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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정말 쓸모있는 까닭

안녕하세요! 2분기 책 커뮤니티 모더레이터를 맡은 masanobu입니다. 기왕 책 커뮤니티도 맡았으니, 책이 얼마나 쓸모있는지 말씀드릴게요. 우선 책은 이불입니다. 그리고 은폐 엄폐를 가능하게 하는 위장막입니다. 동시에 고양이를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ㅇ....??? 책을 대충 쌓아두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되기도 합니다. 대충 쌓은 겁니다. 열심히 노력한 것 같다고요? 아닙니다. 대충 쌓아도 멋진 게 책입니다. 크리스마스에 괜히 나무 베지 말고, 집에 이미 베어 놓은 나무로 트리를... 또한 책은 조각입니다. 괜히 애꿎은 석고 괴롭히지 마시고, 끌과 톱으로 나무 괴롭히지 마시고, 그냥 집에 있는 전화번호부나 세법 책을 꺼내어 조각을 시작하세요. 쓸모없어진 책이거나, 우리를 괴롭히는 책 아닙니까. 또한 침대는 우리의 포근한 잠자리죠. 국내 나무 침대에 사용되는 상당수의 목재가 E1, E2등급인 것 아시나요?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든다는 이케아 광명점에서 E0 등급을 사실 게 아니라, 천연 원목 펄프로만 만드는 책을 깔아서 그 위에서 잠들면... 꿈 속에서 두뇌가 학습해 천재가 될지도 모릅... 끝으로 책은 우리의 육체도 건강하게 해줍니다. 무거운 쇳덩이를 쇠막대에 꽂아서 끙끙댈 것이 아니라, 책을 드세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책으로 쌓은 근육 두뇌도 살찌워 줄 겁니다. 책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함께 즐겁게 지내보아요~

목격자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소설

김탁환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전에도 적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나온 이 신간을 읽게 됐습니다. 평을 쓰기가 힘든 소설이네요. 작가 본인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번 집필 과정의 어려움과 독특함을 얘기한 바 있기도 합니다. 소설은 곧 여든을 바라보는 노인이 된 김진과 이명방 두 사람의 회고부터 시작합니다. 조선 명탐정 시리즈를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김진은 자유롭고 꽃에 미친 현대적인 선비입니다. 마치 셜록 홈즈처럼 명석한 두뇌로 사건을 해결하죠. 심지어 번듯한 직업도 없는데, 밀무역이라도 잘 뛰는 것인지 재산은 꽤 됩니다. 반면 이명방은 전형적인 관료입니다. 의금부 도사이고, 원리원칙에 충실하죠. 김진을 비롯해 박지원, 홍대용 등 당대의 실학자들이 모이는 백탑파에 끼어들긴 했지만 영 이들의 자유롭고 급진적인 사고가 불편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이명방이 끼어든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소설을 잘 짓거든요. 의금부 도사면서 방각본 소설책을 끼고 사는 게 낙입니다. 홈즈와 왓슨의 콤비를 연상시키는 이들이 합치면 못 해결할 사건이 없고, 이야기로 남기지 못할 게 없습니다. 그렇게 여든이 다 된 두 노인이지만, 유독 하나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았던 게 있었습니다. 조운선 침몰 사건이었죠. 사랑했던 여인에 대한 이야기라서, 너무 가슴 아픈 비극이라서, 너무 거대한 어둠에 대한 소설이라서 묻혔던 이야기가 뭍으로 끌어올려집니다. 지난해 7월 작가가 썼던 칼럼입니다. 새 소설의 제목은 이미 이 때 정해져 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 소설에 담고자 했던 의지도 여기 포함돼 있었겠죠. 참 기가 막힌 게 조선 시대 조운선이 침몰하는 일은 빈번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고패(일부러 배를 침몰시키는 일)를 저질렀을 때 이를 벌하는 법률이 나와 있었을까요. 배를 일부러 침몰시키는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대표적인 게 횡령입니다. 배에 쌀 2000석을 담아서 출항시켰지만, 도착하면 200석도 안 되는 경우에 침몰시켜버리는 것이죠. 조세를 실어나르는 조운선이 한양에 도착했을 때 제대로 된 양이 아니라고 밝혀지는 것보다, 나는 잘 실어 보냈는데 가다가 물에 빠졌을 뿐이라고 얘기하는 게 빼돌리기 쉬우니까요. 작가는 이런 사실을 실록에서 발견하고 소설로 다룰 생각으로 적어 놨다고 합니다. 그 때 세월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조운선을 고패로 침몰시키려면 각 고을 수령과 아전들을 비롯해 배를 수선하는 목공들과 노를 젓는 격군 및 사공, 무엇보다 한양에서 이를 받아주는 중앙정부의 높은 벼슬아치들이 함께 관여해야 합니다. 이들 모두에게 '관행적으로' 해오는 부패를 눈 감아 줄 이권이 돌아가야 가능한 일이죠. 이런 총체적인 부패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싶지만, 그게 가능하니까 조운선을 침몰시켰던 겁니다.

