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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서울에서 놀기

신정에 행사를 마쳐버리는 우리 집에서는 설 연휴가 그냥 긴 휴일입니다. 그렇다고, 아이와 함께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며 5일을 보낼 수는 없지요. 그래서 설 연휴 동안 서울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습니다. 뒤져보니 여기저기 좋은 곳이 많이 있더라고요. 우선 생각나는 것은 북촌한옥마을! 돈도 들지 않고, 아직도 옛 한옥들이 잘 보존된 데다 구석구석 맛집도 많고 박물관들도 생겨서 가볼만하죠.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바로 앞이란 것도 좋은 점입니다. 그리고 여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난지한강공원! 작년 봄에 갔을 때 기억에 남았던 게 여기가 바람이 그렇게 잘 불더라고요! 연날리기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요. 오늘은 설날이니 함께 연 날려보자고 아들을 꼬셔보기 좋은 장소죠. 그리고 굳이 멀리 갈 필요 있나요. 해외 리조트로 가도 결국 호텔에서 밥 먹고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마련인데, (물론 기후도 다르죠! 하지만 비싸잖아요 ㅠㅠ) 서울에서 하면 비행기값도 아끼고 외국어 스트레스도 안 겪고... 설맞이 서울 호텔 패키지들이 값싸게 나오고 있더라고요! 실내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골라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고민하기 싫으면 국립민속박물관 설 프로그램도 좋을 것 같아요! 토정비결도 보고, 한지쟁반만들기 체험행사도 있고, 복주머니 만들기에 가래떡 맛보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체험 등... 헥헥 하여튼 여기가 민속박물관이라서 그런지 온갖 행사가 설연휴 내내 이어지네요. 서울에만 있어도 할 일도 많고 즐길 것도 많아 보입니다. 역시 쉬는 날은 길어야 제맛!

지민이 엄마 이야기

나와사키 기에코. 전 아사히 신문 기자. 남편의 부임지가 하필이면 서울이어서 서울에서 살게 된 일본인. 사실 저와는 아무런 관계도, 그때나 지금이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그 때, 몇 년 전 이맘 때, 제가 너무 괴로웠던 때, 그녀의 글을 읽게 됐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1년 남짓 애를 낳아 길러봤다는 그녀. 약간은 과도해서 저는 부담스러워했던 주위의 관심이 자신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라던 그녀. 그 얘기를 읽으며 행복해졌습니다. 아 한국에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건 이런 것이었구나. 나는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축복받은 인생이로구나. 사실 그 얼마전 제가 불행이 닥친 줄로만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에코 씨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일 제 아들이 갑작스레 정신을 못 차리더니 대학 병원에 입원했기 때문이죠. 동네의 주치의 선생님은 "안되겠다"는 말씀만 하셨고, 아이는 당일 출근조차 못한 엄마의 팔에 안겨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하루 종일 까불거리고 말썽을 부리던 아이가 그저 누워서 쌕쌕 숨만 몰아쉰다는 얘기는 공습 사이렌보다도 무서운 소리였죠. 첫날 밤. 예기치 않게 회사를 결근한 아내는 다음날 출근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아이 옆에서 밤을 지새우는 건 아빠의 일이었고요. 저는 늘 그랬듯 큰소리를 쳤습니다. 아이를 잘 돌볼 수 있고, 엄마 없어도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요. 결과를 예상했을리가 없습니다. 밤 11시. 아이 엄마는 집으로 갔고, 아이는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11시30분. 아이는 눈을 뜨고 울어댑니다. 11시31분. 1분을 울고도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안아줘도, 등을 쓸어줘도, 집에서 하듯 볼에 입을 맞춰줘도, 아이는 그저 울어댑니다. "엄마"라는 자기가 할 줄 아는 유일한 말만 반복합니다. 그 때 6인실 병실의 커튼이 열립니다. 간호사가 아니었습니다. 아내와 나이가 비슷할 젊은 여성이 "이리 줘 보세요. 제가 안아 볼게요"라고 얘기합니다. 머뭇거리는데 약간 짜증을 냅니다. "우리 애가 막 잠들었는데 지금 깨면 못 자요"라고 하죠. 아이를 들고 계속 머뭇거립니다. 그녀가 손을 뻗습니다. "우리 아기 예쁘지. 이리 올래?" 무심하게도, 아이는 "엄마~"라며 난생 처음 보는 아줌마에게 손을 내밉니다. 아빠의 품 같은 건 버리고 말입니다.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30초 내로 새근거리던 아기는 3분 내로 잠이 듭니다. 처음 보는 아줌마의 품에서. 다음날. 제 아들이 눈을 뜹니다. 앞 침대에서 잠을 자던 아기도 눈을 뜹니다. 그 아기의 이름은 지민이입니다. 출근 길에 잠시 들른 엄마를 보며 제 아들도 웃음을 가득 짓습니다. 제 아내와 지민이 엄마는 친구가 됩니다. 주말을 보내면서, 동시에 두시간마다 불을 켜고 병실에 들어오는 간호사의 습격마다 아이를 달래가면서 아내와 지민이 엄마는 친구가 되어 갑니다. 병원의 스타벅스에도 함께 가고, 아이들은 둘이 즐겁게 노는 법을 배워가며, 아빠들은 서로 간식을 사다가 건너 침대 아이에게 먹이는 재미를 깨우쳐 갑니다. 그렇게 우리 아이는 퇴원했고, 지민이도 퇴원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민이 엄마가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했던 사람이었는지요. 그래서 지금도 지민이 엄마는 그저 지민이 엄마로만 기억됩니다. 한국에서 애를 낳아 기른다는 게 얼마나 괴롭고 힘든 일인지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애를 낳아 기른다는 건 행운이고 축복인지 모릅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아이들처럼.

