가 말했어. "네가 널 찾도록 놔둔거겠지," 내가 대답했어. 개는 다시 끄덕였고, 미소가 더 크게 번졌어. "상황이 변했으니까," 걔가 말했어. "우린 뭔가를 이해하려고 여기에 왔어. 우리에게서 감춰진지 오래인 무언가를." "우리"라는건 걔 자신과 개체를 뜻한 거겠지. 난 그들이 이해한 게 뭐냐고 물었지만, 걔는 고개를 가로저었어. "곧 알게 될 거야," 걔가 대답했어. "그건 약속할게. 실패가 너무 많았어, Clayton. 너무 많이 죽었지." 그년은 옆에 앉아있는 남자들을 가리켰어, 물론 내가 보기엔 상대적으로 멀쩡한 사람들이었지만. "다 너의 눈 때문이야. 그가 우리에게 모든 이야기를 해주기만 했어도 상황이 이렇게까지 복잡해지진 않았어. 하지만 됐어. 그의 방식은 비밀을 숨기는 거지. 난 그게 짐승들의 자연스런 행동이라는 걸 들었어." 그년이 웃음을 터트렸어. 남자들도 같이 웃었지, 멍청하게. 난 Blake가 날 보게 하려고 했지만, 걔는 계속 Elizabeth만 쳐다봤어. "하지만 다 끝났어," 그년이 계속 말했어. "우린 이제 전부 다 알아." "무슨 비밀?" 내가 물었어. "따라와," Elizabeth가 말했어. "그럼 말해줄게. 더 이상 너한테 숨기고 싶지 않아. 우리 나눌 이야기가 많잖아. 그러니까 대답해. 여기서 나가자. 조금만 더 함께하자구." 걔의 손이 내 손가락 사이로 들어왔어, 차갑고 부드러웠어. 잠시 동안은 유혹에 넘어갈 뻔 했어. Elizabeth는 아름다웠고, 그 눈은 최면을 거는 듯 했어, 계속 자길 바라보길 바라는 듯이. 그 손은, 내가 몇 달 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진짜 사람과의 접촉은, 정신을 잃을 정도로 좋았어. 그 즉시 본능적으로 걔의 나머지 피부결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어. 그 땐 개체가 진짜 신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가 없었어, 왜냐면 진짜 그런 존재가 그년 안에 있다면, 걔가 그렇게 아름다운 게 이해가 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때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알람이 울렸어. 내가 잘 알고있는 경비 시스템이었지 - 눈이 날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장치였어. 항상 내 머릿속에 있었고, 틀렸던 적이 없었어. 내 안에 있는 무언가가 나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있었어, 그리고 그건 Elizabeth의 밝은 녹색 눈을 계속 쳐다보고 싶다는 욕망과 대치했지. 난 몇 초를 더 망설였어. 내 귀가 울려대고 있었어. 그리고 그 순간 Elizabeth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올라오는 걸 보았어 - 기색을 감추는 게 익숙칠 않았던거지. 하지만 난 이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전보다 더 확실히 알 수 있었어, 그년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과 깍지를 끼고 있는 동안.  두 신들이 이 세계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던 거야. Elizabeth와 나는, 그들의 그릇은, 그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어. 하지만 나의 신이 더 힘이 셌지. 이 세계는 그의 것이니까. 난 내 눈길을 그년에게서 떼어내고 일어났어. "기다려," 걔가 속삭였어, 그리고 난 개체의 목소리가 걔 목소리에 겹쳐 들리는 걸 들었어. 걔가 내 손목을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나중에 멍이 들 정도였어. 걔는 내쪽으로 기대고, 머리를 애원하듯 기울이고는, 간청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어. "우린 서로가 필요해, Clayton. 너랑 나 말이야." 내 머릿속 알람은 최고경보를 울리기 시작했어. 그래서 난 그년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도망쳤어. 그때 이후로,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거의 반년 동안 모텔과 고속도로, 총과 함정 말고는 없었다고. Elizabeth는 내가 어딜가든 따라와, 하지만 난 머릿속에 그년이 너무 가까이 다가오면 울리는 작은 정신경보시스템이 있지. 난 걔가 나를 소유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해. 물론 그년은 이 '세계'를 소유하고 싶어하겠지, 하지만 나를 향한 그년의 관심은 특히나 더 강해. 내가 그녀를 막을까봐 걱정되나봐. 물론 난 그녀를 막을 계획이야. 그러니까 이제 날짜가 다가오고있어. 지금까지 여기에 글을 쓰는게, 너희보다 나한테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아, NoSleep. 내가 따라야 할 목표를 몇 가지 주기도 했어. 내가 오랜 기간 동안 느끼지 못했던 에너지를 주기도 했고. 그리고 내 생각에, 이 계정들 처럼, 본질적인 것들을 돌아봐야 할 것 같아. 거기에 있는 목표들을 전부 따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감염된 마을로 돌아가려고 마음먹은 몇 주 전부터 눈의 악몽을 더 이상 꾸지 않게됐어. 뭔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거지. 드디어 눈이 만족한 것 같아. 거기서 찾은 게 있으면 또 업데이트 하러 올게. 그때까지 살아있다면 말야. 요 몇년 간 가져보지 못했던 희망을 가지면, 이 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Liz 보고있어? 집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 원글의 댓글 :  helpmenosleep   그래 갈게 기다려.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7) | 디미토리 ________________________ Jess 이야기 너무 슬프네. Clayton이 얼마나 외롭고 절망적이었을지 짐작이 가는 이야기. 하지만 절망에 빠지지 않는 성격, 뭐든 버텨내는 성격이라 다행이야. 그게 어쩌면 '눈'으로 불리는 신의 능력일 지도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왜 Liz, 아니 정확히는 '개체'는 이렇게 Clayton에게 집착을 하는걸까. 막을까봐 걱정된다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을 때니까 굳이 그럴 필요 없던거잖아. 이제 정말 끝이 보이지? Clayton은 Liz를 불러서 어쩌려는 걸까. 내일 같이 보도록 하자!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2화
오늘도 여러분의 무료한 점심시간을 퇴치하기 위해 왔어! 이제 이야기의 끝이 보이는 것 같지? 마지막까지 함께 달려 보쟈 ㅎㅎ 그럼 시작! 참. 이미지는 이야기랑 전혀 무관! 그냥 내가 퍼온거야 ㅎ _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15 안녕, NoSleep. Clayton이야. 글을 업데이트하는데 공백 기간이 좀 길어서 그렇지, 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죽진 않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마 Elizabeth가 날 죽이면, 여기다 내가 죽었다고 글을 올릴지도 몰라. 그녀가 날 죽이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직 성공하진 않았어. 그래도 항상 걔 덕분에 긴장하면서 지내고 있지.  내가 요즘 뭘 하고 지내는 지는 말해줄 수 없어. 걔가 이 글을 읽을 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안녕 Liz, 잘 지내? 엿이나 처먹길 바래.) 일의 진행이 느리긴 해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 족할듯해... 왜냐면 좇아야 할 목표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거든. 다시 한 번 내 과거를 들춰볼게.  왜냐면 부분적으로는, 이유가 뭐든, 너희가 이걸 계속 읽어주니까. 또 내가 이런 결속감...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근데 사실은 어쩔 수가 없어서야. 뭘 해야할지 알수가 없어, 벽에 가로막혀서 어떤 식으로 진전시켜야할지 감이 안 와.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알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를(물론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을 막으려면 '누구를, 언제, 어디서'라는게, X발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지. 내가 놓친 게 있는 거야. 분명해.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있는 거야. 아마 내 과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X같은 자기성찰이나 뭐 그런걸 해야겠지.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야. 그러니까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도 이해해줘. 오랫동안 잠을 못잤거든. 또, 맨날 존나 애매한식으로 말해서 미안해. 그치만 시간순서로 말해줘야해. Claire의 일처럼 이건 너희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야. 그저 내 눈으로 본 걸 너희한테 말해주는 것 밖에 안 돼.  저 번 글에서 내가 처음 그 '눈'(자칭 우리 차원의 신이라는)과 만났던 걸 말했었지. 댓글에선 '개체'랑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고 별로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어. 사실이야,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 근데 적어도 우리 주변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놓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지. ' 눈'에 대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 그는 많은 것들을 그의 주변에 간직하고 있어. 전지적인 수준의 힘을 가졌을지도 몰라, 그게 아닐수도 있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가 모든 걸 알고있다 해도 나한테는 X발 일언반구도 없어.  머릿속에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는 '지식'을 가지고 생생했던 DMT여행에서 깨어났지만, 논리를 담당하는 뇌의 일부분은 그게 정교하게 조작된 환상이라고 주장했어. 또 내가 그 환상을 보고도 뭘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누가 '그릇(Vessel)'인지도 몰랐어.  그저 컬트 집단과 '개체'가 굉장히 위험한 존재라는 인상만 뚜렷하게 느꼈고, 그들이 내가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걸 탐탁치 않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만 알았지. 내 인생이 위험에 처할수도 있었어. 만약 이 모든 일이 다 사실이라해도 16살짜리 애한테는 벅찬일이었지. 압도되고, 두려워하고,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내는 거 말야.  난 고등학교 1학년을 더 조용하고 엄숙하게,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보냈어. 마약에 심취한 친구들이랑은 멀어지고, 정신줄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Alan, Lisa와 지내는 걸 낙으로 삼았어. 물론 걔들한테 내 DMT여행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 시간은 항상 그러하듯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갔어. '그' 기억은 희미해져갔고, 그러한 일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게 점점 쉬워졌어.  그러다가 어떤 소문이 퍼졌어. 고등학교 3학년 때, Elizabeth가 한밤중에 학교안에서, 마치 태어날때의 모습처럼 나체로, 또 온몸에 그을음이 묻은채로 발견됐어. 그녀 뒤로는 불길이 1층부터 터널을 타고 올라와서 치솟고 있었어.  사람들은 그 터널을 보수유지 통로처럼 이용해서 그녀를 구출했대, 그리고 불은 고장난 보일러에서 시작된 거였대. Elizabeth가 거기에 있었던 건 그저 우연이었댔어 - 반항적인 학생 하나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다가, 재수없게도 적발된거라고 말야. 모험심 강한 여자애가 자기네 반 교실에 있는 해치가 어디로 통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용감하게도 치솟는 불길에서 살아남았대. 18살 여자애가 얼마나 무서웠겠어. 근데 저건 신문에서 그랬다는 거고. 아마 걔네 아빠 입김으로 저렇게 포장해서 기사를 쓴 거겠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렸어. 왜 거기에 있던 걸까? 옷은 왜 홀랑 다 벗고? 불이 난 거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Elizabeth가 어딜 가든 평소보다 많은 눈들이 따라다녔어.  물론 걔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갔지. 더 밝게 웃고,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 그런 관심을 즐긴거야. 걔는 그걸 존나 좋아했어. 그 날 밤에 진짜 있었던 일은 아마 그녀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을 거야. 하지만, 나랑 Claire가 몇 년이 지나고, 그 해치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게 됐어 - 지하 깊숙한 곳에 그 집단이 사용했던 비밀의 방이 있던 거야.  아마 그 방이 숨겨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왜 거기서 불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밤부터 뭔가가 변하기 시작한건 분명해. 그리고 Elizabeth가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어. 전에는 상대적으로 정상 같았는데 - 영악한 눈과 교활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 - 그 후엔 완전히 미스터리한 애가 된거야. 