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상대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은 강렬하고 순수한 감정을, 상대도 역시 너에 대해 갖고 있는지, 아닌지 넌 알 수 없단 말인가?"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나는 고개를 흔든다. "그걸 생각하기 시작하면 몹시 괴로워져요."
오시마 씨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숲 쪽을 보고 있다. 새들이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아다니고 있다. 오시마 씨의 두 손은 목 뒤에서 깍지 끼워져 있다.
"네가 느끼는 감정은 나도 잘 알아"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역시 너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야. 아무도 너를 대신해서 생각해 줄 수 없어. 요컨대 사랑을 한다는 건 그런거야, 다무라 카프카 군. 숨이 멎을 만큼 황홀한 기분을 느끼는 것도 네 몫이고, 깊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것도 네 몫이지. 넌 자신의 몸과 마음으로 그것을 견뎌야만 해."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