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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들
'산 자들' / 장강명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의 고단함과 쓸쓸함을 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포착하는 10편의 연작소설. '산 자들'을 소개하는 문구다. 말 그대로 산 자들, 이 대한민국에서 삶이라는 것을 살아내고 있는 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린 채 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전에 단편으로 먼저 접했던 '알바생 자르기'를 비롯한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 '산 자들'은 조금, 아니 많이 불편하고 거슬리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꺼낸다. 2019년, 우리가 수많은 발전과 위대한 문화를 이룩해왔다고 믿고 싶은 이 시대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곳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 앞에 들이댄다. 대기발령이라는 단어가 어떤 식으로 사람의 인격을 짓밟아 제 발로 회사를 나가도록 만드는지, 회사에서는 알바생을 어떻게 뽑고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알바생은 철저히 자본 논리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뻔뻔해져야만 하는지, 스트리밍 서비스로 노래 한 곡을 들을 때 그 노래를 부른 이름 없는 가수는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적은 돈을 받는지 등등.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차례차례 펼쳐진다. 모든 소설을 인상 깊게 읽었지만 특히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던 소설을 꼽자면 '대기발령'과 '공장 밖에서'를 꼽겠다. '대기발령'은 근무하던 부서가 없어지면서 자회사로 이직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다섯 사람에게 내려오는 대기발령 지시로 시작한다. 거의 복도나 다름없는 자리에 벽을 향해 설치된 책상과 의자. 대기발령자 준수 사항은 다음과 같다. 출근, 퇴근, 휴게시간 엄수. 업무 시간 중 교육 장소 이탈 금지.(10분 이상 자리 비울 시 담당자에게 승인받을 것.) 잡담, 개인 용무, 흡연, 어학 공부, 독서, 게임, 취침 금지. 업무 보고서, 회사 혁신 방안 보고서, 자기 주도 학습 보고서 제출. 어떤 업무도 내려오지 않는 상황에서 대기발령자들은 뒤로 직원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 앉아 멍하니 벽을 쳐다보고 있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벽만 보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앉아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기발령자에게 남은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제 발로 회사를 나가던가, 순순히 상부의 지시를 따라 미래가 불투명한 자회사로 들어가는 것. 작금의 한국 회사들에서 버젓이 일어나는 일이다. 상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불온 분자에게 내리는 처벌과 협박이나 다름없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에게 하루 9시간 동안 자유를 박탈하는 대기발령.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지만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결국 다섯 대기발령자 모두 버티지 못하고 제 발로 회사를 떠난다. 2019년의 한국에서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고문의 다른 이름이 대기발령이 아닐까. '공장 밖에서'는 회사 소생 방안으로 생산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정리해고를 정한 회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대규모 해고가 결정된 생산직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 시위를 벌인다. 노동자들의 시위로 인해 공장이 가동되지 않자 생산직 노동자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일을 할 수가 없게 되고 만다. 그 때문에 공장이 망할 위기에 처하자 직원들이 들고일어난다. 공장을 점거한 노동자들 때문에 자신들까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공장 안에서는 생산직 노동자들이, 공장 밖에서는 직원들이 서로 경쟁하듯 시위를 벌인다. 시위는 안과 밖으로 점점 격해지고 결국 공장에 쳐들어간 직원들과 공장 안에 있던 노동자들 간에 폭력 사태가 번지며 소설이 끝난다. 이 소설에서는 공장에 걸린 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문구를 통해 해고가 결정된 공장 안의 노동자들을 죽은 자들, 공장 밖에 있는 직원들을 산 자들로 규정한다. 죽은 자들은 자신들의 파업 시위로 해고를 철회시켜 산 자가 되기를 기원하고, 산 자들은 자신들까지 죽은 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공장 안의 죽은 자들을 비난한다.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이 싸우는 결말에서 과연 이 싸움으로 모두 산 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 자들도 죽은 자들도 자신의 해고를, 삶과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지 않았다. 