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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어공주'(2023) 리뷰
영화 <인어공주>(2023)에서 돋보이는 건 에리얼이 트라이튼의 바람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생기는 일과, 에릭이 여왕의 명령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둘은 당연히 같은 일로 귀결된다.) 이는 애니메이션(1989)에서보다 더 공들여 다뤄지는데, 추가된 사운드트랙이나 50여 분 길어진 상영시간은 상당 부분 이 이야기에 쓰인다. 전체적으로는 최근 일련의 디즈니 실사 프로젝트가 그랬던 것처럼 기반이 된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지만, 2023년의 이 실사 영화에서 다뤄진 모녀 혹은 모자간의 갈등과 화해는 나고 자란 세계 바깥의 미지의 존재에 대한 시각과도 포개어져 제법 그럴듯한 시사점을 준다. (이 이야기는 <인어공주 2>(2000)에서도 다뤄진 것들을 포함한다.) (...) https://brunch.co.kr/@cosmos-j/1488
에리얼과 에릭, 함께 더 넓은 미지의 세계로
영화 '인어공주'(2023) 리뷰 | 영화 <인어공주>(2023)에서 돋보이는 건 에리얼이 트라이튼의 바람이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생기는 일과, 에릭이 여왕의 명령을 듣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다. (둘은 당연히 같은 일로 귀결된다.) 이는 애니메이션(1989)에서보다 더 공들여 다뤄지는데, 추가된 사운드트랙이나 50여 분 길어진 상영시간은 상당 부분 이 이야기에 쓰인다. 전체적으로는 최근 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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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kdj
January 03, 2023
클래스101 '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 강의 론칭
클래스101에서 [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라는 제목의 글쓰기 클래스 콘텐츠를 론칭했습니다. 영화를 중심으로 다루지만 도서나 공연, 전시, TV시리즈 등에도 그리 다르지 않게 대부분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했고, 그간 '리뷰 쓰기'에 대해 여러 자리에서 말해왔거나 생각해본 것들을 토대로 준비했습니다.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록 스스로는 이따금 '강의'라는 것을 할 만한 능력이나 자격이 되는지에 대해 종종 생각해왔지만 그럴 때마다 제 이야기를 가치 있고 도움 되는 무엇으로 여겨주신 분들 덕에 2023년의 첫 번째 소식으로 제일 먼저 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https://class101.net/ko/products/6358b8eaa5cc3b001500cb5e [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 클래스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매개로 그것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들을 글쓰기로 풀어내기 위한 제 나름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하고자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것만 하면 글을 단번에 잘 쓸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글을 쓴다는 일의 부담과 어려움을 떨쳐내고, '나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해 각자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길을 스스로 찾아내는 매 순간의 지난한 문장 노동일지 모르지만, 지치지 않고 쓰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격려가 작게나마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여겼고 바로 그 이야기를 몇 챕터에 걸쳐서 계속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의 떨림이 누군가에게는 응원으로 닿기를 기원해 봅니다. 비대면으로 만나는 클래스지만 클래스메이트들을 위한 소소한 미션들도 마련했고 힘닿는 선에서 한 분 한 분에게 개별적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클래스101+' 멤버십 구독을 통해 제 클래스 외에도 수많은 강의 콘텐츠들을 제한 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하단 링크의 스폰서 페이지를 통해 클래스101+를 신규 구독해 주시면, 제게도 작게나마 보탬이 됩니다 :) https://101creator.page.link/xhcd
내 취향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문화 콘텐츠 리뷰 쓰기 | 김동진
클래스 소개 영화부터 드라마, 책, 전시, 연극 등 문화콘텐츠에 대해 나만의 리뷰를 쓰고 싶으셨던 분들에게, 다수의 글쓰기 강의를 진행하며 영화리뷰를 10년째 써온 N잡러 작가 김동진의 리뷰 쓰기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카카오 브런치북 프로젝트 1회 은상 수상, 브런치 구독자 1.4만을 보유한 작가가 지금껏 1,600편이 넘는 영화를 보면서 기록하고 느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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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kdj
