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왕좌의 게임
이 그래프를 만들기 위해 온갖 야근을 다 했을 WSJ 스탭들의 노고를 칭찬해야겠다. 핵심 인물들만 딱 한 눈에 보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알-사우드 가문이 어떻게 왕좌를 두고 서로를 노려 보는지 잘 몰랐다면 이 도표도 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모두들 아시다시피...는 아니리라 생각하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계승 원칙은 원래 형제계승이었다(참조 1). 하지만 형제들 풀이 이제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에 다음 세대가 곧 왕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므로 혼란은 필연적이었다. 그러던 와중 압둘라 국왕이 최근 서거했고, 제1왕세제(참조 2)였던 살만이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자동으로 제1왕세제가 됐던 살만의 동생이 이번에 폐세제(!)가 됐기 때문이다. 두둥.
살만 국왕은 새로이 제1왕세자(!)로서 맏형의 둘째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알-사우드(1959년생)를 지정했다. 다른 조카인 반다르 빈 술탄(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에게 화학무기를 줬다는 음험한 사내이다. - 증명된 건 아니다)이 작년 말 좌천되고, 이번에 제1왕세제가 폐세제가 되면서 살만 국왕의 게임이 완성됐다는 이야기이다. 이게 끝?
이 드라마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압둘라 빈 압둘라지즈 전-국왕은 살아 생전, 이 계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었다. 그래서 계승선정위원회(참조 1)를 구성하여 투표(!)를 통해 제1왕세제는 물론 제2왕세제를 뽑도록 했었다. 제1왕세제가 지금 국왕이 된 살만, 그리고 제2왕세제가 막내 동생이었다.
참조의 글을 다시 보시면 아실 텐데, 국왕이 하라면 하는 체제에서 당시 반대표가 상당수 나왔었고, 이 반대표들이 바로 압둘라 국왕이 심어 놓은 세포(...라고 표현하면 느낌이 상당히 묘하다)들이었다. 아마 압둘라 국왕이 좀 더 생존했다면, 아들을 기어이 왕세자로 올렸을 텐데, 그 준비가 되기 전에 서거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와 똑같은 생각을 현재 국왕에 오른 살만 국왕도 하고 있었다(참조 3). 그래서 그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왕세제를 왕세자로 갈아치우게 되고, 그 명분으로 삼은 것이... 예멘 내전이었다. 예멘 내전을 핑계로 안보 관련 리더십을 자기 사람들로 채우고, 아들인 제2왕세자(참조 4)가 국방부장관에 올랐다!
그렇다면 결론은, 현재 살만 국왕의 나이(81세)를 고려할 때, 제1왕세자와 제2왕세자의 왕자의 난이 시작될 수 있다는 얘기. 그래도 30명의 조카들이 각개전투하는 것보다는 크게 크게 정리해서 그들끼리 경쟁하게 해두는 편이 더 낫다고 계산했던 것일까? 압둘라 국왕이 도박을 벌여서 살만 국왕이 정리를 한 꼴인데,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좌의 게임은 이제 막 시작이다.
---------- 참조 1. 사우디아라비아 왕위계승 (2014년 4월 15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2309579934831
2. 편의상 붙인 단어다. 제1은 계승 서열 1순위를 의미한다.
3. Luttes à couteaux tirés en Arabie saoudite: http://orientxxi.info/magazine/luttes-a-couteaux-tires-en-arabie,0796
4. 그의 이름은 무함마드 빈 살만, 1985년생이다. 제1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는 현재 내무부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