걔랑 별로 얘기하는 걸 꺼려했던 나까지 그걸 눈치 챘을 정도면 말 다했지.  애가 좀 산만해지고 으스댔어. 권력에 대한 존경심도 없어졌고. 우리 시장이었던(그리고 그 집단의 리더였던) 걔네 아버지랑도 스스로 멀어지려고 했고, 걔네 어머니도 아버지랑 곧 이혼해서 떨어져 지냈어. 왜 그랬는지는 몰랐어. 관심이 없었지. 18살의 Liz는 완전히 탈선하기 시작했어.  그 집단이 걔가 그러고 다니는걸 가만히 뒀다는게 신기했어. 자기들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을지 내가 아는데. 아마 그 사람들의 힘을 넘어서는 파워를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무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다 내 추측이야. Alan 은 걔한테 빠지다 못해서 미쳐가기 시작했어. 내가 보기에 Elizabeth는 Lisa를 될 수 있으면 계속 무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 우리는 그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졸업했어. 특히 Liz랑 Jess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영예를 떠안고 졸업했지. 그러고나서 2009년 초에, Alan은 Liz랑 Jess를 어떤 하우스파티에서 만났어, 그리고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그년들이 내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한거야. Alan은 마침내 자기가 원하던 걸 얻었어: Elizabeth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알아보는 그들의 세계에 동참하게 된거지.  그들만 알아듣는 이야기는 점점 심해져갔어. Liz는 분명히 Alan의 관심을 받는게 좋았던 거야. 난 걔가 가끔 만취했을 때 슬그머니 옷을 다 벗고 빗속에서 춤을 추는걸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어. 아니면 벌겋게 달궈진 나이프 끝을 자기 피부에 갖다 댄다거나.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 키스한다거나.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거나. 빌어먹을 Fleetwood Mac의 노래의 패러디처럼.  10대 애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 있잖아. 그치만 그게 뭐든간에 Alan이 걜 더 좋아하게 만들었어. Jess는 그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걔도 똑같이 Elizabeth의 환상에 빠져있는 것 같았어. 걔들은 지들이 나쁜년들이라고 생각되는 걸 좋아했어. 한창 반항할 때니까.  Lisa랑 나만 그걸 꿰뚫어 볼 수 있었어, 하지만 Alan은 우리가 "질투"하는 거라고 했지.  염병, 가엾은 Lisa.  남자친구가 '개체'에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내 눈엔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어. 싫었어. 걔들은 저녁에 모여서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맥주를 마시는걸론 만족하질 못했지. 대신 Alan을 꼬여내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위험한 모임을 갖게 만들었어. 지금 와서 보면, 아마 그 사람들은 그 컬트 집단의 멤버거나 그들의 자식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 아버지랑 관련 없는척했지만, Elizabeth는 계속 그 사람들이랑 가까이 지냈어. Alan은 Liz가 컬트 집단에 대해 말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댔어. Jess도 마찬가지고. 여튼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와중에, 난 계속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그런 악몽을 꾼 건 2009년 6월이었을 거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까 내가 무슨 관 안에 있었는데, 아마 산 채로 묻힌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분명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했었던 기억은 있는데 말이야.  내가 납치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는 못하고, 그저 떨면서 점점 숨이 막혀왔어. 숨 쉴 공기가 점점 없어져간다는 공포, 밀실 공포, 어두움 속에서 정말 1초, 1초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몇 시간을 갇혀있었어. 그러다 결국 질식해서 기절했지. 나중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벌떡 일어나보니까 침대 위였어. 그치만, 그 관 안에서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그게 진짜 있었던 일인지 헷갈렸어. 다른 악몽들은 부끄러움, 죄책감, 분노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나타났어. 꿈 속에서 사람들은 날 약자, 멍청이, 가엾은 것이라고 불렀어. 내가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사람들이 뭐라하는 꿈도 꿨고. 항상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침실 천장을 보면서 헐떡이며 잠을 깼던 기억이 나.  “뭘 시도해? 뭘 시도하냐고?”  답은 없었어. 하지만 다음 날 밤에, 더 끔찍한 악몽이 날 찾아왔어. 내 가족이 불에 산태로 타는 꿈이었어 - 너네 어머니의 눈알이 뜨거운 불 속에서 열기에 터져버리고 볼 위로 줄줄 흘러내리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해 봐. 그게 얼마나 잊기 힘든 장면인지. Alan의 손, 발목에 녹슨 체인이 묶여있고 능지처참을 당하면서 나한테 “좀 처 보라고, 제발!”라고 소리지른다거나.  아직도 머릿속에서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들리고, 얇은 피부 아래에서 척추 뼈가 전부 분리되는 게 보이는 것 같아. 또 Lisa의 허리가 부러지고, 손과 발이 완전히 밖으로 꺾여나간 채로 "대체 왜 찾아보지를 않는거야?"하고 소리치기도 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게 뭘 뜻하는 건자 깨닫기는 했던 것 같아: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말야. 그래서 내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컬트 집단이나, '눈'이 했던 말들에 대한 꿈도 있었어. 마치 그 여행이 그래야 했다는 듯이,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았어. 그래도 난 한 1년 간은 잊어보려고 계속 노력했어. 그러다 나는 2010년 9월에 마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대학에서 2학년을 보내고 있었어. Liz는 Alan을 설득해서 1년 휴학을 시켰지만, Jess는 PSU에 붙어서 Portland로 이사갔어. 물론, 자주 놀러오긴 했지. 그 때가 그 일이 일어나기 한 두 달 전이었을 거야. 나는 수업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어. 일상에 너무 지쳤을 때 자주 숲 속 길로 돌아돌아서 혼자만의 드라이빙 타임을 가지곤 했거든. 아직도 기억나는 게 길가엔 눈이 쌓여있었고,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 - 내 생일이 Jess랑 Liz의 생일이랑 가까웠기 때문에 트리플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지 - 그러니까 한 12월 초 였을 거야. 한 5~6시 쯤이었나, 겨울이라 어두웠는데, 히터도 켜놓고 좋아하는 음악 CD가 있어서 괜찮았어. 그래서 그 때 기분이 좀 좋았어. 컬트 집단이나 '눈'은 전혀 신경도 안 쓰였고 말야.  그 러다 산 속의 S자 코스에 다다랐어 - 진짜 구불구불한 산 속의 S자 코스에. 그래서 속도를 좀 줄였지. 난 그 길을 수 천 번쯤 다녀봐서 눈 감고도 운전해서 빠져나갈 수 있었어. 근데 길 중간에 왼 쪽으로 빠져나가는 갈림길이 나와서 소스라치게 놀랐어. 아까 말했듯이 그 길을 수 천 번쯤 다니는 동안은 단 한번도 그런 길을 본 적이 없었거든.  그 때 내 생존본능 모드가 갑자기 꺼지기라도 했었는지, 미쳐가지고 처음보는 그 길로 들어가버렸어. 그런 충동이 왜 갑자기 들었을까? 그냥 막연한 호기심이었을거야, 어린애들처럼 위험속에 뛰어들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아마 '눈'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날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아. 그냥 두 번도 생각 안하고 바로 그새 길로 들어가버렸어.  길 가에 가로등은 없었는데, 마치 원래 거기 그 길이 있었다는 듯이 길바닥은 포장 돼 있었어. 뭐 산 속에 트랙터 같은 게 너무 자주 다녀서 자연스레 생긴 길 같은 게 아니라, 진짜 2차선에 노란 중간선까지 그려진 포장도로였어. 그저 내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동쪽 방향으로 길이 나 있던 거라는 정도.  그 방향이면 정확하게 산등성이 중간으로 뚫고 들어가는 방향이었어야 하는데, 그 길엔 터널 같은 게 없었어 - 아직도 그 길 위에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커다란 달이 떠있던 게 기억나. 눈도 쌓여있지 않았고, 길이 얼어있지도 않았어.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길가의 나무에는 하얀 크리스탈 같은 것들이 가지에 잔뜩 달려있었는데, 그 밖에 헤드라이트가 비추지 못하는 곳은 아예 검은 어둠뿐이었어. 공허같은 어둠말이야. 그리고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공허처럼 차갑고 검은 생각이.  길은 마치 화살처럼 곧았고, 눈 앞에서 나타나고 지나가면 사라지기만을 반복했어. 저 멀리서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한 1~2분 정도 차를 몰았던 것 같아. 뭔가 창백하게 하얀 게 반짝거리고 있었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확실히 뭔지 볼 수는 없었어. 그게 뭔지는 몰라도 내가 차를 몰고 가는 길 한가운데에 서 있어서, 속도를 줄여야했어.  근데 속도를 줄이는데도 그 형상이 커지는 속도는 변하질 않았어. 점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난 깨달았지. 그게 나한테 달려오고 있다는 걸. 그 게 나한테 어떤식으로 이상하게 달려왔는지, 저렇게 설명할 수 밖에 없겠다. 처음엔 그게 뭐 사슴이나 그런 건 줄 알았어, 알비노 사슴 뭐 그런거 - 말했듯이 어둠속에서 아주 창백한 하얀색이었으니까. 돌연변이 사슴이 더 말이 되잖아, 달려오는 모습도 굉장히 이상했고 - 길을 지그재그로 달려오면서 절뚝거리고 가끔 엎어지기도 했어. 그치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일어나서 다시 내 차를 향해, 나를 향해 달려왔어.  무 슨 광견병이나 미친 좀비같아서 점점 무서워지긴했는데, 난 500kg가 넘는 쇳덩이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만약에 내가 저 X신 같은 광견병 알비노 사슴새끼한테 공격받는다 쳐도, 그냥 깔아뭉개고 지나가면 됐어. 근데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게 확실히 사슴은 아니라는 걸 알게됐어. 사람이었지. 그 사람은 개나 곰이 뛰듯이 네 발로 나를 향해 최고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어. 몸이 상당히 길어보이긴 했어, 상체가 무슨 사슴처럼 길었고, 팔다리는 사람의 것보단 두 배는 길었으니까. 그 때쯤 되니까 그 사람이 헐떡거리면서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로 웅얼거리면서 떨고 짖어대는 걸 들을 수 있었어. 난 그 사람이 내 차 바로 앞으로 달려들길래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어. 그 사람은 짐승처럼 내 차 범퍼에 부딪치기 직전에 몸을 틀어서 멈춰섰고. 긴 시간 동안, 그 사람은 내 트럭 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했어. 몸은 무슨 후드에 가려져 있었는데, 수척한 척추 뼈는 후드 위로도 툭 튀어나와보였어. 그러다가, 그게 천천히 후드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내 트럭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어.  난 완전히 마비돼서 그 것이 내 쪽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만 있었어. 아주 여위고 홀쭉한 얼굴, 이가 거의 다 빠진 입 - 그나마 남아있던 이빨도 부러지고 누렇게 변색돼있었어. 또 지저분한 수염이 길게 늘어져있었고, 잔뜩 떡진 갈색 머리는 늙어서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어. 분명히 기억하는건, 상체가 너무 길어서 그것이 발을 내 범퍼에 기대고 있었다는 거야. 아마 평균적인 사람의 길이보다 정확하게 두 배나 긴게 아니었지만, 거의 그 정도로 길어보이긴 했어.  팔이랑 손가락은 존나 얇고 길게 뻗어있었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홀쭉했어. 뭐 “초자연적인” 방식이 아니라 "선천적 질환" 때문인 것 같아보이긴 했지. 그 미친남자는 다른 짐승보단 스라소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내 차 앞유리로 올라왔. - 유연하고 나긋나긋이 짐승처럼. 눈은 완전히 하얀색이었고, 눈동자는 무슨 바늘로 찍은 듯이 아주 작은 빠딱한 점 같았는데 약간 사시같아 보였어. 눈알은 거의 빠질 것 처럼 튀어나와있었는데, 눈병에 걸린 것처럼 가장자리가 시뻘갰어. 마판증후군걸려서 태어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소름끼치게 아파보였어.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30cm정도 떨어진 앞 유리에 길쭉한 얼굴을 들이댔어, 그가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뭐라 말할 때, 숨이 유리를 뿌옇게 가렸지. 