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Following
26
Follower
0
Boost

#133 슬픔도 웃음거리가 되는 아이러니

영화는 ‘Ridiculous' 로 정의된다. 지나치게 복잡한 절차, 고지식한 기준, 법이라는 이름 아래 펼쳐지는 융통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습들. 이토록 답답한 그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노나 서러움 따위가 아닌 'ridiculous' 바로 '우스꽝스러움'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식을 벗어난 그들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말한다. 우스꽝스럽다고. 의사는 다니엘 블레이크에게 건강을 생각해서 일을 하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의 사정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원칙만을 내세운다. 지극히 사실적인 서사엔 반전이나 역전 같은 요소는 없다. 그가 했던 도전과 반발 중에서 가장 위대한 행보는 무력적인 거나, 폭력적인 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는 시위같은 것도 아닌 고작 벽에 적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 자신의 존재를 알린 일이다. 그러나 그 혁명의 씬은 짧은 시간 동안에 사람들의 응원을 사고 경찰에게 제압되며 우스꽝스럽게 표현된다. 우스꽝스럽다. 정부의 원칙, 절차, 다니엘의 반항 모두 우스꽝스러운 일로 비춰진다. 슬픔마저 우스꽝스러운 게 되어버리는 지독한 현실은 영화를 이루는 주된 역설로 작용한다. 때로는 상어보다 코코넛이 더 많은 사람을 죽인다. 상어가 법을 어기는 것이라면 코코넛은 법을 지키는 일이다. 의외성이 가지는 잔인함.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정부가 국민을 죽인다. 국민을 지켜야 할 법이 국민을 죽인다. 결과가 중요한 사람들에게 과정을 강요하는 것은 새로운 유형의 폭력이다. 결과보단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그 과정 속에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니엘이 얻은 게 있다면 아마 악법도 법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공허의 시간들 뿐이었을 거다. 영화의 마지막, 우리는 끝을 본다. 그 끝은 영화를 보는 우리들의 마음에 별이 되어 맺힌다. 정말이지 질리도록 슬프고 완벽한 결별. 글_ 이현진
영화
창작문예
+ 4 interests

#131 웃음에 담긴 불편함, 조안 코넬라

누군가 나무에 목을 매고, 건물에서 추락하거나 총에 맞아 피를 흘립니다. 이런 잔혹하고 비극적인 순간,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 몇 컷의 만화에 담긴 이 역설적 상황은 불쾌함을 느끼게 하지만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습니다. 오늘 일일영감에서 소개해드릴 작가는 바르셀로나 출신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조안 코넬라(Joan Cornella)’입니다. 그의 그림 속 비현실적 상황에서 웃고 있는 인물들은 한 치약 광고를 본 작가의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광고 속 환한 미소가 비극적인 상황과 만나면 어떤 의미를 띄게 될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비현실적인 블랙 유머가 담긴 그의 만화는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밝은 색채, 장난기가 느껴지는 그림체, 대사 없이 비주얼로 이루어진 특징과 SNS 중독, 셀피(Selfie)등의 문화가 SNS 이용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성차별, 인종 차별 등의 사회적 이슈를 가학적으로 그려 내기도 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몇 장의 컷으로 담은, 조안 코넬라. 얼핏 보면 가벼워 보이고 불편하지만, 찬찬히 살펴본다면 누군가에게는 다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작품들인 것 같네요! Joan Cornella의 공식사이트 > http://joancornella.net/

#130 수채화로 완성한 도쿄의 일상

아름다운 배경과 위로의 내용을 담은 영화 <너의 이름은.> 최근 국내에서 300만 이상의 관객이 관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 일일영감에서 소개해드릴 작품은 영화 <너의 이름은.>의 아름다운 배경을 완성한 아트 팀의 일원의 작업물입니다. 그 주인공은 폴란드 출신이지만 현재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Mateusz Urbanowicz입니다. 현재 도쿄의 Comix Wave Films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디지털 제작자로 일하고 있으며 주로 배경 아트에 주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채화 작업으로 완성되는 그의 그림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감수성을 품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수록된 자전거 소년(BicycleBoy)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리즈는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 <귀를 기울이면>에서 영감을 받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는 소년의 하루를 10개의 컷으로 완성했다고 하네요. 또한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점을 도화지로 옮겨낸 도쿄 스토어프론트(Tokyo storefront) 시리즈는 외지인으로서 도쿄라는 도시가 주는 영감을 그만의 색깔로 잘 표현해낸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글_ 이현진 그의 그림을 더 보고 싶다면,