May 11, 2022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상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디즈니플러스에서 지난 며칠간 의식의 흐름처럼 MCU 영화 몇 편을 내리 감상하고 끼적거리는 기록) 가끔 앨런 실베스트리의 'Portals' 스코어가 나오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이 장면을 찾아보는 편이다. 유튜브에는 (극장 관람 문화의 차이가 일부 있다고 해도 애초 극장 안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저작권 침해이기에 마음에 들진 않지만) 각종 'Reaction' 영상들이 상당수 돌아다닌다. 여기저기서 "마블 영화보다는 DC 영화를 좋아한다"라고 말하고 다녔었는데, 이때(2019년 4월)를 돌이켜보자면 거의 미쳐 있었던 시기인 것 같다. 엔딩 크레디트 무렵의 삽입곡 'It's Been a Long Long Time'이 그 여운을 배가해주기도 했었고, 이때까지는 일 년에 한두 편 개봉하는 MCU 신작을 팔로우하는 일이 별로 버거운 게 아니었다. ⠀ 어쨌든 그때의 감흥이라는 건 당연히 전적으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단독 공로가 아니라 10년 동안의 스물두 작품이 합쳐서 만들어낸 것일 텐데, 불과 3년 사이 인피니티 사가는 너무 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게 되어버려서 이런 종류의 경험이 마블에서 또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미 평준화된 작품들 안에서도 거의 걸작에 가까운 영화가 언젠가 무심코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이 세계관은 너무 방대해져 버려서 인피니티 사가 때와는 결이 달라졌다. 회차당 러닝타임이 보통의 TV시리즈보다 약간 짧다고는 해도 그래도 디즈니플러스에 이미 공개된 시리즈가 몇 개인데, 그걸 언제 다 보지? 물론 상업영화를 만드는 범주 안에서 과도한 진입 장벽을 쌓는 일은 디즈니와 마블에서도 지양하겠지만 과연 한 영화 안에서 한 캐릭터의 어떤 행동을, 그 영화 안에서 온전히 설명해내지 못하고 다른 영화나 드라마의 레퍼런스가 참조되어야 하는 일이 온전한 시네마틱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의 마블 신작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거의 숙제하는 기분으로 디즈니플러스를 기웃거려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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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kdj
May 08, 2022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2020)
(...)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의 87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 중에서도, 영화 속에서 실제로 흘러가는 시간은 '아드리앵'의 플래시백과 방백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으로 넉넉히 잡아도 불과 몇 시간이다. 한번의 저녁식사와 한번의 축사. 밥 먹는 일도 예정대로 흘러가지 않는데 두 사람과 두 가정이 만나는 결혼식이 짐작한 대로 흘러갈 리가 있을까. 관계에 소심하고 연애에 서투른 주인공 '아드리앵'이 쏟아내는 '벌어지지 않은' 시나리오들 중 실제로 일어날 것은 결국 하나일 것이고 그중 어떤 것들은 무수히 반복된다. '소니아'와 '아드리앵'이 공원에서 보았던 그 아이는 앞으로도 여러 번 넘어지고 다칠 것이다. 인생도 보조 바퀴가 없는 자전거와 다르지 않아서, '아드리앵'에게도 그리고 결혼을 앞둔 그의 누나와 매형에게도 좋을 날들만 있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거기 사랑이 있다면. 사랑을 찾기를 그 사랑을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넘어지는 것쯤은 별 일 아니라고 여길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서' 혹은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목 안쪽까지 올라왔다가 차마 입밖으로는 발화하지 못했던 말들이 누구에게나 몇 개 있을 것이다. "잘 지내"냐는 문자 한 단어도 쓰고 지우기를 거듭해 본 적 있겠다. 그런 마음은 전적으로 더 잘 표현하고 싶고 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은 뜻에서 비롯한다. <결혼하고도 싱글로 남는 법>(2006), <꼬마 니콜라>(2009),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2014), <업 포 러브>(2016) 등 유쾌하고도 가족적인 영화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로랑 티라르 감독은 분명 그런 마음을 잘 알고 있는 필름메이커로 여겨진다.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하고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넘어져 본 만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어쩌면 넘어지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겠고 실수처럼 보이는 것도 지나고 보면 꼭 필요했을 경험으로 남을지 모른다. 