그가 말 할 때마다 입은 무슨 바늘처럼 앞유리에 닿아선, 진 시몬즈처럼 길다란 혀가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렸는데, 혀는 검은색, 회색으로 얼룩덜룩했어.  미친, 그 사람은 진짜 심각하게 아파보였어. 그리곤 앞유리를 느끼하게 핥았는데, 그가 핥은 부분엔 반투명한 점액이 남았어. 그러다 갑자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다가 멈춰서 조용해졌어. 그의 눈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지. 그는 뼈만 남아 앙상하고 마디도 너무 많고 손톱은 다 자라지도 않은 징그러운 손가락을 들어서 나를 가리켰어. 그 가 다음에 말한 말과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어.  “너! 너도 '그'를 봤구나! 넌 '그'의 것이야! 나처럼!”  그리곤 미친 것처럼 낄낄대다가 앞유리를 몇 번 더 핥았어. 마치 내 얼굴을 직접 핥고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어. 내 트럭 안에서도 그 남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거든.  “크게 기뻐하라!” 그 사람이 속삭였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계곡을 헤맬지라도, '그'가 너와 함께할 것이니, 악마도 두려워 말라. 그래. 그래. 아멘.” 그리고는 앞 유리 위, 천장으로 기어올라갔어. 그 썩어 문드러진 징그러운 면상을 치워주고 내 위로 사라져줘서 살짝 고마웠지. 그리곤 내 눈을 감았어. 코로 싶게 숨을 들이쉬면서 구역질, 두려움, 분노를 참았지. 그 남자는 내 트럭 천장 위에 몇 분동안 앉아서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있었어.  “너희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면, 난 너희 안에 살 것이고, 너흰 내 사랑 안에 살 것이다.” 난 대체 X발 뭘 해야 할 지 몰랐어. 운전을 하면 그가 떨어질거고, 그렇게 되면 살인죄가 씌워질까봐 무서웠지. 그의 X신 같은 DNA는 내 차 곳곳에 묻어있고. 핸드폰은 그 빌어먹을 산 속에서 아무런 신호도 못잡았어; 따라서 경찰을 부르는건 불가능했지. 그래서 그 끔찍하고 긴 시간 동안, 난 그냥 기다렸어.  그러다 그 남자가 조용해졌어. 누군가가 내 바로 위에 앉아있는데, 정확히 어느 부근에 있는지 알수가 없으니까  X  같았지. 그가 부스럭거리고 움직이는 소리가 아예 멎었어. 그 남자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떻게든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했지. 앞으로 1~2분 동안, 그 사람의 소리가 더들리지 않으면, 조용하고 천천히 트럭을 몰아서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어.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그러다가 고기썩는 냄새가 확 올라왔어. 주변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룸미러를 들여다 봤지. 그가 거기 있었어, 그 길고 혐오스러운 얼굴이 내 얼굴과 너무도 가까이 있었어. 내 바로 뒤에 말이야. 내 빌어먹을 트럭 안으로 반쯤 들어와 있던 거야. 어떻게 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조용히 뒷 창문을 열고 몸을 우겨넣고 있었어.  룸미러를 확인하는 X 같은 10초 동안, 그 새끼의 얼굴이 거의 내 어깨에 닿았어. 혀는 흔들거리고, 입냄새는 존나 썩은내가 났어. 그의 다리는 여전히 트럭 천장 위에 있었는데, 그렇다는 건 상체는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비틀려있었다는 얘기지. 우리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그 남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걸린 사람 처럼 움직임을 멈췄어. 입은 상당히 과장된 모양으로 "오"하고 있었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는 다시 트럭 밖으로 기어나갔어.  표정은 광기어린 기쁨에 사로잡혀선 바뀌질 않았고, 숨소리를 색색거리면서 낄낄댔어. 난 그가 트럭을 거의 다 빠져나갈 때 쯤 얼른 고개를 돌려서 뒤를 봤어. 아마 X발 당장 꺼지라고 소리치려고 그랬나봐. 솔직히 왜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 그 남자는 트럭 뒤로 스물스물 기어내려가서 웅크리고, 내가 자길 못볼거라는 듯이 킬킬거렸어. 그가 무슨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어 하는게 분명했어. 난 그 남자한테 얼른 썩 꺼지라고 소리질렀지. 내 글러브 박스에 있지도 않은 총으로 당신을 쏴버리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제서야 그 남자는 트럭 밖으로 도망갔어. 그리곤 길 한가운데에서 허리를 쭉 펴고 일어섰어.  X 같은 새끼 키가 한 210cm는 돼보였어, 내 기억이 과장된 걸수도 있지만. 무슨 이상하게 꼬여서 자란 나무처럼 가만히 서서, 길다란 팔을 들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내 앞을 가리켰어. 길 저편을 말야.  “왼 편 마지막 집,” 그가 꺽꺽거리면서 말했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그리고 아침이 밝을 때까지.”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어. 이젠 뭔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 난 그가 무슨 공포영화 70선을 생각하는건지 빌어쳐먹을 피터팬을 생각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어.  그는 계속 내 차 앞쪽을 가리키면서 군인처럼 뒷걸음질 쳤어. 그리고 재빠르게 좌향좌를 틀더니 길 옆으로 사라졌어. 어두운 숲속으로. 그 남자의 악취는 계속 내 차 안에 남아있었어. 구역질을 참아가면서 창문을 열고 운전을 시작했지. 난 어쨌든 그 전에는 거기 있지도 않았던 미스터리한 그 길을 따라 몇 시간을 더 운전했어. 그 몇 시간 동안 계속 같은 구간만 있는 것 같았어. 내 트럭에 있는 시계만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걸 알려 줄 뿐이었어.  난 계속 방향을 틀어보기도 하고, 후진해보기도 하고, 별 X랄을 다 해봤어. 근데 곧은 직선도로랑 어두운 숲 말고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어. 커브나 언덕조차 없었지. 그 러다가 어느순간부터 짜증이 나서 그냥 길을 벗어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능선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차를 꺾었어.  그러자 한 순간에 어둠이 닥쳐왔어. 앞 유리에 블라인드가 쳐지듯이. 아니면 내 눈이 지 멋대로 감겼거나 내가 장님이 된 듯이. 내 눈앞에 핸들을 잡은 내 손조차도 보이질 않았어, 내 뒤의 길도 보이지 않았고. 달도 없고, 별도 없었어. 그저 내 트럭 대쉬보드에 있는 시계의 야광 녹색 빛만 어슴푸레 빛났지. 근데 그 빛 마저도 시계 주변으로는 밝히질 못했어. 무슨 어둠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이라서 광자를 몽땅 잡아먹고 사는 듯 했어.  그래도 난 계속 그 어둠속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운전해 내려갔어... 그러니까 점점 어둠이 물러나고 시야가 밝혀지기 시작했어.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소의 밤처럼. 그리고 앞을 보니 아까의 그 빌어처먹을 X 같은 직선도로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 있었어. 잠깐 동안은, 한 새벽 3시쯤까지는, 존나 내가 귀신에 홀려서 무슨 무한루프 지옥에 빠진 줄 알았어. 울음음 터트리고 비명을 질렀어. 또 미친 사람처럼 웃어제꼈어. 그렇게 밤이 지나갔지. 내 가 그 무간지옥에 빠진지 한 8~9시간 쯤 지났을 때, 해가 나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난 내가 익숙한 숲길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난 우리 마을 바로 옆에 있던거야. 마지막 건물이 서 있고, 산 속으로 길이 뻗어있는 곳에.  난 그 곳을 굉장히 잘 알아 - 언덕이랑 숲 속 길도 존나 X발 잘 안다고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그 곳에 있을 수가 없었어. 불가능한 일이었어. 말 그대로 불.가.능.했단 말이야. 근데 어쨌든 난 거기에 있었어. 숲의 끝에. 나무들 너머로 마을이 보였어, 해가 뜨면서 천천히 깨어나는 우리 마을이. 난 다리 너머의 울창한 숲 속에서 반쯤 마른 개울의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어. 그 리고 그 곳엔, 길 왼편엔, 그 컬트 집단의 교회가 있었어. 거기에 교회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 일반적으론 '헤이븐', 공식적으로는 '주님의 빛 교회'라고 불리던 곳이야.  이제 겨우 밝아지기 시작하는 오전 6시에, 그곳은 어둡고 공허했어. 그리고 내 집과 침대를 그리며 그곳을 지나갈 때, 내 트럭은 교회의 빨간 양문 앞에서 멈추고 시동이 꺼져버렸어. 난 겨우 그 밤이 보내고 나니까, 그런 사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됐어. 멍청하게 생각하면 안 됐던 거야. '눈'은 나한테 특별히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악몽과 같은 고문을 하면서 내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거야. 내가 헤이븐으로 쳐들어가서 내가 찾아야 할 사실을 찾아내는 것을.  그래서 난 따랐어. 그 이후의 모험에 관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풀어놓을게. 많은 모험 중에 첫번째 모험이었지만. 이번 글도 충분히 길어졌다고 보거든.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재밌는 점은, 이 긴 글을 쓰면서 내가 아직 좇지 않았던 몇가지 목표가 생각났다는 거야. 아마 거기에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지 않을까. 나중에 글을 또 올릴 수 있을 때 돌아올게.  감염된 마을 16 안녕 NoSleep. Clayton이야. 이번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헤이븐 교회는 (대문에 달린 명판에 적힌 걸 보면) 1890년에 마을 설립자 Charles M Hadwell III세와 그의 아내 Olivia에 의해 지어진 맨션을 개량한 2층짜리 건물이야. 중세 빅토리안 양식이고, 백회색의 뾰족한 지붕, 벽돌 굴뚝으로 되어있었어. 원탑 하나가 나중에 지어진 건지, 뒤쪽 코너에 돌출 되어있었고; 2001년 쯤에 Elizabeth의 아버지가 그 원탑을 종탑으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실패했어. 트렐리스(정원에 줄기식물이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놔두는 격자모양 울타리-역주)를 타고 올라가서 창문으로 들어가보니까, 그곳은 지금은 먼지 쌓인 상자들만 있는 저장실로 쓰이고 있었어. 건물 밖으로 통하는 양문은, 아마 그 때 당시엔 잠겨있었을 거야.  트렐리스는 말라비틀어진 갈색 줄기들만 가득했고, 1층 지붕은 서리때문에 미끄러웠는데, 딱히 올라가는 게 어렵거나 하진 않았어. 적어도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가서 퀴퀴한 침묵과 온기를 느끼기 전까지는 내가 위험에 빠질거라곤 생각지 못했지. 그전엔 그냥 막무가내로 쳐들어가면 컬트 집단한테 들킬거라는 시나리오밖에 생각을 못했어. 들켜도 죽이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난 계단 앞에 서서 아래층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나 귀를 기울였어. 하지만 그 탑엔 버려진 가구나 크리스마스 장식들만 있을 뿐이었고, 난 얼른 교회로 침투했다가 빨리 도망칠수록 좋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 나선형의 계단이 위에서 아래로 뻗어있었고, 난 과감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갔어. 낡은 나무 계단에서 나는 삐걱소리가 무슨 천둥소리 같이 들렸지. 난 그저 교회 안이 비어있길 바래야했어. 2층 복도엔 아무도 없었어. 이상할 정도로 비좁았는데, 빅토리안 양식의 성들이 으레 그러듯 했어. 내 뒤로는 계단이 1층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2층의 방부터 살펴보고 싶었어.  내가 있는 2층 복도에는 문이 3개 있고, 복도는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여있었어. 바닥엔 색 바랜 파란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내 발자국 소리를 감춰줘서 다행스러웠어. 난 얼른 방들을 확인했어 - 화장실, 분실물 보관소, 사용된 적 없는 것 같은 침실인데 침실엔 싱글베드랑 정교하게 조각된 빅토리안 옷장이 있었어. 아마 그 곳은 관리인이 어쩌다 가끔 거기서 밤을 보낼 때 쓰는 침실이었을 것 같아. 깔끔하지만 거의 비어있었고 침대시트만 좀 더러웠거든. 거기서 누가 잠을 잔지 꽤 오래돼보였어.  분실물 보관함에는 물건 몇 개가 들어있었어 - 아기 담요, 11학년용 역사 교과서, 남성용 샌들 한 켤레, 여성용 금 손목시계 같은 것들. 여성용 지갑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내가 2학년 때 봤던, 4학기 기간제 영어선생님의 신분증을 찾았어. 그땐 그 선생님이 좋았는데 - 젊고 똑똑하고 재밌으신 분이었거든.  그 선생님만은 믿었었어, 교무실에 계실 때 자주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단 말이야. 그 신뢰감은, 신분증에서 그분의 흐릿한 증명사진을 보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졌지. 아마 그때가 '우리의 작은 마을 안에 컬트집단이 얼마나 침투해 있는지 깨닫게 된 때'였다고 생각해.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믿었던 사람들까지 전부 연루되어있었어. 끊임없는 물음이 생겨나게 됐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 내 친구들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됐고. 우리 엄마조차도 의심하게 됐어. 그 다음엔 내가 찾은 물건들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오른쪽으로 꺾였던 복도로 들어갔어. 