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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준환, 촬영 봉준호, 주연 박희순의 30년 전 졸업작품.jpg

2001 이매진 1995년 단편영화 ‘2001 이매진’(1994)을 봤다. 눈이 확 떠지는 듯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세대가 곧 한국 영화계에 등장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2001 이매진’은 당시 충무로에서 봉준호 감독의 단편영화 ‘지리멸렬’(1994)과 함께 화제를 모았던 수작이다. 장준환 감독은 이 영화로 봉 감독과 함께 국내 영화사들이 눈여겨보는 젊은 인재가 됐다. 한국영화아카데미(‘2001 이매진’과 ‘지리멸렬’은 졸업작품이다) 동기인 두 사람은 영화 ‘유령’(1999)의 공동 각본 작업을 하며 충무로로 진출했다. ‘2001 이매진’은 독특하다. 장 감독의 장편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2003) 못지않게 기발하고 재치 있다. 1980년에 한국에서 태어난 한 청년은 자신의 전생을 팝 스타 존 레넌(1940~1980)이라고 맹신한다. 레넌이 암살된 직후 태어난 게 강력한 증거라고 여긴다. 음악성을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동그란 안경 너머 우수에 젖은 눈빛이 천재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청년은 음반사를 찾아가 오디션을 자청한다. 그가 긴 머리를 출렁이며 열정적으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자 프로듀서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뛰쳐나간다. 세기 말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광기와 차가운 웃음을 동시에 뿜는다. 청년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염세주의적 분위기 조성에 한몫한다. 유약하면서도 강인함이 깃든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박희순에 대한 첫 기억이다. 감독 장준환, 촬영 봉준호, 주연 박희순, 음악 박칼린 올해 카파 40주년 특별작으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