#129 10달러 필름카메라에 담긴 세상

특유의 색감과 아날로그의 향수, 요즘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 일일영감에서는 필름 카메라를 활용한 독특한 촬영방식을 지닌 사진작가 ‘Oystein Sture Aspelund’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노르웨이 트론드하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특이하게도 유통기한이 지난 오래된 필름을 사용해 ‘과거의 시선으로 현재를 본다’고 작품을 소개합니다. 특히 그의 작품 중 눈길이 가는 <TWILIGHT> 시리즈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노르웨이와 다양한 유럽 국가들을 오가며 10달러짜리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것입니다. 주로 ‘급격한 변화를 겪는 장소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이야기하는 그는 문명이 야생으로 변하는 경계를 포착합니다. 포착한 사진 속의 인간과 그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부딪히는 투쟁의 현장을 반영하는 것이죠. 오히려, 투쟁을 통해 인간이 자연의 것으로 스며들어, 고요하지만 웅장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ㅡㄱㅐㄱ 필름카메라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로 작업도 하는 그. 카메라가 무엇이건 그는 자연과 문화, 야생과 문명의 대비를 포착하며, 자신의 작품들은 전통적인 다큐멘터리와 예술 사진의 사이라고 소개합니다. 글_ 이현진 그의 작업이 더 궁금하다면,

#128 2017년을 여는 보그(VOGUE)의 화보

#128 2017년을 여는 보그(VOGUE)의 화보 벌써 1월의 절반을 지난 오늘. 이 겨울과 잘 어울리는 독특한 컨셉의 화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7년 1월호 ‘보그 우크라이나(VOGUE UKRAINE)’에 실린 화보로, 독일 뮌헨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엘리자베타 포로디나(Elizaveta Porodina)’의 작업물입니다. 우크라이나 서부 마을인 ‘Krasnoilsk’에서 열리는 겨울 축제 ‘Malanka’를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주민들이 촬영에 함께 하고, 짚을 엮어내 만든 전통방식의 외투를 입는 등 나라의 전통과 개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원색과 인디언 패턴이 돋보이는 의상은 축제의 화려함과 보는 즐거움을 배로 만드네요. 축제는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가 있듯이, 로마의 황제였던 율리우스가 사용했던 ‘율리우스 역세(Julian Calender)’를 따라 새해인 매년 1월 13, 14일에 양일간 열립니다. 이 기간이 되면, 마을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거리에서 노래, 춤, 행진 등을 하며 건강과 번영을 기원한다고 합니다. 오늘 일일영감에서는 포로디나의 작업을 통해, 2017년에도 일일영감을 찾아주시고, 지켜봐 주시는 구독자분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싶네요! :) Elizaveta Porodina의 사진을 더 보고싶다면, > www.porodina.net

#127 인어가 식용으로 쓰이는 세계

‘인어’가 식용으로 쓰이는 세계. 가혹한 현실, 매혹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이 세계는 조각가이자 펜화 작가인 ‘이보름’씨의 손 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계에서 인어는 현존하는 흔한 동물이며 지능이 인간보다 현저히 낮아 식용으로 쓰이는 것마저 합법화되었습니다.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상체는 특수 처리되어 장식물이 되고, 희귀한 인어 종은 수조에 갇혀 애완동물로 취급 받기도 합니다. 이보름 작가는 인간의 본능적 에너지를 윤리나 도덕에 의해 억압받지 않고 표현하는 마르쿠제의 ‘억압적 탈승화’ 이론을 기반으로 본인만의 작품을 탄생시켰습니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괴담적 서사와 이를 나타내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을 통해서, 작가는 자신의 탈승화를 미학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격처럼 작가의 작품 속 일상과,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 사이의 간극에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혹적인 잔혹동화 같은 묘사를 곱씹을수록, 그 세계와의 관계는 더욱 깊어집니다.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첫인상이 어느새 아름답고 황홀한 감각으로 채워지네요. 글_ 이현진 *아래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보름 작가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