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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당일치기 (1)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스위스랑은 또 다르게 날씨가 좋았다. 네덜란드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보니 일단 중앙역으로 가야하나보다 생각하고 기차를 타고 중앙역으로 이동한다. 중간에 기차를 잘못 잡아타서 애를 먹었지만 다행히도 1일권 같은걸 구매해서 문제될것은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타는 트램은 조금 독특했다. 트램기사는 기본적으로 티켓을 확인하지 않는 것 같다. 벨기에도 딱히 이에 대한 제재가 없었던걸로 기억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 인 것 같았다. 처음에 쭈빗거리고 있으니 아주머니 승객이 "어서 앉으세요" 하고 환하게 웃는 것을 보고는 안도가 되었고 네덜란드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트램에서 내려 미리 컨텍해 둔 카우치서퍼 호스트의 집으로 향했다. 오후 8시인데다가 당일 호스팅만 해주기로 했기 때문에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근처 아랍마트에서 하이네켄 6캔 들이를 사갔다. 혹시 알콜 안마시명 어쩌지 좀 걱정되긴 했다. 호스트의 집은 옥상과 연결된 가장 윗층 집이었다. 올라가는데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반갑게 맞아주었고 인상도 좋아보여 한 시름 놨다. 하이네켄을 보고는 어제도 마셨는데 오늘도 마시게 되어(?) 너무 좋다고 신나한다. 일단 짐을 풀고 하이네켄 한 캔을 깐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호스트와 간만에 학술(?)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내 전공과 영국에 있었던 일들을 열심히 공유했다. 바람이 쐬고 싶으면 윗층에 있는 루프탑에서 공기를 한껏 마시다가 다시 들어오면 되니까 이렇게 원룸 사는 사람들이 부러워 질 줄이야. 물론 모두가 원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늘 궁금했던걸 한번 물어보기로 했다. 유독 네덜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는 것 처럼 느껴졌는데 거기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했다. "저어기 보면 외화가 나오잖아. 어렸을때부터 외화는 티비에서 종종 나오는데 자막이 없어. 없는채로 그냥 보는거지." 자막이나 더빙이 없이 자연스레 그냥 접하게 된다고 한다. 뉘앙스를 대충 예상하고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61. GOODBYE Switzerland

이른 아침 가족들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는데 역시 떠오른 것은 불고기였다. 불고기용 소스 하나는 남아있는데다가 마리랑 클로이는 이미 런던에서 내가 만든 불고기를 먹어봤기 때문에 아마 익숙할듯 싶었다. 아침 일찍 고기를 사러 마리와 집근처 작은 슈퍼에 들렀다. 20평정도 되어보이는 작은 슈퍼 안에 딱 손질하기 좋은 소고기가 보였다. 대략 세덩이 정도 구매하는데 스위스는 참 고기가 비싸게 느껴진다. 돌아와 신나게 고기를 저며놓고 소스를 부어두고 한 30분 재워둔다. 마리의 남동생은 너무 신기한지 주방을 계속 기웃거리며 "오오- 코리안 쉐프~" 를 연발한다. 오늘 식사는 마리의 할머니와 함께 했다. 정말 정정하신 마리의 할머니. 영어도 곧잘하셔서 이야기 하는데 정말 편했다. 혹여나 고기가 너무 질겨 드시지 못할까 많이 걱정했는데 맛있게 먹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마리도 " 할머니가 입맛이 까다로운데 맛있다고 하시는거면 정말 맛있는거야"라고 한 술 더 거들었다. 나는 여행다닐때마다 어른들과 사진 찍는걸 정말 좋아하는데, 엘리자베타의 할아버지가 생각나 여기서는 마리의 할머니와 한 컷! 추억의 사진이 되었다. 스위스의 일정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작은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정말 볼게 많은 곳이라 도시만 다녀도 1주일. 풍경까지 제대로 볼려면 그 이상 잡아야 할 것 같다.

#57. 알프스를 기차에서 담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충 씻고 배낭을 메니 그 무게가 또 현실로 다가온다. 지금까지 메고 온 것도 대단한데 이걸 메고 북유럽까지 돌아야 한다는 생각에 덜컹한다. 이거 참 덜어낼 것이 하나도 없으니 그게 더 문제. 동네사람들~ 여행갈때는 최대한 가볍게 가세요 예쁘고 멋져 보일 필요가 1도 없습니다아! "휴- 다시 가야하네! 스테판 덕분에 취리히도 루체른도 정말 빠짐없이 여행하다 가는 것 같아 정말 고마워!" 스테판 덕에 이렇게 편하게 스위스 여행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내겐 스테판을 만난게 복이었다. "한국 오면 반드시 연락해 내가 아주 특이한 곳만 골라서 데려갈거니까" (실제로 2년 후 스테판은 진짜 한국에 왔고 오자마자 포장마차에서 참이슬을 마셨다) 스테판과 작별 인사를 하고 도착한 취리히 역. 여기서 일단 루체른까지 가야한다. 얼마 안걸리는 거리니까 루체른까지 갔다가 갈아타는 도중에 맑은 루체른을 쓱 둘러보고 넘어가야겠다.

#56. 취리히 산책 : ReBorn

취기가 가시질 않지만 정신을 차려야 한다. 친구네 집에 가면 전날에 뭔가 거하게 마시지 않으면 놀러 온 기분이 나질 않으니 어쩌다 보니 만취하게 된다. 당연히 여기와서도 마찬가지. 간만에 만나는 스테판 덕분에 또 소주랑 양주랑 섞어 마시게 된다. 느즈막히 일어나 오늘 계획은 일단은 취리히 시내를 돌아보는 것인데 사실 취리히 자체에 대한 로망이라던지 정보는 없다.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게 뭘까? 대자연? 높은 물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정말 아는 사람만 안다는 리사이클링 브랜드 'Freitag (프라이탁)'이다. 마지막 학기때 수업으로 프라이탁을 다뤘던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던지 스위스 하면 이제 광활한 자연보다는 프라이탁이 딱 떠오르게 되었다. 취리히는 늘 비가 온다. 영국 런던과 사실 거의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조금만 북쪽으로 가면 프라이탁 본사가 나오는데 사실 프라이탁 본사 주변 동네가 더 힙하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성수동 커먼그라운드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잘 활용하지 않는 도심의 일부분에 쇼핑몰이나 리노베이션을 통해 가치있게 만드는 것. 프라이탁 자체가 트럭에 씌우는 폐방수천을 잘라다가 백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스위스 리사이클링의 시초가 되었듯, 사실 이 동네도 운영하지 않는 공장을 쇼핑몰로 만들거나 컨테이너로 까페를 만들거나 다리 밑에 빈 공간을 갤러리나 작업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그 가치와 영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