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밤에 불어오는 바람이 참 좋다.
언제나 가을밤 산책길을 함께하는 건깊어진 물소리와 코끝에 머무는 가을의 향기.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선 해바라기.다른 해바라기들보다 쌩쌩한 걸 보니 홀로 야행성인가 싶다. 친구의 목소리가 궁금해 전화를 해보지만 한창 즐거운 시간인가보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중년의 부부.손을 꼭 잡은 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귀를 기울인다.안 보는 척 살짝 바라보다가 그마저도 방해가 될까봐 시선을 거둔다.
내 옆을 지나서 달려가는 두 사람. 관계를 묻지 않아도 될 만큼 뒷모습이 똑같은 부자(父子)다.문득, 나의 뒷모습도 부모님의 뒷모습과 닮아있을지 궁금했다.
달 없는 밤하늘에 콕 박힌 별 하나.별에 붙잡힌 발걸음은 느려지고 또 다시 느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