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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씨 "새해엔 좀 덜 힘들었으면…"
둘째는 엄두도 못 내는, 우리 주변의'82년생 김지영' 씨를 만나 보니… - '경단녀'로서 7살 아들 둔 연구 간호사 김지영 씨 - '알바 같은' 형태로 근무하는 '말만 전문직' - "소설이 제 이야기처럼 소름 돋고, 씁쓸하기도 하고" - 육아가 가장 큰 고민 - "아빠 승진했는데 왜 엄마는 승진 못 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5) ■ 방송일 : 2018년 1월 1일 (월) 오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지영 씨 (82년생, 연구간호사) ◇ 정관용> 지난해 서점가를 뜨겁게 달군 책 기억하시죠.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30~40대 여성이 겪는 출산, 양육의 어려움. 경력 단절, 성차별 이런 어려움을 생생하게 그려내서 많은 공감을 샀던 책이죠. 이 82년생들이 바로 개띠입니다. 그래서 82년생이시고 이름이 진짜 김지영인 분. 한 분 저희가 찾았습니다. 전화해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 김지영> 안녕하세요. ◇ 정관용> 소설 <82년생 김지영> 보셨죠? ◆ 김지영> 네. ◇ 정관용> 그 책 보시고 느낌이 어땠어요? ◆ 김지영> 제 이야기를 쓴 것처럼 굉장히 소름 돋고 아주 많이 공감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 정관용> 소름까지 돋았다? ◆ 김지영> 네. ◇ 정관용> 김지영 씨 이제 자기 소개 좀 해 주세요. 결혼 하셨어요? ◆ 김지영> 네, 결혼했고 7살 아들이 하나 있고요. 현재 연구간호사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게 어떤 겁니까? ◆ 김지영> 보통 대학병원에서 교수님이 임상연구를 하시는데 그 밑에서 도와서 이것저것. 저 같은 경우는 이제 자료수집을 주로 하고 있고요. ◇ 정관용> 그래요. 그러면 원래 간호학과를 나와서 계속 간호사 일을 하신 거예요? ◆ 김지영> 네. 3교대도 했었고 결혼 전에는. ◇ 정관용> 결혼 후에도 간호사 하셨고? ◆ 김지영> 네, 보건교사도 계약직으로 했었고. ◇ 정관용> 결혼하고 아이 낳으신 후에는요? ◆ 김지영> 그 후에는 한 4년 정도는 이제 아이 키우면서 일을 못했고. 어린이집 보내면서 조금 아이가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그때 구했는데 아르바이트 식으로 한의원 아르바이트도 했었고 어린이집 간호사도 했었고 다 이렇게 짧게 짧게 할 수 있는 일로 아르바이트 직을 구하고 지금 이제 아이 낳고 세 번째 직장이 지금 직장입니다. ◇ 정관용> 전형적인 경단녀, 경력단절녀. 그래서 직장을 여기저기 전전할 수밖에 없는. 그래요. 지금 연구간호사 일을 하시면서 아이는 어디에 맡기세요? ◆ 김지영> 지금은 유치원에 맡기고 있고 종일반이라서 종일반 시간 끝나고 데리러 가거나 아니면 차로 가거나 가고 있습니다. ◇ 정관용> 내년에 이제 7살이니까 내년에 학교 가겠네요, 아이가. ◆ 김지영> 네, 학교 가서 걱정이 많아요. ◇ 정관용> 학교 가면 학교는 종일반이 아니잖아요. ◆ 김지영> 네. 그리고 이제 돌봄 교실이 있다고는 하는데 3월에는 돌봄교실이 운영을 안 하고 좀 안 가는 날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우선은 3~4월 정도 쉰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 뒤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 정관용> 그러니까 직장을 쉴 수밖에 없는 거네요. ◆ 김지영> 네, 네. ◇ 정관용> 어떻게 누가 아이를 좀 봐주거나 이럴 여건이 안 되나 보죠? 부모님들이라든지 사람을 구한다든지 이런 게 좀 어려운 모양이죠? ◆ 김지영> 네. 제가 시간제다 보니까 그렇게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쓰자니 이도저도 아닌 것 같고 주위의 가족들은 다 일하시고 봐주실 분이 전혀 없고 해서 그냥 제가 이제 최대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서 해야 되기 때문에 저 혼자만의 고민인 것 같아요. ◇ 정관용> 둘째 계획 있으세요? ◆ 김지영> 아니요, 없어요. ◇ 정관용> 엄두를 못 내신다? ◆ 김지영> 신랑이랑 안 가지기로 결심을 했어요. ◇ 정관용> 아니, 간호사면 사실 최고의 전문직종 가운데 하나인데. 그렇죠? ◆ 김지영> 그나마 전문직이어서 이런 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82년생 김지영)에서 보면 아이스크림 그런 걸 파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런 일 어쨌든 저는 이제 전문적인 쪽으로 계속 할 수는 있으니까 그나마. ◇ 정관용> 그나마? ◆ 김지영> 네. ◇ 정관용>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는 돼야 그나마 좀 버젓한 병원에 다시 취업하실 가능성이 생기겠네요. ◆ 김지영> 네, 아니면 회사 쪽으로도 지원이나 해 볼 수는 있는데 지금은 4대 보험도 안 되고 그냥 특별히 수당 같은 것도 전혀 없이 그냥 딱 월급만. 정말 아르바이트죠. 말이 전문직이지. ◇ 정관용> 7살 난 아들 녀석이 아빠는 승진했는데 왜 엄마는 승진 안 하냐고 물었다면서요? ◆ 김지영> 네. 그래서 엄마는 승진을 못 한단다, 그러면서 제가 얘기를 해 줬더니 “아”, 그러면서 약간 슬픈 표정을 짓더라고요. ◇ 정관용> 그래요. 