누군가 마치 신처럼 해고를 통해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갈라놓은 것이다. 그 누군가들은 이 처절한 싸움판에 끼어있지 않다. 어딘가 높은 곳에서 산 자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뒤엉켜 싸우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를 자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원인 제공자가 없는데 원인이 해결될 리가 없다. 결국 살고 싶다고 외치는 죽은 자도, 죽은 자들 때문에 자신들까지 죽겠다는 산 자도, 애꿎은 상대와 싸우며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뿐이다. 개인적으로 장강명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한다. 지금의 한국 사회에 가장 천착한 소설을 쓰는 작가다. 불편하고 더부룩해서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을 응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속이 안 좋다고 영원히 아무것도 먹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 발 딛고 사는 이상 언제까지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속이 더부룩하지만 조금씩이라도 먹어보겠다는 사람에게 '산 자들'을 추천한다. 언제 죽은 자가 될지, 산 자가 될지 모르는 나라에 사는 당신에게 쓰지만 효과 좋은 소화제가 될 것이다. 소설 속 한 문장 교육발령(대기발령)은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사전 단계입니다. 아래 사항들을 준수해 주십시오. 출근(09시) 및 퇴근(18시) 시간 엄수. 휴게 시간(12~13시) 엄수. 업무 시간 중에는 교육 장소를 이탈하지 말 것.(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시 해당 팀장의 승인을 받을 것.) 업무 시간 중 잡담 및 개인 용무(휴대폰 등) 금지. 휴게 시간 외 흡연 금지. 업무 외 사적인 용도로 회사 장비(컴퓨터, 메신저 등) 사용 금지. 어학 공부, 독서, 게임, 취침 등 금지. 경영지원팀으로 일일 업무 보고서 제출.(매일 퇴근 전) 회사 혁신 방안 보고서 제출.(매주 수요일 퇴근 전) 자기 주도 학습 보고서 제출(매주 금요일 퇴근 전)......
주52시간 보완책 공개…경영상 사유로 특별연장근로 허용
내년 주52시간제 적용 중소기업엔 '충분한' 계도기간 부여할 계획 "탄력근로제 입법이 우선…국회 논의 진전 없으면 내년 1월까지 제도 개편할 것"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사진=김민재 기자) 정부가 주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 안착을 위해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경영상의 사유를 포함시키고, 내년부터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는 중소기업에는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고용노동부 이재갑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개선 등 입법이 안 될 경우 주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보완책을 공개했다. 이번 보완책의 첫 머리로 꼽힌 '특별연장근로' 제도는 자연재난 등의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연장근무가 필요한 경우 노동자 동의 및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1주 12시간인 법정한도를 초과한 연장노동을 허용하는 제도다. 현재 특별연장근로 인가 적용 요건은 자연재해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 혹은 이에 준하는 각종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이 임박한 경우로 한정됐는데, 여기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하도록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평상시에는 주 52시간을 지킬 수 있으나,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 등에는 대응이 어렵다는 호소가 많았다"며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 대해서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행규칙 개정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상 특별연장근로의 사유를 '특별한 사정'으로 제한한 점을 감안하면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나라는 주68시간까지 근로가 허용돼 특별한 사정을 굉장히 제한적으로 해석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특별연장근로에 대해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주52시간제로 단축됐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례에 맞춰서 '특별한 사정'인 경우에 경영상 이유까지 확대해서 해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률에 있는 '특별한 사정'이라는 해석의 내용으로 한정되고, 건강권 보호 장치도 시행규칙으로 같이 마련하기 어렵다"며 "입법예고를 할 때에는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내년 1월 1일부터 주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에는 계도기간을 부여해 관련 처벌을 유예한다. 