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수햏

ko
620 Members
이 세상 모든 면식(麵食)을 먹는 그날까지 수햏하는 햏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Cards

SELFMADE 면식

비엣남 면식수햏 - 쌀국수도 핸드메이드
쌀국수는 비쌉니다. 암요 더럽게 비싸죠. 학교 다닐 적에 근처에 있는 미스사이공이나 좀 쌌지 괜찮은 데서 한 그릇 먹을까 하면 만원 돈 가까이 나옵디다. 심지어는 넘는 곳도 허다하지요. 동남아 사람들의 간단한 한끼식사가 프리미엄 음식이 되어가는 과정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vladimir76 님은 가성비 좋은 쌀국수를 잘 찾아드시긴 합니다... 여튼 그래서 오늘은 쌀국수를 해먹을 예정입니다. 쌀국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국물이니만큼 찐한 고기 육수를 내주어야 겠습니다. 찐한...닭고기 육수... 나도 쐬고기로 육수내고 싶다... 그래도 토종닭이면 뭔가 풍미가 다를까 싶어 이 친구로 사왔습니다. 물론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했던지라 20~40% 세일로 사긴 했습니다. 그래도 제 기억에 칠천원 돈 아니었나 싶네요. 사실 육수는 17일에 만들었습니다. 당시 유통기한이 하루 지나긴 했지만 뭐...어때요...별 문제 없겠죠 후추, 통마늘, 대파, 생강가루를 오지게 뿌려준 뒤 한시간 정도 삶아줍니다. 토종닭이 잘 안 익기도 하고 육수가 충분히 우러나오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통후추도 아니고 가루 순후추를 뿌려대면 너무 지저분해질 것 같은데 완성본은 생각보다 깨끗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때문이지. 한 시간 정도 푹 삶아진 토종닭입니다. 이 정도 삶게 되면 제아무리 질긴 토종닭이라도 부들부들해집니다. 왜 후추가루가 별로 없었나 했더니 끓어넘치면서 저 냄비벽면에 다 붙어버렸군요 ... 이제 이 녀석을 국물은 따로 두고 건더기 살들만 건져 뼈와 살을 분리시켜버립니다. 분리된 살을 찍었어야 됐는데 호일로 다 감싸고 나서야 사진 생각이 나서리... 갠적으로 닭에 있는 오돌뼈와 발목살을 갱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저 친구들도 조선간장에 살짝 찍어서 술안주로 다 해치웠습니다. 추석이 지난 지 얼마 안돼서 생각난 이야기인데, 저는 차례상에 올라가는 닭을 정말 좋아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아무거나 가져옴) 저희 집 차례상도 대가리를 그대로 살린채 찌긴 하지만 저렇게 결박당한 포로 자세는 아닙니다... 머리를 고정시키는 방법은 같지만 조금 더 다리를 벌린 채로 영롱한 자세로 누워계십니다. 혹자는 폐백 닭, 제사 닭도 사실상 그냥 백숙과 다를 바 없지 않냐고 하지만 몇 가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저희 집)제사 닭은 잡내 제거에 오직 청주만을 사용합니다. 생닭을 청주에 푹 담가 짧은 시간동안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후에는 조리에 들어가는데 이 때 통째로 물에 넣어 삶지 않고 찜기에 쪄냅니다. 물에 삶았을 때보다 훨씬 더 풍부한 육즙이 찢어지는 살결 마디 마디에 맺히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제사 닭은 반드시 조선간장에 찍어먹어야만 그 풍미가 살아나지요. 향긋한 청주의 누룩향과 쿰쿰한 조선간장의 메주 향, 그리고 뚝뚝 흐르는 닭의 기름기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습니다. 단순한 듯 복잡한 맛이 주는 묘한 쾌감이 마치 조선시대 주막에 있는 듯한 느낌... 잡소리가 너무 길었네요...쨌든 맛있다구요... 다음날 아침에 차갑게 식은 육수를 바라봅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굳어버린 기름들을 거두어냅니다. 실은 그냥 냉장고에 넣어놔서 그렇습니다. 이제 이 육수를 먹을 만큼만 냄비에 부어준 뒤에 요 놈을 이용해줍니다. 제 아무리 재주가 좋아도 제가 어떻게 쌀국수 소스를 혼자 만듭니까 역시 시판소스가 짱이지 간편하고 소스를 넣고 이렇게 팔팔 끓으면 거품도 좀 건져내주다가 물국수용이라고 깐지나게 써있는 쌀국수면을 삶아줍니다. 벌써 다 삶았습니다. 야채도 썰어줍시다 갓수 킹수 고추와 함께 썰어준다 숙주 씻어준다 그리고 회사에 가져가서 점심에 먹을 예정이니 테이크아웃을 해봅시다 면 닭 야채 끝 국물과 함께 봉인 그릇이 커보이십니까? 좃만합니다. 