이 정부도 여성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일과 삶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대통령이 이렇게 지금 계획은 내놓고 있는데 안 되네요. ◆ 김지영> 왜냐하면 그 정책 자체가 일반 저희한테 해당되는 사람들이 잘 없고 공기업, 공무원이 아니고서야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 힘든 정책들이 좀 많아서. 네. ◇ 정관용> 그나마 제일 좋은 직장인 공기업, 공무원 거기서부터만 이루어지고 있지 민간에까지 확대가 안 되고 있다, 그렇죠? ◆ 김지영> 네. 그래서 저는 그냥 남의 일처럼 들리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새해 소망 한 말씀 하시죠. ◆ 김지영> 행복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지금보다는 좀 덜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고. 좀 더 많이 웃으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행복하셔야 돼요. ◆ 김지영> 네. ◇ 정관용> 고맙습니다. ◆ 김지영>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82년생 김지영 씨 함께 만났습니다. 원문보기: http://www.nocutnews.co.kr/news/4900501#csidx12b86e0eb2a3d47b822f20151b4ca08
"디지털 성폭력도 성폭력인데…" 갈 길 먼 현행법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며 '디지털 성범죄'는 일상에 스며들었다. 공유하며 '성범죄 동영상'을 시청하는 행위는 피해를 확산시켰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것은 언제든 또 유포될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며 '극단적' 선택마저 고민하고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은 그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라는 인식이 명확히 서지 않거나, 성범죄 영상 삭제가 '산업화'하며 2차 피해를 겪는 일도 허다했다. 대전CBS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① "매일 밤 음란 사이트를 뒤져요" 디지털 성범죄 끝없는 고통 ② 피해자는 수백만 원 주고 왜 '디지털 장의사' 찾나 ③ 가해자이자 피해자, 디지털 성범죄 노출된 '청소년' ④ 디지털 성범죄 표적, '남성'도 예외 아냐 ⑤ '음란물' 기준 뭐 길래...'불법 촬영물'은? (계속)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규정이나 처벌 조항은 무엇이 있을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이하 카메라 이용 촬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이하 통신매체 이용 음란)' 규정이 있다. 카메라 이용 촬영은 몰래 촬영을 하는 것부터 유포하는 것 등을, 통신매체 이용 음란은 SNS 등을 통해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그림이나 글, 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등을 말한다. 또 음란물 게시와 유포 등에 관한 처벌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마련돼있다. 하지만 현재의 규정이나 처벌 조항은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의 형태를 포괄적으로 다룰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전히 애매한 '성적 수치심'...찍힌 '부위'에 주목하는 현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김보화 책임연구원은 "카메라 이용촬영 경우엔 판단 기준이 성적 수치심 불러일으킬 신체 부위를 찍혔을 때로 돼 있다"며 "성적 수치심의 성적 부위가 어디냐에 따라 재판부에 차이가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는 피해자의 무릎 위 허벅다리, 등 부위, 치마 속 부분, 엉덩이 부위 등으로 분석되지만 이러한 판단 근거에 아쉬움은 여전한 상황. 김 연구원은 "어떤 경우엔 무릎 위 몇 센티미터, 누구는 그 정도는 보통 여성들이 입는 치마 길이 정도라 보고 무죄를 내리기도 한다"며 "판단 기준 모호하다 보니 피해자가 피해를 호소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마다 유, 무죄가 분절돼 형량이 결정되는 연속 촬영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누군가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500장, 600장을 찍다 걸렸을 때 이 중에서 몇 번 사진은 유죄, 몇 번은 무죄 이런 식으로 분절돼서 형량이 결정되고 있다"며 "여성을 몰래 찍는 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느 부분에 찍었냐에 주목하는 현실"이라고 김 연구원은 전했다. ◇스스로 찍은 촬영물은 동의 없이 유포해도 '성범죄' 아닌 '명예훼손'? 