아들에게 이기려고 애를 쓰세요

저도 좋은 아빠는 못 됩니다. 세상에는 '좋은 아빠 되는 법'에 대한 책도 많고, 방송도 많고, 인터넷에 올라온 글도 많고, 신문 기사도 엄청나게 쏟아지죠. 그걸 우리가 다 읽어가면서 좋은 아빠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아빠가 과연 백명 가운데 한명이나 있을까요? 아빠의 역할 가운데 늘 나오는 게 '잘 놀아주기'입니다. 특히 아들을 둔 집에선 아빠가 중요하다고 하죠. 엄마와 아빠는 놀아주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엄마는 아들의 눈치를 살피고, 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해주려고 하지만 아빠는 아들과 경쟁하고 아들에게 져주거나 이겨버립니다. 아들은 아빠에게서 첫 좌절을 느끼고, 아빠를 이기는 걸 목표로 삼는다고 하죠. 그래서 승패를 가르치고, 승부욕을 심어주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요?" 아들과 매일 게임을 하면서 이겨버리면 될까요? 아들이 울면 그때가서 져주면 될까요? 원칙은 다들 잘 말하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누구도 그런 얘긴 해주지 않아요. 저도 그래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나비와 제가 자주 하는 게임 가운데 다트가 있습니다. 화살촉이 달린 정식 다트는 아니고, 자석으로 붙이는 다트인데, 저는 3미터 쯤 떨어져서 던지고 나비는 1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던지죠. 그러면 대충 비슷한 수준의 점수가 나올 것 같지만, 아이들은 집중을 잘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제가 이깁니다. 아들은 처음에는 지는 걸 참지 못했습니다. 지기만 하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죠. 좀 심하게 연속으로 많이 지고나면 울기도 했습니다.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유치원에서 배워서 머리로는 아는데, 분을 못 참는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더라도 "괜찮아요.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이번에 졌어도 다음엔 이길 수 있겠죠"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표정은 슬퍼 보였지만, 의연하게 참으려고 노력하는 티가 났고, 진 다음에는 다트판 앞에 서서 연습도 하더라고요. 저는 나비가 똑똑해지고 착해지니까 오히려 걱정이 됐습니다.

신자와 도시히코, 오오시마 타에코의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

원제는 <도모다치 잇빠이>, 그러니까 '친구 가득'이란 제목이죠. 말 그대로 친구에 대한 그림책입니다. 중심 주제는 정말 간단해요.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것이라서요. 내 친구의 친구는 친구니까, 그 친구의 친구도 친구. 이렇게 친구의 범위를 점점 넓혀 나가면 온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친구가 됩니다. 그야말로 친구 가득이지요. 일본의 서점에 가면 친구를 스스럼없이 사귀고 누구와 친해지는 이 과정을 아주 의미있게 해석해 주는 다른 부모들 서평이 올라와 있습니다. "왕따 문제를 겪지 않도록 좋은 가르침을 주겠어요"라는 식이죠. 사실 이런 문제는 요즘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많이 겪고 있는 일입니다. 일본만의 얘기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뭔가 더 공감이 가네요. 신자와 도시히코는 어린이책도 쓰지만,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합니다. 특히 어린이 노래도 많이 만든데다 아이들 앞에서 공연도 자주 하지요. 정말 어린이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노랫말을 만드는 작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자와 작가의 트위터도 있으니 한 번 보세요. (https://twitter.com/jaja_shinzawa) 그림을 그린 오오시마 타에코 씨는 많은 작품을 한 유명 작가는 아닌 모양입니다. 하지만 서평을 보면 오오시마 작가의 고정팬도 있네요. 저도 보는 내내 편안한 그림체가 계속 맘에 들었어요. 운율을 잘 살린 번역 덕분인지, 신자와 작가의 의도가 원래 그랬기 때문인지 책은 아이에게 읽어줄 때 운율을 만들어 냅니다. "친구의 친구는 친구!"가 여러 차례 반복되거든요. 그러니 노래를 함께 부른다는 느낌으로, 아이에게 "친구의 친구는 친구!"를 외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나비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도 분명히 즐거워 할 거에요. 나비 만족도: ★★★★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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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운동장

저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기 힘든 아빠에요. 퇴근이 늘 늦고, 아이 눈 높이 같은 건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가정적인 아빠보다는 능력있는 직장인이 되는 게 더 큰 목표고, 어린 시절 가정적인 아빠와 자라본 경험도 없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들하고 친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아빠들이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래서 아빠들이 할 수 있는 쉬운 놀이 하나 말씀드려 볼게요. 완전 성공했어요! 모처럼 조금 일찍 퇴근해서 집에 8시반쯤 들어왔어요. 간단히 저녁을 먹고나니 밤 9시. 평소같으면 나비는 이 시간에 씻고 잠들 준비를 하죠. 그런데 갑자기 놀이터에 나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비야, 아빠랑 놀러갈까?" "아빠, 밤에 밖에 나가면 호랑이가 나와서 어린이를 물어가요!"(제가 거짓말로 이랬습니다. 아들 재우려고... ㅠㅠ) "아빠는 호랑이랑 싸워도 이기니까 아빠 믿고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