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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do8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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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9] 당신이 쓴 게임 스토리가 '노잼'인 이유
"게임 스토리, 이것만 지키면 70점은 한다!" 게임 스토리가 '노잼'이라고 말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왜'를 따지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게임 시나리오 컨설팅 회사 '놈게임스토리'에서 일하는 이진희 컨설턴트가 '왜'를 말해주기 위해 NDC를 찾았습니다. 이 컨설턴트는 <블레이드 앤 소울>, <열혈강호 2>, <아이언 리그>의 퀘스트와 시나리오 기획 업무를 맡았습니다. 게임이라는 콘텐츠에 알맞은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면 여러분이 즐기는, 혹은 만들고 있는 게임의 스토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진희 컨설턴트는 "스토리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게임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놈게임스토리 이진희 컨설턴트 # 그래서 '스토리 구조'가 뭐죠? 스토리 구조란 이야기가 전달되는 순서와 방법입니다. 서사가 있는 콘텐츠의 뼈대이자 기둥이죠. 게임 스토리 구조란 게임의 줄거리가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는 순서와 방법을 뜻합니다. 이 구조가 탄탄해야 플레이어가 게임 줄거리가 '노잼'이 아니겠죠? 그런데 게임의 스토리 구조는 게임의 지향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콘솔기기의 모험 RPG와 모바일기기의 수집형 RPG는 추구하는 방향성과 주려는 재미의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스토리 구조 역시 다릅니다. 게임마다 플랫폼, 장르, 제작 여건 등이 다르기 때문에 이 차이를 알고 작업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구조화가 가능합니다. 이진희 컨설턴트는 여기에 대응해서 스토리를 쓴다면 좋은 스토리를 뽑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진희 컨설턴트는 게임의 조작 시점에 따라 1인칭 시점, 3인칭 시점, 그리고 중간자 시점이 있고 이에 따라 다른 스토리 구조를 가진다고 이야기합니다. 1인칭 시점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캐릭터와 같습니다. 자신이 게임에 직접 개입하는 시점이죠.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포켓몬고>를 비롯한 AR 게임과 <비트 세이버> 등 VR 게임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3인칭 시점에서 플레이어와 캐릭터는 합치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아서 모건'(<레드 데드 리뎀션 2>)이나 '문도'(<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캐릭터를 조종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 스토리가 부각되고 후자의 경우 액션이 부각됩니다. 중간자 시점은 1인칭과 3인칭의 중간을 뜻합니다.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아바타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세계에 투입시키는 MMORPG가 여기에 해당하죠. MMORPG의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매개체라는 점에서는 3인칭에 가깝지만, 동시에 플레이어의 분신이기 때문에 1인칭 시점의 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싱글 3인칭 게임의 주인공은 플레이어 혼자지만, MMORPG 세계의 주인공은 플레이어'들' 전체입니다. # 1인칭 시점 게임의 미래는 VR/AR?   이진희 컨설턴트는 VR/AR 게임을 바탕으로 1인칭 시점 게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스토리텔링의 지점에서 VR 게임은 현실보다 더 큰 가상 세계의 경험을, AR게임은 현실 조건 속에 독특한 요소를 추가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VR 게임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래픽, 심각한 3D 멀미, 자유롭지 못한 이동 공간, 그리고 기기의 무게 등 기술의 한계가 명백한 장르라고 설명했습니다. VR 기술이 상용화되던 초창기 "VR 게임이 게임 생태계를 바꿀 것이다"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VR 시장은 그만큼 열리지 못했습니다. 아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가까운 몰입도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VR 게임에 깊이 있는 스토리를 넣기란 쉽지 않습니다. <잡시뮬레이터>, <비트 세이버> 등 성공한 VR 게임은 불완전한 이동 등에 대응하면서 가상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된 게임입니다. <비트 세이버> AR 게임은 어떨까요? <포켓몬 고>의 전 세계적인 성공 배경에는 IP의 힘이 크게 작용했죠. 하지만 개발사 나이언틱이 전작 <인그레스>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위치 기반 엔진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포켓몬 고>의 포켓스탑을 통해 현실 세계를 게임의 공간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후 등장한 수많은 <포켓몬 고> 아류작들은 강력한 IP도 촘촘한 위치 정보 엔진도 없었습니다. VR/AR 플랫폼이 나름의 한계를 극복한다면, 시나리오 작가의 역할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이진희 컨설턴트는 전망했습니다. 10년 전 영화 '아바타'의 강렬한 3D 경험처럼, 탄탄한 기술이 있다면 가상과 현실을 헷갈릴 정도로 뛰어난 스토리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스토리를 유저들이 경험하게 하기 위해선, 기술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뿐 아니라 스토리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게임 스토리, 이것만 지키면 70점은 한다! 3인칭 시점 게임은 어떨까요? 3인칭 시점 게임은 가장 고전적인 스토리텔링 방식과 맞닿아있습니다. 영화, 드라마, 소설의 3인칭 시점와 게임의 3인칭 시점은 대동소이합니다. 따라서 이진희 컨설턴트는 고전적인 작법 이론에서 변형한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강의를 진행하자고 했습니다.  