알.소 #2. 김탁환

원래 김탁환을 이야기하려면 '조선명탐정'부터 얘기해야 할 것 같은데, 요즘은 '목격자들' 얘기부터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운선 침몰사건이라는 '조선시대의 세월호'를 다룬 얘기입니다. 물론 이 사건을 따라가는 것도 선비 명탐정 김진과 정의감 넘치는 의금부도사 이명방이니, 목격자들은 조선명탐정의 최신판인 셈입니다. 하지만 초기작의 유쾌함과 달리 김진과 이명방이 마주하는 조운선 침몰사건은 한국 사회의 세월호처럼 답답하고 슬픈 이야기라고 합니다.(저도 사놓기만 하고 못 읽었습니다.) 김탁환은 다작(多作)하는 작가입니다. 1996년 첫 장편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이야기'를 쓴 뒤로 1, 2년마다 소설을 발표합니다. 권수로 따지면 연간 장편 1권 분량이 넘습니다. 당장 1998년에 4권짜리 '불멸'을 발표했고, 1999년에 '누가 내 애인을 사랑했을까' 출간, 같은 해에 2권짜리 '허균, 최후의 19일'을 또 펴냅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2년 동안 7권짜리 장편소설 '압록강'을 발표했고, 그해에 '독도평전'이 나왔으며, 2002년에는 '나, 황진이'와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이 출간됩니다. 2003년 드디어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두권짜리 '방각본 살인사건'이 나오고, 98년 출간한 불멸을 완전히 다시 쓴 '불멸의 이순신'(동명 드라마 원작)이 8권 분량으로 다시 나옵니다. 2005년에 '부여현감 귀신체포기'(2권), 역시 같은 해에 조선명탐정 시리즈인 '열녀문의 비밀'(2권)이 나오며 ... 다 쓰기가 힘듭니다. 2006년에만 '애이불비-백제인의 사랑', 단편집 '진해벚꽃', 장편 '파리의 조선궁녀, 리심'(3권)이 나옵니다. 2007년에는 '노서아가비'와 '열하광인'(2권)이, 2008년에는 '혜초'(2권)가, 2009년에는 다시 쓴 '홍길동전'이 계속 나오죠. 2010년에는 SF인 '눈먼시계공'과 '밀림무정'(2권)이, 2011년에는 동화에 도전한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왕대'가, 2013년에는 'BANK'(3권), 그리고 2014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따라가며 조선 500년을 다루겠다는 각오로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2권) 작업을 시작하죠. 같은 해 호랑이 왕대 시리즈도 이어져서 왕대 휴전선을 넘다'와 '백두산 으뜸 호랑이 왕대'가 이어지고, '조선누아르, 범죄의 기원'도 나옵니다. -_-;;; 이게 많이 누락시킨 겁니다. 저는 김탁환 작가의 소설을 참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운데 다 읽은 건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중에서 방각본 살인사건 같은 건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얘기고, '눈먼시계공'이나 '나, 황진이' 같은 소설은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소설가의 소설에 대해 늘 명작을 기대하는 건 도둑놈 심보죠. 야구선수는 3할대 타율만 기록하면 대단하다고 손가락을 추켜세워주면서 작가에게만 9할대를 요구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이건 제 얘기가 아니고 문학평론가 김동식 선생의 얘기입니다.) 소설가란 시대의 더듬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김탁환은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소설 작가이고, 실험적인 소설보다는 누구나 쉽게 즐기며 읽을 수 있는 방각본 같은 소설을 쓰려고 노력하는 작가입니다. 그런 그가 작년에 혁명을 출간하면서 했던 말이, 조선왕조 500년에 남은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사건이 결국 그의 모든 작업을 중단시켰습니다. 김탁환은 대한민국의 세월호를 꼭 빼다박은 조선왕조의 조운선 속에서 오늘날의 우리를 그려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역사소설부터 SF까지 넘나드는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가장 깊고 어두운 우리 자신의 심연(深淵)은 어떤 모습일까요. 김탁환을 모를 수는 있어도, 김탁환의 소설에서 파생된 이야기를 보지 않고 넘어가는 한국인은 거의 없게 마련입니다. 그런 한국인에게 작가가 묻습니다. 1년이 지났는데, 과연 여러분의 배는 지금 안전한지.

왕따보다 무서운 '책따' 아세요?