다만 정확한 계도기간은 관계부처 간의 협의를 마친 뒤 확정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구체적인 안은 갖고 있지만, 국회 입법논의가 진행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기간까지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다만 대기업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을 감안해 좀 더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선계획을 제출한 기업 등 적극적인 개선 노력을 보인 기업은 계도기간을 우대 적용하기로 하고, 각 지방노동관서에 설치된 현장지원단을 통해 개선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채용이 필요한 기업에는구인-구직 매칭을 지원하고, 대규모 추가채용이 필요한 기업은 중점지원 사업장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은 현장지원단의 확인을 거쳐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한도(E-9)를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는 동포(H-2) 허용업종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날 이 장관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최우선 과제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시행규칙을 통한 확대범위에는 제한이 있고 건강권 보호 조치 등 반영에도 한계가 있다"면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기국회가 12월 9일까지이기 때문에 12월 초쯤 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탄력근로제 입법)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시행규칙 개정 절차에 착수해 (내년) 1월 중에는 개선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메이드 인 공장
'메이드 인 공장' / 김중혁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소설가들의 에세이를 읽는 걸 좋아한다. 소설을 읽으며 상상해보던 작가의 성격, 가치관, 삶의 모습 등을 에세이를 통해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공장'을 읽으면서 김중혁 작가님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글에서부터 얘기를 나눠보면 즐거울 것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 에세이는 저자가 한겨레에 1년 동안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총 열네 군데 공장을 돌아다니며 쓴 공장 탐방기가 들어있다. 제지, 콘돔, 브래지어, 간장, 가방, 지구본, 초콜릿, 도자기, 엘피, 악기, 대장간, 화장품, 맥주, 라면 공장까지 다양한 공장들의 이야기가 유머러스한 문체와 만나 즐겁게 읽힌다.(사실 열다섯 군데지만 한 군데는 김중혁 작가님의 개인 글 공장이다. 김중혁 사장님?) 우리는 공장 하면 회색빛 벽으로 된 커다란 건물과 웅웅 거리는 기계의 소음, 왠지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을 것만 같은 검은 연기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직접 돌아다닌 공장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칙칙한 공장의 이미지를 깨고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노력, 땀과 열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읽는 것은 즐겁고 놀라웠다.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과정 속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노력과 구슬땀이 들어가고 생각지도 못한 과정들이 존재하기도 했다. 당연히 기계가 넣는 줄 알았던 너구리 라면 속 다시마는 사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넣는 것이고(그 덕에 다시마가 두 개나 들어있는 로또가 존재하는 것이다!), 콘돔 불량품 검사 과정에서는 사람이 직접 콘돔을 하나하나 검사를 위한 철형에다 끼운다(아주 정확하고 재빠르고 일사불란하게). 그냥 종이를 인쇄해서 붙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지구본 공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지도에 넣기 위해서 어느 나라가 수도를 옮기는지, 나라의 이름이 바뀌거나 독립한 나라는 없는지(버마에서 미얀마로 이름이 바뀌었다거나 남수단이 분리독립을 했다거나) 눈에 불을 켜고 정보를 모으고 간장 공장에서 나오는 간장은 숙성 탱크 안에서 1그램당 100만 마리 이상의 효소들과 함께 무려 6개월이라는 시간을 거쳐서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 마트에서 몇 천 원을 주면 살 수 있는 간장에도, 오동통한 면발의 너구리 라면 속에도,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살 수 있는 콘돔 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 매일 식사 전 농부 아저씨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머릿속에 새겼던 사실을 나이를 먹으면서 잊어버릴 때가 잦다.