처음, 중간, 끝이 이렇게 생긴 게임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여러분은 몇 점을 주실 건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고 중간이 있고 끝이 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세계관과 주인공, 인물 사이의 갈등을 소개하는 1막(시작),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갈등을 해결하는 지점을 보여주는 2막(중간),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고 세계가 균형을 되찾는 3막(끝)이 있다는 것이죠. 작법 이론에서 흔히 말하는 '3막 구조'입니다. 헐리우드에서는 '3막 구조'를 바탕으로 '패러다임 구성표'를 만들었습니다. 막과 막 사이에 사건이 획기적으로 전환되는 '구성점'이라는 포인트를 주는 것이죠. 관객의 흥미를 더 끌어내기 위해 2막에는 서브플롯이 진행됩니다. 두 번의 구성점을 지나 3막에 도달한 이야기는 클라이맥스로 '빵 터뜨린 다음' 막을 내립니다. 이 컨설턴트는 조금 변형된 형태의 3막 구조를 제안했습니다. 1막의 끝에 구성점이 있고, 2막의 끝에 클라이맥스가 있으며 3막에는 엔딩만 있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떡밥 회수'는 2막에서 끝나고 3막에서는 세션을 끝내주기만 하면 됩니다. 가장 뼈대가 되는 3가지 사건만 잘 빚으면 되니 이후 작업도 쉬워집니다. 3막 중에 어디가 제일 중요할까요?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2막이나 3막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1막입니다. 1막에서 향유자를 낚지 못하면, 다시 말해서 몰입시키지 못하면 클라이맥스도 무의미한 것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도 초반 10분이나 1~2회에 가장 큰 공을 들입니다. 한 시나리오 공모전의 관계자는 이 컨설턴트에게 "공모전 출품작의 70%가 1막도 제대로 못 만든다" 귀띔했다고 합니다. 작법에 조예가 깊은 심사위원이라고 해도 공모작을 볼 때 1막으로 시작해 3막에서 끝내는 건 똑같습니다. 뒷부분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앞부분이 '노잼'이면 인내심을 가지고 뒷부분을 읽기 힘들죠. 1막에서 세계관, 주인공, 적대자를 소개하지 않는 스토리를 피해야 합니다. 1막에서 스토리 전체의 기틀을 다지지 못하면 전체 스토리가 엉성합니다. 1막만 잘 설계하면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 그림 퀴즈의 정답은 70점이라고 합니다. # MMORPG의 퀘스트는 왜 재미 없을까? 1인칭과 3인칭 사이 생소한 관점을 가진 MMORPG. MMORPG도 RPG의 성격을 띤 이상 퀘스트 의뢰 - 해결을 통한 성장이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그런데 MMORPG의 퀘스트는 왜 재미가 없을까요? 영화 '트랜스포머'는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시리즈이지만 훌륭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진희 컨설턴트는 "주인공보다 조력자가 강력한 스토리였기 때문에 호평을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 샘 윗위키지만, 때리고 부수면서 이야기의 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은 옵티머스 프라임입니다. MMORPG의 퀘스트가 '노잼'인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인 3인칭 게임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세계에 주어진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MMORPG는 기본적으로 엔딩이 없는 데다가 자기에게 주어진 갈등이 뚜렷하지 않고 남의 갈등을 '제안받아서' 대신 해결해주는 위치에 놓입니다. NPC는 자신들의 갈등을 해결할 액티브한 능력이 없고, 오직 주인공에게 부탁만 할 뿐이죠. MMORPG에서 주인공은 기사단의 영웅이며 세계의 구원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존재는 나 말고 수천 명이나 더 있습니다. 어찌 됐든 임무를 수행하지만 얻는 것은 경험치와 아이템뿐 스토리의 진전을 직접적으로 느끼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것이 '호드', '얼라'(<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진영이나 '홍문파의 막내'(<블레이드 앤 소울>) 같은 설정을 부여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호드의 영광을 위하는 유저는 수만 명이 있어도 문제가 없지만, '홍문파의 막내'가 수만 명이라면 괴리가 생기겠죠.  세계를 구할 영웅에게 던져주는 '불쌍한 NPC인 내가 배고프니 가서 물고기를 잡아달라'는 방식의 서브퀘스트는 최악의 케이스라고 합니다. 이러한 서브퀘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에 기대기 때문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습니다. 서브퀘스트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를 그 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MMORPG의 서브퀘스트를 게임의 큰 세계관에 조금이라도 연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같은 퀘스트를 짜더라도 '나는 세계를 구할 영웅이다 → 그러나 왕의 폭정으로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 → 이들을 위해 물고기라도 잡아줘야겠다, 나는 멋진 영웅이니까' 라는 식으로 연관을 지어야 하는 것입니다. 세계를 구할 영웅에게 '주정뱅이의 진실'은 얼마나 중요할까? (사진은 <로스트아크>) 이진희 컨설턴트는 "초기에 메인캐릭터를 잘 짜서 남의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HBO의 가상 역사 드라마 '로마'는 가상의 주인공을 고대 로마 제국에 투입해 시저, 옥타비아누스 등 실존 인물을 돕는 형식을 띱니다. 드라마의 짜임새는 '내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도록 촘촘하게 구성되었으며 '남의 일을 해주는' MMORPG의 퀘스트 진행 방식과 같기 때문에 참고할 만합니다. MMORPG에서 3인칭 시점의 게임을 하는 것만 같은 퀘스트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인스턴스 던전 형식으로 플레이어나 플레이어의 파티만 그 퀘스트를 수행하는 조건을 형성해주는 방법이죠.  퀘스트를 하는 사람들만 적용받는 위상변화 시스템으로 몰입감을 높인 <블레이드 앤 소울>의 호위 퀘스트는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컨설턴트는 이러한 수법이 MMORPG의 매시브(Massive)한 지향점과는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기점에서만 적절히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스토리 구조를 잘 짜야 합니다. 그리고 스토리 구조는 플랫폼과 장르 등에 따라 다른 스토리 구조를 가지며, 어느 정도(3인칭, 중간적, 1인칭)는 분류가 가능합니다. 시나리오 작가를 비롯한 게임의 제작진이 이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 '노잼'이 아닌, 재밌는 게임 스토리를 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