거기엔 문 두 개가 더 있었고, 현관홀로 내려가는 메인 계단이 뻗어있었어. 가장 가까운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건물에서 웅웅소리가 나더니 아래층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어. 뭔가 다른 소리가 들리나 들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멘붕이 와서 긴 시간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어. 그러다 그 소리가 그냥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였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지. 잭팟.  그곳은 어떤 사무실이었는데 마호가니와 황동으로 클래식하게 장식된 곳이었어. 완벽한 빅토리안 양식이었지. 난 문을 닫고 가능한 한, 그 곳을 샅샅이 뒤졌어. 그리고 책상에서 지난 사십몇 년 간의 컬트 집단 회의록을 찾게됐어. 잠겨있는 서랍 안에 들어있는 공책에서 찾았지 - 주머니칼이랑 스크류드라이버로 자물쇠를 땄는데, 내 생에 15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어. 회의록은 짧았고, 회의는 1년에 특별한 때에만 한두번 열리는 것 같았어. 각각의 회의에는 4~5명이 참석하는 것 같았고, 사람들의 이름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이니셜로만 적혀있었는데, 아마 핵심층 멤버 중 하나가 은퇴하면 그 대신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어.  많은 양의 회의록엔 별로 주목할만한 얘기는 없었어 - 대부분 컬트집단의 운영이나 총무 관련 얘기였지. 그러다가 보통 회의가 열리지 않는 달에 열렸던 특이한 회의만 찾아보기 시작했어 - 1월이나 7월 이외에 열린것들 말이야. 내가 정보를 모아놨던 파일이 2014년도에 없어졌을 때, 내가 파일에 끼워놨던 회의록들도 같이 사라졌는데, 그게 사라지기 전에 이미 내가 노트북에 내용을 다 옮겨적어뒀어. 없어졌다가 다시 되찾게 된 노트북. 고마워, Claire. 무튼. 회의록 내용은 이랬어. 처음 열린 회의는 1964년 1월로 기록되어있어. 현재 시장인 Hadwell의 임기 전이니까, 아마 H는 그의 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해. 너희의 흥미를 끄는 다른 이니셜은 Z일 거야.  처음엔 회의록이 좀 더 디테일하고 길었는데, 이 사람들이 대문자를 정말 랜덤하게 써대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어도 양해 부탁해. 회의록은 이렇게 시작해: C 와 M이 'Stern 시종'은 우리의 '진실된 신앙인'이 아니라는 유력한 증거를 가져왔다. 그는 다른 시종들에 대해 의심과 의문을 품어왔는데, 특히 승천 의식을 위해 선택받은 것이라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가 비방과 공포를 '추종자들' 사이에 퍼트리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개체'의 생존과 그것의 힘은 승천이 얼마나 영광스럽게 비춰지는 지에 달려있다. H는 내일 있을 설교시간에 이것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추가로, 'Stern 시종'에게 별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충분한 증거를 모아야 한다. Z는 우리 추종자들의 새 멤버에 대해 의심 반 걱정 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며, 위원회 대신 'Stern 시종'에게 찾아가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진실을 캐낼 것이다. 그리곤, 1964년 2월: Z는 'Stern 시종'이 우리의 '개체'에 대한 의심을 확실히 말했다고 했다. Z는 그의 배반행위를 드러낼 증거를 요구했다.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주시할 것. 다시, 1964년 2월인데 위 내용 이후에 있었던 회의야: 어 젯밤, 'Stern 시종'이 지하 기록보관소에서 사진을 찍다가 발각됐다. 그는 즉시 처형됐다. 그의 동료들을 주시할 것. 경비의 수를 늘려야 한다. 다른 주목할 점은, Z가 2주 동안의 휴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몇 세대 동안 그의 가문이 우리에게 해주었던 일을 생각하여, 위원회는 그에게 3주의 휴가와 런던행 티켓을 주었다. Z는 매우 기뻐하였고, 위원회는 그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빨리 확인할 게 있어.  저 “지하 기록보관소”라는 게 내 주의를 끌었다는 거야. 그 사무실에서 몇 개의 회의록을 읽고 나서 내 다음 목적지는 지하가 됐지.  Z에 대해 말하자면.  1979년 4월 회의록에 Z의 득남을 축하했다는 내용이 있어. 아마 그 아들이 'Alan을 만나서 치료해주는 척했던 Z'일 거라고 생각해. 또 마을에 있는 동안 Jess를 예의주시했던 사람일거야. 그는 개체를 상대로 움직였던 게 아니야. 설마 너희들도 진짜 라벤더가 그 빌어먹을 일들을 고쳐줄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 그와 그의 친구들은 그들의 여주인처럼 온갖 트릭을 써서, 그년이 바라는 목표를 같이 이루려고 했을거야. Z는 컬트집단의 스파이로 오랜기간 일했던 걸로 보여. Liz의 충성스런 애완견으로, 잘못된 정보와 조작질로. 아마 그와 그의 친구 한두명은 개체의 적인 척 하면서 Elizabeth가 시키는 잡일을 했겠지. 마을로 돌아오지 말라는 경고는 감염을 더 퍼트리려는 수작이었어. 또 개체의 힘을 과장해서 퍼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신으로 둔갑시켰지. 심지어 Claire도 그 사람들한테 이메일을 받았어, 말 그대로 "개체의 승리야"라는 것 말고는 별다를 내용도 없는 거였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그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 특히 그 컬트 집단 외의 사람들한테. 또 Liz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시한폭탄을 뿌려놨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그년은 더 이상 Z가 필요 없었어, 그건 확실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가 아니까, 왜냐면 내가 제일 처음 죽인게 Z거든. 그 땐 이미 Elizabeth의 희생양이 되어있었어 - 앙상하고 창백하게 웃고있는... 드디어 승천하게 된거지, 그가 원하던 대로 된거야.   고등학교 졸업 후에 그를 본적이 있어서 알아봤어 - 오랜 가문의 장자, 자기가 개멋있다고 생각한 병X. 그의 이름은 Mason Zabala였어. 내가 알기론 그 땐 레게머리같은건 안했고, 고스족 놀이를 했었지. 그 사람이랑 Elizabeth랑 같이 술마시고 취한 적이 몇 번 있어. 그냥 거절당한 구혼자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난 그를 Liz의 옛날 아파트에서 죽였어. 그날 밤에 집으로 돌아와서 읽어본 나머지 회의록 내용이야. 1988년 12월에 열린 회의록: 약속된 아이의 탄생 축하함. 아기는 건강하고 잘 자라고 있음. 이번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 그리고 아래에 손글씨로 쓰여있어: "게다가 자랑스런 애아빠는 진탕 먹고 취해야지! 축하해, H!” 그땐 H가 Hadwell 시장인지 몰랐지만, '그릇'이 1988년 12월 안에 태어나야만 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 명단을 살펴보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발견했는데, 그게 Liz, Jess, 그리고 나야. 공교롭게도 우리 셋의 아버지가 모두 이니셜이 H인데, 그래도 유력한 '그릇 후보'를 3명으로 줄인 게 어디야. 그 후로 몇 년 동안 내가 진짜 '그릇'인 줄알고, 이 모든 게 다 개체의 계략인 줄 알고 미쳐갔어. 결코 편안해질 수가 없었지.  그 다음 회의록은 계속 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겠어. 2000년 7월꺼야. H의 둘째 소식에 대해 의논했다. 이번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예의주시하며 기다려야 한다.  Hadwell 시장이자 Liz의 아버지인 H는 외동딸밖에 없었어. 또 우리 아버지들한테서 2000년 7월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단 말이야.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정말 모르겠어. 마지막 회의록, 2007년 3월이야: 화재와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논했다. 7월에 혁신이 있을 것이다. H는 다른 사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 얘기는 Elizabeth에 관한 것 같아, 불이 났던 그날, 걔가 확실히 컬트 집단의 비밀의 방에서 나왔다는 증거지. 아마 걔의 힘을 억제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싶어, 아니면 그들의 꼭두각시로 조종하려고 했었거나. 어쨌든 걘 반항한거지. 이후로 회의록은 없어. 컬트 집단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 아직도 매주 토요일마다 설교가 진행됐으니까 - 하지만 저 핵심층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어.  무튼 그 회의록 폴더 아래에 이름표가 붙은 열쇠뭉치가 깔려있었어. 바로 그것도 챙겼지. 내가 스크류드라이버로 서랍을 억지로 여느라, 나무에 기스도 나고 조각들이 떨어져나갔는데, 그건 내가 어떻게 돌려놓을 수가 없었어. 그땐 얼른 “지하 기록보관실”로 가보고 싶었으니까. 계단을 달려 내려가서, 내 목표를 수행하고 빨리 도망치고 싶었어. 또 내가 서랍을 억지로 열어제끼는 동안 아무도 날 잡으러 오지 않은 걸 보면, 이 건물엔 아무도 없는게 분명했어.  아래층의 원형 홀에서 잠시 숨을 골랐어 - 단상이 하나 있고 둥글게 좌석이 늘어서있더라. 그냥 일반적인 교회처럼 보였어. 그리고 의자 사이에서 Hadwell 성경을 집어들었어. 나중에 심심할때 읽기 좋더라고. 지하로 가는 문을 찾는데 3번이나 시도했어. 문에는 이름이 안 써있지 뭐야. 그치만 많은 문들 중에 하나에 "지하"라고 써있는 열쇠를 쓰니까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어둠속으로 뻗어내려간 계단이 나왔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내가 그 아래에서 본 것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단편적인 부분들만 기억나. 일단 그곳이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심했지만, 난 난간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하에 도착하니까, 온통 파이프랑 이상한 기계들이 가득 들어차있고, 간간히 틈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이 보였어. 핸드폰은 꺼졌고 벽을 더듬어가면서 길을 찾는데, 꼭 눈 뜬 장님이 된 것 같았지. 그 곳은 빅토리안 양식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고는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굉장히 컸어. 또 거길 지나가면서 계속 발자국 소리나 뭔가 내 무릎이랑 머리카락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쥐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알겠었어. 쥐한텐 길다란 손가락이 없잖아. 마치 사람들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잔뜩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답답한 어둠속에 가려졌지만, 보통 사람이 아무리 어두워도 자기 눈앞에 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감각이 있잖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자기들 이빨 사이로 숨을 쉬는 것 같았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폐안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과정을 느낌 수 있었는데, 막상 앞으로 나아가보면 아무것도 없었어.  벽과 파이프 사이로 뭔가가 계속 빛이 들어오는 걸 가로막고 있었어. 몇 초 동안은 그 틈 사이로 나를 들여다보고 사라지기도 했어. 그래서 가능한 한 조용히 있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 그치만 그들은 내가 거기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있었을 거야. 마침내, 난 그 푸른 빛이 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어. 너희들처럼 나도 영화에서 오컬트 집단의 의식같은 걸 본적이 있단 말이야 - 검은 망토, 후드, 라틴어로 중얼거리는 사람들, 바닥에 그려진 커다란 펜타그램 뭐 이런거. 근데 이건 그런 게 아니었어. 뭐 적어도 그들이 하는 행위는 그런 의식이거나 비슷한 무언가이긴 했지만. 커다란 방 안에 남자 셋이 있었는데. 그 방은 완전히 검은 곰팡이로 잠식돼있었어. 구석엔 커다란 군집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무슨 질병처럼 이리 저리 뻗어나오는 형세였어. 파란 불빛의 정체는 천장에 매달려서 흔들리는 크리스마스 전구같은 것들이었는데, 누군가가 방의 분위기를 축제처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밑으로 내려가는 통로 위에 있었는데, 이런 저런 기계들 뒤에 숨어있어서 들키지 않고 그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어. 그 사람들 중 한 명은 정장을 입고 가죽으로 된 책을 한 권 들고 있었어. 그 책을 손에 넣고싶었지만, 교회에 그런 책은 단 한권만 있는 것 같았고, 책을 지키는 경비는 존나 삼엄했지. 마을이 감염 된 이후에 헤이븐에 다시 찾아가서 그 책을 찾아봤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어. 바닥엔 '승천'한 사람들이 기어다녀서 그 아래로 내려가기가 쉽지도 않았고. 아마 아직 그 커다란 방에 있을지도 몰라. 정장을 입고있는 남자는 그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어.  "sh", "tl", "k"소리가 상당히 많이 들렸던 걸로 기억해. 