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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와 동네 국수집

원래 작은 동네 국수집이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아주머니가 남편 이씨와 함께 시작한 가게. 그래서 상호가 굳이 Saigon Lee. 일요일엔 문을 닫기 때문에 나는 주로 토요일에 찾아가곤 했는데, 그러면 아마도 주인 아주머니와 잘 아는 사이일 법한 베트남인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와서 코코넛을 잘라 먹곤 했었다. 빨대를 꽂아서 코코넛밀크를 마시고, 반으로 갈라 속을 파먹은 뒤 가게 뒷편에 껍질을 버리곤 하는, 그런 모습. 걸어서 5분만 움직이면 베트남 골목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맛은 참 좋았는데, 왜냐하면 이런 분위기 때문이었다. 편하고 애들이 모국어로 웃을 수 있는 곳. 반미와 스프링롤과 쌀국수를 만드는데 고수를 아끼지 않았고(물론 고수 싫어하면 미리 말하라고 주문받을 때부터 얘기한다) 정어리통조림과 느억맘을 잔뜩 쌓아둔 가게 풍경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가격이었다. 5000원짜리 쌀국수는 얇은 쇠고기와 야채 그릇에 흘러넘칠 듯한 모습으로 가득 담겨 나왔고, 5000원짜리 반미 샌드위치는 하나를 혼자 먹기가 쉽지 않을 크기로 팔렸다. 가끔 집에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애피타이저를 만들기 귀찮아서 집에서 만든 것처럼 내놓으려고 사오던 스프링롤은 1만원 어치를 늘어놓으면 대여섯명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수요미식회가 모든 걸 바꿔놓았다. 평일에도 줄이 늘어서기 시작했고, 주말이면 두시간씩 기다리는 손님도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는 다들 한마디씩 저마다의 탄식을 뱉고 돌아선다고. “내가 이거 먹으려고 두시간을 기다렸나!” 두시간을 기다릴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그냥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인심좋은 베트남 아줌마의 동네 음식을 먹는 곳일 뿐. 한 때 손님이 너무 없어서 우리 와이프에게 하소연을 하던 사이공댁 아주머니는 이제 괜히 수요미식회 촬영을 허가해 줬다고 한숨을 쉰다고 한다. 이젠 이런 방송 좀 없어져도 되지 않을까. 동네 식당을 전국구 식당으로 만들면, 결국 작고 개성있는 식당들은 사라진다. 전국구 손님을 받을 능력이 되는 대형식당들만 살아남을 뿐. 그게 수요미식회의 지향점이라면, 이 프로그램이야말로 골목상권 파괴자다.

구글의 보안전문가가 추천하는 5가지 보안수칙

미국의 IT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구글의 보안 담당인 저스틴 슈어의 간단한 보안수칙 팁을 발표했다. 사실 나도 틈만 나면 주위 사람들에게 하는 얘기지만, 나같은 보통 사람 얘기보다는 '구글의 보안 담당자' 얘기라면 사람들이 좀 눈여겨 읽어주지 않을까 싶어 옮겨본다. 보안은 나 혼자 해서 되는 게 아니고 다함께 해야 효과가 생긴다. 마치 전염병 예방 같아서 백신을 맞는 것도 중요하고, 내 개인 위생을 지키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우리 모두 함께 예방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1. 공용 컴퓨터를 쓰지 말라. 도서관, 인터넷 카페, 호텔 등의 컴퓨터를 쓰면 그 모든 게 남의 손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다. 절대로 서비스에 '로그인'하지 말고, 금융업무는 더더욱 하지 말 것. 요즘 노트북은 값이 정말 많이 싸졌으며, 당신의 스마트폰으로도 대부분의 일은 할 수 있다. 2. 다른 서비스라면 비밀번호도 다르게 해라. 제발. 물론 비밀번호를 서비스마다 바꿔서 기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도 나와 있다. 그런 걸 쓰면 도움이 된다. 1password, Lastpass 등등.

제주커피농장

얘기를 들은지는 몇 년 됐다. 제주도에 커피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커피나무를 들여와 제주도에서 키워보겠다고, '한라마운틴'이란 커피를 만들어 보겠다고 했던 얘기. 커피나무가 원래 한국에서 자라는 나무가 아니다. 더운 지역에서 자라는 커피나무를 영하로 내려가는 추운 겨울이 있는 한국에서 기른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을 성공시켜내는 게 사람이지 않았던가.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꽤 됐는데, 제주도에 막상 갈 일도 별로 없었고, 제주도에 가서 시내에서 좀 떨어진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가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달 방문 때 들렀는데 마침 그날은 문도 닫혀 있었고. 이번 방문 때에는 운이 좋았다. 문도 열려 있었고, 주인도 자리에 계셨다. 왜 주인이 남자라고 생각했을까. 단아한 여인이 커피를 내려주셨다. "무엇으로 드릴까요?" '주인장 맘대로'라는 커피가 있었다. 조금 진하니까 감안하고 시키라고 했는데, 커피를 충분히 사용하겠다는 생각 같았다. 당연히 이 커피를 골랐다. 쓴 맛은 전혀 없었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묵직하게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맛있는 커피를 정성껏 내려주는 집은 결코 흔하지 않다. 일부러 청해서 기르고 있는 커피나무를 살짝 볼 수 있었다. 기름으로 난방하는 게 힘들어서 연탄으로 난방을 바꿨더니 하우스 내부에 고루 난방이 안 돼 어려움이 생긴다고 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잠깐 방심했는데 하필이면 흔히 찾아오지 않는 12월 추위가 찾아왔다고 했다. 커피나무 상당수가 냉해를 입었고, 잎이 잔뜩 말라버린 커피나무를 봐야 했다. 마음이 아팠다. 주인장은 "생명이란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닌데, 내가 오만했나봐요. 아마 제주도에선 원래 안 될 일이었는지도 몰라요"라고 했다. 나는 답했다. "그러지 마세요. 쉽게 되는 게 어디있나요. 인간이 오만하지 않았으면 이만큼 번영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내 욕심인지도 모른다. 제주도 커피를 꼭 마셔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얘기했다. 다음에 꼭 직접 수확한 커피를 맛보게 해달라고. 2008년 파종했다니 이미 만 7년을 넘게 제주에서 살았던 나무다. 비닐하우스에 있었지만, 하루에도 수차례씩 환기시키며 추위에도 적응해 온 나무였다. 그런데도 냉해를 입어 회복이 쉽지 않은 피해를 본 주인장이 이걸 어떻게 느낄지 약간은 짐작이 갔다. 하지만,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제주도에서도 커피나무가 자라게 되지 않을까. 추위에 적응하는 커피나무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배를 타고 온 열매가 아니라, 바로 자라서 수확한 열매로 볶아 내린 커피를 마시게 되길. 5000원 짜리 커피 한 잔이었지만, 그 속에 7년의 세월이 담긴 커피 한 잔 같았다. 이 집과 주인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를 찾아보시길. http://jejucoffeefar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