현재 동의 없는 촬영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법조문에는 '자신'이 직접 촬영한 경우와 '신체 부위'가 아닌 경우에는 애초에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앞서 판례에서는 '타인의 신체'라도 전신 등은 '여성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판시했다. '성폭력 처벌법'보다는 초상권 문제나 여성을 무단으로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본인이 찍은 촬영물이라 해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하는 경우 성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다. 당시 헤어진 연인에 대한 보복으로 성관계 등을 담은 촬영물을 유포하는 이른바‘리벤지 포르노’ 가 증가하면서 나온 개정안이다. 현재는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제3자가 동의 없이 유포해도 명예훼손죄로만 처벌이 가능할 뿐, 성폭력 범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면 성폭력으로 처벌되는 경우보다 형량도 적고 신상정보공개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고 진 의원은 지적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서승희 대표 역시 "개정안이 나왔지만 아직 통과가 안 돼서 본인이 본인의 영상을 촬영한 것은 동의 없이 유출돼도 (디지털 성범죄로) 처벌이 안 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재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앞서 지난 9월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서 '재유포자'에 대한 처벌이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재유포자들은 '성폭력 처벌법'이 아닌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받고 있다. 피해 확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재유포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빠졌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서승희 대표는 "음란물은 가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 공익을 헤쳐서 받는 처벌"이라며 "처벌 수위가 낮고 피해자가 본인의 피해 촬영물이 음란물이란 것을 입증해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서 대표는 또 "목적성이 없다는 이유로 성폭력 처벌법 적용이 안 된다고 하는데 우리가 볼 땐 재유포자들이 가해에 일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성폭력 처벌법 14조로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탐정 손수호] "자살 부른 성추행 대자보, 시킨 사람 따로 있다"
- 성추행 대자보 누명에 교수 자살 - 증거사진·목격자 있다? 모두 허위 - 실제 성추행 교수들이 헛소문·대자보 - 마녀사냥 막기 위해 사실관계 우선돼야 https://www.youtube.com/watch?v=olINBCYvZw8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손수호(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우리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사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죠. 탐정 손수호.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오늘 우리 탐정 손수호의 주제도 바로 수험생들이 들어가고자 하는 그 대학 이야기예요, 대학. 상아탑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어떤 사건입니까? ◆ 손수호> 어제 큰 화제를 모았죠. 제자가 허위내용이 담긴 성추행 고발 대자보를 대학교 교정에 붙였습니다. 지목된 교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요. 그런데 이 제자가 재판에 넘겨졌고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 김현정> 지금 굉장히 짧게 한 줄로 정리를 해 주셨는데 간단한 사건은 아니에요. 관계된 사람들이 일단 수가 많아요. ◆ 손수호> 여러 사람이 등장합니다. 실명으로 설명하면 훨씬 더 효과적이겠지만, 그럴 수는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오늘 알파벳 이니셜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도 A, B, C가 등장을 합니다, 여러분. 바짝 정신을 차리고 들으셔야 될 것 같아요. 일단은 거짓으로 성추행 대자보를 붙인 제자가 있습니다, 제자 A 씨. 그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자살에 이른 교수가 있고요. 그리고 그외에 관련된 인물 하나하나 좀 살펴보죠. 시작은 어떻게 된 겁니까? ◆ 손수호> 작년 6월입니다. 부산의 한 유명 대학교 미술학과 손 모 교수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투신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김현정> 이분의 성은 이미 언론에 다 나왔기 때문에 저희가 그냥 쓰겠습니다. 