나중에 그 언어가 뭔지 알아보려고 발음 샘플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제일 비슷하게 들리는 언어는 바로 고대 아즈텍의 '나후아틀어'였어. 물론 그 남자의 발음은 완전히 영어로 들릴만큼 구렸지만. 근데 그냥 그 단어를 입으로 말하는 것만 할 수 있다면, 발음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어. 다른 남자는 근육질이었는데. 검은 점프수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위험물질을 다룰 때 쓰는 헬멧같은 걸 쓰고 있었어. 그 사람은 세 번째 남자의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붙잡고, 그의 양 손을 허리 뒤로 오게끔 하고있었어.  그 세 번째 남자는 반쯤 벗겨져선, 홀쭉 마르고 지저분해보였어. 그리고 다른 두 남자한테 오열하면서 빌고 있었는데, 책을 들고 있는 남자는 계속 그걸 읽기만 했고, 점프수트를 입은 남자는 계속 그를 결박하고만 있었어.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남자의 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졌어, 처음엔 흐느끼기 시작하다가 나중엔 완전히 침묵이었지. 정장을 입은 남자는 그래도 억양을 바꾸지 않더라고 - 바닥에 있는 남자가 얼굴을 땅에 박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해도 이상하리만치 일관된 음을 고수했어. 그 때 바닥의 남자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그를 풀어주고 방 밖으로 조용히 걸어나갔어. 책을 든 남자는 계속 책을 읽었고. 그렇게 몇 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 그러다가 바닥의 남자가 몸을 이리저리 꺾기 시작했어, 정장을 입은 남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좀 신나있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했어. 그 남자가 마지막 몇 문장을 읊을 때는 거의 간질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몸을 떨더라. 근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말을 멈추자마자, 그 피해자도 움직임을 멈추고 축 늘어졌어. 그 땐 그 사람이 죽은 건가 싶었지. 아마 너희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추측해봤을 거야, 그래서 내가 말해주는 얘기를 듣고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았겠지, 무튼 그 피해자의 머리가 천장을 향해 꺾여올랐어. 여기서 잠깐 딴소리를 해보자면. 그 곰팡이에 노출되면 감염이 시작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 근데 내 생각에 곰팡이는 개체를 전달해주는 중간물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 자체로 불가사의한 일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즉, 그건 진짜 그냥 검은 곰팡이인거야 - Stachybotrys chartarum라는 검은 곰팡이. 한 번 감염이 됐을 때, 어두운 곳에서 빠르게 퍼지는 특성과 능력이 개체의 바이러스나 뭐 그런거에 아주 적합했던 거야. 뭐 모종의 이유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감염되는 데 몇 주가 필요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두번 이상 노출돼야 감염되는 경우도 있는 거겠지. 감염사건이 터지기 시작했을 때 경찰서에서 훔친 노트북에 관련 문서가 있었어. 지역대학 연구원들이 협조해서 이게 뭔지 추측성 리포트를 써놓은 건데, 작성시에는 CDC에 연락만 해놓은 상태였다고 하네. 물론, CDC에 연락했다는건 구라였지.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나한테 메시지 주면 그 리포트 파일을 보내줄게. 여기에 올리기엔 너무 글이 길어지고 난잡해져. 내 생각에 그 의식은 승천의 속도를 높여서 개체에게 바치고 접신하게 만드는 용도인 것 같아. 그래, 무슨 X 같은 마법주문 뭐 그런거.  근데 효과가 있긴 한 것 같았어. 바닥에 엎어진 남자가 손을 모으더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거든. 그 남자가 머리를 들어서 자기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는 동안, 정장 입은 남자는 차갑게 지켜보고만 있었어. 고개를 어찌나 많이 돌리던지, 목에 힘줄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라서 내가 다 움찔했어. 그리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데,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있었어. 크고 하얀 흰자에 바늘로 찍은 듯이 작은 눈동자가, 계속 내가 숨어있는 지점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순간에도 그는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어, 꼭 생명력이 어디론가 빨려나가는 것처럼. 그가 늙어갔다는 말이 아니라. 시체처럼 변해갔다는 말이야. 피부는 밀랍처럼 하얘지고 근육이랑 지방이 쑥 꺼져서는, 손가락이 쪼그라들고 서로 붙어버렸어. 발끝에서부터 검게 썩어가기 시작하고, 그가 고개를 다 돌리기 전에 이미 다리 반절이 썩어버렸어. 그 때가 내가 누군가 승천하는 걸 처음 목격한 순간이야, 그 때 든 생각은 다시는 이런 장면을 또 보고 싶지 않다는 거였고.  무튼 그가 그렇게 시체처럼 썩어가는 와중에, 자기의 가느다란 팔을 정확히 내가 숨어있는 곳으로 뻗었어. "손님이 있다..." 그가 바닥에 엎어져서 빌어댈 때랑은 완전히 다르게 깊고 쇠긁는 목소리로 말했어. 그 땐 두피에서도 썩는 게 시작되고 귀 아래로 퍼지고 있었어. 그 사람이 다음에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아래 턱이 쑥 빠지고 혀가 쭉 늘어졌어. 역시 똑같이 썩어가는 기관지가 다 보일 정도였어. 그리곤 검은 액체를 흘리면서 살점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어.  거기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어. 도망가야한다는 직감이 들어서 바로 다시 파이프 사이로, 지하실의 어둠속으로 도망쳤어. 그 사람이 날 가리킨게 아니라고 믿고싶었지만 그러진 않았어. 그리고 정장 입은 남자가 소리치는게 들리고, 다른 발자국 소리들이 더해지더니 날 쫒는 소리가 들려왔어. 갈림길에서는 그냥 아무렇게나 꺾어서 도망치다가, 결국엔 지쳐서 길을 잃어버렸어.  그 다음엔 무슨 할로윈 귀신의 집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것 같더라 - 으스스한 푸른 빛이 새어나오는 방이 여러개 있고 그 속에서 검은 곰팡이를 헤집어가면서 길을 찾는거야. 무슨 스냅샷처럼 내 머릿속에 뜨문뜨문 기억나는데 - 작은 감옥같은 것들이 바닥에 들어서있고, 갈색 머리카락들이 얼기설기 뭉쳐있었어. 다른 방에는 환자이송용 들것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시체를 하얀 천으로 덮어놨었어. 또 지저분한 욕조들도 있었고. 이빨이 가득 들어있는 메이슨자들도 있었어. 다른 방은 문이 닫히니까 너무 어두워서 뭐가 보이지를 않더라. 그 큰 방에서부터 도망치다가 잠시라도 멈추게 된건 그 방이 처음이었어. 방 밖에선 사방에서 발소리,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은 금속 구조물을 잡게됐는데, 그 구조물 너머에서 뭔가 살아있는 것이 날 만지는 게 느껴졌어.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지고 다른 금속 구조물에 부딪쳤는데, 역시 그 뒤에있던 뭔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게 느껴졌어. 내 귓속으로 숨을 내쉬는 게 느껴져서, 그 구조물들을 이리저리 밀치면서 후다닥 일어났어. 그러니까 구조물들이 바닥에 우당탕하고 넘어지더라고. 날 쫒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왔나봐. 내 반대편의 문이 벌컥 열리고, 그 뒤로 들어오는 푸른 빛 덕분에 내가 만졌던 금속 구조물들이 뭔지 보이게 됐어. 그 작은 방에 조그만 철창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던 거야. 1 세제곱미터보다도 작아보이는데, 그 많은 철창들 안에는 거의다 무언가가 들어가있었어. 사람들이 그 안에, 접혀있다시피. 창백하고, 비쩍마른, 웃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틀린 자세로 여기저기 상처입은 채, 검은 액체를 온몸에서 줄줄 흘리고 있었어. 그리고 대부분은 안대가 씌워져있었고. 몇몇은 천천히 썩어가는 곰팡이 때문에 사지가 없기도 했고, 떨어져나간 팔다리가 그들 옆에 놓여있었어. '개체'의 먹이창고였던 거야. 지하 보관실이라는 게. 나를 쫓던 사람들이 나한테 멈추라고 소리쳤어. 난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나왔고.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다시 파이프가 가득했던, 내가 들어왔던 곳을 발견하고, 난 다시 계단을 밟고 도망쳐 올라갔어. 그 끔찍한 지하실 문을 쾅 닫고, 버려진 교회를 향해 달려갔지.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무시하고 비상구를 찾아서 도망나왔어. 써야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데, 그리고 내 과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너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텐데. 그 이야기 전부를 이 포스팅에 다 쓸 수는 없고, 할 수 없지만 나눠서 올려야겠어. 나머지는 내일 올릴게, 24시간 제한이 풀리면 말이야.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야, 다 말해주는 데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든. 내일 돌아올게 NoSleep. --------------------------------------- 원글의 댓글 :  theonewhosees 새글알람이 이렇게 고마울수가! ㄴ     helpmenosleep          그러게 :D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5),(16) | 디미토리 ________________________ Clayton처럼 Liz도 방황의 10대를 보냈겠구나. 원하지 않은 운명, 그릇의 몸으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막막했을까. 뭐 모든 것이 준비된 상황이었던 Liz는 뭐든 직접 찾아내야 했던 Clayton과는 달랐던 것 같긴 하지만. 그나저나 원글에 달린 댓글... helpmenosleep은 Liz의 계정이잖아. 역시나 기다리고 있었네, Clayton의 글을. 우린 내일 다시 보자!
퍼오는 미스테리썰) 우리 마을이 감염된 것 같아 10화
주말 마무리는 역시나 귀신썰이지. 너무 늦게 올리면 무서워서 잠 못 잘까봐 ㅎㅎ 그나마 덜 어두울 때 가져왔어. 오늘도 같이 봐줘서 고마워! _____________________ 감염된 마을 11 [Clayton이다. Claire의 일기 나머지 부분이다. 다음에 나올 부분들부터는 그녀의 정신이 급격하게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 보여진다. Claire는 이 시기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던 듯 하다. 페이지가 바뀌는 것은 줄을 그어서 구분하도록 하겠다.] 4월 14일이나 15일이나 20일 4월의 소나기는 5월의 꽃을 피우지. 이 노래가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아. Heather가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지. 패 버리고 싶어. 죽여버리고 싶어. 걔가 뭔가 나쁜 짓을 해서 내가 걔한테 복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걔는 그냥 창가에 앉아있을 뿐이야. 그냥 앉아서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미소를 짓고 있어. 계속 나 스스로한테 Heather는 그냥 피해자일 뿐이라고 되뇌고 있지만 별로 소용이 없네. 그렇게 생각하면 또 내가 걔를 이 마을로 끌고 들어온 게 생각나고, 그러면 죄책감이 생기고, 그러면 또 다시 화가 나니까. 난 요즘 항상 화가 나 있어. 아니면 지쳐 있는 건가? Blake, 너를 사랑해. 너가 걔를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내 두피 속에 뭔가가 숨어 있는 것 같아. ------------------------------- 다음 머리가 존나 아프지만 좋은 하루였어. Blake가 꽤 괜찮은 농담을 했거든. 말이 무슨 짓을 무슨 짓을 씨발. 기억이 안나. ------------------------------------------- 4월 3월 5월 몰라 안 좋은 하루였음. 머리 아픔. 내가 얼마 동안 정신 잃고 있었는지 모르겠음. 글씨를 쓰기가 어려움. 촛불도 너무 밝아. Blake의 방에 아침 일찍 들어갔다가 Blake와 Heather가 섹스를 하고 있는 걸 목격했다. Heather가 위에 올라타고 있었음. 그녀가 나를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더니 나한테 팔을 뻗었음. 마치 같이 하자는 듯이… 그러다가 갑자기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Blake의 얼굴은 멍했음. 눈에 초점이 없었고 그냥 침대에 축 늘어져서 누워 있었을 뿐. 내가 들어온 지도 몰랐던 것 같다. 난 뒤돌아서 나갔다. 너무 화가 났는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난다. 어떻게 이런 때에 떡이나 치고 있을 수가 있지? 그럴 힘이라도 있나? 아마 그냥 꿈이었나보다. ------------------------------------------ 마지막으로 음식을 먹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 배고프지 않아. -----------------------------------------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씨발 [페이지 전체가 이 두 글자로 도배되어 있었다. 밑으로 갈수록 글씨가 점점 뭉개지고 있었다.] --------------------------------- 4월 중순- 아니면 5월 초 오늘은 정신이 굉장히 맑다. Blake도 막 일어났다. 평소보다 상태가 훨씬 좋다. Heather는 하루종일 자고 있다. 어제 술을 엄청 많이 마셨거든. 아직도 볼이 빨갛다. 