대체 왜 오늘따라 주방에 큰그릇은 하나도 없고 염병할 작은 그릇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호로록 하겠다는 저의 야망은 깨지고 저 좃만한 앞접시에 국물 반절만 따른 뒤 따로국밥처럼 찍어먹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래...그래도...이 정도 비주얼이면...괜찮잖아...? 면은 불었고...국물은 적고...덜 데워서 미지근하고... 그치만...괜찮아...직접 만들어 먹는 거에 의미가 있는거지... 생각해보니... 토종닭에...소스에...고수에... 그다지 싼 편도 아니네....헤헤... 총평 "노력으로 일궈낸 처참한 빈곤" 면발 : ★★☆ 2.5/5 국물(소스) : ★★★ 3/5 건더기 : ★★★★ 4/5 가격 : ★★ 2/5 총평 : ★★☆ 2.5/5 걍 사먹자 쌀국수는
양놈의 면식수햏 - 권태기를 물리치는 로제파스타
안녕하세요 도비입니다 참으로 오래망갑에 인사 올리는 것 같군요 그간 권태기를 앓고 있었습니다. 면식...매일 끊임없이 면식하다보니 입에서 밀가루 냄새가 배긴 듯 했습니다. 왜 나는 매일매일 컵라면을 쳐먹는 자발적 오대수의 삶을 살고 있는가... 그런 의문이 시작되어...한동안 면식을 끊었습니다... 하지만 밥도 물리긴 매한가지더군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아 그냥 입맛이 없는 거였구나 그럼 그냥 면 먹어야겟다. (생크림은 작은게 없길래...휘핑크림으로) 간만에 여친님이 행차하셨습니다. 무엇이 먹고 싶냐 물어보니 '로제파스타'가 땡긴다고 답변하셨습니다. 로제 파스타... 사실 파스타를 그리 좋아하는 편도 아닐 뿐더러 니뽕내뽕같은 퓨전 파스타나 오일파스타만 먹어버릇한지라 로제에 대해선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애를 하면서 내 취향이 아닌 이곳 저곳을 가보다보니 눈이 좀 뜨입디다 특히 로제 파스타...편견이 깨졌습니다. 토마토와 크림 중 뭐 하나 똑바로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장애 회색분자가 만들어낸 끔찍한 혼종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지난 날(사실 이 정도까진 생각안했음)이 무색할 정도로 로제 파스타를 맛나게 하는 집들이 참 많더군요 특히 서울숲 근처의 온량이라는 곳은...정말 예술이었습니다 뭔가 잡소리가 길었군요 쨋든 오늘의 목표는 온량의 절반이라도 따라잡기 입니다. 재료를 준비해줍니다. 본집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파 직접 재배한 청양고추 그리고 그냥 돈주고 산 양파 언제 삿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 아이가 햇빛을 본 게 얼마만일지,,, 양파를 손질했습니다 원래 제법 큼지막한 아이였는데 겉이 다 썩어문드러져 일일히 다 벗겨내고 나니 속살은 아주 작고 여렸습니다. 모진 풍파 속에서 살아나가는 어른들의 속도 사실은 작고 여릴 것입니다. 손질 끝 청양고추는 고명으로 사용해 줄 예정입니다. 그리고 버섯도 준비해줍니다. 무슨 요리든 야금야금 건표고를 써대다보니 쥐도새도 모르게 줄어들어 어느새 다 써가게 됐습니다. 이제는 큼지막한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곤 신라면 야채 후레이크만큼 남아있는 표고를 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건표고는 훌륭한 맛을 가졌지만 가격은 양아치같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마트에서 양송이 사올걸... 물에 불려줍니다. 해산물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해산물이 풍부하면야 좋겠지만 바다에서 사는 것들이 육지에 올라오면 으레 자신의 출신을 내세우며 뻗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들의 몸값이 비싸게 책정되는 이유이며 해산물이 새우 하나뿐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홍합이라도 좀 있어야 모양새가 살텐데 아쉽습니다. 물에 넣고 해동시켜줍니다. 바닷가 출신이지만 담수에서 해동되는 기분이 어떻지? 치욕스럽나? 흐킇ㅋ흨ㅎ흐... 그나저나 왜 자꾸 사진이 회전되어 있는지...며느리도 모를 일입니다.,.. 이제 물을 올리고 소금을 넣어준 뒤 면을 준비합니다. 시간이 써져있군요. 오늘은 토마토와 크림을 섞은 회색분자 요리를 하는 만큼 민물에서 6분 30초, 팬에서 1분, 총 7분 30초의 애매한 시간대로 조리해줍시다. 뭔가 급했던 면 투하 이제 타임어택입니다. 6분 30초 안에 빠르게 팬에 재료를 볶아야 합니다. 