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fiction
3 years ago5,000+ Views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무언가 읽고 싶긴 한데, 인생의 의미를 다룬 소설이나 아예 환상으로 달아나 거기서 새로운 규칙과 세계를 건설하려 하는 판타지, 현실을 정교하게 재배치해주는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이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책은 없을까? 하고
고민하게 되는 때. 그 경우 선택은 흔히 비소설 혹은 대중문화예술쪽으로 향하게 된다. 이 책도 그런 경우중 하나였다.
<우동 한그릇에 담은 일본>은 재일교포 가족들과 사는 전 방송국 구성작가인 저자가 일본에서 살면서 일본을 궁금해하는 한국독자들에게 푸짐하게 끓여낸 스키야키 요리같은 책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러가지를 넣었으되 각각의 재료를 살린 분명한 성격의 테마도서라고 할 수 있다.
총 3부 30여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1부 [친한 친구에게 추천하는 맛있는 음식]의 오뎅, 우동, 스시, 돈부리, 라멘, 샤부샤부같은 많이 들어본 친근한 음식들부터 2부 [정겨운 이웃과 함께 먹는 특별 메뉴]의 오세치 요리, 절분, 하나미, 오코노미야키, 니가우리 등의 명절 및 전통요리들을 소개하고 3부 [간장과 고추장처럼 다른 한국과 일본]을 통해 요시모토비빔밥, 불고기와 소주, 일본의 서양요리 등 일본음식 속의 한국과 세계를 조망하는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사진이 풍부하고 방송작가 답게 짧고 재치있는 문장으로 쓰여져 있어 아주 잘 읽히고 잘 보인다.
나는 이 책을 귀가하는 지하철에서 보았는데, 도중에 '내려서 우동이라도 한 그릇 하고 갈까?' 하는 유혹을 몇 번이고 되씹었을만큼 생생한 묘사와 특별한 감흥이 일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 중 일부가 너무 오래된 자료사진을 이용해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것, 너무 다양한 요리를 다뤄 요리 하나하나마다에 대한 상세한 소개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가령 라멘(=라면)을 다루었더라도 돈코츠라멘의 풍미가 어떤지, 근래 유행하는 김치라멘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어딘지, 하카다라멘의 마늘맛과 돼지뼈 육수가 어떻게 어울리는 지 등등을 다뤄주었다면 좀 더 깊은 맛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친구나 선배, 가족들에게 말하듯 문장에 친근감이 살아있어 일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꽤 좋은 입문서가 될 듯 하다. 일본의 오차 문화, 오카에시 문화 등을 다룬 3부에서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예절 차이를 꽤 미묘한 수준까지 짚어놓고 있어 특히 흥미로웠다. 부록으로 실린 "일본의 명 음식점 베스트"도 꽤 알차다.
전반적으로 아주 이 책의 느낌은 '오이시(맛있다)'하고, 1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어 부담도 적다. 편집도 깔끔한 편이며 장정도 세련되어 있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어쩌면 그렇게 일본을 닮아있는 걸까. 입문 수준에서 일본 요리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이 한 그릇, 당신의 허기와 문화탐(貪)을 함께 잠재울 것이다.
0 comments
Suggested
Recent
6
Comment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