그러니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의 '아드리앵'은 영화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에게도 이렇게 말해주는 게 아닐까. 아직 넘어지지 않았는데 미리부터 넘어질 걱정을 하느라 페달을 밟길 멈춰선 안 되겠다고. 브런치에 쓴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리뷰 중에서. (5월 19일 국내 개봉, 87분, 15세 이상 관람가.) https://brunch.co.kr/@cosmos-j/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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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kdj
February 28, 2022
삶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수학자의 태도 :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리뷰
3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의 예고편을 처음 보면서 떠오른 건, 허진호 감독의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2019) 속 ‘장영실’(최민식)의 모습이었다. 과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꿈꾸었던 그로부터 기억에 주로 각인된 건 작중 ‘세종’(한석규)과의 관계도 물론이지만 하늘 위 별을 올려다보며 그가 내내 꾸었던 어떤 순수한 꿈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도 ‘이학성’(최민식)은 수학이라는 학문을 더 자유롭게 연구하고자 하는 갈망으로 남한에 내려왔으나 정체를 숨긴 채 일상을 보내는 인물이다. 최민식 외에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등의 협연이 돋보이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시사회에서 조금 일찍 만났다. 최민식이라는 이름의 깊이 최민식의 필모그래피에서 관객들에게 주로 강렬하게 각인된 건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2010), 박훈정의 <신세계>(2013), 아니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박찬욱의 <올드보이>(2003) 같은 작품들에서의 굵직한 연기일 것이다. (혹은 윤종빈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2) 또한 포함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 경우 좀 더 선호하는 쪽은 상술한 <천문: 하늘에 묻는다>를 포함해 <꽃피는 봄이 오면>(2004)이나 <파이란>(2001) 같은 드라마 쪽이다. 규모도 장르도 관객 수도 다른 수십 편의 작품을 거쳐 그는 대사를 발화하지 않는 순간에도 그저 가만히 책상에 앉아 있는 순간에도 내내 영화의 얼굴이자 메시지가 되는 엄숙하고도 진실한 배우가 되었다(고 느낀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도 중후반으로 갈수록 점차 사연이 밝혀지지만 처음에는 비밀스러움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학성’이라는 캐릭터에 그가 아닌 다른 캐스팅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탈북 수학자’와 ‘자사고 수포자’ 캐릭터 설정의 조화 한국의 상업영화에서 소재이자 배경으로서 북한을 빼놓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태극기 휘날리며>나 <강철비>, 혹은 <공작>이나 <백두산> 같은 숱한 작품들이 있지만 전쟁영화로서든 혹은 정치 갈등을 조명하는 것으로서든 정치와 이념을 빼놓고 영화에서 북한을 다루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데 어쩌면 (둘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이상)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도 후반부에 이르러 ‘이학성’이 탈북하게 되었던 계기와 그에 관련된 어떤 사건이 다뤄지기는 하지만,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그의 출신은 영화의 주된 배경이 되는 동훈고등학교에서 다른 인물들과 구분되는 ‘이방인’과도 같은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에 더 큰 역할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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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kdj
February 20, 2022
영화 '피그'(2021)