우리가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돈다. 하지만 어떻게? 해질녘쯤 해서 Blake와 나는 산책을 하러 나갔다. 그의 어깨가 감염된 것 같다. 하. 무슨 어깨가 아닌 다른 부분은 감염이 안 되기라도 한 것 처럼. 다시 병원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차를 보니까 엔진이 완전 갈기갈기 조각이 났거든. 난 차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Blake가 말하기를 중요한 전선들이 죄다 잘려져 있거나 뽑혀 있다고 했다. 주차장에서 점화플러그를 발견했다. 차 문제를 떠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안된다. 모텔은 버려진 것 같다. 되게 오랜만에 호텔 리셉션을 찾아가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썩어가는 흙 냄새. 구석에서부터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내 죄책감에 석유를 끼얹는 꼴이었다. 나머지 하루는 Hadwell 경전을 다시 읽으면서 보냈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경전에서 찢겨진 부분이 일기에 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Claire가 인용하고 싶었던 부분인 것 같다.] 108쪽, 3번째 문단 ’그것’이 ‘그것’의 형제의 잔인함을 목도하였을 때, 우리의 ‘개체’는 ‘그’가 인간의 존엄성을 묵살한 것을 매우 부끄럽게 여겼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성스러우며, 우리는 선택받았음을 우리로 하여금 알게 하셨다. 인간의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의 ‘개체’는 이 차원으로 넘어오시지 않았을 것이며, ‘그것’의 빛으로 이 세상을 축복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인간이 없었다면 ‘개체’는 ‘그것’에게 적대적인 이 왕국에서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전능자께서 우리를 소중히 여기고 계시니,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개체’의 교회는 가장 성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개척자들이다. ‘그것’의 빛이 온 세상을 축복하게 하라. 모든 인류가 승천할 수 있도록.” -------------------------------------- 다음 날이다. 24시간이 넘도록 정신을 잃지 않았다. 이게 좋은 일인지 무서운 일인지 모르겠다. Heather와 Blake 역시 나와 같다. 어젯밤에, 정말 오랜만에, 내 스스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때까지는 깜빡 하고 정신을 차려보면 침대였는데… 샤워를 마음껏 한 뒤 새벽 2시 경에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점점 희망이 생긴다. 아니야. 징크스를 만들수는 없지. 죽은 듯이 잠을 자다가 새벽 4시 쯤에 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에 깼다. 문틈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새어들어왔다. 선명한 공포가 느껴졌다. 몸 전체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공포. 그런 선명한 감정은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거여서 살짝 반갑기도 했다. 그때 그 터널에서 크리쳐에게 쫓긴 이후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으니까. 뭔가 확실히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문이 더 열렸다. 처음에는 Heather인 줄 알았다. 뭔가 여자같다는 느낌에, 짧은 머리,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휘청거리면서 방으로 들어오는 사람을 찬찬히 살펴보니까, Heather라고 하기에는 너무 말랐다는 걸 깨달았다. 비정상적으로 마른 몸. 뼈랑 살갗밖에 없었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밖에서 불빛이 더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그 사람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빼짝 마른 몸에 오래된 곤색 메이드 복장 같은 걸 하고 있었다. 하얗고 매마른, 닳아빠진 피부에 거의 다 벗겨진 머리. 까만 머리카락 몇 가닥이 아직도 달려 있었다. 눈은 퉁퉁 부어서 감겨 있었지만 멍든 자국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입은 아플 정도로 크게 찢어져서 웃고 있었다. 머리는 불가능한 각도로 꺾여 있었는데, 귀가 거의 쇄골까지 내려가 있었다. 거의 얼굴의 위아래가 거꾸로 되어 있을 정도로. 왼쪽 팔은 없었는데, 팔이 잘려나간 상처는 유니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다. 왼쪽 발은 맨발이었고 접질린 듯 보였다. 난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서 재빨리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비명을 질렀던 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다. 그녀는 그냥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고개를 기울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난 내 쇠지렛대를 꽉 움켜쥐었지만, 내가 그걸로 뭘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를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녀 또한 아무것도 모르는 희생자 중에 하나일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냥 우연히 내가 이 모텔에 머물기로 한 선택 때문에. 아니 그 전에 내가 이 마을을 탐험하려고 했던 선택 때문에. 그리고 마을 주변에 머물면서 얼쩡거리기로 한 것 때문에. 너무나 많은 잘못된 선택이 있었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문간에 서 있는 그녀, 아니 그것은 아마도 호텔 청소부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호텔 청소부도 사람도 아닌 그 무언가가 나를 향해 팔을 벌렸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마주친 채로 한참을 있었다. 그리곤 그녀가 팔을 떨구더니 갑자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마치 짐승처럼 네 발로 움직였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라서, 채 몇 초도 안 되어 내 지척으로 다가왔다. 그때 그녀가 얼마나 조용한지에 대해서 깨달았다. 으르렁거리지도, 낑낑거리지도 않았다. 그냥, 얕은 숨소리를 이빨 사이로 색색 내뱉을 뿐이었다. 엄청나게 밭은 숨소리를. 그녀가 손을 들어서 내 입술 사이로 억지로 우겨넣었다. 얼마나 깊게 쑤셔넣었던지 거의 토할 것 같은 지경이었다. 곰팡이 맛이 났다. 아직도 입에서 그 맛이 나는 것 같다. 내가 가만히 있었다면 아마 그 손이 내 목구멍까지 닿았을 것이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난 그제서야 쇠지렛대를 들어 그녀를 후려쳤다. 쇠지렛대는 그녀의 머리에 깊이 박혀들었고, 그녀는 나동그라졌다. 그 순간까지도 그녀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냥 조용한 방에 두개골이 깨지는 소리만 울려퍼졌다. 난 고개를 들고,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후 일어났다. 그리고 뭔가 핀트가 나간 것 같다. 내 분노를 조절하지를 못했다.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분노가 내 온 몸을 지배했다. 난 선 채로 그녀의 머리를 계속해서 내려쳤다. 이빨과 눈 사이에 쇠지렛대가 박혀들었다. 피는 튀지 않았다. 그냥 빼짝 마른 시체를 때리는 느낌이었다. 배 쪽에 쇠지렛대가 박혀들었을 때는 검고 찐득한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토할 것 같다. 어쨌든, 요약하자면 내가 그녀를 죽였다. 내가 씨발 그녀를 죽였다고. --------------------------------------- 우리는 시체를 숲 속에다 묻었다. [이 페이지는 물로 얼룩져 있었다. Claire가 이 부분을 쓰면서 울었던 모양이다. Claire는 아무래도 그것들에 대해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다.] ------------------------------ 며칠인지 알 수 없음. 오늘 아침에 난 마을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는 모르지만, 난 어떤 집 안에 있었다. 구석 부분에 얼굴을 처박고 서 있는 채로. 모텔로 돌아오는 길은 아주 길었다. ----------------------------------- [이 때 난 Claire를 목격했고, 그들이 머물고 있는 모텔까지 뒤를 밟았다. 난 Claire가 마을의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하고 있는 걸 봤는데, 완전히 정신을 놓은 것 같았다. 혼잣말을 하고 있었는데, 꼭 자기 친구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때, 난 그녀를 더 이상 어떻게 손 쓸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곧 Claire는 정신을 차리고 마을을 떠났는데, 그걸 보고 아직 그녀가 때때로 명료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아직도 뭔가 해결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것도. 난 정말 그녀를 돕고 싶었다. 이건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내가 도울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난 Claire를 굉장히 좋아했다. 용감하고, 고집 있고.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 뿐이다.] ------------------------------------- [이 다음 페이지에는 어떤 건물의 평면도가 그려져 있다. Claire가 그린 듯 하다. 이게 어디를 그린 건지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거의 매일 놀러갔던 곳이니까. Alan의 아파트를 그린 건데, Alan이 Lisa와 같이 살았던 집이다. 너희를 위해 사진을 찍어왔다. 이게 그 사진이다. 물음표가 내 호기심을 굉장히 자극했다. Claire가 뭔가를 알아낸 걸까? 이 벽 뒤에 뭔가 중요한 게 있는 걸까?] ---------------------------------- 난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을, 가지지 못한 것들을 사랑한다. 난 내가 증오하는 것을 사랑하는 게 뭔지 알고 있다. 날 가둔 사람을 사랑하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다. 제발, 제발 멈추지 마. 계속 해. 뒤돌아설 수 없어. 이걸 끝내. 날 데려가. 나와 함께 올라가줘. 약속했잖아. 나랑 약속했잖아. [Claire는 다시 정신이 흐려진 상태로 되돌아간 듯 하다. 이 부분에서 그녀는 ‘개체’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종이 쪽지가 다시 일기에 붙여져 있다. 내가 쓴 노트다. 내가 ‘그것’과 ‘개체’에 관해서 여러가지 소스를 통해서 모은 자료들이 정리된 노트가 있다. 내가 알고 있거나 어디서 들은 내용들, 그리고 내가 추측한 것들까지 모든 내용이 그 파일에 정리되어 있다. Claire가 이 일기를 쓰기 직전에 누군가가 내 캠프에서 이 노트를 훔쳐갔다. 아마 Elizabeth나 그녀의 꼭두각시 중 하나가 내 캠프에서 그걸 훔쳐다가 모텔에 갖다 놓은 것 같다. 어쩌면 Claire 본인일 수도 있겠지.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Claire는 아마도 대강이나마 인용된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한 것 같다. 아니면 남아있는 부분이 이것밖에 없었거나. 어쨌거나 그녀의 남아있는 의식이 이것을 기억하고 싶어 했던 듯 하다. 이것을 제외한 파일의 나머지 부분은 분명 파괴되었을 것이다. 이제는 내가 기억하는 것과 이 사이트에 남아있는 정보를 제외하면 이 일에 대한 기록은 세상에 없다. 어쨌든, Claire는 이 부분을 스크랩해 놨다. 내가 직접 쓴 건 아니고, 마을에 살고 있던 연구 집단이 이 바이러스의 발병에 대해서 기록한 것이다. 그들은 경찰이 채취한 곰팡이 샘플을 연구했고, 심지어 한 번은 살아있는 감염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것 같다. 내가 그들을 도울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들은 이제 모두 죽었다.] “3단계: 기억 상실과 운동 상실로 특징지어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의식이 깨어 있는 기간도 아직까지는 존재한다. 언어와 동작이 어눌해진다. 급성 마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끊임없이 미소를 짓게 된다. 빛에 극도로 민감해지고, 체모가 사라진다. 신체가 되화된다. 식욕 감퇴. 대뇌 피질이 거의 활동하지 않는다. 이 단계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단계이다. 오늘까지, 환자는 약 80일 간을 3단계에 머물렀다.” -------------------------------- [일기 내용은 더 있다. 너희들의 질문에 최대한 답변하도록 노력하겠다.] 감염된 마을 12 [Claire의 일기다. 이 일기가 너희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난 하루종일 왔다 갔다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고 있어. 한 순간 난 너무나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너무 화가 나서 누굴 죽여버리고 싶지. 그리고 나서는 절망이 찾아와. 절망은 여기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분인데. 그리고 나서는 그 순환이 계속돼. ‘그것’을 사랑했다가, ‘그것’을 증오했다가, 다시 ‘그것’을 사랑하게 돼.