오늘 충격적인 기사를 봤습니다. 교실에서 책을 읽으면 '책따'가 된다는 건데요, 책을 읽으면 '잘난 척 한다', '찌질하다'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쉬는 시간에 소설책을 읽는다거나 친구들과 책을 돌려가며 서로 빌려 읽는 풍경 같은 건 이제 옛날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린 것 같아요. 특히 서울 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얘기가 인용돼 나왔는데 더 가슴아픈 얘기였습니다. “우수한 아이들이 특목고 등으로 빠져나가 일반고 학습 분위기가 망가지면서 스스로 독서하는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거든요. 이런 식으로 학교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계층이 어릴 적부터 고착화될 우려도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어디부터 해결해 나가려고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참고로 기사에 보면 청소년 독서율이 2007년 84.8%에서 2013년 72.2%로 하락했다는 통계가 나옵니다. 책을 1년간 한 권도 읽지 않은 청소년이 2013년에 4명 중 1명이 넘었다는 얘기죠. 사실 문제는 늘 그렇듯 어른들입니다. 집에서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녀들도 책을 읽습니다. 부모가 TV만 보면 자녀들도 TV만 보죠. 기사에 보면 책을 '공부'로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권장도서가 부담스러워 읽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사실 책은 오락이자 습관입니다. 재미있는 소설책을 끼고 다니는 어린이들이 필요에 따라 책을 찾아 읽는 성인으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펼치면 잠 오는 소설 추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감사했습니다. 꾸벅. 뚱딴지같이 무슨 소리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소설 커뮤니티 덕분에 제 친한 동생에게 이러저런 얘기를 좀 쉽게 건넬 수 있었습니다. 실연당한 동생 얘기... 혹시 기억나세요? 여러분께서 추천해주신 책들 얘기하면서 웃기도 하고 동생도 나중에는 관심있어 하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이것저것 여쭤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가끔 모더레이터랍시고 완전 진지하게 커뮤니티 운영방향 정도나 질문했고, 정작 소설에 대한 얘기는 안 한 것 같아서 앞으로도 종종 소설 얘길 함께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쭤봅니다. 저는 소설을 자기 전 침대맡에서 가장 많이 봅니다. 출근하면서는 간밤의 뉴스를 살피고, 오며가며도 스마트폰 들여다보기 바쁘다보니 결국 침대가 제일 좋더라고요. 재미있는 책을 주말에 읽으면서 밤을 새는 것도 좋지만, 다음날 출근이 고민되는 보통 사람으로서는 평일 밤에 자면서 쉽게 읽다가 잠들 수 있는 책도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수면제 같은 책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여러분, '초강력 수면제' 책을 추천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생각해 보세요. 전화번호부가 재미없긴 하지만 너무 재미없어서 한페이지도 못 넘기고 그냥 덮어버리고 딴짓을 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초강력 수면제 소설

지난주의 책 이야기

대부분의 매체들이 오에 겐자부로의 새 소설 '익사'를 얘기했던 지난주였습니다. 서평들을 죽 둘러보는데, 역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신간 번역 소식만큼 관심을 끄는 얘기가 없더군요. 게다가 일본 정부에 대한 쓴소리까지. 하지만 역시 무엇보다 훌륭한 소설가의 또 다른 기대되는 신작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중앙일보 신준봉 기자님의 소개도 아주 재미있고 여러 측면을 생각해 보게 만드네요.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사와 그의 소설에 대한 생각, 이 소설들이 갖고 있는 여러 함의까지 복합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당장 한 권 사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끌었던 기사는 영화 버드맨과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최근 출간된 '풋내기들'에 대한 칼럼입니다.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님이야 원래 책은 물론 문화 전반에 대한 조예가 깊은 분이죠. 길지 않은 칼럼인데도 영화와 소설, 예술과 예술을 둘러싼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가볍지 않습니다. 게다가 카버의 편집자 고든 리시 얘기는 저도 처음 알게 됐네요. 작가와 편집자란 무엇이며, 성공한 예술과 성공하지 않은 예술의 경계는 무엇이며, 실패할 때에야 비로소 성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불행한 운명의 삶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됩니다. 영화와 소설은 보고 읽지 못하시더라도 이 칼럼이라도 꼭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이 기사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을 읽는 맥주집 얘기입니다. 상암동에 '책맥'(책 읽으며 맥주마시는)집을 낸 김진양씨는 대형 서점과는 다른 동네서점을 고민하다 이 가게를 냈다고 하죠. 하루 보통 20잔의 생맥주를 판다고 하니까 5000원이라고 해도 겨우 10만원입니다. 물론 책방이니까 책도 팔겠지만, 이 정도로 가게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서울 서부권에 사시는 분들, 홍대만 가지 마시고 함께 상암동 정모라도 해보시면 어떨까요? p.s. 주말에 저도 우연찮게 맥주 마시면서 소설을 읽었습니다. 너무 많이 마시면 문제가 있겠지만, 천천히 한 잔 마시면서 읽다보니 감수성이 예민해져서 책도 더 재미있더라고요! 두 잔 마시면 어떤지, 세 잔 마시면 어떤지 차차 테스트해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