“이 냄새를 맡아보시오.” 검은 빵 덩어리를 잘라내면서 빵집 주인이 말했다. “퍽퍽한 빵이지만, 맛깔난다오.” 그들은 빵냄새를 맡았고, 그는 맛보라고 권했다. 당밀과 거칠게 빻은 곡식 맛이 났다. 그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였다. 그들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었다. 그들은 검은 빵을 삼켰다. 형광등 불빛 아래에 있는데, 그 빛이 마치 햇빛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 될 때까지, 창으로 희미한 햇살이 높게 비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레이먼드 카버,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대성당』 (문학동네, 2014) 요리에는 취미로도 소질로도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음식에 관해서라면 레이먼드 카버의 위 대목을 떠올린다. 원제가 ‘A Small Good Thing’인 위 단편에서 빵집의 주인은 아이를 잃은 손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빵을 내어온다. 별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아마도 빵집에 들어선 부부는 저 사소한 맛을 꽤 오래 기억할 것이다. “난 내가 직접 요리를 준비한 모든 시간들을 기억해요” 영화 <피그>(2021)는 요리사를 주인공으로, 재료를 다듬고 손질해 정성을 담은 요리를 내어오는 일과 한껏 차려진 음식과 와인을 음미하는 일을 소재로, 상실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혹은 도망쳐) 은둔하던 이가 자신과 타인의 내면을 진정 새롭게 들여다보는 과정을 관찰한다. 유명한 셰프이자 직원들이 존경하고 선망하는 인물로 살던 ‘롭’은 더 이상 아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도시를 떠난 지 15년째였다. 오두막에 살며 돼지 한 마리를 데리고 트러플을 채취하는 은둔의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돼지가 사라지고 ‘롭’은 자기가 떠나왔던 포틀랜드에 다시 발을 들여놓아야만 한다. 단지 돼지를 찾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떠나왔고 외면했던 가장 아픈 순간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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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kdj
January 31, 2022
'결말 포함 리뷰'에 대한 생각들
최근에 블로그 댓글로 나눈 대화 중에 그런 게 있었다. 읽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것/곳들이 나날이 쌓여가는데 늘어나기만 하는 위시리스트를 우리는 다 소화할 수가 없고 앞으로도 그렇다는 것. 지도 앱에 체크해둔 장소가 얼마 뒤 폐업하고 기억해둔 신작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며 하트 표시해 두었던 시리즈를 시작도 못 했는데 얼마 뒤 그 작품의 새 시즌이 나온다. 관심을 두는 것의 범주와 범위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현상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요즘의 흔한 화두 중 하나는 "요즘에는 '결말 포함 리뷰'로 그 영화를 다 봤다고 생각하더라"라는 것이다. 일단 이 범주의 영상들이 영상의 소스가 되는 저작권 문제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영상을 편집하는 데 드는 수고를 제외하면 크리에이티브 콘텐츠로서의 가치는 거의 전무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러한 소비 패턴 변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집중력과 참을성이 떨어져서'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일반적인 집중력과 참을성이 떨어진 경향성은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연일 쏟아지고 그것들 중 상당수는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어 놓치기 아쉬운 마음을 나 또한 가지고 있다. 볼 것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적이고 저마다의 일과 관심사로 우리는 충분히 바쁘니까. 그런데 문제는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즉 정해진 속도대로 보지 않으면 그건 '간접 경험'이 아니라 그냥 '정보'에 불과해진다는 것이다. '그 영화에 누가 출연한다'라든가 '주인공은 죽는다' 같은. (그러고 보니, 디즈니+에는 배속 재생이 없네?) 삶은 요약될 수가 없고 그건 삶을 투영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앞에 언급한 대화 중 내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그가 '끝까지 보고 나오기 때문'에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일을 좋아한다는 대목이었다. 창작자의 의도를 존중하고 헤아리기 위한 노력이 제대로 된 작품 감상에 필요하다고 믿는 내 입장에서는, 창작자가 의도한 속도대로 보지 않는 건 그 작품을 존중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다. 극장은 영화를 만든 이들이 뜻한 바대로 그것을 감상하는 것에 최적화된 공간이자 환경이다. 몇 장면을 건너뛰거나 편집된 채로 영상을 보면 어떤 말을 하기까지 캐릭터가 하는 고민과 그 전후의 맥락 등을 무시하게 된다. 잘 만든 작품일수록 단 한 프레임도 필요하지 않은 대목이 없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능동적으로 감상하는 일은 경험이 되지만, 줄거리 요약은 단순한 정보를 넘어서지 못한다. 누가 "ㅇㅇㅇ 봤어?"라고 물을 때 "ㅇㅇㅇ 하더라"라고 답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요즘에는 외국어로 되어 있지 않은 영상 콘텐츠도 국문 자막을 지원하는 경우가 늘었다. 