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실은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이 책을 단순한 공장 탐방 보고서가 아니라 감칠맛 나는 에세이로 끌어올리는 데는 김중혁 사장님의 글 공장이 단단히 한몫했다. 군데군데서 튀어나오는 (아재끼가 다분한) 유머들과 소설가의 관점으로 생각지 못한 방향에서 바라보는 시선. 두 가지가 합쳐져 나온 김중혁 글 공장의 완성품 '메이드 인 공장'은 품질 보증 상품이다. 간장 공장 산책기에서 어김없이 처음부터 치고 들어오는 간장 공장 공장장 말장난이라던가(사실 안 나오면 서운할 뻔했다), 단거는 위험(danger)하다는 아재 냄새가 풀풀 풍기지만 5분 후 피식 웃게 되는 문장, 지구본 조립 전문가가 툭툭 쳐가며 남반구와 북반구를 조립하면 이렇게 쉽게 지구가 만들어진다는 귀여운 농담까지. 작가님 본인의 에피소드들과 섞이며 여기저기 들어가 있는 유머들은 윤활유처럼 '메이드 인 공장'이 부드럽게 돌아가도록 만든다. 각 물건들에 대한 작가님의 남다른 시각도 '메이드 인 공장' 완성에 큰 역할을 했다. 코르셋 대신 간편한 속옷으로 제작된 브래지어가 여자의 속옷이라기보다는 일하는 여자의 작업복 같다는 말이나 화장을 지우고 나서야 감정의 전쟁터에서 겨우 벗어나는 셈이라는 문장, 갓 만들어진 지구본을 향해 팽팽하고, 따끈따끈하고, 온화하고, 주름 하나 없는, 새것인 지구가 부럽다고 말하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는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주위를 둘러보도록 만든다. 소설가의 시각과 관점, 유머러스하고 유려한 문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공장 내부의 이야기가 합쳐져 만들어진 '메이드 인 공장'. 김중혁 글 공장에서 1년의 기간을 거쳐 제작된 상품이다. 김중혁 글 공장 속 수필 라인 노동자들의 실력과 노력을 믿어보기로 하자. 소설 속 한 문장 다시마만큼은 인간이 넣는 세상을 꿈꾸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기계는 더욱 진보할 것이다.
비정규직 '역주행'에…당혹감 휩싸인 文정부
역대급 비정규직 폭증 소식에 관계당국 '비상' 文 정부 '비정규직 제로' 정책 뿌리부터 흔들려 "국제 경기 악화에도 해법 못 찾으면서 고용 핵심 중소기업 흔들려" "경제정책 보수화로 민간에 '정규직 전환 필요없다' 잘못된 신호 보내" 임금근로자의 근로형태별 규모(그래픽=통계청 제공)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이 무색하게 올해 비정규직 증가폭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29일 경제활동인구조사 발표를 앞두고 관계당국은 비상 사태에 빠졌다. 지난 8월 기준 비정규직 노동자가 86만 7천명이나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보통 과장급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했던 언론브리핑은 서울청사로 자리를 옮겨 통계청장이 직접 진행했고, 기획재정부 1차관과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총출동해 추가 설명에 나섰다. 지난해 ILO(국제노동기구)가 국제 종사상 지위 분류 개정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한국 역시 2021년까지 분류체계를 개편해야 했다. 이 때문에 통계청이 국제 종사상지위분류 병행조사를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과정에서 문항을 바꾼 탓에 기존에는 정규직으로 분류됐던 노동자 35만명~50만명이 기간제 노동자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해명을 감안해도 나머지 36만명 증가분은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2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전체 임금 노동자가 51만 4천명 증가하면서 자연히 증가한 비정규직이 약 1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민간일자리에서 소외된 고령층을 위한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지난해보다 14만개 가량 늘어난 영향도 크다는 해명도 이어졌다. 이 경우에도 기존 비정규직 증가분은 매년 반영됐기 때문에 유독 올해 비정규직이 급증한 원인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1호 명령으로 내세웠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필두로 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릴 상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제 경기가 악화돼 민간 기업의 채용 의지가 약화되는 악조건에도 정부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건국대학교 최배근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경기가 좋지 않으니 고용을 기피할 수 밖에 없고,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도 시큰둥한 것"이라며 "민간 부문에 정규직 고용을 강제할 수 없으니 조달사업과 연계하는 등 정책적인 유도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은 "민간 고용 시장이 나빠지면서 정규직 채용이 줄어들고 있다"며 "공공부문이 정규직화를 선도하겠다는 정부 주장은 경제 상황이 받쳐주지 못하면서 '말도 안되는 소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정부 경제정책이 급속히 보수화되고,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수납원 사태 