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러니까 내가 깨어 있을 때, 이건 감염 증상 중에 하나겠지. 그래야만 해. 내 삶을 파괴하는 신이든 악마든간에 어떤 씨발 것을 내가 사랑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지만 가끔은, 내가 혼자 있을 때, 그러니까 나랑 내 머릿속에서 속삭이는 무언가랑 단 둘이만 있을 때, 난 금빛 찬란한 평화를 느끼기도 해. 그 헌신과, 그 사랑. 그 평화는 심지어 내가 일어나서 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움직일 수 없을 때도 날 찾아와. 때때로 필름이 끊기는 게 느껴져. 내 시야가 회색으로 변하고 난 미치는 거지.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게 찾아올 때가 있어. 꼭 지금처 --------------------------------- Heather가 춤을 추면 난 웃기 시작해. 그리고 우리 모두 춤을 춰. 맨 발로.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 --------------------------- 이렇게 살 순 없어. 날 죽여줘. --------------------------------- 제발 그만해. 그만 속삭여. 니가 이걸 읽고 있다는 걸 알아. 제발 그만해. 돌아와. 내가 너보고 방금 가라고 했었는데 그건 다 거짓말이야 난 너가 필요해 제발 넌 날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야 너 없이는 견딜 수 없어 널 증오해 씨발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 내 어린시절의 찬란한 괴로움을 기억한다.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기다리며. 평화를 기다리며. 기다리며. 여행자는 맹목적으로 꺼려 한다. 반쯤은 무지한 채로, 무기력하게. ----------------------------------- 오늘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손으로 기어다녀야 했다. Heather는 그게 웃기다고 했다. 나도 웃겼다. 하지만 Blake는 울었다. 그래서 나도 울었다. Blake가 우는 걸 보는 건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내 옆에 무릎꿇고 울면서 날 사랑한다고 했다. Heather는 굉장히 화를 냈다. 막 물건을 집어던지고 부쉈다. 그 날 밤에 우리는 또다시 춤을 췄다. 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침대에 누워서 팔로 그들을 껴안고 지탱했다. -------------------------------------- 몇 주가 지났다. 그건 확실하다. 어쩌면 몇 달이 지났을 수도 있다. 정신이 드는 날들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런 날들은 보통 너무나 피곤해서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이건 써야겠어. Elizabeth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녀가 나에게 간섭하는 것이 느슨해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았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필름이 끊기고, 걸을 수도 없다. 다리 근육이 퇴화한 것 같다. 피부 또한 종잇장같이 새하얗다. 갈비뼈는 툭 튀어나왔다. 이젠 펜을 잡는 게 힘이 든다. 머리카락이 뭉터기로 빠지고 있다. 내 다리가 이 모양이 된 다음부터는 계속 바퀴달린 컴퓨터 의자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정신은 한결 또렷해졌다. 내 속에 있는 뭔가가 마치 내 스스로 내 몸이 차츰 망가져가는 걸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 같다. Clayton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를 알아냈다. 그와 다시 연락이 되는 데는 꽤 오래 걸렸다. Elizabeth가 그가 나에게 연락하는 걸 방해했는지도 모르겠다. [Elizabeth는 실제로 많이 방해를 했다. Claire의 방문 앞에 수없이 많이 쪽지도 남겼고 사진도 찍어서 보냈다. 그러나 그 중에 실제로 Claire가 받아 본 것은 하나도 없었던 것 같다. Elizabeth는 내 생각보다 훨씬 교활했다.] 요즘은 하루종일 정신이 멀쩡했다. 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 중에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방 안에 앉아서 곰팡이가 벽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하루종일 지켜보기만 할 뿐. 다른 애들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애들이 우리 방 사이에 있는 복도에 와서 몇 마디 중얼거리는 소리는 들었다. Heather는 가끔 노래도 불렀다. 평소와 같이. 사람과 접촉한다는 생각만 해도 토기가 치밀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마음 속에서 뭔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가 절대로 이 방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저녁쯤, 몇 시간 전에, 주차장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놀라서 돌아봤는데, 어떤 두꺼운 봉투 하나가 내 방문 아래로 밀어넣어지는 거였다. 난 의자를 방문 쪽으로 밀어서 서둘러 봉투를 집어들었다. 다른 방에서 노래 부르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봉투 앞면에는 “Claire : 혼자 있을 때만 열어보시오” 라고 쓰여 있었다. 그게 ‘여행자’의 뾰족뾰족한 글씨체라는 건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봉투를 서툴게, 그리고 천천히 여는 동안 내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내 손은 더 이상 예전처럼 민첩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그건 사실이다. Claire의 손글씨는 점점 알아보기 힘들어지고 있었다. 몇몇 부분은 거의 읽을 수 없는 정도였고, 또 어떤 부분은 그냥 낙서를 찌끄린 수준이었다. 그런 것들은 여기 옮길 수 없었음을 양해해주기 바란다.] 봉투를 여는 데는 적어도 오 분 이상 걸렸던 것 같다. 난 조용히 앉아서 봉투를 열었다. 사진 몇 장이 떨어졌다. 아니, 사진 두 조각이 떨어졌다. 찢어진 조각이었다. 좀 큰 첫번째 조각은 세 사람의 얼굴 사진이었다. 모두 웃는 얼굴이었다. 코에 피어싱을 한 금발머리 소녀와, 보조개를 보이며 웃고 있는, 어딘지 낯이 익어 보이는 애쉬 브라운색 머리의 남자… 그리고 Clayton. 그의 바로 옆에서 사진이 찢어져 있었는데, 옆에 있던 누군가를 고의적으로 사진에서 빼 버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뒷장에 뭔가가 쓰여 있었다. 나는 어딘지 모를 두려움을 느끼면서 글씨를 읽었다. 맨 위에는 날짜가 있었다. 2009년 10월. 아래에는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대로 이름이 쓰여 있었다. Jess, Alan, Clayton 그리고… 사진은 거기서 찢겨 있었다. 나는 뒤집힌 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나머지 사진의 조각을 내려다 보았다. 이제는 내 온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난 사진을 집어들어 이름을 읽었다. Liz. 사진을 뒤집었다. Elizabeth Hadwell, ‘육체’, 그러니까 이 모든 엿 같은 상황을 만들어낸 주범의 얼굴을 나는 드디어 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를 이런 지옥에 빠트린 인물의 얼굴을. 예쁘장한, 미소짓는 얼굴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녹색 눈동자, 짧은 갈색 머리, 빨간 립스틱. 매력적이고 사람을 끄는 얼굴. 하지만 나에게는, 그 얼굴이 지금까지 본 그 어느 것보다도 공포스러웠다. 사진 속의 이 여자가 누구보다도 사악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여자가 그 모든 것의 원흉이기 때문에 그렇게 무서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Heather였다. 옆 방에서, Elizabeth Hadwell이, 내가 한 달 넘게 함께 살았던 그 여자가 높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대는 선샤인, 나만의 햇살. 힘들고 지친 날 감싸줘요. 그리고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내가 이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그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새카맣게??? 그 찰나와 같은 순간에, Blake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사건의 모든 실마리가 나에게로 쏟아지며 덮쳐들었다. 그동안 진실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는 순간이었다. 진실은 나와 함께, 아니 내 눈 바로 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진실은 언제나 내 앞에서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었지만, 난 항상 그것을 무시하기만 했었다. 나는 Blake와 만나기 이전에 이 감염된 마을에 한 번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난 아파트 건물과 경찰서를 탐험했었지.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때부터 Elizabeth가 날 주시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녀는 날 따라왔다. 날 씨발 끈질기게 따라와서 San Francisco까지 온 거다. 그래서 내 단짝 친구 Blake를 이용해서 내 삶 속으로 끼어들 구실을 마련한 거다. Blake는 핫한 여자들의 유혹적인 손길을 결코 뿌리치지 못할 테니까. 그녀한테는 뭔가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풍겼다. 존나 쿨해 보였다고. 그녀는 우리가 그날 밤 그 바로 가도록 모든 걸 세팅한 다음에 자기가 Blake의 침대로 기어들어갈 수 있도록 우릴 조종했다. Blake가 그 날 밤 누구랑 잤든 난 상관하지 않았다. 질투도 하지 않았다. (Blake랑은 가끔 섹스도 하는 사이였지만. 한때 잘 될 때도 있었다.) 왜냐면 그 날 난 술에 취해 있었고, 애쉬 브라운 색 머리에 보조개가 있는 어떤 남자한테 정신이 팔렸었으니까. 그 남자랑 같이 밤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아까의 그 사진 덕분에 그 남자가 Alan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Alan은 아마 Elizabeth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Alan을 이용해서 나를 손쉽게 치워버린 후, 한층 수월하게 Blake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겠지. 좆 같은 년. 난 널 존나 증오해. 내 생각에는 Alan이 그 호텔 방 5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던 건 Elizabeth에게서 탈출하기 위해서였던 건 같다. 진짜 뛰어내렸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Elizabeth는 그렇게 썼었다. 아마 거짓일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실제로 탈출을 감행했다고 하더라도, Alan이 나한테 나타났던 걸 보면 아마 Elizabeth는 손쉽게 다시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해서 Heather는 우리 삶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그녀는 우리와 함께 이 감염된 마을로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Blake를 스스럼없이 껴안았고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농담을 했다. 난 그녀가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자는 여자 정도. 딱 그 정도로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Heather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쳤다. Elizabeth가 얼마나 남을 조종하는 일에 능한지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Nosleep 유저들을 속여왔다. 마치 자신이 피해자 Liz인 것처럼. 그녀는 미치도록 뛰어난 배우이다. 그리고 이제 Elizabeth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리고 문제는, 그녀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꿰뚫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와 그녀의 ‘개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 심지어 중간중간 자기가 누구인지 힌트를 주면서까지 날 농락했다. 오레건 지역 번호로 왔던 문자를 기억하는가? 뜬금없는 데서 대문자가 나왔던 그 문자. H와 E만 대문자로 써 있었던. HE. ‘그’를 뜻하는 ‘he’가 아니다. 그건 이니셜이었다. Heather Engels. Elizabeth Hadwell. H.E. 가지고 놀았다. 그렇지 않은 적이 없었던 거다. 맙소사, 우릴 보면서 얼마나 미친듯이 웃었을까. 그리고 Clayton이 보냈던 “닭장 속의 여우”? 이젠 우리 모두 그 여우가 누구인지 안다. 그리고 왜 우리를 향해서 총을 쐈는지도. 왜 진작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단 말이야?! 왜 그딴식으로 나한테 설명할 수밖에 없었냐고??? [이건 내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내가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굴었던 거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조심성은 모든 일을 결국 그르치게 만들었다. 정말 미안하다, Claire. 너에게 그 즉시 말했어야 했다. 