손 교수. ◆ 손수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손 교수가 유명한 조각가였고, 또 촉망받는 젊은 예술가였습니다. 그런데 손 교수가 술자리에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담긴 대자보가 학내에 붙었고요. ◇ 김현정> 대자보가 붙었어요. 손 교수가 제자를 술자리에서 성추행했다. ◆ 손수호> 처음에는 본인의 성추행 사실이 알려지자 손 교수가 이를 비관해서 자살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유족이 억울하다면서 경찰에 정식 수사를 요구했고요. 경찰이 수사했습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 놀랍게도 이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다른 사람도 아닌 손 교수의 제자 A 씨였습니다. ◇ 김현정> 직속 제자 A 씨가 붙인 거였어요. ◆ 손수호> 직속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지만 제자였죠. 그리고 더 놀랍게도 수사 결과 이 제자 A 씨가 실제 있지도 않았던 사실을 대자보에 써서 붙였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처음에는 손 교수가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정말 너무 부끄러워서 수치심에 자살했구나.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다시 수사를 해 보니까 완전 반전이었던 거예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제자 A 씨가 대자보에 쓴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야외 스케치 행사가 끝난 후 술자리에서 교수 두 명이 술에 취해 학생의 등에 손을 넣고 속옷의 끈을 만지고 손등에 뽀뽀를 하고 엉덩이를 만졌다. 그리고 그 증거사진을 가지고 있다. ◇ 김현정> 증거사진도 있다. ◆ 손수호> 이런 내용의 대자보를 써서 학교에 붙인 거죠. ◇ 김현정> 그리고 거기에 목격을 내가 했다라고도 주장했잖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자신이 현장에 직접 있었다거나 또는 직접 목격을 했다는 취지를 넌지시 언급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제자 A 씨는 피해자 당사자가 아닌 건 물론이고 현장을 목격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전공이 달라서 손 교수와 잘 아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넓은 의미의 제자지 직속 제자도 아니네요? ◆ 손수호> 그렇죠. ◇ 김현정> 직속 제자가 쓴 건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에요. ◆ 손수호>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 김현정> 목격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A 교수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이런 대자보를 썼을까요? ◆ 손수호> 당시에 학교에 소문이 돌고 있었습니다. ◇ 김현정> 교내에? ◆ 손수호> 네. 손 교수가 제자들을 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기고 있었죠. 하지만 손 교수가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고요. 이 소문과 관련해서 놀라운 사실이 하나 더 드러납니다. ◇ 김현정> 뭡니까? ◆ 손수호> 이 소문을 일부러 퍼뜨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소문이 난 건 사실인데, 이 소문을 일부러 낸 사람이 있어요? ◆ 손수호> 손 교수가 성추행했다는 소문을 낸 건 바로 동료교수인 B 교수였는데요. 바로 손 교수와 함께 야외 스케치 수업을 나간 교수였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네. 알고 보니, 손 교수가 아니라 이 B 교수가 여제자를 추행했고, 문제될까 두려워 피해 학생의 입을 막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잘못이 알려질까 봐 두려워하던 중에, 자신과 함께 야외스케치 수업을 갔던 손 교수가 성추행을 한 것처럼 소문을 퍼뜨렸던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B 교수가 다른 사람한테 뒤집어씌운 거네요? ◆ 손수호> 결과적으로 그렇게 해석되는 거죠. ◇ 김현정> 소문을 만들어놓고. 그러면 이 제자 A 씨한테도 그걸 쓰라고 한 거예요? 그 대자보도 쓰라고 한 거예요? 아니면 A 씨는 자발적으로 쓴 거예요? ◆ 손수호> 둘 다 아닌데요. A 씨가 자발적으로 쓴 것도 아니고 소문을 퍼뜨린 B 교수가 시켜서 쓴 것도 아닙니다. ◇ 김현정> 아니고? ◆ 손수호> 더욱 놀랍게도 동료 교수가 한 명 더 등장합니다. ◇ 김현정> 누구입니까? ◆ 손수호> 교수 C 인데요, C 교수. ◇ 김현정> A, B, C까지 등장했습니다. ◆ 손수호> 이 C 교수가 A 씨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대자보 작성을 종용했습니다.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학내에 돌고 있다. 