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chloe
100,000+ Views

키스를 부르는 향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기분 좋은 체향이 사람을 얼마나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어느 날 우연히 길을 가다 한 소녀와 마주친다. 특별할 것 없는 그 소녀에게서 달콤한 체향이 훅 끼쳤다. 그 순간 그는 그녀를 짝사랑하게 되었다. 그루누이는 소녀의 아름다운 체향을 완벽히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다. 결국 미치광이처럼 그녀를 죽이고 그녀의 몸에서 나는 아름다운 향을 향수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 소설의 예가 매우 극단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좋은 향기가 치명적이라는 말이다.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은 가장 예민하고도 가장 둔한 감각이다. 인간이 어떤 상황을 인지할 때 가장 먼저 파악되는 것이 후각이다. 보거나 만지기 전에 이미 후각으로 좋은 냄새가 난다, 혹은 나쁜 냄새가 난다를 감지한다. 하지만 그만큼 빨리 사라지는 것도 후각적 자극이다. 후각세포는 쉽게 피로해진다. 쉽게 말하자면 냄새에 매우 빠른 속도로 적응해 이내 그 냄새를 잘 인지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나쁜 냄새를 견디는 데 상당히 유리하다. 물론 좋은 냄새에도 금새 적응해 버리는 건 다소 아쉬운 측면이다.
하지만 좋은 냄새에 익숙해 그것을 계속 인지하지는 못할지언정 좋은 냄새가 났다는 자체 만으로 그 대상에 호감을 갖게 되는 게 또한 인체의 신비다. 후각은 다른 어떤 자극보다 뇌 깊숙이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이성의 매력을 끄는 호르몬이 그 유명한 '페로몬'인데, 페로몬이 전달되는 루트도 바로 후각신경이다. 좋은 향을 풍기는 순간 이미 상대에게 매력적인 대상으로 기억될 확률이 늘어나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향수, 샤넬 NO.5를 만든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향수는 키스 받고 싶은 곳에 뿌리는 것'이라 말했다. 달콤한 향이 키스를 부른다는 사실을 알았던 거다. 영원한 섹스심벌 마릴린 몬로도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에 샤넬 NO.5라 대답한 바 있다. 그렇게 자신의 이미지에 아름다운 향기를 덧입혀 한층 섹시한 매력을 자아냈다.
물론 향수를 뿌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 아무것도 인위적으로 첨가하지 않은 연인의 체향이 상대에게는 가장 큰 자극이다.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체향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의 체향을 좋아한다는 건 곧 상대가 좋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람 고유의 냄새가 가장 진한 부분은 정수리인데, 남성은 여성의 정수리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사랑하고 싶은 상대를 고른다, 그러기 위해 남성의 키가 여성보다 머리 하나는 크도록 진화했다, 라는 고고학의 가설도 있다.
그러나 체향은 인공적인 향보다는 확연히 은은하다. 아주 가까이에 서지 않고는 흘리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니 마음에 두고 있는 그 사람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면, 살짝 스치는 순간 좋은 냄새를 흘려보는 건 어떨까. 쾌적한 비누향이나, 향긋한 샴푸향을 말이다. 그렇게 가까워지면 곧 아주 가까이에서 그 사람의 살 냄새를 맡게 될 지도 모른다. 연인의 살 내음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다.
jschloe
268 Likes
192 Shares
26 Comments
Suggested
Recent
맞아요. 향수도 좋지만 뽀송한 빨래 냄새나 섬유유연제 냄새가 옆자리에서 나면 남녀노소 불문 호감. 이상하지만 좋은 냄새는 강아지 발바닥 외엔 엄씀.
그그그....스쳐지나가면서 나는 부드러운 살내음...다시 한번 돌아보게되죠 정수리 샴푸 잘합시다. ^^ ㅋ
정수리냄새 좋더라구요 그사람 향기같아서 정수리에 코박고 킁킁거리는 ...
아. 글 너무 잘 읽고 있어요+_+
키스 받고싶은데다가 뿌리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음흉)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친절한 랭킹씨] 소개팅 상대, 이럴 때 가장 많이 실망한다
남녀가 만나는 방법은 미팅, 맞선, 소개팅, 결혼정보회사, 데이팅앱, 동호회 등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선호도가 높은 방법은 아마도 소개팅일 텐데요. 소개팅에서 마음에 쏙 드는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외모, 패션, 말투, 행동 등 외형적인 부분부터 종교, 학벌, 직업 등 상대방의 배경까지 따져봐야 할 부분이 다양하기 때문. 그렇다 보니 사람마다 소개팅 상대에게 실망하는 포인트도 가지각색이기 마련. 사람들은 어떨 때 애프터를 생각하기 싫을 정도로 소개팅 상대방에게 실망할까요? 가장 많은 사람들이 꼽은 실망 포인트는 사진과 실물이 다를 때입니다. 사진으로 본 상대방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만났을 때 실물이 완전 다르다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지요. 소개팅 경비를 계산하는 문제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실망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1위와 2위 의견에 대해 남녀 간 차이가 존재했는데요. 대체로 남성이 상대방 사진에 더 신경 쓰고, 여성은 계산에 대해서 더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개팅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애프터는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상대방은 내가 마음에 들어 애프터를 원할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거절의 말이 필요한 순간인데요. 이때 만나기 싫다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인연이 아닌 것 같다”, “잘 안 맞는 것 같다”, “연애할 상황이 아니다” 등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개팅은 상대방은 물론 소개팅을 주선한 사람의 입장이 난처해지지 않도록 배려(?)했기 때문이겠지요. ---------- 실망스러운 소개팅과 애프터 거절 코멘트를 알아봤습니다. 소개팅에 있어서 첫인상과 연관된 ‘외모’가 우선이긴 하지만, 대화의 태도와 기술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바꿔 생각하면 첫인상이 좋아도 대화가 안 되면 성공할 수 없고, 첫인상이 실망스러워도 대화를 통한 역전의 기회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 보다 성공적인 소개팅을 위해서는 외모를 가꾸는 것만큼 경청과 공감 등 대화의 기술도 갖춰야 한다는 점 참고하세요. ---------- 글·구성 : 이석희 기자 seok@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코너명 및 콘셉트 도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