등을 거치면서 정부가 정규직화 정책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는 잘못된 신호를 시장에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 국장은 "정규직화 정책은 공공부문에서만, 그마저도 자회사나 무기계약직 위주로 진행됐다"며 "노동시장, 경제상황을 디테일하게 보지 못하고 섣불리 접근했던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일자리는 결국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특히 비정규직 비중도 중소기업이 높다"며 "정부가 경제 개혁 정책을 대거 포기하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능력을 늘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공공부문에만 한정해 비정규직 전환을 추진했고, 민간부문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이후 정부 정책이 보수화되자 민간부문으로 이 변화가 적나라하게 확대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애초 기간제법 등을 손질해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의 사용사유 제한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사실상 민간부문의 정규직 고용 문제를 방치하면서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고 비판했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회사와의 제대로 된 소통을 원한다”
스마일게이트 노조 ‘SG길드’ 1주년 기념 집회 진행… 150여 명 참석 스마일게이트의 노동조합 ‘SG길드’가 20일, 설립 1주년을 기념해 판교 어울공원에서 집회를 개최했다. SG길드는 지난 1년 간의 노조 활동 성과를 발표했으며, 나아가 회사에 만연한 ‘고용불안’ 문제에 대해 사측이 진지하게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SG길드 외에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 유니언’,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넥슨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및 SG길드가 속한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관계자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에 약 50여 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단체 설립 1주년을 자축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고용 불안’과 관련된 발표가 있을 때는 회사를 향한 성토가 강하게 이어져 주목받았다. SG길드 윤상혁 사무장 먼저 무대에 오른 SG길드 윤상혁 사무장은 노조가 설립하고 1년간 활동을 진행하면서 얻어낸 대표적인 성과로 ‘단체협약 체결’과 ‘사측과의 소통 확대’, 그리고 ‘노조의 조직 역량 강화’ 3가지를 꼽았다.  윤상혁 사무장은 우선 SG길드가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회사로부터 포괄임금제 폐기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공짜 야근’과 ‘크런치로 인한 고통’을 완화하고 이제는 일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는 것. 윤상혁 사무장은 “단체협약에서 만약 프로젝트가 중지(드랍)되면 반드시 해당 인원은 전환 배치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기 때문에 고용 불안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을 위한 첫 걸음을 떼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윤상혁 사무장은 SG길드가 단체 사무실 오픈을 통해 회사 정책 및 개선 방향에 대해 사측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으며, 대의원 선거를 통해 민주적인 절차로 ‘대표성’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고 덧붙였다.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 윤상혁 사무장의 성과 보고 후에는 넥슨의 노동조합 ‘스타팅포인트’ 배수찬 지회장이 무대 위에 올라 SG길드의 1주년을 축하하고, 게임업계의 고용불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배수찬 지회장은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개발자들은 버티거나 이직하거나 2가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이직에 성공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직은 문제를 잠시 미뤄두는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이직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간 ‘나이’라는 벽에 막혀서 이 마저 불가능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게임을 정말 좋아하고, 게임 하나만 바라보며 업계에 들어온 개발자 입장에서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결국 이러한 업계의 잘못된 환경을 바꿔야한다. 버틴다, 이직한다 외에 3번째 선택지 ‘싸운다’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싸운다’는 거창하고 무시무시한 게 아니며, 부당한 것을 알리는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개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원한다. 