그러니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자발적으로 정의감에 소문 듣고 쓴 것도 아니고 다른 교수 C 가 시켜서? ◆ 손수호> 그렇습니다. 놀라운 일이죠. 그런데 C 교수가 왜 제자 A 씨에게 이런 일을 시켰는지,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겠죠. 성추행 의혹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정의감으로 제자에게 시킨 것이냐? 아니었습니다. 큰 반전이 한 번 더 일어나는데요. ◇ 김현정> 뭡니까? ◆ 손수호> 이 C 교수 역시 학교에서 한 시간강사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내부 감사를 받던 중이었습니다. ◇ 김현정> C 도. 그러면 이 C 는 뭔가 사건을 다른 데로 이슈화시키기 위해서 그랬을까요? ◆ 손수호> 그랬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C 교수도 학내에 떠도는 손 교수가 성추행했다는 소문을 접했고,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자신에게 쏠려 있는 관심을 돌리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 A 씨를 시켜 손 교수가 성추행했다는 취지의 대자보를 쓰도록 한 거죠. ◇ 김현정> 참 어이없는 일로 촉망받던 미술교수가 숨진 거네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네요. 제자 A 씨, B 교수, C 교수가 다 연루된 이 사건. 어떻게 됐어요? 수사하고 나서 A씨는 어떻게 됐어요? ◆ 손수호> A 씨가 졸업을 몇 달 앞두고 퇴학당합니다. 그리고 명예훼손죄로 기소돼서 재판을 받았고요, 징역 8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 김현정> B 교수는요? ◆ 손수호> 헛소문을 퍼뜨린 게 드러나 결국 파면당했습니다. ◇ 김현정> B 교수는 그냥 파면조치 정도?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현정> 참 안타깝고도 어이없는 사건. 손 탐정, 이 사건에서 어떤 점에 오늘은 주목하세요? ◆ 손수호> '의혹 제기에도 법도가 있다.' ◇ 김현정> 첫 번째 포인트 의혹 제기에도 법도가 있다. ◆ 손수호> 의혹을 제기할 때에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걸 잘 지키지 않으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도 있는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의혹을 제기하는 거는 사실은 필요한 거잖아요. 의혹이 있으면 진실을 밝혀야 되고, 하지만 의혹을 제기할 때도 따져봐야 될 것이 있단 말이에요. 절차가 있단 말이에요. ◆ 손수호> 거짓 내용의 대자보를 붙인 A 씨의 입장에 서서 한번 생각 해 볼까요? 본인은 억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거짓 소문을 퍼뜨린 건 자기가 아니라 다른 B 교수였고요. ◇ 김현정> 나는 소문 듣고 한 거니까? ◆ 손수호> 대자보 쓰라고 한 것도 C 교수였죠. 그리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학내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특히 법원은 "범행 수단과 결과에 비춰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소문의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풍문에 근거해서 범행을 저지른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의혹제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법도에 맞는 거라고 보세요? ◆ 손수호> 본인이 안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제3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우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됩니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거나 또는 다 하지 않은 채로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면 설령 공익적인 목적, 그런 좋은 의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생기죠. ◇ 김현정> 자기 신분이 드러날까봐 가해자 쪽하고 직접적인 접촉을 하기는 사실 쉽지 않잖아요. 그것까지는 못하더라도 그러면 피해자 쪽을 접촉해 본다든지 뭔가 최대한 해 볼 수 있는 데까지는 사실관계 파악을 해야 된단 말씀이에요. ◆ 손수호>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되고요. 그걸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또는 못했을 경우에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몇 달 전에 있었던 호식이치킨 창업주 성추행 사건 이런 것도 저는 기억이 나네요. 그런 잘못된 소문이 막 근거 없이 돌면서 오히려 제보했던 제보자가 얼마나 곤란을 겪었습니까? ◆ 손수호> 제보자가 오히려 이른바 꽃뱀이라는 의혹을 샀고요. 