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BlueS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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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날아온 바닷 바람 앉아 쉬어갈 작은 섬들, 쪽빛 바다가 에두른 육지 끄트머리에 오밀조밀 들어앉은 건물들이 달콤비릿한 내음 품어 만든 작은 도시, 통영. 흔히들 동양의 나폴리라 칭하지만, 혹자는 나폴리 따위 통영에 비할소냐 예찬하기도 한다. 나는 통영을 떠올리면 늘, 혀 끝에 구수짭쪼름한 침이 돌며 배가 고파온다. 먹고 먹고 또 먹어도, 먹어야 할 먹거리가 남을만큼 맛있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굴, 돌멍게, 뽈낙, 바다장어, 멍게비빔밥, 도다리쑥국, 해물뚝배기 등을 비롯한 각종 싱싱한 해산물과 요리들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빼떼기죽처럼 통영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부터, 충무김밥, 우짜, 꿀빵처럼 통영이라 더욱 특별한 음식까지... 먹고 먹고 또 먹어도 떠날 때가 되면 더 못 먹은 게 아쉬워 발걸음이 늦어지고, 다시 갈 때 즈음이면 이번에는 더 많이 먹고 오리라, 더 길어진 먹거리 리스트를 필수품으로 챙겨가게 되니 말이다. 입과 배만 호강할까. 눈도 즐겁고 마음도 꽉 찬다. 한산도, 욕지도, 사량도, 매물도, 비진도 등 500여 개의 섬이 만들어내는 천하비경 덕에 눈 닿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과 청마 유치환 시인, 김춘수 시인 등 유명한 문인들의 고향으로 문학적 낭만을 좇아가 볼 수도 있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그 유명한 한산도 대첩이 있었던 곳으로 역사를 따라가 볼 수도 있다. 더불어 계절이 좋을 땐 등산, 낚시, 스쿠버다이빙 같은 레저 옵션도 따라온다. 분위기와 사람들은 어떨까. 적당히 활기차고 적당히 한산하며, 적당히 정겹고 적당히 무심하다. 너무 정신없지도, 너무 외롭지도 않을만큼, 또 외지인이 면구스럽지 않을만큼, 딱 그 만큼, 적당히. 오가는 외지인과 여행객들이 많은 곳은 으레 너무 '관광지스럽기' 마련인데, 여기저기서 나그네를 위한 배려는 느껴지지만 조악함이나 약은 내는 풍기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거칠음과 섬세함이 묘하게 어우러지는 통영만의 맛과 멋이 곳곳에서, 사람들에게서 느껴진다. 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묘사했듯, '바다빛이 고운 탓'일까, '노오란 유자가 무르익고 타는 듯 붉은 동백꽃이 피는 청명한 기후 탓'일까. 이런 이유로 해마다 한 두 번씩은 꼭 통영을 찾게 된다. 계획에 없던 중, 얼결에 또 한번 통영에 다녀왔다. 정수리가 쨍하도록 찬바람이 부는 올 1월 초였다. 언제나처럼 마음은 비우고 배는 채우는 허심만복(虛心滿腹)의 시간을 보내고 오니, 자꾸만 그 시간들을 돌아보며 웃게 된다. 그립다. 배고플 때 엄마가 끓여준 따끈한 된장국물 생각나듯, 통영의 맛이, 멋이, 그리고 정이 그립다. 홍상수 영화 '하하하'의 주무대가 통영이다. 찌질한 인간의 단면들을 부각시키며 어둡고 뒤틀린 듯한 영화만 찍던 홍상수가 모처럼 유쾌한 코드로 들고 나온 영화다. 한자 여름 하(夏)를 세 번 쓴 '하하하'란 제목의 뜻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 내용과 무관하지만) 통쾌한 웃음소리와 동음인 '하하하'의 배경이 통영이란 점이 흥미롭다. 멋대로 제목을 빌려 통영을 묘사해볼까. "하하하. 먹거리, 볼거리, 느낄거리에 세 번 웃고 가는 통영, 하하하. 다녀오면 적어도 세 번 즈음은 추억하며 웃게 되는 통영, 하하하." 마침 영화는 주인공들이 막걸리 한 잔 걸치며 지난 여름 통영 여행에서 좋았던 것들을 하나씩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도 주인공 문경과 중식처럼 '그 곳에서 좋았던 것'들을 한토막씩 꺼내볼까 한다. 진~한 막걸리 한 잔 옆에 떠다놓고. 마음은 비우고 배는 채우는 虛心滿腹 통영여행. 虛心滿腹 통영예찬. # 다음 이야기 - 통영의 멋 - 비진도 (1) 그 곳에 간 사연 http://www.vingle.net/posts/106209 # 통영예찬론 모두 보기 : http://www.vingle.net/collections/1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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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에 친구 살아서 몇번갔는데 진짜 맛집많더라구요. 구경은 마니못했지만 이거보니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제가느꼈던어떤것들을 콕콕 속시원히 애기해주신.. 멋져요.
재미있네요ᆞ
Anonym
@DeepBlueSea 김치국인데 국물이 션한 ㅎ 저는 강원도에서 먹어본적도 없구요 힝~ 직장근처에서 먹습니다. 서울에서 맛집은 여의도에 있다그러던데요...
@typeB ㅋㅋㅋㅋㅋ 아직 진짜 제대로 된 곰치국을 못 먹어 봤어요. 삼척까진 못 들어가고 동해 근처에서 몇 번 먹었는데 김치국 비스므리하더라구요, 혹시 맛있는 집 아시면 알려주세요 ^^
Anonym
뜬금없지만 곰치국 먹고싶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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