올리브유 두르고 양파부터 투하 노릇하게 캐러멜라이징해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남은 시간 6분 12초 시간이 없으니 노릇해지기 전에 파와 마늘도 던져줍시다. 이렇게 빨리 할 수 있다는 건 한국인이어서 좋은 점일 것입니다. 남은 시간 5분 36초 미처 양파와 파와 마늘이 충분히 익기 전에 후추도 작살나게 뿌려줍니다. 통후추를 그라인더에 갈아 쓰면 좋겠지만 시간없어 죽겠는데 꼴깝 부릴 여유는 없습니다. 남은 시간 5분 02초 잽싸게 휘핑크림도 주둥이를 뜯어내어 부어줍니다. 원래 계획은 휘핑크림 100ml + 우유 100ml였지만 시간 관계상 휘핑크림만 200ml 부어줍니다. 우유 괜히 샀네 씨부랄거 남은 시간 4분 21초 휘핑크림이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토마토 소스를 넣어줍니다. 크게 네 다섯숟가락 정도 듬뿍 넣으면 됩니다 남은 시간 3분 32초 그리고 오늘의 비장의 무기 셰프의 킥 바로 불닭소스 도비의 천재적인 요리 센스와 머릿 속에서 로제파스타를 수백번 딥러닝 해본 결과 온량의 그 짭조름하면서 깊고, 은은하게 매콤한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서는 불닭소스가 정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비록 여친에게 이 사실을 알렸을 땐 "아니...불닭소스는 좀...맛 이상할거 같은데..." 라며 개씹소리 집어치라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으나 저는 조국 임명마냥 강행하며 "오늘은 그럼 진짜 냉정하게 표현해줘 맛없다고 해도 상처 안받고 다시 해줄게" 라는 강수를 던져 사태를 무마했습니다. 붉은 선혈의 똥꼬 파괴자. 불닭소스 불닭소스는 크게 2스푼 반~3스푼 넣어주면 됩니다. 포장지 까는데 시간 오지게 걸리는 바람에 남은 시간 1분 22초 색깔 거의 지옥문 열리는 중인듯 아 맞다 새우! 새우 넣으면서 버섯도 떠올라 급하게 같이 넣어줬습니다. 남은 시간 50초 동안 소스를 팍 졸여준다는 느낌으로 강불에서 빡세게 익혀줍니다. 새우를 깜빡하긴 했지만 원래 이 시간쯤에 넣어주는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새우는 오래 익히면 익힐수록 뻑뻑해지기 때문에 이 정도로 짧게 익혀줬을 때가 제일 촉촉하고 맛있습니다. 이윽고 6분 30초동안 삶아진 아직은 곤조있는 딱딱맨 상태의 면을 투하해주고 쎈불에서 끓이듯 볶아줍니다. 소스가 적당히 스며듦과 동시에 면이 너무 익지 않는 최적의 시간대를 찾아... 그리고 이번에 방콕에서 산 길고 이쁜 나무젓가락으로 진짜 파스타집 마냥 이쁘게 돌돌돌돌 말아줍니다. 비로소 플레이팅에 신경을 쓸 줄 아는 남자가 되었습니다. 에바네 걍 볶음짬뽕에 성의없게 면 추가한 느낌 이쁘게 말릴 줄 알았는데.... 그래도 고명으로 고추까지 올려서 필터 빠방한 걸로 찍고 나면 아주 이쁘고 그럴싸해 보이지 않습니까? 여친님께서도 상당히 냄새와 비쥬얼에 만족한 눈치셨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맛 평가... (짤이 너무 누렁이라 모자이크 처리.) 남은 파스타 소스에 밥을 비벼먹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비교적 우아한 음식에 속하는 파스타에게 형식의 파괴를 선사할 이유는 오직 단 한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오지게 맛있기 때문. 이대로 소스를 버리기 아깝기 때문. 이 날, 불닭로제의 기적을 경험한 최 모 양의 간증에 따르면 "정말 로제 파스타 맛이 날까 싶었는데 그 맛이 났습니다. 아주 기분좋게 매콤하면서 짭짤하고 토마토와 크림의 풍미도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여태껏 도비의 자취방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훌륭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한다. 사실 기성 제품을 이리저리 조합하여 만든 요리인 만큼 난이도가 높지 않은 편인지라 이제껏 다른 요리보다 훌륭하다는 최모양의 간증에 도비는 다소 당황했으나 본인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소스류만 다 사면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요리니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맛이 좋그등요 총평 "한류와 서구 문화의 사랑스런 Mix & Match" 면발 : ★★★★☆ 4.5/5 국물 : ★★★★★ 5/5 건더기 : ★★★★☆ 4.5/5 가격 : ★★★★★ 5/5 총평 : ★★★★★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