목소리를 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힘을 합쳐서 성공할 때까지 모이자”고 덧붙였다. SG길드 차상준 지회장 마지막으로 SG길드 차상준 지회장은 “최근 스마일게이트 내부에서도 많은 프로젝트가 드랍 되면서 이직을 하지 못한 개발자들 중 그래픽 인력에게 QA를 시킨다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SG길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일이 없도록 사측으로부터 확답을 받고, 노동조합과 사측이 정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스마일게이트는 유저들과의 소통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매우 부끄러웠다. 사측은 대화의 창은 열려 있다, 신고 시스템은 훌륭하다고 말하는데 정말로 그럴까?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그대로 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앞으로 SG길드는 회사와의 확실한 소통창구를 만들겠다. 만약 사측이 자신들의 권한 밖이라고 문제를 회피하면 권한을 가진 사람이 나오라고 당당하게 주장하겠다. 나아가 정규직보다 약자인 계약직, 파견직 분들과 함께 슈퍼크리에이티브, 선데이토즈 등 계열사 분들까지 아우르는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차상준 지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결국 문제는 소통이다. 깔끔하게 소통하면 해결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으니 복잡하게 커지는 것이 너무 많다. 우리는 회사와의 제대로 된 소통을 원한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SG길드 외에도 여러 단체에서 온 약 150여 명의 인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집회가 종료된 이후, SG길드 차상준 지회장과 진행한 질의 응답의 주요 내용을 모은 것이다.  SG길드 차상준 지회장. 믿가스란 '믿고 가는 스마일게이트'의 준말이다. Q: 스마일게이트는 외부에서는 고용 불안 문제가 심하지 않은 게임사로 알려져있다. 차상준 지회장: 외부에 공개된 게임이 적어서 그렇지, 내부에서는 조용히, 그리고 꾸준하게 계속해서 프로젝트들이 드랍되고 있었다. 지난 1년간 총 6개의 프로젝트가 드랍 되었고, 여기에 관련된 인원만 해도 150명이 넘는다. 몇몇 분들은 운 좋게 내부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지만 굉장히 많은 분들이 회사를 떠나거나, 원치않게 지원조직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그래픽 인력에게 QA를 시켰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나? 차상준 지회장: 현재 스마일게이트는 내부에 ‘리소스 지원팀’ 이란 것이 있으며, 프로젝트가 드랍된 인원 중 이직이나 전환배치가 되지 않은 인력이 이곳에 소속되게 된다. 하지만 이 리소스 지원팀은 ‘회사 내 외주 인력’ 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단기 일감만 주어지거나, 그동안 해온 일과 전혀 관계없는 일거리가 주어진다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래픽 인력에게 QA 업무가 주어졌다는 것도 이 조직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회사와 소통을 원한다는 것도 이 부분에 대한 해결을 원하는 것인가? 차상준 지회장: 그렇다. 우리는 리소스 지원팀에 대해서 굉장히 부당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회사로부터 “앞으로 이러한 부당대우를 하지 않겠다”라는 한 마디 답변을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소통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공문으로 공방을 주고받는 수준이다. 그런 만큼 이번 집회를 계기로 회사에서도 제대로 된 소통에 나서 주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만약 회사가 이번 집회에도 이렇다 할 피드백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차상준 지회장: 피드백을 줄때까지 계속해서 집회를 열어야 하지 않을까? (웃음) 우리는 이번 리소스 지원팀 이슈에 대해서 만큼은 최소 2주 내에 사측으로부터 답변을 듣기를 원한다. 현재 스마일게이트 사측에서는 어떠한 식으로 SG길드와 소통하고 있는가?  차상준 지회장: 우리가 SG길드를 설립한 이후에 회사에서도 ‘노사 협력실’ 이라는 조직을 신설해서 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직의 구성 인원은 모두 노조 설립 이후에 외부 수혈을 통해 들어오신 분들이며, 그것도 게임업계에 계신 분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이 조직을 통한 소통에 대해서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이슈와 관련해서 자료를 요청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할 정도다. 이번 집회를 통해 회사에게 ‘제대로 된 소통을 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번 집회를 통해 우리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도 확실하게 전달한 만큼 이에 대한 회사의 답변도 반드시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