조금 나아가면 이것도 배속 재생을 선호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 아닌 배려가 아닌지 짐작되기도 한다. 쓰면서 보니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많아지고 독점적으로 공개되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늘어날수록 그걸 향유하는 입장에서는 마냥 행복한 고민만은 아닌 것이다 싶기도 하다. 쓰고 보니 이건 거의 "요즘 애들은 책을 안 읽어" 류의 말에 그칠지도 모른다. 콘텐츠 감상과 소비의 양태도 나날이 바뀌는데 전통적 의미에서의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다는 것'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극장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생각을 바꿀 생각은 없고, 극장에서 계속해서 영화를 볼 수 있으려면 극장 경험이 주는 가치를 옹호해야 한다고 아직 믿는다. 정보는 경험과 동의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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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pucci
정말 맞는 얘기 같아요, 스포일러는 다른 사람의 관람에 영향을 주기에 쉽죠 심지어는 편견으로 인해 필람리스트에서 배제되기도 하고요
cosmoskdj
January 28, 2022
레이디 가가의 '하우스 오브 구찌'(2021)와 '스타 이즈 본'(2018)
<하우스 오브 구찌>(2021)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파트리치아 레지아니'는 사랑과 탐욕과 집착 사이 어딘가에서 내내 줄타기한다. 실존 인물과 배역의 사이에서도 그는 캐릭터가 조금 더 입체적이고 양면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줄타기를 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이 이탈리아인을 연기하는 동안, <하우스 오브 구찌>의 인물 관계는 파트리치아를 중심으로 다층적으로 구축된다. 이 이야기에서 파트리치아는 단연 극의 중심에 있고, 여러 상황과 선택지를 두고 그는 리액션보다는 적극적인 액션으로 일관한다. 심지어 마지막 어떤 장면에서까지도, "세뇨르 구찌라고 불러줄래요?"라며, 자신의 말을 통해 주변의 리액션을 이끌어내는 인물이다. <스타 이즈 본>(2018)에서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앨리 메인'은 작곡을 한다는 점 외에는 대부분 수동적 리액션의 대가다. '잭슨'(브래들리 쿠퍼)을 처음 대면한 상황에서의 표정 변화. 그의 손이 자신의 눈썹과 코에 닿을 때의 떨림. 마트 주차장에서 불렀던 노래를 '잭슨'이 편곡하고 그 무대에 자신을 끌어들였을 때 그 당황스러움 가득한 걸음. 함께 부른 곡 'Shallow'가 유명세를 타고 나아가 자작곡 'Always Remember Us This Way'가 유명 프로듀서의 눈에 들었을 때의 그 어리둥절함과 벅참. 그러니까 '앨리 메인'은 자신의 본래 성인 '캄파나' 대신 스스로를 '메인 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유일한 장면을 제외하면 언제나 직접 상황을 만드는 인물이기보다 만들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인물이다. 팝스타이자 어떤 무대도 소화하는 정상의 퍼포머인 레이디 가가가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에서 스타로 거듭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 그 자체로 유니크한 캐릭터를 남긴 <스타 이즈 본>에 이어, <하우스 오브 구찌>는 연출 장인 리들리 스콧과 다수의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 배우들 가운데 레이디 가가라는 이름이 '배우'로서도 돋보일 수 있음을 능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극장 개봉 10주차를 맞아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미 순 제작비의 두 배 이상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스콧 감독의 <라스트 듀얼>(2012)에 비하면 다섯 배의 흥행인데, 이걸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하우스 오브 구찌>는 레이디 가가를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리며 노래하지 않는 그의 연기로도 수긍할 만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보여주었다. 지금 기다리는 것은? '배우' 레이디 가가의 다음 작품이다. 파트리치아가 성호를 그으며 "성부와 성자와 구찌의 이름으로"를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건 각본이 아니라 레이디 가가의 애드리브다. https://brunch.co.kr/@cosmos-j/1375 https://brunch.co.kr/@cosmos-j/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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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겠지만, instagram.com/cosmos__j brunch.co.kr/@cosmo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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