너를 그 곳에서 바로 빼냈어야만 했다.] Blake의 비명 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었다. 난 정신을 차리고 급히 그의 방으로 갔다. 정말 순수한 고통과 공포로 가득 찬 비명. 난 의자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리고 팔로 내 쓸모없는 다리를 끌면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빨리 Blake의 방으로 기어갔다. 문을 여는 게 제일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문고리가 나에게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난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힘껏 힘을 줬다. Blake는 침대에 똑바로 누워 있었다. 미친년 Elizabeth가 그를 위에서 짓누르고 있었다. Blake의 몸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의 손목을 거의 잡아뜯듯이 잡고 있었다. 얼굴을 하도 가까이 들이대고 있어서, Blake가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았더라면 둘이 키스하고 있다고 착각했을 것이다. 내가 보고 있는 가운데, 그녀가 입을 벌렸다. 크게. 아주 크게. 사람의 입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마치 뱀이 먹이를 먹을 때처럼, 그녀가 아래턱을 탈골시켰다. 그리고 뭔가 까만 것이… 뭔가가 입 안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게 뭐 연기였는지 액체였는지 어떤 미친 지랄이었는지 모르겠다. 마치 까만 기름처럼 쏟아져 나왔는데 그러면서도 무슨 연기처럼 공기 중을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Blake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Blake가 지르는 비명은 이제 그 까만 무언가에 막혀서 꼭 가글할 때같이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되었다. 난 그제서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Elizabeth는 나를 홱 돌아보았다. 그 기름 같은 까만 것이 다시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입을 다물자, 그 까만 것이 턱 밑으로 살짝 흘러내렸다. Elizabeth는 매우 분노한 듯 했다. 뭔가 굉장히 난폭해 보이는 동시에… 어딘가 단단히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탈골된 턱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길었고, 어딘지 뒤틀려 보였다. 환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이 정신이 아찔했다. Elizabeth는 자신의 늘어진 턱을 천천히 손가락으로 쓸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얼굴에 비해 지나치게 커진 눈에는 흰자위가 하나도 없이 온통 새카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입을 크게 벌렸다. 그리고 입을 비틀어 역겨운 미소를 만들어냈다. 난 다시 비명을 질렀다. [Claire가 여기서 목격한 이 장면이 아마도 ‘개체’의 본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그것’은 평상시에는 Elizabeth의 몸 속에 숨어있지만, 가끔씩 이런 식으로 ‘그것’ 스스로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다. ‘그것’이 Blake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강력한 의식을 진행하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Elizabeth는 Blake를 끌고 침대에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방 중앙까지 마치 거미처럼 기어오더니 똑바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Blake의 목덜미를 잡고 서 있었는데, 무슨 젖은 수건이라도 들고 있는 것 마냥 한 손으로 가볍게 들고 있었다. Blake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축 늘어져 있었다. 난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Elizabeth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키가 훨씬 커 보였다. 하지만 내가 바닥에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에 커 보였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더니 뭔가를 중얼중얼거렸다. 이미 어두운 방 안에 칙칙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녀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거의 자비롭다고까지 느껴질 만한 그런 미소였다. 그리고는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두세명이 한꺼번에 말하는 듯한 목소리. 하나는 웅웅 울리는, 그러나 꽤나 거친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어린아이 목소리처럼 높고 째진 목소리였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잘 모르겠다. 뭔가 달랐다. 여자의 몸에서 나올 법 한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니,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그런 목소리였다. “우리 귀요미가 뭘 하려는 걸까?” 그것이 나에게 물었다. Blake를 든 손을 살짝 흔드는 채로. Blake가 살짝 신음했고, 그것은 나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주었다. 하지만 그 질문에는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알 길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거의 무의식중으로, 내 손은 천천히 바닥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옆 바닥에 떨어져 있던 램프를 쥐었다. ‘개체’, 아니 Elizabeth, 아니 어떤 개지랄이든간에 내가 문지방 뒤에서 뭘 하고 있는지 결코 보지 못할 것이었다. 그 다음으로 나온 목소리는 Heather의 목소리였다. 아니지. Elizabeth의 목소리였다. “쟨 아무것도 못 해, 내 사랑.” 그녀가 스스로에게 말했다. “못 하지.” ‘개체’의 수많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우리 손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을걸.” Elizabeth가 다시 말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 번씩 번갈아가면서 말하고 있었다. 무슨 병신 같은 잡담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두 사람이라도 이 방 안에 있는 것처럼. “그렇지. 절대 못 벗어나지.” “꼭 죽기라도 바라는 것 같지 않아?” “진짜 죽고 싶은 걸지도.”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볼까?” “한 번 본인한테 물어보자. 얼마나 빨리…” “길 수 있는지.” Elizabeth가 ‘개체’의 말을 이어 받았다. 나를 향해서 사악한 미소를 지은 채였다. 난 내 마지막 기회의 순간이 왔다는 걸 깨달았다. 내 손에 들린 부서진 램프를 그들에게 던졌다. 그녀에게. 아니 ‘그것’에게. 아니 뭐든 좆도 상관없어. 램프는 그녀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녀는 맞은 얼굴을 부여잡을 채로 분노에 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난 그 틈을 타서 침대 밑으로 재빨리 기어들어갔다. 내 눈에 보이는 숨을 곳은 그곳밖에 없었으니까. Elizabeth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면서 이방 저방을 뒤지고 다녔다. 그녀가 숨을 몰아쉬며 돌아다니는 와중에 나는 그녀가 나를, 그리고 Blake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그것’과 대화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그냥 계획대로 하자, 내 사랑.” Elizabeth의 목소리가 말했고, “그래, 자기야. 그래야지.” ‘개체’가 대답했다. “자기는 너무 똑똑해. 계획대로. 예쁘고 영리한 우리 자기.” 맙소사. 자기애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저렇게 되나보다.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그들’이라고 말하는 것도 존나 웃기기는 하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말하는 건 마치 깨가 쏟아지는 연인이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난 그들이 무슨 짓을 할지 진심으로 두려워졌다. Blake를 데리고 뭘 하려는 건지 진심으로 무서웠다. 그들은 심지어 내 방으로 들어와서 나를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마치 나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마 실제로도 난 그들 관심 밖이었을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실제로 하나도 없었으니까. 난 침대 밑에 그저 끝없이 누워서, 그들이 내는 발자국 소리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고 그들이 밖으로 나갔다. 난 미친듯이 아까의 그 방으로 기어가서 Blake를 찾았다. 하지만 방은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이 Blake를 데려갔다. 그들이 나에게서 Blake를 데려갔다… 난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 그 때 이후로 난 정신을 잃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한 주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아니면 그 이상이거나. 내 인생에서 가장 지옥 같은 한 주였다. Elizabeth가 내 주변에 있지 않으면 그녀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같다. 아니면 그녀는 그냥 나에게 일어나는 이 모든 고문 같은 일들을 내가 말짱한 정신으로 견뎌내는 걸 원하는 걸 수도 있다. 이 모든 무료함과 고통과 절망을, 두 눈 똑바로 뜨고 견디는 것을. 내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이 감염이 좀더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는 걸 느낄 뿐이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이 병이 날 집어삼키고 있다. 난 지금 그냥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혼자, 가만히 앉아서.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다. 아니, 도와달라고 해도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그냥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 내 남은 삶 동안 끝없이 고통받는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인식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Blake. 너를 너무나 사랑해. 네가 지금 여기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널 구할 수 있었으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네가 살 수 있었으면. 곰팡이가 벽을 타고 기어오른다. 침대를 타고, 이 일기장까지. 내 손까지 기어오른다. 침대에 너무 오랫동안 누워있었기 때문에 내 다리는 이미 곰팡이에 뒤덮여 버렸다. 난 곰팡이가 내 다리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확신한다… 내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미친듯이 아팠을거야. 얼굴이 뻣뻣해진다. 손으로 얼굴을 만져보면, 내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귀까지 찢어져 있는 징그러운 미소.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도, 난 여전히 웃고 있다. 난 방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 누워서 곰팡이가 내 몸의 나머지를 온통 다 뒤덮을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내가 나 스스로를 잃고 승천할 때까지. 하. 지옥으로 곧바로 승천할 때까지. 얼마든지. 달콤한 망각이 주는 평화를 나는 기다린다.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잠깐. 뭐지? 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다. ----------------------------------- [Claire의 일기는 여기서 끝이다. 나 Clayton이 이어서 서술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 나는 너무나 지쳤다. 악몽과 같은 기억들이 차라리 감염된 게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출처] [reddit] 감염된 마을 (11),(12) | 오유 ________________________ 후.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였다니, Heather가 Liz였어... 블레이크에겐 대체 뭘 하려는거야, 클레어에게 너무 잔인한거 아냐? 하긴 자신을 사랑해 주던 친구들 조차 그렇게 만들었으니 할 말이 뭐가 더 있겠냐 만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 이 잔인한 이야기의 끝이 있기나 할까? 다음 이야기는 내일 또. 남은 일요일 잘 보내고, 내일 또 보자.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