김현정 뉴스쇼와 인터뷰도 했죠. ◇ 김현정> 출연했었어요. ◆ 손수호> 익명으로 근거도 없이 의혹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고소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죠. ◇ 김현정> 맞습니다. 그래요. '의혹제기에는 법도가 있다.' 두 번째 포인트는 뭔가요? ◆ 손수호> '마녀사냥에는 동참하지 말자.' ◇ 김현정> 마녀사냥에는 동참하지 말자, 무슨 뜻입니까? ◆ 손수호> 사전 검증작업이 부실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 의혹 제기라는 형식을 빌려 일부러 누군가를 골라서 명예훼손 행위를 하는 사람. 당연히 잘못입니다. 큰 잘못이죠. 그들이 우선적인 잘못을 범한 거죠. 그런데 이런 수준의 의혹 제기에 부화뇌동하는 사람들, 저를 포함해서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김현정> 너무 철썩같이 믿고 부화뇌동하는, 정의감에 불타서 이런 경우도 꽤 있어요. ◆ 손수호> 이 사건의 경우에도, 손 교수는 성추행 의혹을 받자 “나는 안 했다”고 강하게 반박하면서 이를 뒷받침해주는 동료 교수의 증언까지 확보합니다. 누명을 벗기 위한 노력을 했고 성과도 있었던 거죠. 그런데도 소문이 계속 확산되니까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건데요. ◇ 김현정> 지금 청취자 한 분이 ‘아니, 살아서 당당하게 끝까지 이 진실을 밝혀야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나요.’라고 했는데 이분이 노력을 했네요. 그런데 그것도 안 받아들여진 거예요. ◆ 손수호> 그런데도 소문이 잠잠해지지 않고 비난이 더 거세지자 결국은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고만 거죠. 만약 당시에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조금만 더 객관적으로 중립적으로 지켜보자는 학내 여론이 우세했다면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그렇네요, 그렇네요. 우리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손수호 탐정이 주목한 세 번째 포인트 뭡니까? ◆ 손수호> '성추행은 치명적인 범죄.' ◇ 김현정> 치명적이다? 그렇죠. 특히 누구에게? ◆ 손수호> 모두에게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김현정 PD에게도, 그리고 모든 청취자분들에게도 그렇죠. 가해자가 되거나 피해자가 되는 건 물론이고 주변 지인이 이런 일을 당하는 경우에도 모두에게 치명적인 일이죠. ◇ 김현정> 그래요. ◆ 손수호> 그리고 성추행이라는 표현보다 강제추행이라고 해야 더 와 닿을 것 같은데요. 강제추행은 범죄입니다. 형사 처벌 대상인 거죠. 또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처벌 수준이 올라갔죠. 사회적 도덕적 비난 수위도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성범죄 가해자로 지목되기만 해도 지위와 명성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이죠. 이렇게 인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변화도 느껴집니다. 옛날 습관대로 행동하면 큰일납니다. ◇ 김현정>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술이 문제야.' '나 아무것도 기억 안 나.' 이런 거 큰일납니다. ◆ 손수호> 큰일나죠. 그리고 '딸 같아서 했다.' 이런 거 절대 안 되죠. ◇ 김현정> 요새도 그런 분들이 설마 있을까요? ◆ 손수호> 몇 년 전에도 있었죠. ◇ 김현정> 큰일납니다. 큰일납니다. 중요한 부분 지적해 주셨어요. 오늘 이 사건을 바라본 손수호 탐정의 마지막 한마디. ◆ 손수호> '사실관계 확인부터 제대로 하자.' ◇ 김현정> 이거 참 당연한 얘기 같은데요? ◆ 손수호> 당연한 일인데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사실 변호사 일을 하면서도 이런 경우를 가끔 겪게 됩니다. 의뢰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그냥 다 믿으면 큰일나는 거죠. ◇ 김현정> 변호사들도? ◆ 손수호> 나중에 재판 가서 낭패 보고요. 법정에서 망신당하는 일도 생길 수 있죠. 사실관계 확인이 모든 일의 첫 시작이에요. 가장 중요합니다. 이렇게 선임료를 주고 일을 맡긴 의뢰인의 말도 그냥 믿으면 탈날 수 있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옆 사람이 얘기해 주는, SNS로 퍼지는 얘기를 그대로 믿었다가는 정말 큰일 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오늘 이런 게 떠오르네요. ◆ 손수호>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는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상당하거든요. ◇ 김현정> 일단 의심하고 보자. ◆ 손수호> 그렇습니다. 잠깐의 흥미보다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하죠. ◇ 김현정> 내 안전도 내 안전이지만 그 사건의 당사자들 입장에서 한 번 더 사실관계 확인하는 것 필요하다는 말씀. ◆ 손수호> 무엇보다 억울한 피해 사례를 줄여야 합니다. ◇ 김현정> 피해자를 줄여야 한다. 마지막 한마디, 울림이 있습니다. 탐정 손수호. 손수호 변호사 수고하셨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